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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로그인-156화 (156/260)

# 156

156화.

수아린이나 용세하나, 정시우가 수련의 틀만 잡고 다시 몬스터 사냥을 재개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레벨을 올리고 비드를 확보하는 일은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런 그들의 생각은 일주일 정도 수련을 하고 나온 정시우가 연속된 고련에 지친 표정을 지으면서도 한꺼번에 3,300명에 달하는 유령들을 불러낸 순간 부서지게 되었다.

“너희 레벨별로 정렬 한 번 해 보자.”

[옙!]

그의 부모님이나 옛 용오름 길드의 마스터 등, 몇몇 주요인물을 담당 마크하고 있는 유령을 제외하고 그의 눈앞에 나타난 모든 유령이 레벨에 맞추어 줄을 섰다.

아무래도 가장 많은 것은 대략 2천을 넘기는 숫자의 레벨 1에서 50에 채 못 미치는 유령이었고, 50에서 100에 이르는 유령이 대략 1천. 100에서 150에 이르는 유령이 250. 그리고 남은 수십 명이 150레벨을 넘기는 강자들이었다.

“너희 중 일부는 여태까지 쭉 지구상의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임무를 맡았을 테니 대충 내가 시킬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렇습니다.]

굉장히 군대를 떠올리게 하는 교관식 말투로 정시우가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100명씩 조를 짤 거야. 한 조에 무조건 150레벨 이상 1명, 100레벨 이상 5명을 포함시키고, 나머지는 저레벨 유령으로. 자, 조 짜 봐.”

정시우의 사념을 받아들여 움직이는 유령들인 만큼, 무엇보다 그의 소울 포스 스킬이 5레벨에 이르러 지배력이 강화된 만큼 총 33개의 조가 만들어지는 것도 순간이었다.

“좋아. 지금부터 너희는 지구 전역을 돌아다니며 몬스터들을 사냥하게 된다. 첫째가 안전, 둘째가 기밀유지. 셋째가 바로 마석이다. 알아듣지?”

[옙!]

“형님에게서 익숙한 리더의 냄새가…….”

“그런가요, 제가 보기엔 굉장히 위험한 계열의 리더의 냄새인데요.”

정시우는 일행이 쑥덕거리는 것을 가볍게 무시하며 조를 차례차례 지상으로 보냈다. 그리고 개중 가장 강한 유령들이 포함된 조 셋을 하나로 묶었다.

“너희는 엘리트야. 규모가 크고 레벨도 높은 놈들을 전문적으로 맡아. 사체도 가져와.”

[알겠습니다. 맡겨 주세요.]

그에게 대답하는 이는 과거 루이오스의 힘에 물들어 인간형 몬스터로 전락했던 바 있는 엠퍼러 길드 출신의 유령이었다. 물론 지금은 강제적으로 갱생하여 그의 명을 따르는 처지가 되어 있었지만 말이다.

“좋아, 출발해.”

[옙!]

그렇게 모든 유령들이 일행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정시우는 3천을 넘기는 숫자의 유령들이 사방에서 보내오는 신호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이내 호흡을 가다듬었다.

“좋아, 정신적인 수련에 도움이 되겠지.”

“이 철인.”

“후, 그럼 재개해 볼까.”

근 일주일 패널티가 끝날 때마다 괴력을 반복적으로 발동한 결과 괴력 스킬의 레벨도 1이 올라 6이 되었고, 그의 신체 스탯도 거의 10 이상씩 성장했다.

지구에 마나가 넘쳐 나게 된 이래 용의 감각을 활용해 마나 호흡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마력도 자연적으로 성장하고 있었으니, 그는 굳이 레벨을 올릴 것도 없이 모든 스테이터스를 성장시키고 있는 셈이었다.

“물론 레벨에 비해 스테이터스가 높아지는 것은 좋습니다만.”

요정상인 루타가 말했다.

“레벨은 그 자체로 존재의 격을 나타냅니다. 설령 스테이터스에 앞선다고 해도 레벨이 50 이상씩 차이 나는 적을 꺾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에요. 명중해야 할 공격이 빗나가고, 더 아프게 때릴 수 있어야 할 터인데 빗맞거나 하는 식으로 적에게 유효한 데미지를 주기 어려워지죠. 그와 반대로 상대는 나를 더욱 강하게 때릴 수 있게 되고요.”

“너 왜 여기 있냐!?”

거주지역도 아니고 휴식처에 들어와 있다니! 기겁해서 묻는 정시우였으나, 루타는 거실의 소파에 앉은 채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찻잔을 들어 올리며 히죽 웃을 따름이었다.

“수아린 양이 차라도 한잔 드시고 가라고 해서.”

“쿠, 쿠키가 맛있어서요.”

즉 쿠키를 바쳐 휴식처 입장권을 얻었다는 얘기였다. 정시우는 켕기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쿠키를 오독오독 씹어 먹고 있는 수아린에게서 그 쿠키를 뺏어 먹었다.

“앗, 내 쿠키!”

“쿠키는 맛있다니까…… 차만 마시고 가라. 나는 수련하러 갈 거니까. 아, 그리고 레벨은 나중에 한꺼번에 올릴 생각이니까 걱정 마라.”

“통합 던전으로 말이죠?”

“그래.”

이전 매우 낮음 난이도의 던전을 모두 통합해 그럭저럭 재미난 경험을 하고 신의 파편까지 수거할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낮음 난이도의 던전을 통합하면 그 이상의 경험을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재차 메티모아의 파편과 조우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아마 손님이 더욱 강해져서 나오셨을 즈음엔 지금의 낮음 난이도 던전이 매우 낮음으로 바뀌어 있을지도 모르지만요…….”

“아.”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정시우의 결심이 달라질 일은 없었다. 그는 이상한 수련하지 말고 던전에나 들어가라는 루타에게 흥, 코웃음을 쳐 주곤 괴력을 구사한 채 수련장에 뛰어들었다.

다시 2주가 흘러 괴력 스킬이 7레벨로 성장했다. 정시우는 양팔에 자리한 문신이 조종하는 마력의 흐름에 대해 아주 조금의 깨달음을 얻었다.

아주 조금이지만, 스킬에 의지하지 않고 마나를 효과적으로 운용해 스스로의 힘을 강화할 수도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하지만.

“전투질주와 섞기엔 너무 이질적이긴 하네.”

“그걸 이제 깨달으셨어요?”

“하지만 이 마나를 빠르게, 저돌적으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도 않겠지.”

“포기라는 걸 모르시는군요…….”

괴력은 파괴자의 권능과 같은 스킬이다. 정시우가 지닌 모든 스킬이 특별하지만 괴력만큼 본능에 호소해 오는 스킬은 또 없었다. 그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능히 신의 반열에 오를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패널티를 버티는 것도 제법 괜찮아졌어.’

7레벨로 오르면서 후유증이 줄어든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지만, 용의 감각을 숙달하면서 얻은 효능 또한 컸다.

스스로의 감각을 증폭하는 것만큼이나 감각을 지배하는 것에도 익숙해져, 괴력 스킬로 인한 후유증을 어느 정도 차단하는 데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고통이란 신체가 주는 신호이며, 이것을 무시해 좋을 일은 없다. 하지만 그 고통이 발전에서 오는 고통이라면 그것만을 골라 차단하는 것도 문제가 될 일은 없으리라. 정시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인류에게는 불가능한 짓을 하며 담담히도 그렇게 생각했다.

괴력 스킬이 8레벨로 성장하는 데에는 오히려 열흘밖에 걸리지 않았다. 패널티 시간이 줄어듦과 동시에, 정시우가 후유증을 견뎌 내고 재차 괴력 스킬을 발동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기 때문이었다.

[용의 감각 스킬이 Lv4가 되었습니다.]

[괴력 스킬이 Lv8이 되었습니다. 모든 신체 스테이터스가 15씩 상승합니다.]

[무지는 용감 스킬이 Lv12가 되었습니다. 받는 고통에 비례해 일시적으로 신체 능력이 상승하게 됩니다.]

“아, 그래. 알겠어. 나 무식하다그래.”

무지는 용감과 괴력을 조합하면 정시우가 정말로 게임 속에 나오는 광전사라도 된 것처럼 날뛸 수 있을 것만 같다. 어쨌든 스킬이 성장해 새로운 능력을 얻는다는 것은 기쁜 일. 정시우는 담담히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빠, 이젠 슬슬 던전 갈 때 안 됐어요?”

“그래도 괴력 10레벨은 찍어야지.”

그쯤 되면 마력 소모량도 줄어들고 후유증을 견디는 능력도 늘어나 대충 던전에서 부담 없이 괴력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 서 있었다. 사실 지금도 괴력을 구사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어들어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고통이란 적응되는 법이지…….”

“그렇게 아련한 눈 하지 말아요. 보는 내가 다 무서우니까.”

스킬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패널티도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능숙하게 마나를 다뤄 신체를 보듬으니 본래 줄어들어야 할 체력과 힘, 민첩이 그리 떨어지지 않고 버티는 것이다.

원래 안드로메다였던 그의 신체 수치가 괴력 스킬의 발전으로 계속 성장하기까지 했으니, 이젠 괴력의 패널티를 받는 상태의 정시우라 해도 어지간한 건물을 들어 던질 수 있는 수준!

괴력의 상시 유지 정도는 아니어도 이쯤 되면 괴력을 일반 스킬처럼 구사할 틀은 마련한 셈이었다. 드래X볼로 따지면 주먹 내지르는 것처럼 원기옥을 상시 날려 대는 느낌이다. 즉 사기였다.

“어라, 이렇게 지금의 내 상태를 줄줄 늘어놓고 보니 왠지 곧 실전을 뛰게 될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느낌인데…….”

“그건 대체 무슨 느낌인 거죠……?”

그 예감이 빗나갔으면 얼마나 좋았으련만, 그로부터 정확히 세 시간 후 정시우는 김하룡에게 붙여 놓았던 유령이 보내오던 보고가 뚝 끊기는 것을 느끼고 수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여태까지 자신에게 유령이 붙은 줄도 모르고 온갖 뻘짓을 하고 다니던 김하룡이 무슨 전파라도 수신한 것처럼 갑자기 돌아서 유령을 공격한 것! 정시우는 그것이 아마도 신의 영향이 아닐까 추측했다.

“화염의 신 이놈이……?”

그는 이미 김하룡을 인간이 아닌 화염의 신 파에토의 단말과 비슷한 것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김하룡만의 능력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기척을 감춘 정시우의 유령을 파악할 수 없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은 파에토가 적극적으로 개입을 시작했다는 뜻!

“화염의 신입니까. 파이라라는 여자는 확실히 강했죠. 케이나가 더 강했지만…….”

“슬슬 일을 벌일 때가 되었다고는 생각했어요. 포투포우에서 입은 피해도 회복했을 테니까요.”

“하.”

정시우의 곁으로 빈틈없이 따라붙으며 조잘대는 서포터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는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괴력 스킬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으나 이제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가 괴로워하는 것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근육은 다소 축소되어 있었지만 이제 무지는 용감 스킬의 영향으로 인해 고통을 받을 때 오히려 능력이 증가되는 덕에 평상시 몸 상태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 하지만, 마음 같아선 이런 사소한 변화도 없어질 때까지 스킬을 숙련하고 싶었다.

“어째서 세상엔 정신과 시간의 방이 없는 걸까…….”

적어도 정시우가 마음먹은 대로 수련을 마칠 때까지만 기다렸다가 일을 벌일 수는 없단 말인가. 그래, 없겠지. 그렇다면 답은 단 하나다. 일이 커지기 전에 빠르게 수습하는 것.

“다행히도 이번엔 한국이야.”

“어딘데요?”

“제주도.”

김하룡 정도 되는 플레이어라면 날개를 이용해 타국으로 나가는 것도 쉬웠을 텐데 어째서 제주도에 머무른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놈이 날개를 잃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놀랐어요.”

수아린이 눈을 깜박거렸다.

“오빠라면 그 인간이 인간이 아니게 된 시점에서 처리하려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솔직히 너무 약해서 별로 신경 안 쓰고 있었어.”

“오빠가 자초했네요, 뭐.”

그래도 신경에 거슬리는 인간을 방치할 수가 없어 유령 하나만 붙여 두고 있었는데 이 사달이 나다니. 물론 유령이야 어느 정도 회복만 되고 나면 재소환이 가능하다지만…….

“파에토가 적극적으로 개입했으니, 이제 그놈도 힘이 좀 강해졌겠지.”

“그것 참 좋은 일이네요, 네…….”

정시우는 휴식처를 나서기 전 케이나를 그냥 거주지역에 놔둘까 잠시 고민했으나, 그보다 전투를 좋아하면 좋아했지 싫어하지는 않는 그녀의 성격을 떠올리곤 빠르게 그녀를 불러냈다.

“놈이 유령을 차단했다는 건 앞으로 보여 주기 싫은 일을 한다는 거니까, 어쩌면 강한 몬스터들을 볼 수 있을지도 몰라.”

[기대하며 따르겠다, 주인님.]

역시나, 오랜만의 출정에 케이나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 모습이었다. 그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베토가 품에 안고 있던 상자를 낑낑거리며 내려놓았다.

“그동안 만든 탄이에요! 놈의 육신과 주인님이 그동안 주신 마석들을 잘 섞어 어떻게든 3만 개는 만들 수 있었어요.”

최대 1분에 3천발을 쏘아 낼 수 있는 총이니 3만 개면 10분을 쏠 수 있다. 그 정도면 세상 하나는 멸망시킬 수 있지 않을까, 정시우는 진지하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탄박스를 가볍게 받아 인벤토리에 넣으며 베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고맙다. 바로 돌아올게.”

“네, 주인님!”

[그런데 주인님, 설마 이제 정말로 괴력을 상시 발동할 수 있게 된 것인가? 느껴지는 힘이 예사롭지 않군.]

“지금 패널티 상태다.”

[힉……!?]

불과 한 달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정시우가 이뤄 낸 변화에 케이나가 경악하여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는 그녀에게 말없이 투구를 씌워 주곤 휴식처의 문을 열어젖혔다.

개 잡으러 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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