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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로그인-211화 (211/260)

# 211

211화.

세상의 소유권을 놓고 다투는 신들의 전쟁은 지구 외에도 무수히 많은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정시우는 자신이 아직 신들의 전쟁의 규모와 세상의 숫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규모의 절반만이라도 알게 된다면 제아무리 그라고 할지라도 조금은 주눅이 들지도 몰랐다.

[라이아가…… 퇴각해?]

그런 무수한 신들의 전장 가운데에서도 중요도가 가장 높은 전장이라고 평가받는 화신의 전장에서, 정시우의 영향으로 인한 이변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서로 표면적으로나마 휴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두 신의 화신의 대화를 통해.

[앞뒤 안 가리고 헥토한테까지 덤벼들던 그 저돌적인 여자가?]

정시우는 라이아의 목소리를 남자의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녀는 여자였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라이아가 화신의 전장에서 퇴각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교전을 벌인 놈이 테바였던가.]

[테바!? 그 허접한 놈을 상대로 퇴각했다고?]

테바란 허기의 신을 이르는 것이었다. 종류를 불문하고 굶주림을 관장하는 신으로, 얼핏 굉장해 보이지만 결국 실재하는 것이 아닌, 허상을 관장하는 신의 부류였기 때문에 필멸자는 몰라도 같은 신들을 대상으로는 그리 힘을 쓰지 못하는 자였다.

[그런 테바가 힘을 쓸 수 있는 상대라고 한다면…….]

[정신적인 여유를 잃거나 물리적인 힘의 손실을 겪었거나. 굶주림을 자각한 자는 점점 걷잡을 수 없이 놈의 함정에 빠져들게 된다. 즉, 라이아는…….]

두 신은 동시에 결론을 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패전이라도 했다는 말인가?]

[근 100여 년간 라이아와 크게 교전을 벌인 자는 없는 것으로 아는데…….]

[어지간히도 잘 은폐하고 있는 것이겠지. 누굴까. 누가 이 전장의 균형을 깨기 시작한 것일까.]

[역시 헥토가 아니겠어? 그 빌어먹을 놈에게 영원을 앗긴 친구가 벌써 넷이라고. 나 역시 놈에게 기운을 많이 앗겼지…….]

그들도 정시우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그의 활약 탓에 다른 세상에 투자했던 파편을 잃은 경험도 있지만, 그것은 잃어도 티가 나지 않을 정도의, 티끌이나 다름없는 조각이었다.

설마 필멸자에 의해 라이아가 테바로부터 몸을 숨길 정도로 힘을 잃었으리라고는 차마 상상하지 못했다. 다만, 라이아의 퇴각이 앞으로 그들에게도 다가올 보다 거대한 사건의 전조일 것만 같다는 생각만은 강하게 들었다.

[……헤데아는 요즘 어떻지?]

[그녀는 바로 얼마 전부터 상태가 이상해. 잘 움직이려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 애초에 그녀를 주축으로 뭉친 동맹인데, 얼굴도 내비쳐 주질 않으니…….]

[‘그녀’라니…… 됐다. 난 최근 몇몇 전장에서 헤데아의 권속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어서 걱정이 되었을 뿐이야.]

[헤데아에게 무슨 일이 있을 리가 없어. 하지만…….]

헤데아뿐이라면 몰라도 라이아가 테바를 상대로 퇴각하는 사건이 있은 직후인 지금, 헤데아에게도 이변이 생겼을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었다. 동시에 그렇게 생각한 두 신은 얼굴을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분간 헥토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겠어.]

[난 헤데아를 찾아가 보지. 만약 정말로 그녀가 데미지를 입었다면…… 그건 우리 동맹의 위기로 직결될 테니.]

[동맹에 보다 많은 이를 끌어들이자고. 지금은 우리 초대신끼리 힘을 합쳐야 할 필요가 있어.]

[좋은 생각이야. ……프루타.]

그리고 지금, 라이아의 세상을 연달아 세 개 부수고 결코 적지 않은 양의 파편을 얻어 만족한 정시우가 다음 목표물로 정한 세상은 바로 바람의 신 프루타에 의해 지배되는 하프 에이지의 세상이었다.

“역시나 여기도 대기밖에 없군요.”

“그렇게 실망하지 않아도 이놈 다음으로 넘어가면 이렇지도 않을 거야. 조금은 아쉬운걸. 가스의 신 같은 놈의 힘을 알고 있었더라면 하늘공원 풀코스로 여행할 수 있었는데.”

“이미 여행 취급하기 시작했어…….”

정시우 일행은 새로운 세상의 정경을 살피며 대화를 나누었다. 라이아의 세상을 연속으로 세 개 격파할 때는, 아무래도 라이아가 한껏 민감해져 있었기 때문에 세상에 입장하는 순간 라이아와 맞짱을 뜬다는 것을 의미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라이아가 자신이 공격받았다는 사실을 다른 신에게 알렸을 리도 없고, 다른 신들은 설마 자신의 세상에 필멸자의 몸으로 침입해 오는 건방진 자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하는 상황. 여유롭게 있을 수는 없지만 곧장 전투 모드로 돌입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도 엠제이의 흑염 랭크가 무사히 S로 올라가 줘서 다행이야. 안 그랬으면 네 번째 세상까지 털었어야 했을 텐데.”

“그야 강림체를 그렇게 간단하게 쳐부수고 파편까지 온전히 회수했는걸요. 그보다 목적이 그런 거였어요? 아니, 결국 마신의 징벌을 엠제이라고 부르는 건가요!? 켁, 케흑…….”

연속으로 태클을 거느라 순간 사레가 들리고 마는 수아린을 보며 알 수 없는 충만감을 느낀 정시우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쥔 거대한 전투 망치를 살폈다. 눈부시도록 변화된 정보가 떠올랐다.

[마신의 징벌]

[랭크 ? S+++]

[공격력 ? 6,700 ? 8,700]

[숙련도 ? 2,355/40,000]

[속성 ? 1. 독염 A+++ 2. 흑뢰 S]

[옵션 ? 1. 거대화 가능(소, 중, 대, 특대, ???) 2. 주위 마나를 흡수해 차지 스트라이크 가능 3. 절대로 파괴되지 않음 4. 뇌전 속성의 마력을 흡수하여 망치 주위를 떠도는 라이트닝 스피릿을 생성하는 것이 가능 5. ???]

[스스로 성장하는 자의 궤적을 쫓아 스스로 성장하는 신물.]

정시우가 거인화하며 크게 성장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마신의 징벌은 다시 한 차례 성장해 있었다. 이것도 전부 세 개의 세상에서 강탈한 라이아의 파편을 모두 온전히 마신의 징벌에 집중시켰기 때문이었다.

“무기 랭크는 안 올라갔지만 어떻게든 흑뢰의 속성 랭크는 S까지 올렸어.”

“원래 A++랭크였는데, 라이아의 힘과 의식을 고스란히 담아냈던 강림체를 포함해 세 개나 되는 세상을 부수고서 파편을 회수해서야 겨우 S랭크가 된 거죠? 그렇게나 랭크 사이의 간극이 큰 걸까요.”

정시우는 그렇게 묻는 수아린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나한테 처음 랭크의 중요성을 설명해 준 건 너 아녔냐?”

“전 C랭크와 B랭크 사이의 간극은 알지만, S랭크 아티팩트나 속성은 지녀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요.”

수아린이 입술을 뾰족하니 내밀며 하는 그 말에 순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 입을 다문 정시우였으나 곧 그녀가 입고 있는 복장에 생각이 미쳤다.

“전장의 전투성녀 스태프는 A+++랭크니까 그렇다 쳐도 이번에 새로 만든 사제복은 S랭크 충분히 돌파하잖아? 대지의 신 유고의 힘도 듬뿍 담았고…….”

“계속 하늘에만 둥둥 떠 있느라 사제복의 가장 중요한 옵션인 대지 속성을 써먹어 보질 못하고 있잖아요. 이래서야 S랭크건 SS랭크건 실감을 할 수가 없거든요?”

큭,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정시우는 화제를 살짝 돌리기로 했다.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흑뢰의 랭크를 올리기 힘들었던 건 A랭크와 S랭크 사이의 격의 차이 때문만이 아냐. 흑뢰가 흑(어둠)과 뇌(뇌전)의 복합속성이기 때문이지. 아마 나중에 죽음의 신 세트나크의 파편을 조금 더 흡수시켜주면 그땐 또 빠르게 성장할지도 몰라.”

하지만 세트나크의 파편은 가능하면 소울포스를 강화하는 데에 쓰고 싶었다. 적당히 밸런스를 조절해 가며 둘 다 최선, 최속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가장 좋겠지. 혼자 납득해 고개를 끄덕이는 정시우를 보고 케이나가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게임에서 아이템을 강화할 때도 지금 주인님처럼 여유롭지는 않을 것이다.]

“실은 독염을 S랭크로 올려놓으면 엠제이가 SS랭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파에토가 다스리는 세상을 먼저 갈까 싶기도 했는데.”

원래는 그럴 생각이었다. 라이아의 강림체와 싸우기 전까지는 말이다.

“놈과 싸우면서 깨달았어. 내가 아직 날개를 그리 잘 다루지도, 빨리 날지도 못한다는 걸.”

“뇌신이 다스리는 세상에서 뇌신의 강림체를 상대로 그만큼 따라붙었으면 됐지 거기서 속도를 어떻게 더한다는 거예요?”

“아주 좋은 질문이야. 정답은 바로 프루타의 파편으로 바람의 질주를 강화하는 것이지.”

“…….”

그것이 바로 파에토보다 먼저 프루타를 찾은 이유였다. 그런 이유로 세상에 침입했다는 사실을 프루타가 알게 되면 혈압이 올라 쓰러질지도 몰랐다. 하지만 수아린은 라이아의 강림체를 압도적으로 밀어붙이던 정시우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에게 다시 물었다.

“바람의 질주를 강화하고 나면, 크라켄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니, 크라켄을 여유롭게 상대하려면 흑뢰가 아니라 독염을 더 강화해야 돼.”

“…….”

왜냐면 물속에서는 뇌전 속성을 쓰기 까다로우니까! 정시우의 상쾌한 답변에 수아린이 말문이 막혀 눈만 꿈벅이고 있는 사이, 케이나가 팬텀 바이크에 재차 시동을 걸면서 정시우에게 확인했다.

[주인님, 저 멀리서 날갯짓 소리가 들린다. 그 이상 여유롭게 떠들고 있을 생각인가?]

“아니.”

정시우는 완전히 하프 에이지에 안착하여 라이아가 다스리던 세상보다도 훨씬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세상 곳곳에서 활발하게 생장하는, 그러나 근본부터 뒤틀린 어긋난 생명체들의 고동을 있는 한껏 느끼며 마신의 징벌을 들었다.

[음? 기껏 강화해 놓고 흑뢰가 아닌 독염인가?]

“케이나 너는 적재적소라는 말을 좀 더 공부할 필요가 있겠어.”

망치 끝에 활성화된 독염이 은은한 열기와 독기를 뿜어냈다. 독염은 바람과 상성이 잘 맞아, 보다 적은 힘으로도 넓은 범위에 퍼트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세상을 독과 불꽃으로 가득 채웠을 때, 바람은 더 이상 저들의 편이 아니게 될 거야.”

“우리 편도 아니게 될 것 같습니다만, 형님!”

“그건 아린이 힘으로 어떻게든 해 보려무나.”

“형니이이임!”

용세하의 애타는 부름을 개무시하고서 정시우가 돌격을 개시했다. 프루타의 영향을 받아 바람의 속성을 띠고 있는 대기의 마나가 그의 독염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활성영역을 점차로 늘려, 끝내 정시우가 원하는 대로 세상을 가득 채우기에 이르렀다.

[바람의 질주 스킬이 Lv35가 되었습니다.]

정시우의 이세계 신의 파편 사냥은 그로부터 반년 이상 계속되었다.

[카오스 윙 스킬이 Lv10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가 많은 세상을 돌아다니기도 했지만, 하나의 세상을 완벽하게 정리하는 데 점점 더 많은 시간이 걸려서이기도 했다.

[괴력 스킬이 Lv19가 되었습니다.]

처음 라이아의 세상을 공략했을 때는 일단 세상 자체가 좁은 크레센트 에이지였고, 그 어떤 신도 그에게 주의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점차로 공략을 진행하게 되면서 대부분 하프 에이지에, 그에 따라 자연히 그 세상에 마련된 신의 흔적도 많다 보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용의 감각 스킬이 Lv15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라이아와 프루타에 이어 파에토, 뒤세느의 세상까지 차례대로 공략해 가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신들이 대대적으로 눈치를 깐 듯, 신전과 유적지를 숨기고 철수시킨다거나 몬스터들에게 교육을 시킨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정시우의 공략을 지연시키기에 이르렀다.

[반복재생 스킬이 Lv44가 되었습니다.]

결국 다섯 번째 공략 대상인 유고에 이르러 3주에 걸쳐 하나의 세상을 공략한 정시우는, 무슨 새로운 수단을 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하던 찰나 지구로부터의 호출을 받게 되었다.

어느덧 그의 나이 28살. 그가 계절도 밤낮도 다른 세계들을 종횡무진하는 사이, 지구는 다시 겨울이 지나 봄에 이르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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