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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로그인-114화 (114/260)

# 114

114화.

[코어를 모두 잃어 세트나크의 73마성이 완벽히 붕괴합니다.]

[지구에 끼치는 세트나크의 영향력이 1.2% 줄어듭니다.]

[세트나크의 힘의 파편을 완전히 처리하게 되면 지구에 끼치는 세트나크의 영향력이 추가로 0.9% 줄어듭니다.]

“허, 이것 봐라.”

정시우는 게이트를 뛰어넘어 그랜드캐니언으로 돌아오자마자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읽으며 기가 막혀 중얼거렸다.

“완벽하게 처리했는데도 고작 2.1%?”

“세트나크가 라이아보다 훨씬 강한 신이라는 거겠죠. 저도 신성력이 거의 바닥이 났어요. 73마성, 정말 무서운 공간이었어…….”

“전 제대로 숨도 못 쉬었습니다. 선배님이 존경스럽습니다.”

신의 힘에 경이는 느꼈어도 압도는 되지 않았던 정시우와는 달리, 그의 서포터들은 지구로 돌아와서야 간신히 무거운 숨을 토해 내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정시우는 서포터들이 그러고 있도록 놔두곤 아직 손에 들린 채인 관의 모습을 확인했다.

‘투시 능력으로도 내부를 명확히 파악할 수가 없네…….’

만약 육감의 합일을 이루지 못했더라면 투시를 해 볼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용의 감각을 얻으며 인지 감각이 초월에 이르렀기에 간신히 신의 힘을 제대로 느끼고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도 얼추 살릴 수는 있겠다.”

딱히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혼잣말로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 손등의 문신이 미친 듯이 발광했다. 이젠 그녀의 의사를 보다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녀는 지금 맹렬히 기뻐하고 있었다.

“일단 휴식처로 돌아가자.”

“찬성이에요.”

“저도 쉬고 싶습니다.”

그는 곧장 휴식처로의 입구를 열고 들어섰다. 흑의 관은 완전히 세트나크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그에게 귀속되어 있었기에 순순히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후, 이제 좀 살겠다.”

“역시 휴식처가 편하네요. 기분 탓인지 몰라도 마나도 조금 따스하게 느껴져요.”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모양인지 서포터들은 쉴 생각으로 만만이었다. 그는 씻을 순서를 정하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하는 수아린과 용세하를 보며 피식 웃고는 말했다.

“아린이는 나를 좀 더 도와줘.”

“너무해!”

“감사합니다, 형님!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부전승을 거둔 용세하가 잽싸게 욕실로 달려갔다. 혼자 남은 수아린이 원망하는 눈으로 그를 째려보다가는 이내 아직까지 그의 한 손에 붙들려 있는 흑의 관을 보고는 에휴, 어깨를 늘어뜨렸다.

“오빠는 정말 오빠 곁에 저처럼 우수한 사제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셔야 해요.”

“그래, 항상 고마워.”

“피, 말로만.”

그 말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여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 주제에 투덜거리는 척하는 수아린.

정시우는 어쩌다 이렇게 귀여운 녀석이 세상에 나왔을까 가끔은 진지하게 궁금할 때가 있었다. 언젠가 그녀에게 말뿐이 아닌 마음을 담은 보상을 해 주자고 결심하며 그는 인벤토리를 열었다.

“일단은 케이나를 꺼내고.”

그랜드캐니언에서 세트나크가 다스리는 세계로 통하는 게이트를 찾았던 것은 어디까지나 케이나의 핵에 마나를 충전하기 위해서였다.

워낙 요구 마나량이 많아 처음엔 어찌될까 싶었지만, 흑의 관에 깃든 세트나크의 힘이 정시우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을뿐더러 용의 감각을 깨우쳐 마나를 다루는 능력이 더욱 향상된 지금은 같은 신의 마나라도 보다 효율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정말 동생은 무사할 수 있는 것인가?]

“그렇대도.”

얼마나 염원이 간절했으면 이젠 부르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의식을 밖으로 내보낸 베아체가 정시우에게 사념을 보내 왔다.

하긴 세트나크에게 낚여 얼마나 긴지 짐작도 할 수 없는 세월 뻘짓만 하고 있었던 그녀이니 동생에 대한 집념이 얼마나 간절할지 대충 이해가 가기는 했다.

[만약 정말 동생을 살려 낼 수만 있다면 나는 무슨 일이든 하겠어.]

“안 그래도 넌 내 말에 따라 무슨 일이든 해야 되거든.”

[큭.]

낙장불입이라, 이미 그녀의 영혼을 완벽하게 빨아들인 지금 정시우는 그녀에게 무슨 명령이든 내릴 수 있었다.

단지 소울 포스 스킬이 성장하고 영혼을 대하는 법을 깨우쳐, 그들에게 더한 자유의지를 부여할 수 있게 되었기에 이런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동생을 구해 주지 않겠다는 얘기가 아니니 안심해. ……자, 그러면.”

한 손에는 케이나의 핵을, 다른 한 손에는 흑의 관을 든 채 정시우는 두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이미 한 번 컨트롤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흑의 관을 이루고 있는 세트나크의 마나는 정시우의 명을 상당히 고분고분하게 따랐다.

‘끌어들여서, 정화한다.’

보다 정확히는 마나를 지배하고 있는 신성을 정시우 맘대로 지배해 뜯어고친다.

이것을 그가 직접 흡수할 것이라면 약간의 손실을 감수하고 심장으로 흘려보내 더한 변형을 일으켜야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언데드의 핵을 충전하기 위한 것이기에 세트나크의 흔적만 지워 곧장 케이나의 핵으로 흘려보냈다.

본디 그것은 머리에서 김이 나도록 끔찍한 집중과 마나 조작을 요하는 일이었으나, 전신으로 마나를 감지하며 다룰 수 있게 된 정시우에게는 제법 해 볼 만한 일이 되어 있었다.

[세트나크의 마나를 이렇게 쉽게…….]

반면 그에게 이제 막 종속되어, 그가 마나를 부리는 것을 깊이 느낄 수 있게 된 베아체는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적적인 일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강압적인 지배력인데 어찌하여 마나가 풀려나는 광경은 이다지도 아름다우며 부드러울 수 있단 말인가. 단편적인 광경에서 복합적인 감상을 느끼며 베아체는 그저 간절히 흑의 관을 주시했다. 세트나크의 힘이 그녀의 동생을 언데드로 만들지 않기를 기도했다.

[데스나이트 케이나의 핵]

[랭크 ? S-]

[마력 완성도 ? 55%]

“됐다.”

고작 1%가 올랐을 뿐이지만 케이나의 핵에 변화가 나타났다. 순수한 죽음의 마나로 화한 세트나크의 힘이 정시우의 인도를 따라 케이나의 핵에 차올랐다. 지극히 높은 순도의 죽음이 전해져, 데스나이트의 핵을 영구적으로 강화시키기까지 했다.

[데스나이트의 핵…… 세트나크의 솜씨에 비해 부족하지 않아. 설마 한낱 인간이 이런 것을 갖고 있을 줄이야…….]

“마음에 들었냐? 실은 입주자를 찾고 있어.”

[……생각해 보겠다.]

생각은 무슨, 정시우는 이미 데스나이트가 되어 움직일 영혼으로 베아체를 점찍고 있었다. 보이는 성별도 같고, 데스나이트 출신인 그녀라면 그야말로 자격에 합당하지 않겠는가! 아, 다시 1%가 올랐다.

[마력 완성도 ? 57%]

[마력 완성도 ? 59%]

“후우우, 빡세진다.”

마력 완성도가 60%를 넘어갈 즈음, 처음엔 얌전했던 흑의 관이 점차 거칠게 반항했다.

이전의 정시우였더라면 그것을 힘으로 찍어 눌러 제압했겠지만 관 안에는 그가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 있었다. 세심한 컨트롤로 최대한 반항을 부드럽게 흩어 버리며 정시우가 수아린에게 부탁했다.

“이 안에 있는 아이를 보호해 줘.”

“잘은 안 보이지만…… 해 볼게요.”

흑의 관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일이었더라면 제아무리 치유사 랭커인 수아린이었더라도 무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흑의 관을 구성하는 모든 마나는 정시우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상황. 그 덕에 그녀의 신성 방어막이 반발을 일으키지 않고 베아체의 동생을 보호할 수 있었다.

[신성 방어막으로 보호받고 있어…… 아직 언데드가 아니란 뜻이다.]

“가사 상태라는 건 변하지 않았어. 너무 안도하지는 마.”

[대체 누구 편인가.]

“나는 내 편이지.”

정시우는 당당하게 말하며 작업을 이어 갔다. 자신만만한 선언과는 달리 무척 조심스럽게 일을 진행했기 때문에, 흑의 관을 이루던 마나 중 절반이 케이나의 핵에 옮겨 가기까지 무려 20분이나 되는 시간이 걸렸다.

[마력 완성도 ? 79%]

“오빠, 될까요?”

“딱 맞거나 조금 남겠는데.”

“우리가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는 건 알겠어요.”

수아린에게 있어 다행스러운 점은 이곳이 휴식처 안이라는 것. 대체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서는 마나를 소모해도 소모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녀의 전력으로 펼친 실드 마법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마력 완성도 ? 81%]

[제발, 베토…….]

“베 자 돌림이냐.”

피식 웃으며 베아체의 말에 대꾸하는 정시우의 이마에도 어느덧 식은땀이 살짝 맺혀 있었다. 보유마력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 흑의 관은 언제 붕괴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것을 자신의 마력으로 억제하며 그 안에서 조심스레 세트나크의 힘을 빼내는 것이다. 작업은 점점 더 어려워져만 갔다.

[마력 완성도 ? 84%]

그로부터 5분여가 더 흘렀을 때, 흑의 관에 갇혀 있던 베아체의 동생, 베토의 겉모습이 드러났다. 금발의 잘생긴 사내아이로 나이는 고작 열 살 정도 되어 보였다. 그런 아이가 최후의 2인 중 하나였다니 베아체의 고생을 알 법했다.

[베토……!]

“지금부터가 중요해.”

이제 흑의 관에 남은 신의 힘은 고작 40% 정도. 힘의 덩어리가 작아질수록 저항 또한 옅어져 정시우가 통제하기 힘들 만큼 압도적인 양의 마나가 빨려 들어왔다.

만약 용의 감각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정시우는 이를 악물고 전신 감각을 확장하여 필사적으로 마나를 컨트롤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케이나의 핵이나 베토가 문제가 아니라, 그의 근본이 오염되어 세트나크의 졸로 전락하고 말 터였다.

[마력 완성도 ? 92%]

[마력 완성도 ? 94%]

“하지만 그 어려운 걸 내가 해낸단 말이지.”

“아, 이럴 땐 쫌.”

[마력 완성도 ? 99%]

마치 마력에 세트나크의 의지가 있어 그를 무너트리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마지막 순간 흑의 관을 이루고 있던 모든 마나가 풀려나 정시우를 덮쳤다.

그러나 정시우는 전신 피부를 통해 마나를 완벽하게 빨아들여, 다음 순간 그것을 전환하여, 모조리 케이나의 핵에 쏟아붓는 데 성공했다.

[마력 완성도 ? 103%]

“됐다!”

[베, 베토는!?]

“걘 이제부터 봐야지.”

정시우는 필사적인 베아체의 물음에 침착하게 답하며 흑의 관이 사라지고 휴식처 바닥에 놓인 베토를 살폈다.

정시우와 수아린의 조치가 얼마나 완벽했으면 베토의 몸 어디에서도 세트나크의 마력은커녕 사기 한 톨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겉으로만 보면, 녀석은 완전히 멀쩡했다.

“아린아, 이 녀석 상태 좀 파악해 줄래?”

“마법에 의한 가사 상태예요. 세트나크의 힘으로 가사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으니 이론상으로는 지금 깨어나야 맞죠. 하지만 아무래도 변수가 많으니…….”

그리고 그런 변수들을 해결하는 것이 사제의 신성력이다. 수아린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피곤했으나 어떻게든 의식을 붙잡고 정시우 곁에 주저앉아 베토에게 신성력을 불어넣었다.

육신을 보호하는 마법에서 시작하여 원기를 북돋는 마법, 피로를 없애는 마법과 내상을 치유하는 마법, 그녀가 배우고 익힌 모든 버프가 녀석에게 작렬했다.

“칵, 카학.”

아이가 기침을 내뱉었다. 아주 약간의 피가 섞여 있었지만 신체 상태는 비교적 온전했다. 가사 상태가 풀려, 미약하게나마 아이의 의식이 돌아왔다. 아직 말도 못 하고 눈도 뜨지 못했지만, 가녀린 숨결 속에서 살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졌다.

[베토, 베토…….]

기어이 베아체는 스스로의 의지로 문신에서 뛰어나와 영체화하기에 이르렀다. 만질 수 있었더라면 동생을 끌어안고 펑펑 울기라도 했을 것이다. 기진맥진해 가만히 그것을 보던 정시우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데스나이트일 때랑 완전 다르네.”

“가족이란 그런 거죠.”

정시우와는 달리 수아린은 이세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신의 음성만은 언어 영역을 뛰어넘어 뇌리에 직접 꽂히는 메시지였기에 파악할 수 있었지만 베아체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동생을 향한 정만은 느낄 수 있었다.

“그럼 잠깐 이대로 둘까.”

어차피 쉬고 싶기도 했고, 당분간 저대로 두어도 별문제는 없을 것이다. 정시우는 일을 모두 완벽하게 마친 자신에게 뿌듯함을 느끼며 끙차,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든 조건을 달성하여, 개미굴의 거주영역을 개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방하시겠습니까? 재화는 따로 소모되지 않습니다.]

“아, 왜.”

그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아무래도 휴식을 취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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