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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로그인-106화 (106/260)

# 106

106화.

[레벨이 9 올랐습니다. 마력이 추가로 6 상승합니다.]

[괴력 스킬의 레벨이 4가 되었습니다. 힘과 체력이 추가로 5 상승합니다. 육신이 강건해져 병이나 기타 상태이상에 잘 걸리지 않게 됩니다. 육체가 튼튼해져 스킬의 후유증이 줄어듭니다.]

[강타 스킬의 레벨이 40이 되었습니다.]

정시우는 사냥이 끝나는 대로 자신의 레벨이 오를 것이라 미리 짐작하고 있었기에, 다른 이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금 떨어진 상공에서 레벨 업의 순간을 맞이했다.

“끄으으으으으으.”

비록 초거대 몬스터를 때려잡은 것은 모두의 힘이었지만, 그들 중 몬스터의 기록과 마나를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단 한 명 정시우뿐이었다. 당연하게도 죽은 몬스터의 힘은 모두 그에게로 흘러들어와 레벨을 단숨에 9나 올려 버렸다.

난이도가 높은 던전을 세 번 이상 클리어해도 얻지 못할 경험치가 들어왔으니, 몬스터의 레벨이 정말 높았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끄우아아아아아아.”

“오빠, 오빠! 힐!”

물론 괴력 스킬의 후유증이 덮쳐 와 그를 괴롭힌 것도 따로 떨어져 나온 이유 중 하나였다. 그나마 수아린의 치유 마법이 그의 회복을 돕자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후, 후우…….”

“오빠, 이제 좀 괜찮아요……?”

“4레벨로 오르니까 좀 낫다. 그래도 레벨 업 못 했으면 아마 까무러쳤을 거야.”

그는 전신을 옥죄는 고통이 수그러들기를 기다려 곧장 지상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다 무너진 UN본부, 침수된 도로, 더 이상 인간의 영역이라 부를 수 없을 만큼 망가진 공원과 도로가 널브러져 있어 대재앙의 현장을 방불케 했다.

그러나 결정타는 채 바깥으로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지하에 파묻힌 채 죽어 있는 괴물이었다.

“진짜 오지게 크네. 해머에 거대화 기능이 없었으면 고생 좀 했을 거야.”

“거대화한 해머를 그렇게 가볍게 휘두르는 오빠가 저는 더 놀라운걸요…….”

“시우, 멋졌어!”

정시우와 수아린이 괴물의 사체를 보며 감탄하고 있자니 저 멀리서 마리나가 쏜살같이 날아왔다.

그녀는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대로 그의 목을 끌어안고 매달릴 심산이었으나 마침 그녀와 비슷한 속도로 날아든 세리아가 잽싸게 그녀를 밀쳐 내고 정시우에게 고개를 숙였다.

“꺅!?”

“멋진 활약이었습니다, 시우 님.”

“너…… 세리에에에엔.”

“경망스러워, 마리나 비셋.”

“겨, 경망!?”

“그래…… 너희도 고생했어.”

정시우는 언제나처럼 투닥거리고 있는 그녀들을 대충 무시하기로 했다. 그러는 사이 전투에 함께했던 다른 플레이어들도 모두 한 자리로 모여들었다.

이서희와 용세하도 곧 복귀했다. 그의 어머니를 비롯한 민간인들은 모두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안전한 곳으로 옮겨 놓은 모양이었다.

“아주 압도적이었습니다, 형님. 멋졌습니다.”

“맞아. 네가 없었으면 절대로 못 잡았을 거야.”

“그, 그렇소. 당신 덕분이오.”

“당신 누구야!?”

“중국의 진소운이오.”

정시우가 이서희를 비롯한 일행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이자, 그의 비인간적인 활약으로 경외감을 느껴 차마 말을 걸지도 못하고 있던 다른 플레이어들이 하나둘 그에게 칭찬의 말을 던지기 시작했다.

“놈은 기이한 마나 보호막을 두르고 있었지. 미스터 정이 그것을 걷어 내지 않았더라면…….”

“그 거대 망치의 일격이 아니었더라면 무수한 사람이 죽어 나갔을 거야.”

“인간 중에도 당신 같은 강자가 있어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었어.”

“당신이 뉴욕을 구한 겁니다!”

여기서 한 마디, 저기서 두 마디. 말만으로는 부족했던지 이내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를 빙 둘러싼 사람들, 쏟아지는 박수갈채…… 정시우는 아주 살짝 부끄러워졌다.

“이것 참, 서드 임팩트라도 일으켜야 하나.”

“그 반대겠죠!?”

하지만 지금이 마냥 박수만 받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중상을 입은 플레이어도 제법 있었고 민간 피해도 결코 적지 않으니까. 몬스터의 죽음을 확인하자마자 출동한 경찰들과 구급 차량들이 지금도 곳곳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아 있었다.

“미스터 정!”

굉장히 재수 없게 잘생긴 금발벽안의 서양인이 정시우에게 다가왔다.

“전리품 분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의 정체는 이탈리아의 길드 ‘푸른 장미’의 마스터, 알비노 라고리오. 레벨로만 따지면 김하룡보다도 높고, 이번 전투에서도 몬스터의 몸에 제법 상처를 낸 핵심 딜러 중 한 명이었다. 물론 그것도 모두 정시우가 괴물의 마나를 흐트러트렸기에 가능했던 일이지만…….

“전리품이라. 그건 공정하게 나눠야지.”

정시우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끄덕였다. 그의 대꾸에 라고리오의 표정이 화악 밝아졌다. 혹여나 그가 억지주장을 펼치며 전리품을 독식하려 할까 봐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하냐, 아린아?”

“오빠, 거대 몬스터의 레이드 보상 분배 같은 건 전 세계에서 지금 우리가 최초로 겪는 일이라구요.”

“아.”

그러고 보니 그랬구나! 라고리오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무작정 다가왔던 것도 이제야 납득할 수 있었다. 전례가 없으니 가장 정당한 권리 행사자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흐으으으음…….”

정시우는 바깥으로 드러난 몬스터의 사체를 살폈다. 목과 두껍고 거대한 머리를 합해 족히 30미터 이상에 달하는데, 과연 대지 안에 갇혔을 몸체는 얼마나 거대할지 상상도 할 수가 없었다.

어지간하면 저걸 다 끄집어내서 살펴보고 싶지만, 그러자니 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솔직히 여기서 더 시간을 보내기도 싫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정시우는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쳤다. 일행은 물론이고 김하룡을 포함한 그 공간에 있던 전원의 시선이 그에게 주목되었다.

“내가 목을 잘라갈 테니 남은 건 당신들끼리 알아서 분배하도록 해.”

“뭣!?”

“아니, 잠깐만…….”

몬스터의 마석은 주로 심장, 혹은 뇌에 분포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정시우가 확인하기로는 실제로도 지금 저 몬스터의 마석은 뇌 안에 들어가 있었다. 즉 지금 정시우는 마석을 자신이 가져가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끄응…… 타당하군요.”

그러나 순간적으로 반감을 지녔던 사람들은 이내 스스로 납득하여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지상으로 드러난 몬스터의 시신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터, 제아무리 마석의 가치가 크다고 해도 그것과 목 하나로 가장 공헌도가 높은 사람의 몫을 정산할 수 있다면 그렇게까지 손해를 보는 일은 아닐 터였다.

“마석, 흠, 마석을…… 어쩔 수 없나.”

“그래, 어쩔 수 없지.”

다른 이들도 적당히 체념하며 물러났다. 김하룡만은 굉장히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얼굴이었으나, 정시우의 난입과 활약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그의 공헌도도 여타 랭커들과 별다를 바 없는 수준으로 격하되었기에 끝내 입을 다물고 말았다.

“세하야, 네 창 좀 빌리자. 그거 날 잘 들지?”

“네, 넵. 무겁긴 하지만 날은 바짝 살아 있습니다.”

모두가 정시우의 우선권을 인정하고 물러서는 가운데 김하룡은 마지막까지 미련이 남은 눈으로 사체 근처에 선 채 이를 악물고 있었으나, 정시우가 용세하로부터 건네받은 예리한 날의 스켈레톤 본 랜스를 들고 휘두를 준비를 하자 기겁하며 물러나야만 했다. 정시우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고 말았다.

‘그야 원래 제 것이 되었어야 했을 사체와 마석이니까 그런 것이겠지. 다음 타자가 나타나면 그땐 열심히 해 보라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시우도 이런 괴물이 아무렇지도 않게 지구에 나타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필요하다고 해서 이런 몬스터를 마구 보낼 수 있었거든 지구는 진즉에 끝장이 났을 테니까.

다른 세계 쪽에 문제가 있건, 지구 쪽에 문제가 있건 상관없다. 몬스터의 출몰에는 제한이 있는 것이다. 정시우는 그럴 것이라 직감했다. 아마 이만한 강함을 지닌 몬스터는 당분간 지구에 나타나지 못할 확률이 높았다.

“후우우…….”

정시우는 목과 한 팔을 바깥으로 쭉 내민 채 뻗어 있는 괴물의 사체 앞에서 자세를 잡으며 심호흡을 했다.

괴력 스킬이 4레벨로 올랐기 때문인지, 오감 스킬을 개화하며 육신을 다루는 능력이 근본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인지, 마나를 별로 끌어 올리지 않았음에도 팔이 강화되는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후…… 합!”

그는 한순간 랜스를 쥐고 있던 팔을 쭉 뻗어 내며, 그와 동시에 마나를 전방으로 강하게 쏘아 냈다. 끔찍한 기세를 품고 내쏘아진 스켈레톤 본 랜스가 죽은 괴물의 목을 깊게 베어 냈다.

“꺄아아악! 피, 핏물 쏟아져요!”

“이걸로 안 되나, 흡! 합!”

물론 그 두꺼운 목을 한 번에 잘라 낼 수는 없었지만, 두 번, 세 번, 연달아 랜스 강타를 내질러 정시우는 기어이 괴물의 목을 완전히 분리하는 데에 성공했다.

목 굵은 도마뱀을 닮은 괴물의 두꺼운 목과 머리가 검은 피를 뿜어내며 바닥을 구르다가는 정시우의 손에 닿아 곧장 인벤토리에 수납되었다. 한 가지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놈의 목을 베어 내는 과정에서 그 육신에 갇혀 있던 독혈이 정시우에게 그대로 쏟아졌다는 점이었다.

[루이노스 리자드의 새끼의 독에 접촉했으나 독 내성 Lv10의 힘으로 가까스로 이겨 냈습니다.]

[독 내성이 Lv11이 되었습니다.]

“와오.”

친절하게도 정시우가 해치운 몬스터의 이름을 그것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그를 두 종류의 경악이 덮쳤다.

첫째는 그가 해치운 놈이 루이노스 리자드라는 몬스터 종족의 ‘새끼’에 불과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사체에 남은 독이 얼마나 지독했으면 10레벨의 독 내성으로도 ‘가까스로’ 버텨 내는 정도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내성 레벨까지 올랐다.

“오빠, 멀쩡해요!?”

“나는 괜찮아. 하지만…… 너희들은 이거 독 엄청나니까 조심해라.”

“당신은 어떻게 버텼지!”

“독 내성이 10레벨…… 아니 이제 11레벨이라서 그래. 쉽게 따라하지 마라.”

애초에 대부분의 플레이어에게 있어 내성 스킬이란 특수 업적의 보상으로나 아주 가끔씩 얻을 수 있는 희귀 스킬인데다 그것을 10레벨까지 성장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이 자리에 있던 랭커 대부분은 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들이 사체를 해체하기 위해선 최고위 사제를 대동해야 하리라.

“좋아. 그러면 해야 할 일도 다 했겠다…….”

장내 모든 사람의 시선이 여전히 그에게만 꽂혀 있던 가운데, 정시우는 랜스를 용세하에게 돌려주고는 기지개를 켰다. 사람들이 설마, 하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으나 그는 정말로 미련 없이 팬텀바이크 위에 올라타 버렸다.

“남은 일은 너희끼리 알아서 하도록.”

“자, 잠깐만, 시우! 같이 저녁……!”

“시우야!?”

“시우 님, 제가 시우 님을 모시겠습니다.”

금방이라도 출발해 버릴 것만 같은 그의 모습에 마리나와 세리아, 이서희까지도 놀라 다가왔지만 정시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너희는 저 사체 분배 제대로 받아 가야지. 미안하지만 난 전투에서 힘을 너무 많이 쓰느라 지쳐서 먼저 가 봐야겠다. 나중에 연락할게.”

그러나 사실은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안 그래도 귀찮게 하는 여자들로부터 벗어나 단독행동을 취하고 싶었는데, 마침 적당한 핑계거리가 생겨난 김에 이들을 떼어 놓으려는 것뿐!

마리나는 납득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으나 세리아가 먼저 그녀를 끌고 뒤로 물러났다.

“직접 모시지 못해 죄송합니다. 한국에서 뵙겠습니다.”

“시우 너…… 나중에 봐.”

이서희 역시 그가 자신들 모르게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닫곤 가볍게 물러섰다. 일이 그렇게 되자 마리나 역시 툴툴거리면서도 그에게 인사를 했다.

“나중에 무슨 일인지 물어볼 줄 알아. 흥, 흥이다!”

“자, 잠깐. 미스터 정! 잠깐 인터뷰라도……!”

“미스터 정!”

“정시우!”

뒤이어 다른 사람들이 밀려들었으나, 정시우는 그땐 이미 수아린과 용세하를 품에 안은 채 팬텀바이크를 발진한 후였다. 김하룡을 포함하여, 남은 사람들은 그저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을 뿐이었다.

후에 여러 가지로 전설이 된 정시우의 세계 무대 데뷔는 그렇게 해서 일단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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