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로그인-155화 (155/260)

# 155

155화.

“약실에는 하나의 탄환이 들어갑니다. 9개가 비어 있죠.”

총신이 열 개 달렸으니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탄환의 숫자는 10개다. 하지만 전부 채울 필요는 없었다. 마탄을 발동하는 순간 49개의 탄환이 추가로 생겨나기 때문이다.

“탄환이 다섯 개씩 중첩되어 대기하다가 차례대로 발사됩니다. 만약 숙련도를 더 높이면 한 번에 두 개씩 쏘아 내는 것도 가능해져요.”

“중첩이라…… 약실의 빈 공간마다 한 마리씩 테디베어가 들어가서 분체만 계속 튀어나온다고 생각하면 되나.”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그리 틀린 이미지는 아닐 거예요.”

한층 강력해진 공격력, 한결 줄어든 탄환 소모량. 거기에 아직 남은 가능성까지. 랭크가 급상승하는 바람에 안드로메다로 날아간 총 숙련도만은 그를 가슴 아프게 했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이 완벽했다.

“아, 그렇지. 이것 말인데…….”

“이건…….”

정시우가 인벤토리로부터 꺼내 든 것은 나무와 인간이 한데 섞인 듯한 괴상한 사체였다. 비록 신의 힘이 빠져나가 말라비틀어졌지만, 그럼에도 그 격은 온존하고 있었다. 베토는 그것을 본 순간 아, 하며 감탄사를 냈다.

“혹시 이 몬스터는…… 군단의 신의 강림체?”

“바로 아는구나.”

정시우가 말할 것도 없이 먼저 그렇게 물어 오는 베토에게 그는 쓴웃음과 함께 말해 주었다.

“비록 신이 직접 강림한 건 아니지만, 성물을 품고 있던 녀석이야.”

“탄환의 재료로 쓸 수 있겠어요. 상성이 좋아서 마석의 대체재로 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정확히 내가 바라던 대답이야.”

놈이 이전에 인간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는 사실은 지금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마석의 소모를 줄일 수 있다는 베토의 호언장담에 만족해 사체를 넘겼다. 다른 이들이 모두 기이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지만 물론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면 탄환까지 모두 준비되었을 때 불러 줘. 나는 쉬고 있을 테니까.”

“네, 주인님!”

“좋아, 그럼 다들 앞으로 잘 해 보자고. 해산. ……하아암.”

이것으로 거주지역에서 볼일은 모두 마쳤다. 하품을 내쉬며 뒤돌아서는 정시우 옆에 따라붙으며 수아린이 신기하다는 듯이 물었다.

“곧장 무기 써먹으러 던전에 쳐들어가실 줄 알았는데.”

“넌 나를 지나치게 철인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수아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곤 용세하까지 끌고 거주지역에서 나왔다. 정확히는 완전히 빠져나가기 전에 루타에게 붙들려 또 이런저런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말이다.

“기왕 입장권한을 얻으셨으니 심해관도 가 보시는 게 어떨까요!”

“그야 수중던전도 클리어하긴 해야겠지만 지금은 졸려.”

“그곳이야말로 지금 지구에서 가장 강한 던전에 속한답니다!”

가뜩이나 ‘힘’이란 단어에 민감해져 있는 지금, 그 말을 듣고 무시할 수 있는 정시우가 아니었다. 그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루타를 휙 돌아보고는, 지금 그가 하는 생각을 알고 있는 것만 같은 그녀의 눈을 마주하며…….

“아얏!”

그녀의 이마에 꿀밤을 먹였다.

“왜 때리세요!”

“재수 없어서. 나중에 보자.”

“이 폭력영주!”

그는 등 뒤로 쏟아지는 루타의 욕을 깔끔하게 무시하며 일행과 함께 휴식처로 나왔다. 지금 당장은 자고 싶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좋아, 그럼 자야겠다. 다들 잘 자라.”

“오빠, 있잖아요.”

곧장 침대에 다이브할 기세인 정시우를 수아린이 머뭇거리며 불러 세웠다. 그가 고개를 갸웃하자, 그녀는 뭔가 말하려는 듯하다가는 이내 고개를 저어 버렸다.

“아녜요. 전 오빠만 믿을게요.”

“터무니없는 스킵이 일어난 것 같긴 하다만…… 그래, 나만 믿어.”

“네.”

그녀가 미처 말하지 않은 것이 뭔지 정시우는 대충이나마 알 것 같았기에, 희미한 미소를 짓는 수아린의 머리를 그저 부드럽게 쓰다듬어 줄 따름이었다.

그다음 날, 정시우는 던전에 들어가기에 앞서 자신의 스킬들을 점검하기로 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은 다름 아닌 괴력 스킬이었다.

‘괴력 스킬은 액티브와 패시브로서의 중요성 모두 탑급이지.’

괴력 스킬은 순간적으로 그의 힘을 극한 이상으로 증폭시켜 주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스킬을 반복적으로 구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육체를 영구적으로 강화시키는 효과를 동반하는 터무니없는 능력의 스킬이다.

‘여차할 때, 결국 가장 도움이 되는 건 괴력 스킬이야. 괴력 스킬의 레벨을 올리고, 신체능력도 성장시켜야 해. 그렇게 하려면 결국…….’

전투질주를 상시 유지하고 있듯, 괴력을 상시에 가깝게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과연 그것이 가능한가, 는 중요하지 않다. 괴력의 패널티고 자시고 정시우가 하겠다고 마음먹었으면 하는 것이다.

‘스킬레벨 5인 시점에서 유지시간은 최대 7분가량. 반면 패널티로 끙끙대는 시간은 길게 잡아 10분 정도. 이 10분 동안은…….’

정말 죽을 만큼 아프다. 정시우가 고통을 참는 능력이 탁월하여 간신히 의식의 끈을 붙잡고 있을 수 있는 정도다.

고통은 인간을 둔하게 만들고, 그렇기에 정말 이것 한 방으로 적을 마무리할 수 있을 때가 아니면 어지간해서는 쓰지 않고 있었지만…….

“이젠 여기에도 익숙해질 때가 됐지.”

“우리 오빠가 제대로 미쳤어요…….”

근 몇 달간 정시우의 수련은 케이나와의 대련으로 마력을 이용한 전투 경험을 쌓고, 전투질주와 스톤스킨(이제는 카오스 스케일로 바뀌어 부담이 줄었다.)을 유지하며 액티브 스킬의 적응, 액티브 스킬을 만들어 내는 마력의 패턴 변화 숙달과 그 마나를 응용하는 데에 주력했다.

그것은 말하자면 기초수련이었다. 정시우가 보다 격렬하게 마나를 응용하는 스킬을 숙달하기 위한 전 단계에 불과했던 것이다.

전투질주를 상시 유지하며 그 마나를 각종 스킬에 응용할 수 있게 된 지금, 비로소 그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도저히 패널티 시간 동안에는 다시 괴력을 구사하지 못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이 액티브 스킬을 계속 유지하는 게 목표야.”

“…….”

수아린은 그저 기가 막혔다. 괴력은 여러 면에서 전투질주와는 다른 것이다. 아니, 전투질주조차 24시간 유지하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괴력은 격이 다르다!

“마나 소모량은요?”

“지금은 무리지만 스킬 레벨이 오르고, 내 레벨과 마력 총량이 성장하면 어찌어찌 자연회복량만으로 충당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수련은 휴식처에서 할 테니 그동안 마력이 부족할 걱정은 없지.”

“그렇군요, 그거 참 다행이네요…….”

정시우의 계획은 이러했다. 괴력 스킬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지 못한 지금은 우선 괴력을 구사하고 패널티 시간이 끝날 때마다 바로 스킬을 발동하며 점점 스킬의 발동 방식에 익숙해진다.

그렇게 점점 스킬을 성장시키며 끝내 패널티 시간을 무시하고 연속적으로 괴력을 발동할 수 있게 되면 그때부턴 괴력을 끊이지 않고 계속 유지하는 방법을 탐구하는 것.

“그게 성공하면 신체의 발전 속도도 비약적으로 빨라지겠지.”

“비약적으로 망가지지 않을까요……?”

“레벨 업이 있으니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피로는 제때 풀어 줄 수 있어. 수련장에선 애초에 내 몸이 상할 일이 없고.”

수아린은 회의적이었으나 정시우의 발상은 거기서 한층 더 나아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내 마나를 전투질주의 패턴과 동일화하여 유지하고 있듯이 내 몸을 흐르는 마나에 모두 괴력의 성질을 담을 수 있게 되면, 그때부턴 괴력이 스킬이란 것을 의식할 필요도 없어지겠지. 육체를 강화하고 스킬을 강화한다. 완벽해……. 어쩌면 그때에 가면 전투질주와 괴력을 하나로 합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완벽하게 돌아 버렸어…….”

스킬이란 결국 마나를 움직여 적용하는 방식. 괴력 스킬로 육체를 강화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다른 것도 강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논리의 귀결이었다!

“오빠처럼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의 사람은 처음이에요.”

“솔직하게 말해.”

“그렇게 무식하고 우격다짐인 발상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려는 사람은 오빠가 처음이에요. 아야야야야.”

정시우는 지나치게 솔직하게 말하는 수아린의 뺨을 가볍게 꼬집어 준 후 본격적인 수련에 돌입했다.

처음이야 지극히 단순하다. 괴력을 발동하고, 끔찍하게 강화된 육체로 수련장에 틀어박혀 헤비 웨폰 배틀 스킬을 숙련했다.

“아이고, 이러다 수련장 다 무너지겠네!”

“괜찮아, 안 무너져.”

대략 7분간, 인세에 여포가 있다면 바로 이렇지 않을까 싶은 기세로 정시우는 샌드백을 비롯한 수련장 내 각종 펀칭 기구를 두들겼다.

한 방 한 방, 도시를 하나 무너트릴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충격이 기구들을 통해 수련장 전체에 전해져 터무니없는 진동을 일으켰다.

괴력으로 강화된 정시우가 마신의 징벌을 들고 날뛰니 어찌 끔찍하지 않으랴! 그나마 수련장이 레벨 업 되면서 규모가 몇 배로 커졌기에 버틸 수 있는 수준이었다.

“후우…… 크으으으으.”

그러나 그의 위세는 정확히 7분을 기점으로 무너졌다. 방어구를 찢어 버릴 기세로 부풀었던 근육이 쪼그라들어 순식간에 그의 덩치가 3분의 2로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정시우는 익숙해지기 힘든 고통에 그저 이를 악물고 있을 뿐이었다. 괴력을 다시 발동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통을 참고 움직이는 것조차 힘겨웠다.

“끄으으으…… 아아아아아.”

전투 상태의 그는 앞뒤 가리지 않고 맹수처럼 적을 물어뜯는 것만 생각하기에 고통조차 잊어버리는 광전사가 된다.

그렇기에 괴력의 패널티도 반쯤 몽롱한 상태에서 어떻게든 이겨 냈었는데, 수련을 하며 맨 정신으로 겪는 고통이란 정말 끔찍했다.

“하아, 흐으으으.”

“혀, 형님. 괜찮으십니까……?”

괜히 피해 오지 않게 멀찍이 떨어져서 수련하고 있던 용세하가 기겁하며 다가올 정도로 정시우는 괴로워했다.

그는 용세하가 자신을 부르는 것도 감지하지 못하고 몸을 둥글게 말았다. 마치 전신의 근육을 누군가 잡아 뜯는 것만 같은 느낌. 전신의 피가 불타올라 그를 집어삼키는 것만 같은 느낌.

용의 감각을 지니고 있기에 더욱 괴롭다. 신체 곳곳에서 호소하는 고통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느끼며 겪는 고통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후, 하아아아…….”

하지만 그 고통에서 눈을 돌릴 수는 없었다. 그것이야말로 괴력 스킬이 어떻게 해서 육신을 강화시키는지, 힘이 빠져나간 육신이 스킬에 어떻게 반응하며 영구적인 강화 효과를 이루어 내는지 정시우가 알 수 있게 해 주는 단초였기 때문이다.

“후우…… 이제 좀 알겠네.”

“형님?”

“괜찮아. 앞으로 이 꼴 자주 보게 될 테니 너무 하나하나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형님…….”

패널티가 끝나가는 것을 느끼고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드는 정시우. 만 하루 이상 전력으로 질주해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정시우의 이마에 송골송골하게 맺힌 이슬땀을 보며 용세하는 비로소 깨달았다.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이분은 결코 멈추지 않는구나…….’

정시우는 원래부터 강하다. 그에게 있어 강함이란 갈고 닦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는 것이다.

하지만 타고난 이후의 시점에서, 그 힘을 어떻게 키워 갈지는 온전히 정시우 스스로가 감당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 뛰어난 힘을 절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한편으로 보다 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수련하고…… 무수히 담금질된 강철검처럼 정시우는 그렇게 성장해 왔다.

“좋아, 그러면 다시 해 볼까.”

“그러면…… 저도 수련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여러모로 북받쳐 오르는 것을 느끼면서도, 결국 용세하는 정시우와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 수련을 재개했다.

재능으로는 어떻게 상대도 되지 않는데, 노력량에서조차 뒤진다면 창피해서 그의 곁에 설 수조차 없게 될 테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