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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로그인-204화 (204/260)

# 204

204화.

“다시 말해 봐.”

[에리우 님이, 찌! 당신한테 직접, 찌이! 배우기를 원하시찌익!]

괜히 날쌘 다람쥐가 아닌지라 한 문장을 다 말하기까지 탱탱볼에 고작 세 대밖에는 얻어맞지 않았다. 정시우는 너무 아파서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사리테의 어깨를 두들겨 주며 권유했다.

“너도 수련 같이할래?”

[죽어도 안 한다찌! 찌익!]

아, 한 대 더 맞았다. 이러다 정말 죽겠다 싶었는지 사리테는 다급히 수련장 바깥으로 빠져나가며 외쳤다.

[절대로 거부할 수 없는 지령이다, 찌! 당장 에리우 님한테 찾아가라, 찌!]

“그래, 알겠으니까 넌 그대로 밭일하러 가라.”

[찌이…….]

사리테는 정시우와 절대로 거부할 수 없는 지령을 맞교환하고는 패배감에 너덜너덜해져 거주지역으로 향했다. 정시우는 이제 곧 용의 감각이 성장할 것만 같다는 느낌에 조금만 더 수련장에서 버티다 가기로 마음먹었다.

[용의 감각 스킬이 Lv10이 되었습니다.]

[바람의 질주 스킬이 Lv22가 되었습니다.]

“좋았어.”

그로부터 얼마나 지난 것일까? 케이나와 용세하가 들것에 실려 나가고도 한참을 더 땀을 흘리던 정시우는 스킬 레벨이 오른 그 순간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가 멈추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 쇄도해 오던 탱탱볼들이, 그의 피부에 닿기 직전 누군가에게 붙들린 것처럼 허공에 멈추었다. 이내 수백 개에 가까운 숫자의 탱탱볼들이 전부 허공에 멈추어, 정시우가 한손을 내리긋자 그대로 바닥에 부드럽게 착지했다.

[그게 가능하면 그 수련은 의미가 없잖아, 찌!]

“마나 드레인으로 주위 마나를 급격히 빨아들여 일순 일대를 진공 상태로 만들어, 운동에너지를 소실시켰을 뿐이야. 모든 적을 상대로 이런 짓을 벌일 수도 없고 용의 감각을 수련하기 위해선 역시 탱탱볼이 제격…… 응? 다람쥐, 왜 또 왔냐?”

경악하여 따지는 사리테에게 설명해 주다 말고 고개를 갸웃하는 정시우. 사리테는 정시우의 엉망진창 이론에 경악하여 입을 헤 벌리고 있었으나 이내 제정신을 차리곤 외쳤다.

[인간 여자가 애를 낳는다, 찌!]

“아.”

그것으로 충분했다. 정시우는 곧장 수련장 밖으로 나왔다. 먼저 소식을 들었는지 수아린과 용세하 역시 흥분된 얼굴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모나가 애를 낳는대요!”

“방금 들었어. 가자.”

비록 이 거주지역에 정착한 이래 신경을 많이 못 써 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기념비적인 거주지역의 첫 주민들이다. 그들을 이곳으로 데려온 정시우에게 있어서도 특별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아이라…….”

정시우는 모두를 데리고 거주지역으로 향하며 멍하니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옆에 있던 수아린이 괜히 볼을 빨갛게 붉히며 양손으로 제 소매를 붙잡았다. 그것을 본 용세하가 무심코 웃음을 흘리다가 그녀에게 지팡이로 얻어맞았다. 케이나가 비웃었다.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가는 것을.]

“탱탱볼 동맹 파기다, 케이나……!”

[그런 게 있었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군.]

시몬과 모나의 집에는 금방 도착했다. 바깥에서 시몬과 베토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고, 약초꾼인 볼트는 엄숙한 표정으로 절구에 약초 몇 개인가를 넣어 찧고 있었다. 시몬과 베토가 정시우 일행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반색하여 외쳤다.

“여, 영주님! 와 주셨군요!”

“주인님, 아이가 태어나요!”

지구로 온 이래 그리 자극적이지 않은 삶을 유지해 온 그들에게 있어 식구가 불어난다는 일은 상당히 큰 사건이다. 전부 모여 있는 것도 당연했다.

“건강한 아이가 태어날 거야. 다들 너무 걱정하지 마.”

“그, 그렇지만…….”

실은 정시우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생경하고 당황스러운 심정이었으나, 그래도 애써 침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 옆에서 수아린이 지팡이를 들며 말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제가 들어가 볼게요. 이래 봬도 사제니까요.”

“부탁드립니다, 사제님!”

수아린까지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리자 케이나를 제외하고는 전원 남자만이 남았다. 케이나는 더 이상 데스나이트가 아님에도 혹여 자신의 강한 기운이 산모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 우려하여 그곳에 같이 남아 있었다.

정시우는 침묵이 불편한 나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시몬에게 물어보았다.

“진통이 온 지는 얼마나 된 거야?”

“3시간입니다. 모나는 이번이 첫 출산이라, 얼마나 오래 걸릴지 짐작도 가지 않습니다…….”

“그렇구나…….”

[찌이…….]

그 말을 마지막으로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모두가 지극히 뻘쭘해져 말을 잇지 못하는 가운데 볼트가 절구를 찧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산부용 약은 준비가 되었습니다. 넬에게도 교육은 충분히 시켜 두었고, 무엇보다 요정상인님이 계시니 그리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겁니다.”

“루타 녀석은 빠지는 데가 없구나. 그래도 묘하게 안심이 되는 게 제일 분해.”

그로부터 아주 조금의 시간이 흘렀다. 이변을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정시우였다.

“기척이 늘어났어. 아이의 기척 같아.”

“느껴지십니까!? 모, 모나는?”

“무사한 것 같아. 아이는 더할 나위 없이 건강하고…… 그런데.”

정시우의 표정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설마, 하면서도 그는 말을 잇지 않을 수 없었다.

“새로운 기척이 두 개…… 게다가 갓난아기 치고는 터무니없이 강력한 기척인데…….”

“두 개? 강력한 기척……?”

시몬이 고개를 갸웃했다. 다른 이들도 똑같은 모습으로 고개를 갸웃했지만, 케이나와 사리테만은 뭔가를 깨달은 듯 낯빛을 굳혔다.

[설마, 이번 대에 벌써 영향이 나타나다니.]

[그래도 가능은 하다, 찌. 이 남자는 규격외다, 찌.]

“그게 대체 무슨……?”

시몬이 점점 늘어나는 수수께끼에 고개를 갸웃할 무렵, 드디어 안에서 아이‘들’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몬이 허겁지겁 안으로 뛰쳐 들어갔다. 동시에 모나가 미약한 환호를 터트렸다.

“시몬, 우리 아이들이……!”

“모나……! 컥, 둘이잖아!”

어쩐지 부풀어 오르는 정도가 심상치 않다 했더니 결과는 쌍둥이였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시몬과 교대하듯 바깥으로 달려 나온 수아린이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정시우에게 외쳤다.

“아이들의 마력이 터무니없이 커요! 꼭 오빠가 어릴 때부터 마력을 각성했더라면 이렇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예요!”

“그래, 나도 알고 있었어.”

하지만 대체 어째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시몬과 모나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지극히 평범한 농사꾼 부부이거늘. 그때 케이나가 익히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환경이다. 이 거주지역은 그저 평온하고 고요한 곳으로 보이지만, 근원을 알 수 없는 마력으로 충만한 곳이며 동시에 주인님의 영향을 가장 짙게 받고 있는 곳이다. 설령 부모가 평범하다고 해도, 환경에 영향을 받아 강력한 아이들이 태어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환경에서 주인님과 수아린의 아이라도 태어난다면 그 아이는 정말로 굉장하겠지.]

“꺅!”

[컥!]

수아린이 비명을 지르며 지팡이로 케이나를 가격했다. 예상외의 일격에 케이나가 그대로 고꾸라지자 용세하가 그녀를 비웃었다.

“가만히 있으면 반이나 가지.”

[바, 밥만 안치면 되는 상황에서 부끄러워하기는…….]

“영주님!”

수아린의 얼굴이 잘 익은 토마토처럼 새빨개져 정시우가 그 자리에 있기 매우 거시기해진 상황에 그를 구원해 줄 이, 시몬이 다시 튀어나왔다.

“들어와서 우리 아이들을 축복해 주세요!”

“추, 축복? 난 사제도 아닌데…….”

“새로 태어난 아이들을 영지의 주민으로 받아들여 달라는 얘기입니다.”

“아, 아아.”

정시우는 볼트의 설명에 안도하며 시몬의 뒤를 따랐다. 그 뒤를 작은 절구를 든 볼트가 뒤따랐다. 마치 의식을 진행하는 이들처럼 다른 이들도 줄줄이 따라 들어왔다.

“영주님!”

방 안에 들어서자 유달리 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나가 그를 맞이했다.

“감사드립니다, 영주님! 제가 안정된 환경에서 아이들을 낳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저희를 데려와 주신 영주님 덕분이에요!”

“오, 아…….”

“으으, 정말 작군요…….”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미 루타와 넬이 부지런히 움직여 탯줄을 끊고 아이들을 씻긴 듯, 따뜻한 포대에 안긴 쪼글쪼글하니 서로 구분하기도 힘든 얼굴의 갓난아기들이 그들을 맞이해 주었다. 하지만 마냥 볼품없어 보이는 아이들이 품고 있는 잠재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마나량 정말 터무니없네…….”

“이 영지에서 태어난 첫 아이들이라 더욱 그런 것이겠지요. 영주님, 아이들에게 직접 축복을 내려 주세요.”

루타가 첫째를, 넬이 둘째를 안고 정시우에게 다가왔다. 한편에서는 볼트가 시몬에게 약을 넘겨, 모나가 약을 먹도록 해 주고 있었다.

정시우는 우선 산모에게 건강의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아이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일란성 쌍둥이 여자아이로, 강한 마력, 그 마력에 뒤지지 않는 잠재력의 육체를 지니고 있었다. 둘 모두 분명 강한 전사, 혹은 마법사로 성장하리라. 물론 녀석들이 원한다면 말이다.

“그러면…….”

설마 자신이 정말로 이런 영주스러운 일을 하게 될 줄이야. 괜히 어색한 기분이 들었으나 이제 와 물러날 수도 없다. 정시우는 그냥 말로만 녀석들을 축복하려다, 문득 떠오른 것이 있어 마나를 끌어 올렸다.

생각해 보니 그는 이제 신성력을, 정확히는 자신의 방식으로 만들어 낸 신성력을 다루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다기보다는 이제 그가 다루는 마력에 기본적으로 ‘신성’이 배어 있었다.

“오빠……?”

“후우…….”

마나를 끌어 올린 정시우는 어떤 기술을 형상화한다는 생각도 없이 아이들에게 가만히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그에게서 비롯된 마력이 두 아이에게 나뉘어 부여되며 녀석들의 마나를 활성화시켰다. 은은한 공명이 있은 직후, 다른 이들에게도 보일 정도로 밝은 황금의 빛이 터져 나왔다. 시몬과 모나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게 대체……!?”

“아이들이…….”

그 빛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신성력이 온전히 아이들에게 자리 잡아, 일종의 패시브 스킬을 형성하는 것이 용의 감각에 잡혔다.

그것은 당황스럽게도 정시우가 보유한 ‘무지는 용감’과 비슷한 스킬로, 마법이나 물리 공격, 상태이상에 선천적인 저항력을 갖게 하는 보호 계열의 패시브였다.

“루타?”

“영주님은 벌써 거기까지 힘을…….”

정작 이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는 루타는 감탄하느라 말이 없었다. 도저히 영문을 알 수는 없었지만, 정시우는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는 시몬과 모나에게 최대한 당황하지 않은 척 말했다.

“앞으로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게 해 주는 패시브 스킬을 얻었어. 재능이 뛰어난 아이들이네.”

“오오, 영주님!”

“영주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시몬과 모나가 감격하여 고개를 조아렸다! 정시우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허허 웃어 주었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들도 방긋방긋 웃었다. 수아린은 괜히 아이들에게 조심스레 손가락을 뻗어 보며 볼을 붉혔다. 실로 혼돈의 카오스였다.

[그것보다도 이제 그만 에리우 님한테 가자, 찌!]

“아, 그래.”

마음 같아서는 조금 더 아이들을 보고 있고 싶었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들을, 그것도 정시우와 깊이 관련된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가슴속에서 기묘한 간질거림이 느껴져 두둥실 꿈속을 떠다니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에리우와의 동맹도, 그녀를 인간 앞에 내세우는 일도 중요하다. 결국 정시우는 아주 조심스레 아이들을 한 번씩 쓰다듬어 준 후 고개를 들었다.

“나중에 또 보러 올게. 건강하게 키워 줘.”

“네, 영주님. 반드시!”

환하게 웃는 부부로부터 몸을 돌려 정시우는 엘에게 향했다. 그런 그의 마음 안에 아주 조그마한 소망이 자라나 있었다. 여태까지는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스스로에게도 생경한 소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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