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
194화.
[군멸포]
[랭크 ? S+]
[공격력 ? 5,300 ? 5,800]
[숙련도 ? 0/30,000]
[옵션 ? 1. 마탄 계열 스킬의 발동 시 약실에 탄환을 49개 중첩 복제 2. ???]
[군단의 신이 지닌 힘을 목적에 맞는 특정한 방향으로 진화시켜, 홀로 군단을 상대하는 병기를 탄생시켰다.]
정시우가 군단의 신 뒤세느의 힘의 파편을 얻고, 베토가 그것을 가공하여 완성시킨 이 S+랭크의 무기는 여태껏 탄환이 부족하다거나, 해머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라거나, 까놓고 말해 무기가 너무 오버스펙이라 아무 데서나 꺼낼 수가 없었기 때문에 신품인 상태 그대로였다.
“하지만 유령들이 열심히 활약해 마석을 모아 준 덕분에…….”
그리고 그것으로 베토가 탄환을 열심히 생산해 준 덕에 지금은 거침없이 이걸 들고 날뛸 수 있었다! 한 발 한 발의 파괴력 자체는 마신의 징벌의 일격에 비해 조금 쳐지는 면이 있었지만 그쯤은 숫자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었다.
[음? 다른 신의 기척이 느껴지는데…….]
[저 무기, 저 무기도 신의 힘으로 제작된 거야!]
[감히 헤데아 님을 부정하고 택한 것이 저런 잡종이라니!]
수중 몬스터들이 이런저런 의미로 흥분하여 날뛰기 시작했다. 정시우는 그런 녀석들을 지그시 바라보며…… 군멸포에 탄환을 장전하곤 탄띠를 어깨에 척, 걸쳤다.
“뿌이, 녀석들에게 데미지를 입힐 필요는 없어. 단지 세하와 케이나를 도와 놈들을 한 방향으로 몰아 버리는 거야. 가능하겠어?”
[뿌오오오오오오!]
세이락시아가 긍정의 울음소리를 내며 곧장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인어들을 압박했다. 이제야 확신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엘이 모래를 다루는 것과 비슷한 권능, 고유능력에 가까운 힘이었다.
[휩쓸리지 마! 저따위 힘으로 깨부수란 말이야!]
[크샤아아아아!]
인어의 명령을 받은 거대 상어 한 마리가 눈이 새빨갛게 물든 채 그들을 향해 질주해 왔다. 세이락시아가 만들어 낸 물의 흐름을 역으로 타고 거슬러 오는 것이다!
“좋아, 첫 과녁의 영광을 너에게 주지.”
[사출 무기? 그래 봤자 대포야. 많은 숫자로 밀어붙여! 저자를 이 바다에서 묻어 버리자!]
사출 무기라, 틀린 말은 아니지. 히죽 웃으며 상어를 정조준한 정시우가 망설이지도 않고 곧장 군멸포의 방아쇠를 당겼다. 물론 크리티컬 불릿을 발동하면서!
[크리티컬 불릿 스킬이 Lv38이 되었습니다.]
“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
“그 기합은 위험해욧!”
[쿠갸갸갸갸갹!]
[끄아아아악!]
그 순간 지옥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어…….”
[뿌이…….]
[…….]
“……꿈에 나올까 무섭군요.”
말을 잊은 일행을 대신해 용세하가 감상을 짤막하게 표현했다. 물론 정시우는 듣고 있지 않았다. 처음 여덟 발을 얻어맞은 순간 목숨을 잃고 산화한 거대 상어 다음 표적을 찾아 군멸포의 방향을 돌리느라 바빴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인간…… 아니, 설령 레벨 200을 넘는 플레이어였다고 한들 군멸포의 반동에 견디지 못해 튕겨 나갔을 텐데, 정시우는 그것을 양팔로 손쉽게 지탱하며 심지어 조준사격까지 시행하고 있었다. 람보가 보고 형님, 하고 따를 만큼 압도적인 위용이었다!
[크리티컬 불릿 스킬이 Lv40이 되었습니다.]
[부여 스킬이 Lv70이 되었습니다.]
“보았느냐, 이것이 군단을 멸한다는 것이다!”
“중2병 같은 대사만 하지 않았더라면 한결 멋졌을 텐데!”
[피, 피해! 도망가!]
[도망갈 수 없어…… 저 망할 고래 녀석이, 크학!?]
세이락시아가 지닌 물의 힘은 E구역의 인어들에게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을 만큼 공격적인 힘이다.
그런데 그 막대한 힘을 단순히 놈들의 행동을 억제하는 용도로 돌리니, 일행의 시야를 가릴 만큼 많은 숫자의 인어와 몬스터들 모두를 사정범위에 넣고 행동을 통제할 만큼 끔찍한 효과를 낳고 있었다!
[살아남으려면…… 어떻게든 고래를 죽여야 해!]
[하지만 저 고래 자식을 죽이려면…….]
그 고래의 위에 올라탄 정시우를 죽여야 한다. 그러나 정시우가 쏘아 내고 있는 군멸포는 실로 기민하게 방향을 전환하며 전 방위의 적을 타격하고 있었으므로, 세이락시아의 힘에 방해를 받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도저히 공격할 수가 없었다.
[크리티컬 불릿 스킬이 Lv41이 되었습니다.]
[맙소사…….]
[이건 말도 안 돼.]
종합하면 결국 정시우와 세이락시아가 함께하고 있는 이상 그들은 이대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 사실을 깨달은 몬스터들은 공포에 떨었으나 정시우의 군멸포는 그런 사정을 일절 봐주지 않고 놈들을 덮쳤다.
[재, 재앙이다.]
[이 바다에 재앙이 닥쳤어……!]
1분에 최소 4천 발 이상의 탄환을 쏟아 내는 군멸포가 정확히 5분 동안 미친 듯이 탄환을 쏘아 냈다. 어지간한 몬스터들은 한 발째에 이미 관통당해 즉사했고, 몬스터를 관통한 탄환은 더욱 그 너머로 날아가며 다른 몬스터들에게도 추가적인 타격을 입혔다.
[보다 많은 구역을 해방시켜야 해!]
[하지만 저 끔찍한 무기를 당해 낼 수 있는 이가 있을까……!?]
레벨 300을 넘기며 방어력에 집중하여 성장한 심해거북이라고 한들 보다 다른 몬스터보다 조금 많은 탄환이 몸에 박혀 쓰러질 뿐이었다. 1초에 80발 가까이 탄환을 쏘아 내니 겉으로 보기엔 그냥 총구가 향하는 방향의 모든 몬스터가 쓰러지는 것으로밖엔 보이지 않았다!
[캬, 하아…….]
[아아, 헤데아 님…….]
[우오오오오옹.]
이미 시체로 화한 몬스터들은 미약한 힘으로도 얼마든지 끌어당길 수 있었기에, 세이락시아는 정시우를 보조하는 한편으로 틈틈이 몬스터들을 먹어 치워 마나를 보충했다.
이 깊은 바다 곳곳으로부터 계속해서 적이 충원되고 있었음에도 그 숫자가 그리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처럼 보이는 점이 지금 정시우와 세이락시아가 벌이는 전투가 무시무시하다는 증거였다.
“오빠 마나는요?”
“이 정도 마나 소모로는 마나가 주는 것 같지도 않아.”
정시우는 수아린의 물음에 심드렁하게 대꾸하며 탄띠를 갈아 끼웠다. 족히 3만 발 이상의 탄환을 쏜 것처럼 보여도 소모한 실탄의 개수는 50분의 1, 즉 600발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 정도 개수의 탄환으로 지금 이 참상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하면, 베토가 얼마나 대단한 물건을 만들어 냈는지 익히 감이 왔다. 그만큼 군단의 신의 힘이 사기라는 얘기도 되지만 말이다.
[크리티컬 불릿 스킬이 Lv43이 되었습니다.]
“이거 편해서 너무 좋은데……. 그리고 크리티컬 불릿 스킬 레벨이 미친 듯이 오르고 있어.”
“왜 아니겠어요.”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이 무기를 구사하는 한 정시우의 전투기술적인 면에서의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역시 자주 써먹을 만한 무기는 아니었다.
[뿌이.]
그때 세이락시아가 조용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정시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용의 감각을 보다 확장시켰다. 그의 느낌으로는, 이미 E구역은 완파되었다. F구역에서 기어 나온 것으로 보이는 엘리트 몬스터들도 제법 격파했다.
이젠 그 안쪽에 있던 놈들이 기어 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감히, 신의 영역에서…….]
그가 정체 모를 존재를 경계하면서도 군멸포를 계속해서 다루길 다시 몇 분, 아니나 다를까 지금 실시간으로 죽어 가고 있는 엑스트라 몬스터들과는 그 목소리에 실린 힘부터가 다른 이의 목소리가 정시우의 귓가에 닿았다.
[신의 힘을 강제로 사역하며…….]
[뿌우…….]
세이락시아가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녀석도 얕볼 수 없는 상대라는 얘기다. 정시우는 일단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엘리트 몬스터들을 다 잡아 놓자고 다짐하며 힘을 끌어 올렸다.
그것은 일전 요정상인과의 대화로 깨달음을 얻어 가능하게 된 것으로, 바로 자신이 보유한 신의 파편의 힘을 흉내 내어 고스란히 발휘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흉내 내는 신의 힘은…….
“뒤세느, 좀 더 힘을 써 봐!”
군단의 신 뒤세느의 힘! 자신의 마나를 변환시켜 그것으로서 크리티컬 불릿 스킬을 발동하자, 경악스럽게도 복제되는 마탄의 숫자가 일시적으로 1.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동시에 뒤세느의 힘을 감지한 군멸포 자체의 위력이 향상되는 효과까지 일어났다.
“우와, 무지막지…….”
[……!? 뒤세느의 힘을 훔친 것이 아니라, 실은 뒤세느의 총애를 받는 이였던 것인가!?]
“목소리가 더 가까워지고 있잖아…… 어쨌든 그전에!”
정시우의 마나를 소모하는 대신 끝장나게 파괴력이 증가된 군멸포가 전방을 시원하게 쓸어 냈다. 다가오는 목소리를 듣고 안도하며 반격을 준비하던 인어와 다른 몬스터들이 문자 그대로 썰물처럼 쓸려 나가는 광경이란!
[큭!]
“좋아, 다 정리했다.”
정시우가 처음 목소리를 듣고 나서부터 얼마나 걸렸을까? 이미 그들의 눈앞에는 제대로 살아남은 몬스터가 없었다. 그나마 숨이 붙어 있던 놈들도 세이락시아가 다른 시체들과 함께 단번에 빨아들이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빨려 들어왔다.
[뿌오오오오옹!]
“좋아, 뿌이도 레벨 업 했으니 이젠 어떤 적이 나타나도…….”
타이밍이 좋게도 방금 빨아들인 것까지 해서 세이락시아가 다시 한 차례의 레벨 업을 겪었다!
권능을 계속해서 발휘하느라 소모되었던 녀석의 마나가 순식간에 전부 회복되는 것을 느끼며 회심의 미소를 짓던 정시우였으나, 어느 순간 사방으로 뻗어 나가던 용의 감각이 어떤 한 존재에 의해 차단되는 것을 느끼며 단숨에 낯빛을 굳혔다.
“아니 잠깐만, 이건 내 감각이 차단되는 게 아니라…….”
[헤데아 님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모두 죽였구나. 그 아이들의 시체를 양분으로 삼아 능력을 개화시키고 있구나…….]
그저 단순히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생물체에 의해 감각이 뻗어 나가지 못하는 것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E,F,G,H 구역이 붕괴되며 하나로 통합됩니다. 이는 일시적 현상이며, 그 원흉을 없애고 나면 던전 또한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시기적절한 메시지가 정시우의 눈앞을 가득 메웠다. 아직 세이락시아를 제외한 일행은 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것 같았지만…… 하하, 정시우는 메마른 웃음을 웃으며 카오스 윙을 활짝 펼치고 전투 모드로 돌입했다.
[너희가 열려고 하는 모든 가능성을, 내가 다시 닫아 주마.]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들의 시야에 드리워지는 검은빛의 형체가 있었다. 정시우는 그것을 보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나긋나긋한 여성의 목소리이기에 속았다. 영락없이 엄청난 미모와 그 미모에 상응하는 터무니없는 마력을 갖춘 인어라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인어였으면 뭘 어떻게 하려고 했는데요? 조련하려고 했나요? 조련하려고 했죠?”
“네가 당황하고 있는 건 알겠지만 지금은 진정해, 아린아. 이미 다른 신의 힘을 받아들인 몬스터를 조련의 대상으로 삼을 수도 없을뿐더러 지금은 우리끼리 싸워 봤자 해결될 일이 아냐.”
던전에서 나가지 못하게 되기 전에 무슨 수를 냈어야만 하는가, 정시우는 아주 살짝 후회하며 군멸포 대신 마신의 징벌을 손에 쥐었다.
[헤데아 님의 이름을, 이 세계에. 모두 헤데아 님의 이름 아래 하나가 되리라.]
[뿌우우우우우…….]
일행의 고막을 터트릴 기세로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세이락시아가 미약한 울음으로 대응했다. 정시우는 마른 웃음을 흘리며 적의 정체를 확인했다.
다리 하나의 길이만 족히 5킬로미터를 넘기는 거대한 문어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