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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로그인-135화 (135/260)

# 135

135화.

첫 격돌에서 누가 밀렸는가 하면, 놀랍게도 정시우였다.

“이것 봐라?”

[꾸오오오오오오오!]

겨우 그것밖에 안 되냐는 듯 테디베어가 낄낄거렸다. 그러나 정시우는 분명히 파악했다. 놈과의 충돌 순간, 겉으로 나와 있던 분체들을 분사해 충격량을 줄이고 빠르게 바로 뒤의 대기조가 튀어나오는 식으로 충격량을 줄여 냈다는 사실을.

물론 모두 막아 낼 수 없어 수백 마리의 테디베어가 죽기는 했지만 그 정도로 끝났다는 것이 놀라운 점이었다.

“한낱 몬스터가 저런 첨단 기술까지 갖추고 있다니…….”

“오빠, 양옆에서 다른 테디베어들이!”

“알고 있어!”

뒤로 밀려났다지만 상처는 없다. 충격은 마신의 징벌에 대부분 집중되었고, 그것조차 망치 단면의 흑요의 월석 가루들에 의한 진동에 상당부분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허공에 가만히 멈춘 그를 노리고 양옆에서 덮쳐드는 테디베어들을 피해 팬텀바이크를 위로 솟구치게 했다. 견제하듯 쏘아 낸 크리티컬 불릿 몇 방인가가 수십 마리의 분체들을 핏물처럼 허공에 튀어 오르게 만들었다.

[붙잡는다! 흡수한다!]

[꾸오오오오오!]

왕관 테디베어가 다른 테디베어들에게 짤막하니 지시를 내렸다. 놈들은 그 즉시 놀랍게도 그 거체를 이끌고 허공으로 폴짝 뛰어올랐다. 얘기를 듣자하니 일단 정시우를 구속해 다짜고짜 안에 밀어 넣기만 하면 흡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그 농담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지금은 때가 안 좋아요, 오빠!”

그 순간, 정시우는 해머의 거대화를 풀고 팬텀 바이크를 재차 빠르게 급강하시켰다. 허공에서 그의 신형이 뚝 떨어지자 하늘에 뜬 그를 붙잡기 위해 허공에 붕 떠 버린 테디베어 두 마리가 당황하며 시선으로만 그를 쫓았다.

정시우는 빠르게 놈들의 뒤로 돌아가, 하늘에서 팔을 허우적거리며 떨어져 내리는 놈들을 향해 해머의 끝을 조준했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부터 벌일 짓이 미쳤음을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거침없이 행했다.

“고우…… 슛!”

그가 벌인 짓이 무엇인가 하면, 전투질주와 강타의 힘을 섞어 해머에 주입하는 것과 동시에 해머를 거대화시키는 것이었다. 그것도 ‘대’ 버전으로!

“으와아아아아아아악!”

[꾸와아아아악!]

[쿠그아아아아아!]

바로 그 순간, 정시우와 두 마리 거대 테디베어의 비명이 동시에 울려 퍼져 테디베어들의 마을을 가득 채웠다.

여태까지 정시우가 거대화의 ‘소’ 버전만 애용하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중’자부터는 제아무리 정시우가 괴력의 소유자라고 해도 마음껏 들고 휘두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 ‘대’자를 주문했으니 어떻게 되었겠는가? 두 손으로 들고 있기도 힘들 만큼 끔찍한 무게가 손잡이를 타고 전해져 그에게 고통을 선사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펼친 특대 공격의 효과는 확실했다. 길이만큼이나 해머의 면적도 엄청나게 거대해진 채 전면으로 튀어 나갔고, 두 마리 거대 테디베어들은 허공에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망치 강타 발사에 얻어맞았다.

[꾸이이이이이익!]

“곰이 하늘을 난다!”

“정말 지치지도 않고 농담을!”

엄청난 추진력, 압도적인 공격력! 두 마리 테디베어의 몸통을 공중분해시키기에 충분한 일격은 추가 효과까지 낳았다.

여전히 독염의 힘을 품고 있던 해머에 당했으니 그것에 얻어맞은 분체들 사이로 속성의 힘이 전염되었고, 터무니없는 속도의 공격에 얻어맞은 테디베어들은 무수한 분체의 사체로 나뉜 채 망치가 쏘아 내진 방향으로 튕겨 나가게 된 것!

그것을 다른 방향에서 본다면, 독과 불꽃을 품은 수십만 개의 탄환이 전면으로 쏟아지는 광경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탄환이 쏟아지는 방향에는 다른 무수한 일반 테디베어들과 함께 왕관을 쓴 초거대 테디베어가 있었다.

[배, 백성들이.]

놈은 당황하면서도 몸을 놀렸지만 수십만 개 탄환 앞에 몸을 숨길 곳 따위는 없다. 결국 놈은 아까 정시우의 공격을 상대로 펼쳤던 테크닉을 다시 한 번 내보이는 수밖에 없었는데, 공격에 당해 상태이상이 걸리는 순간 그 분체를 떨쳐 내는 모습이 실로 비정하게까지 보였다.

하지만 그 결과 탄환이 모두 효과를 다했을 때, 놈의 크기는 처음 나타났을 때의 5분의 2 정도로 줄어 버리고 말았다.

“이야, 이제 좀 눈높이가 맞네.”

[네, 놈…….]

데미지를 줄이고 상태이상을 피하기 위해 분체를 분사한다, 군단의 왕으로서 전투의 승리를 거두기에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정시우가 쏘아 보낸 수십만 개의 탄환을 앞에 두고 써먹기에는 그 방법이 그리 좋지 않았다.

“군단을 부수기 위해 군단을 이용한다, 과연 현명하십니다.”

“무서워 죽겠어요, 아주.”

정시우의 공격은 두 마리 거대 테디베어를 없애고, 테디베어의 왕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테디베어의 왕을 맞추지 못한 탄환은 불과 독을 머금고 사방으로 떨어졌고, 아직 전투에 참가하지 않고 있던 테디베어나 이제 막 하나로 합치던 테디베어들에게 불과 독을 전염시켰다.

확실히 지금 이 상황에서는 저주의 뇌전보다 독과 불꽃이 효과적이다. 비록 그 랭크는 B+에 불과하지만, 개체의 레벨로서 300을 돌파한 것도 아닌 조무래기들에게는 한 호흡 들이마시기만 해도 생명의 위기와 직결되는 치명적인 상태이상이었으니까.

[네놈을 반드시 우리 군단의 일부로 만들겠다!]

“지치지 않는 투혼, 마음에 들어.”

정시우는 무리하게 거대화한 망치를 들고 버티는 바람에 찢기고 갈라진 손바닥에 수아린의 치유를 받으며 다시 놈과 대치했다. 마신의 징벌은 다시 소 버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번에도 과연 내가 밀릴지 궁금한데그래.”

[합체!]

아직까지 상태이상에 감염되지 않은 테디베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왕의 몸체를 다시 키웠다. 물론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정시우가 아니었다.

그는 해머를 들고 바닥을 쓸듯이 휘둘러 이곳저곳에 널브러진 작은 테디베어들을 다시 쳐 날렸다. 죽은 테디베어들의 사체가 탄환이 되어 한때 동료였던 테디베어들을 공격하는 모습은 실로 눈물겨웠다.

“대체 누가 악당인지 모르겠어…….”

“그럼 붙어 보자고!”

거대 해머를 들고 돌격한 정시우와 테디베어의 왕이 재차 부딪혔다! 위에서부터 내리쳐지는 해머를 한 팔을 들어 막은 테디베어가 발을 들어 정시우를 걷어찼다. 용의 감각을 활성화한 정시우의 귀에 그 발끝에 가득 모여든 테디베어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하나가 되는 거야!]

등골이 오싹하다. 설마 군단의 신이라는 것은 거짓말이고 키메라들을 다스리는 메티모아가 진짜 정체인 건 아니겠지. 물론 키메라에게도 삼켜지지 않은 정시우가 이 엉터리 군체에 집어삼켜지는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기분 더러운 경험을 굳이 할 필요는 없겠지!”

거대화 해머의 장점은 크기의 변환이 자유롭다는 것! 순식간에 해머의 크기를 줄여 그것을 회수한 정시우가 재차 해머를 거대화해 놈의 발을 내리쳤다. 끔찍한 굉음과 함께 또다시 수백 마리의 분체가 사멸했다.

[그들 모두를 꺾지 않는 이상 너는 내 권위에 도전조차 할 수 없어. 한 가지 즐거운 소식을 알려 줄까? 그들은 증식해. 이미 이 세계는 반쯤 나의 것이나 다름없거든. 이방인인 네가 이길 방법은 없어.]

적절한 타이밍에 다시 그에게 속삭여 오는 중년 아줌마. 정시우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코웃음을 쳤다. 테디베어가 증식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죽은 테디베어들의 사체가 사라질 때마다 마을 중앙에서 새로운 마나의 싹이 돋아나는 것을 느끼며 이미 반쯤 깨닫고 있었다.

“그래 봤자 내 경험치가 늘어날 뿐이야.”

그 자그마한 테디베어 한 마리를 죽여 봤자 정시우의 성장에 보탬이 되지는 않겠지. 하지만 그놈들이 모두 테디베어의 왕에게 포함되어 놈을 강화시키고 있다면, 그놈들을 죽이는 것을 반복하며 테디베어의 왕이 품고 있는 코어 마석의 크기를 기울 수 있다면…….

“결국 놈이 몇 레벨에서 죽게 될지, 아주 궁금한걸.”

[용의 후계자다운 말이구나. ……역시 지구로 녀석들을 보낸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어. 조금 더 나를 웃겨 주렴.]

군단의 신이 퍽이나 즐거워하며 웃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설령 여기서 정시우가 테디베어의 왕을 쓰러트린다 해도 그녀에게는 세상을 차지하고 있는 인간의 종속이 세운 나라가 있고, 혹여 그 나라까지 무너진다 해도 그녀가 다스리는 다른 무수한 세상은 멀쩡히 버티고 있으니까 말이다.

지금 정시우가 아무리 영웅적인 행보를 보인다 해도, 그것은 개성이 없는 일개미 가운데 한 마리 개미가 특이한 모습을 보이는 것, 결코 그 이상의 감상을 줄 수 없었던 것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말이다.

그로부터 두 시간 후, 정시우는 테디베어의 왕을 완벽히 사멸시켜 두 번의 레벨 업을 했다. 어느 순간인가부터 그의 파괴 속도가 테디베어들이 생성되는 속도를 추월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왕이 죽어도 테디베어들은 아주 느릿느릿 태어나고 있었지만, 놈들은 결코 이전과 같은 세력을 형성할 수 없을 터였다. 정시우가 그들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왕관을 회수했기에.

[결국 승리했구나. 네가 나의 인간 종속과 맞부딪히는 순간이 몹시 고대…….]

정시우는 왕관에서부터 들려오는 신의 목소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버렸다. 강탈 능력을 발휘하는 것도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 그곳에 남은 것은 막대한 힘을 지닌 왕관뿐이다.

“좋아, 득템.”

“그 여자 목소리가 아주 시끄러웠는데, 차단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선배님도 점점 태연해지시는군요.”

그는 테디베어의 왕이 남긴 마석까지 깔끔하게 회수했다. 먼젓번 회수한 마석보다 무려 30%가량은 거대했다. 아까 먼저 쓰러트린 테디베어들의 마석들도 있으니 이 세계에 와서 벌써 거대 마석만 네 개는 확보한 셈.

“음…… 이 세상에 이 테디베어 군락 같은 곳이 또 있을까?”

“있어도 많지는 않겠죠? 군단의 신이 바보도 아니고, 제 힘을 곳곳에 흘리고 다니진 않을 테니까요.”

“아, 과연 그런 모양이야.”

정시우가 돌연 그렇게 말하곤 일행을 끌어당겨 은신 능력을 발휘했다. 직후 테디베어의 군락으로 사람 수십 명으로 이루어진 집단이 돌입해 왔다.

“설마 이런 곳에 있었을 줄은…… 뒤세느 님도 실로 악취미이시지 않은가. 종속끼리 서로 겨루게 하여 힘의 주인을 정하시겠다니.”

“그분의 뜻에 의문을 품지 마라. 그분은 군단을 다스리기에 보다 적합한 대리자를 찾으실 뿐이다.”

“죄, 죄송합니다, 케나토 님.”

그들은 상당히 강력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특히 중앙에서 다른 이들에게 둘러싸인 채 지시를 내리고 있는 인간은 적어도 지구에는 없었던 수준의 강자였다. 만약 다른 이가 그를 케나토라고 부르지 않았더라도, 정시우는 금방 그의 정체를 알아챘을 터였다.

“과연, 레벨 300의 강자가 신의 축복까지 받으면 저렇게 된다 이거지.”

“기회가 되면 붙어 보실 생각 아니었어요?”

어째서 그들의 모습을 발견하자마자 정시우가 은신을 했는가. 또 은신을 했다고 해서 왜 저놈은 그를 발견하지 못하는가. 수아린의 의문에 정시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군단의 신의 힘은 이미 질리도록 겪었잖아. 더욱이 성물까지 얻었는데, 그 기운을 피해 숨는 건 간단한 일이지. 은신이라고 다 같은 은신이 아니거든.”

“음, 역시 재수 없네요.”

“더욱이 난 누가 만들어 둔 무대 위에 올라가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 피할 수 있는 건 피해야지.”

그들이 딱 지금 이 타이밍에 이곳으로 찾아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정시우가 벌인 만행의 여파로 레드 티베이드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결계가 뚫렸기에 저자들이 이곳을 인식할 수 있었던 것.

“아니, 어째서 몬스터들이!?”

“아주 조금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론 전혀 부족해. 더욱이 성물도 보이지 않아!”

“서, 설마 그 짧은 사이 다른 누군가에게 털렸단 말인가……!”

“뒤세느 님께서 거짓을 말씀하셨을 리는 없다. 아마 다른 신들이 우리를 방해하려 공작을 펼친 모양이다.”

그리고 정시우를 케나토와 붙여 보고 싶었던 군단의 신은 아마 그 기회를 틈타 케나토에게 언질을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저들이 신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 확실했다.

“여기서 저놈들까지 죽여 버리면 군단의 신의 세력이 다른 신의 세력에게 밀릴 가능성이 있어. 군단의 신이 짜증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신이 득세하게 놔두면 결국 지구에까지 영향이 오겠지.”

“거기까지 생각하고 계셨어요!?”

“그러니까.”

군단의 신의 세력을 조금 꺾었으니, 다음으로는 화염의 신의 세력을 줄여 둘까. 혼자서 신의 전쟁을 조율할 생각을 하는 정시우의 발언에 수아린은 그저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화염의 신…… 놈들의 짓임에 분명해. 이 눌어붙은 탄 자국을 봐!”

“케나토 님!”

“……돌아간다. 감히 나의 것에 손을 댄 놈들은, 모조리 찾아 죽여 버려야겠지.”

정시우는 끝끝내 그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케나토 일행을 손을 흔들어 배웅하고는, 마찬가지로 그 자리를 빠져나와 다른 방향으로 바이크를 몰았다. 입가에는 산책 나온 할아버지 같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스스로의 선언대로 화염의 신의 종속들을 아주 조금 깨부순 정시우는 후일을 기약하며 유유히 지구로 넘어왔다.

그의 레벨은 145에 이르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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