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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로그인-141화 (141/260)

# 141

141화.

[그갸우우우우우우우!]

당최 알아먹을 수 없는 몬스터들의 고함이 뱃전을 때렸다. 그러나 배로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소음뿐, 몬스터들은 거기 이르기 전 모두 박살이 났다.

정시우가 망치를 들어 바다 표면을 가볍게 가격하는 것만으로 무시무시한 충격파가 퍼져 놈들이 배를 까뒤집고 바다 위로 둥둥 떠오르게 만들었다. 오직 망치의 충격만으로 발생한 파도가 몬스터들을 휩쓰는 장면은 실로 장관이었다.

“그런데 배도 뒤집어지겠어요, 오빠!”

“아, 그렇구나.”

정시우는 자신의 전투 스타일이 무언가를 지키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실감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크리티컬 불릿이나 조금 쏘아 내고 말 것인가? 그는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와 배 주위를 감돌며 몬스터들을 요격하는 날개 달린 플레이어들을 쓱 둘러보곤,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팬텀바이크를 발진시켰다.

“난 조금 멀리서 싸우지 뭐! 케이나, 사람들 잘 부탁한다!”

[나도 주인님과 그리 다를 바는 없다만…… 일단 선상으로는 그 누구도 올라오지 못하게끔 하겠다.]

“저는 따로 움직이겠습니다, 형님.”

“그래.”

“그럼 저도 따로 움직일게요, 오빠.”

용세하는 몰라도 수아린의 선언은 조금 의외였다. 그러나 수아린은 제법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그의 품에서 날아올라 강림하며 인벤토리에서 무기 하나를 꺼내어 들었다.

그것은 바로 마탄이 없어도 마력만 있으면 마력으로 강화된 실탄을 쏘아 낼 수 있게 하는 도구, 테일러 마포였다.

“베토가 업그레이드를 해 줘서 이젠 B+ 등급까지 올랐거든요. 어지간한 몬스터 상대로는 먹힐 거예요.”

“그렇다 이거지.”

용세하가 정시우와 함께 하면서 나름의 생각을 품게 된 것처럼 수아린도 조금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사격을 연습하던 것도 알고는 있었다. 정시우는 아주 잠깐 고민했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몸조심해라. 가능한 한 세하랑 같이 다니고.”

“넵.”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두 사람이 나란히 날개를 펼쳐 날아갔다. 자유의 몸이 된 정시우는 거침없이 스로틀을 당겨 앞으로 나아갔다.

수면에 닿을락 말락 낮은 고도를 유지하며 나아가는 팬텀바이크가 뿜어내는 스파크에 물살이 갈라지며 파장을 일으켰다. 그것은 일대의 몬스터들을 겁주고, 동시에 유혹하는 파장이었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압!”

오랜만에 기합을 넣어 워크라이도 한 번 질렀다. 용의 위엄을 고스란히 담아낸 포효가 바다 위아래로 퍼지며 몬스터들을 동요케 했다.

[저…… 놈이다.]

[인간의 수장이다.]

가벼운 오해를 사게 된 것 같지만 지금은 굳이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적당히 선단으로부터 멀어졌다 싶은 시점에 수면 위에 멈추어 섰다.

스파크를 튀겨 내는 팬텀바이크가 해상에 홀로 고독히 떠 있으니, 선단을 향해 헤엄쳐 오던 몬스터들이 그것을 발견하고 마찬가지로 멈추었다. 그에게 이끌려 돌진해 오던 몬스터들이 동포들에게 외쳤다.

[놈을 죽여야 한다!]

[저자가 지시를 내리는 광경을 보았어!]

오해란 이렇게 발전하는 것이구나. 몬스터들의 함성으로 그것을 알게 된 정시우는 근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망치를 들었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거대화한 마신의 징벌이 하늘높이 들어 올려졌다.

“그러면 제대로 시작해 보자고!”

강타의 힘을 품고 떨어져 내린 해머가 해수면을 강타한다! 충돌의 순간 해머 헤드 표면에 고루 발린 흑요의 월석 가루들이 일제히 진동하며 충격을 퍼트렸다.

그 결과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 해수면이 사방으로 쫙 갈라지며 정시우에게 속살을 드러냈다. 그 부근에 있던 몬스터들은 단숨에 몸이 터져 죽고, 압도적인 충격량에 수백 미터 바깥에 있던 몬스터들도 기절하기에 이르렀다.

[괴, 괴물.]

[놈을 끌어내려야 해!]

물 바깥에서 폭탄을 쾅쾅 터트려 대고 있으니 지금 이대로는 이길 방도가 없다고 생각한 현명한 몬스터도 있기는 있었다. 해상 몬스터 가운데에는 물과 뭍에서 모두 움직일 수 있는 몬스터가 있는 것!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인어 종족이었다.

[그리 사나운 표정을 짓지 말고 우리에게 와요.]

[우리는 강한 남자를 좋아하죠. 당신은…… 조금 너무 강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들이 한 첫 번째 시도는 미인계였다. 무수한 동포의 희생을 발판으로 삼아 어떻게든 정시우의 해머 폭격을 버텨 낸 아리따운 여성 인어들이 바깥으로 고개를 드러내며 그를 유혹한 것!

옛 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아름다운 인어들의 모습은 그 전승을 알고 있는 이들이라 해도 잠깐쯤은 혹할 법한 것이었다.

“차지…….”

[아, 글렀다.]

[망했다.]

그러나 그들을 본 정시우가 코웃음을 치며 해머 끝에 자연의 마나를 모으기 시작하자 인어들은 그들의 선택이 글렀음을 깨달았다. 물론 그때는 이미 때가 늦어 있었다.

“어택!”

[꾸에에에에엑!]

거대화한 해머 헤드에 모여든 압도적인 질량의 마나가, 해방 순간 바다를 강타하며 먼젓번의 충격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끔찍한 파도가, 해일이 일어났다.

해머가 지니고 있는 옵션 차지 어택! 그것은 레이지 라이플이 지니고 있던 차지 샷의 근접공격 버전으로, 자신의 마나가 아닌 외부 마나를 끌어들여 압도적인 공격력을 만들어 내는 필살기였다.

무기에도 무리가 가고 그것을 구사하는 인간에게도 무리가 가기에 그리 연발할 수는 없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나 그 파괴력만은 가히 발군!

타격 순간 수십 미터 이상 높이로 솟구친 해일이 인어들이 미인계를 펼치는 틈을 타 앞뒤 안 가리고 돌진해 오던 돌격대 무리를 단숨에 쓸어버렸다.

참고로 미인계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기습하여 정시우를 물밑으로 끌어내린다는 것이 바로 그들의 두 번째 작전이었으나 완벽히 터 버리고 말았다.

[갸아아아아아악!]

[헤, 헤데아 님……!]

[물을 거스르는 인간이 왔다! 카학……!]

더욱 최악인 점은, 정시우의 해머에서 발현된 흑뢰 속성이 물을 타고 번져 공격 범위 내에 직접 들어와 있지 않던 몬스터들까지 감전시켜 버렸다는 것이다. 세 번째 작전을 준비하던 몬스터들이 그것을 피로할 틈도 없이 몰살당했다.

“좋아, 경험치가 제법 잘 들어오네.”

자신이 만들어 낸 거대 해일이 파도가 되어 부서져 내리는 과정에서도 무수한 킬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정시우가 흡족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저기 피떡이 된 인어들의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것이 보였다. 생전에 여자 인어였든 남자 인어였든 죽고 나면 어포였다.

“어디.”

그는 일대 몬스터가 방금 그가 일으킨 해일에 싹 쓸려 나가 한가해진 참에 인어들의 시체를 회수하여 그들이 지니고 있던 마나를 알아보았다. 지구에서 탄생한 몬스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역시 그들은 신의 영향을 받고 있는 몬스터였다.

‘놈들이 헤데아라는 말을 했었지…….’

그는 인어의 몸에 지극히 미약하게 남아 있는 색다른 신의 흔적을 파악하며 눈빛을 날카롭게 빛냈다. 어쩌면 바다에도 신의 파편이 직접 들어와 있는 것일까? 찾아볼 가치는 충분했다. 물론 바다가 더럽게 넓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일단은 우릴 공격할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해 줘야겠지.”

그가 다시 망치를 들어 올렸다. 두 달간 노력의 산물, 무기와 육신의 동조가 최고조로 이루어져 그의 의식을 확장시켰다. 용의 감각이 널리 퍼지며 이 바다를 가득 채우고 있는 몬스터들의 심장 뛰는 소리를 그에게 들려주었다.

실로 무수한 몬스터들이 배를 노리고 있다. 바다의 무서움을 모르고 스스로 그 안에 발을 들여놓은 인간들을 응징하고자.

‘내가 한두 명 더 있었으면 몰라도, 인간들이 과신하던 안전한 항해만큼은 죽었다 깨어나도 무리겠네.’

정시우는 냉정히도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팬텀바이크를 발진시켰다. 바다 위로 다시 한 번 그의 워 크라이가 울려 퍼졌다. 이미 그 무서움을 뼈저리게 실감한 몬스터들이라 해도, 그의 전투함성을 거슬러 피해 갈 수는 없었다.

그는 그 후로 두 번 더 해일을 일으켰고, 한 번의 레벨 업을 했다. 그러나 수십 척의 배를 향해 돌진해 오는 몬스터 무리를 전멸시켜 그중 가장 강했던 상어꼬리 인어의 사체를 잡아끌고 유람선으로 복귀했을 때, 그 위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건 얘기가 다르지 않은가!”

“대체 그 얘기 누구랑 나누신 거죠? 우리들은 배를 지키고 몬스터들과 싸우기 위해 이 배에 올랐어요. 승객 개개인의 안전을 보장한 기억은 없습니다.”

싸우고 있는 것은 아까 정시우에게 다가와 그의 아버지 정시환에 대해 아는 척을 했던 남자와, 그의 좋은 친구 이서희였다.

“날씨도 좋은데 무슨 일로 싸우…… 오오.”

정시우는 팬텀바이크의 시동을 꺼 인벤토리에 집어넣고는 갑판에 섰다. 다 무너지고 난리도 아닌 선상 위에 몸의 절반이 날아간 사람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 아무래도 논쟁은 그것을 두고 벌어지는 모양이었다.

“대체 운영을 어떻게 하는 거야! 민간인을 다치게 놔두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이냔 말이야! 하물며 이렇게, 이렇게 끔찍하게…….”

“그것을 왜 제게 따지시는 지 알 수가 없네요. 저는 WPC의 일원으로서 미국 정부에 협조 요청을 받고 결계를 설치했을 뿐입니다.”

“결계! 그 결계는 우리를 전혀 지켜 주지 못했잖아!”

정시우는 가만히 그것을 보다가는 까딱 손짓을 했다. 귀신 같이 그에게 날아온 용세하가 빠르게 설명을 해 주었다.

“대피 명에 따르지 않고 플레이어들의 전투를 구경하겠다며 깝치던 놈 하나가 펄쩍 뛰기 스킬을 지닌 상어한테 물려 반신이 뜯겨 죽었습니다. 저 사람이 이서희 양을 추궁하는 건, 그녀가 결계 설치며 전투상황에서의 지시 등 주도적인 모습을 보여 리더로 인식했기 때문인 모양입니다.”

“아주 좋은 요약이야.”

정시우는 용세하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고는 플레이어와 민간인으로 양분된 논란의 장으로 다가섰다.

“아, 시우야!”

차마 민간인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말로 납득시킬 수도 없어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서희가 정시우를 보자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발견한 해님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반면 민간인 측 대표 역시 정시우를 보자 달님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시우! 어째서 배에 없었던 건가!”

“바다 저 너머까지 나가서 몬스터들 몰살시키고 오느라.”

그는 이서희의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려 주고는, 이어서 남자의 어깨를 적당히 두드려 주었다. 남자가 그 자리에 무너졌다. 갑판이 무너질 뻔한 충격이었다.

“어어어어억!”

“야.”

바닥을 구르는 남자를 내려다보며 정시우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민간인 보호 조약 같은 데 서명한 적 없다. 덤으로 동물원 원숭이도 아니지. 목숨 걸고 구경하는 건 너희 자유지만 자기 목숨의 대가를 플레이어에게 묻는 건 멍청한 짓이라고. 우리가 너희 보디가드로 보여?”

장내가 조용해졌다. 용의 위엄은 인간들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기가 약한 이들은 감히 숨조차 쉬지 못했다. 그가 고개를 들자, 숨소리를 내면 그에게 살해당하기라도 할 것처럼 모든 인간이 쭈뼛쭈뼛 움츠러들었다.

“힉.”

“후우…….”

수천 명의 인간이 일제히 침묵하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으나, 그것을 둘러보는 정시우의 속내는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유람선을 띄우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어째서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단 말인가. 플레이어들에 의해 세계의 균형이 조금씩 잡히니 이젠 몬스터도 만만하게 보였던 것일까. 안타깝지만 그것은 균형이 아니라 유예일 뿐이었던 것을.

“슬슬 현실을 깨달았으면 방향 돌려서 돌아가든가, 쥐 죽은 듯이 얌전히 있거나 해. 물론 돌아가는 길에는 너희 배에 타 주는 플레이어가 없을 거야.”

정시우는 타협을 허락지 않는 단호한 목소리로 단숨에 사태를 정리해 버렸다. 그들 가운데에는 소국 하나를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만큼의 부를 지닌 사람도 있었으나, 지금 이 자리에선 플레이어 한 명 제 뜻대로 부릴 수가 없었다.

그들은 두고 보자며 치를 떨면서도 당장은 닥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정시우는 유람선에 탄 모든 이들의 적의를, 모든 플레이어들의 경외를 받게 되었다.

유람선은 화물선들과 보조를 맞추어 항해를 계속했다.

당연하게도, 선상 파티는 두 번 다시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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