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
104화.
모든 신이 지구에 나쁜 마음을 먹고 있는가, 그것은 사실 정시우도 자신 있게 대꾸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루이오스와 세트나크, 그리고 라이아. 여태까지 정시우가 겪은 신은 모두 인간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끌려 했지만, 김하룡의 말마따나 그것이 지구를 위하는 다른 신들의 의도를 감추려 벌인 공작이 아닐 것이라는 단언은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른바,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는 상황이다.
“적어도 던전에 나타나는 몬스터를 부리고 있는 신이 선하다는 주장은 할 수가 없을 텐데. 그들은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을 해하려 하지 않는가!”
“신이 지구에 오기 위해서 택할 수 있는 방식이 그것뿐이라면 어쩔 테지? 더구나 같은 신을 믿는다 해서 모두가 제대로 신의 뜻을 행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인류 역사에서 얼마든지 증명되었을 텐데.”
“신성모독이다!”
“어디까지나 현실적인 얘기를 하자는 것이다!”
그사이 분쟁이 다른 플레이어들과 민간인 대표들 사이로까지 번졌다. 그러나 김하룡은 위세를 잃지 않았다.
그에겐 불의 신의 힘이 함께했다. 그는 스스로를 유지하고 있으며, 여전히 인간의 편에 서 있다. 그것이 다른 모든 이의 논리에 맞서 버티고 서 있게 해 주는 가장 큰 힘이었다.
“좋아, 당신 말에 긍정의 여지가 있다고 치자.”
사실은 전혀 조금도 믿고 있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상황을 진전시키기 위해 정시우는 일단 타협을 했다. 신기하게도 그가 입을 열자 김하룡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모두 조용해졌다.
“긍정의 여지? 웃기는군, 여태 신나게 인간들을 이간질…….”
“어떤 신이 선하고 어떤 신이 악한지, 우리가 어떻게 구분하지?”
“그것은 플레이어 개개인의…….”
“플레이어가 신의 힘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신의 뜻에 따라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생겨난다. 당신은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품고 있는 건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 신이 ‘정말로’ 인간의 편인지,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 신을 상대로 거짓말 탐지기라도 써 볼 거야?”
그렇다. 정시우가 신의 힘을 부정했던 이유, 그것은 바로 인간의 의사가 다른 존재에 의해 뒤틀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신의 의도 따위는 처음부터 상관이 없었다.
김하룡이 보인 뜻밖의 기세와 태도에 잠깐 놀라기는 했지만, 설령 정말로 불의 신이 선신이며 김하룡을 통해 인간들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해도 결론이 달라질 일은 없는 것이다.
“눈앞에 있는 것을 보고도 믿지 못하다니…… 그렇게 겁내며 두려워하기만 하다가는 정말 인간이 몬스터들에게 밀려날지도 모른다!”
“적어도 강력한 플레이어들이 몬스터들 편에 붙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그만.”
둘 사이의 대치가 심각해지자 결국 의장이 사태를 정리했다.
“한국 대표 김하룡 씨는 그만 자리에 앉아 주세요. 그 힘 또한 거둬 주시기 바랍니다.”
“큭…….”
“정체를 확정할 수 없는 ‘신’이라는 존재들의 선악을 판단할 방법은 지금 우리가 갖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일본 홋카이도와 미국 애리조나에서 신의 힘으로 인한 부정적인 사태가 발생한 것도 분명한 일입니다. 설혹 개중 일부 인간에게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신이 있다고 해서 섣불리 그들의 힘을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하지만이고 저지만이고 없었다. 이 자리는 신의 힘을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를 정하는 회의가 아니라, 신의 힘의 위험성에 대해 공표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을 기점으로 하여, 이세계의 신을 자처하는 존재들과의 접촉을 금합니다. 이미 그들과 접촉한 적이 있는 플레이어는 WPC에 보고하고, 주기적으로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여기에는 김하룡 씨, 당신도 포함됩니다.”
“…….”
끝내 협의회 구성원 절대다수의 동의를 얻어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김하룡은 분해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정시우는 그런 놈을 노려보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아예 나서지도 못하게 했어야 했는데, 설마 저놈이 지 안위를 무시하고 저런 강수를 둘 줄이야.”
“적어도 어필은 확실히 했으니까 말이지…….”
이서희 또한 심란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비록 일은 그들이 생각하던 대로 풀렸지만, 그 과정에 끼어든 잡음은 결코 작지 않았다. 또한 앞으로 더욱 커질 터였다.
불의 신의 힘을 드러낸 김하룡의 기세는 무척 강렬했다. 신의 힘이 위험하다는 것을 모두가 인지했지만, 그만큼 매력적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는 성공적으로 증명했다.
그 대가로 그 스스로는 부자유를 짊어진 꼴이 되었지만, 이 자리에 모여든 플레이어 중 일부는, 어쩌면 스크린으로 이것을 지켜보고 있는 플레이어들도 ‘위험한 만큼 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김하룡은 앞으로 활동하기가 힘들어질 거야. 아무리 무뇌아라고 해도 그것을 모르고 있지는 않았겠지. 그렇다는 건.”
“이미 골수까지 불의 신의 힘이 파고든 것 아닐까요. 최악의 경우, 그를 버림패로 삼을 정도의 집단이 이미 존재한다는 가정도…….”
그러나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가 없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신의 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것으로 만족하고 물러나는 수밖에.
정시우는 언제고 기회가 오면 김하룡을 반드시 조져 놓자는 다짐을 하며 굳게 고개를 끄덕일 따름이었다.
회의는 그 후로도 몇 개의 안건을 중심으로 하여 진행되었으나, 신의 힘에 대한 논의와는 달리 비교적 스무스하게 진행되었다. 무려 두 시간여 더 이어진 회의는 뉴욕 시간으로 오후 다섯 시가 되었을 때 끝을 고했다.
“지쳤다.”
“제가 봐도 지쳐 보여요. 얼른 가서 쉬죠.”
수아린은 별 효용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게 치유 마법을 걸어 주었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몸을 일으키던 정시우는 UN 사무국 직원들에게 취조 비슷한 것을 당하고 있던 김하룡이 그를 오지게 째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에서 빔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네.”
“저런 사람 신경 쓰지 말고 어서 가요, 오빠.”
수아린의 말을 따라 김하룡을 깔끔하게 무시한 정시우는 일행과 함께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원하는 사람들에 한해 UN본부를 둘러보고 회의 참가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 모양이지만 정시우가 이제 와서 그런 데에 참가할 만큼 사교성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너흰 저기 안 끼어도 되냐?”
하지만 세리아와 마리나는 이야기가 다르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한 정시우의 물음에 세리아는 그저 정시우를 따를 뿐이라는 대꾸를 했고, 마리나는 코웃음을 쳤다.
“저기 있는 사람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내 파트너가 중요해.”
“오, 네 파트너가 어디 있는데? 나도 소개시켜 줘.”
“여기 있잖아, 여기! 세상에서 제일 든든한 내 파트너!”
다 알면서 능청을 떠는 정시우의 등짝을 마리나가 퍽퍽 때렸다. 아무래도 주위 여자가 다 엄레이더를 닮아 가는 것 같은데, 하고 침울하게 중얼거리는 정시우에게 반쯤 억지로 팔짱을 끼며 마리나가 권유했다.
“근처 내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으로 안내해 줄게. 회의가 늦어질 줄 알고 미리 예약해 놨거든.”
“비겁하게 항상 먹는 걸로 오빠를 꼬시다니…….”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아린. 아, 서희랑 세리아 자리도 일단은 잡아 뒀으니 감사하도록 해.”
“내 자리가 없다면, 모두 함께할 수 있는 곳으로 시우 님을 안내해 드릴 뿐이다. 너를 빼놓고 말이야.”
“고마워요, 마리나.”
일행과 왁자지껄 떠들며 건물을 빠져나오기 직전, 정시우는 별것 아닌 듯 가볍게 뒤로 손을 뻗었다. 각 플레이어들에게 붙여 놓았던 수십 구의 유령이 조용히 손등의 인장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그러나 아직 한 마리만은 남아 있었다. 바로 김하룡에게 붙여 놓은 유령이었다.
‘저렇게 과감한 행동을 취한 이상은 뒤에 또 뭔 짓을 할지 모르니까…….’
김하룡은 끝까지 정시우의 뒤통수를 노려보고 있었으나 정작 그가 본인에게 붙여 놓은 유령에 대해선 끝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제아무리 신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유령들의 힘은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 실로 재미난 점이다.
“그런데 어머님한테 인사드리지 않고 나와도 괜찮은 거예요, 오빠?”
“수아린 씨가 왜 시우네 아주머니를 어머님이라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인사도 드리지 않고 나온 건 조금 죄송한 일인데.”
“됐어. 우리 가족 원래 그런 거 안 챙겨.”
어떻게든 정시우의 어머니에게 점수를 더 따고 싶은 여자들의 말을 깔끔하게 무시한 정시우는 마리나의 뒤를 따라 이스트 강변을 걸었다. 마침 유람선 하나가 강을 떠다니는 것이 보였다.
뒤에서 마나의 진동이 느껴졌다.
“이런 망할?”
정시우는 욕설을 내뱉으며 곧장 돌아섰다. 어스름히 석양이 깔리는 뉴욕 하늘 아래, 몬스터 무리의 습격으로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은 UN본부의 공터, 그곳에서 실로 거대한 덩치의 몬스터가 솟구쳐 나오고 있었다!
“다들 물러서!”
마침 타이밍 좋게 바깥으로 나오던 김하룡이 다급히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시우는 그것을 듣는 순간 감을 잡았다.
얼마 안 되어 일을 벌일 것이라곤 생각했지만 설마 그게 지금이었다니!
“하긴 입지를 다지려면 이런 식으로라도 활약을 해야 할 테니…… 큿!”
“시우, 같이 가!”
뒤돌아 달리는 정시우를 따라 나머지 일행도 날개를 펼치고 뒤따랐다. 정시우는 거랑의 앞발을 꺼내어 쥐며 상황을 확인했다.
“미, 민간인을 보호해!”
“몬스터는 전부 다 지웠을 텐데…… 통로도 다 메꿨다고!”
“모두 물러서세요, 불의 신께서 내게 힘을 주신 것은 모두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
얼마나 덩치가 큰지 바깥으로 머리통과 목만 내밀었을 뿐인데 일대 수십 미터가 무너져 내리게 만든 몬스터, 아마도 던전에든 지구상에든 나타난 적이 없을 끔찍한 괴물! 바로 조금 전까지 그들이 회의를 했던 총회 건물 유리창에 실시간으로 금이 가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인적 피해! 놈이 움직일 때마다 자연스럽게 발산되는 기세에 짓눌린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에 쓰러지고 있었다.
정시우는 그것을 본 순간 본능적으로 어머니를 찾았으나, 냉정히 생각해 보니 어머니에겐 지금 자신이 붙여 놓은 유령이 함께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몬스터가 발출하는 기세만으로 위험해지진 않을 터였다.
“시우, 이거…….”
“응, 쇼야.”
정시우는 현장에 도달해 초거대 몬스터(우툴두툴한 비늘 피부에, 좌우지간 목이 엄청 크고 두꺼운 놈이었다.)와 대치하는 플레이어들의 모습을 확인하곤 대꾸했다.
난리통 와중에도 김하룡만은 유독 침착했으며 괴물도 그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 단순히 그가 그 자리에서 가장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의도된 연출의 향기가 진하게 나는 것이다.
“덤벼라!”
[구오오오오오오!]
그러나 연출이건 자시건 지금 상황이 급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불꽃을 극한으로 끌어 올린 김하룡을 필두로 플레이어들이 저마다 필살기처럼 보이는 공격을 놈의 몸통에 꽂아 넣는 가운데, 레벨이 부족한 플레이어들은 전투에 나서는 대신 민간인들을 보호해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시우야, 난 저쪽으로 가 볼게!”
“우리 엄마 좀 부탁해! 세하, 넌 서희를 도와!”
“알겠습니다, 형님!”
공격보다는 방어와 보호에 적합한 결계 스킬을 지니고 있는 이서희는 곧장 그들 쪽으로 합류했다. 괴물을 발견한 순간 견적을 낸 정시우는 약간 공격력이 달리는 편인 용세하를 이서희에게 딸려 보냈다.
“저 자식 피부 엄청 단단한 것 같은데.”
“큿, 어쩌면 보호막 계열의 스킬인지도 몰라!”
“어떻게든 놈이 모습을 전부 드러내기 전에 막아! 아직 건물 안에서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고!”
반면 원거리 전문인 마리나와 세리아는 허공으로 떠올라 저마다의 무기를 꺼내어 놈을 사격했으나,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마리나의 마탄이 제대로 된 상처를 내지 못할 정도였으니 알 만한 일. 그러니 다른 플레이어들은 어떻겠는가? 내로라하는 능력을 지닌 플레이어들이 모였음에도 괴물에게 유효타를 먹이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이것이 신의 힘이다!”
“아, 오글거려.”
격렬한 불꽃의 힘이 담긴 대검으로 괴물의 피부를 지져버리고 있는 김하룡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젠장, 저 자식 강하긴 강하네.”
“상대가 저런 괴팍한 놈만 아니었으면 나도 밀리지 않았을 거라고.”
“놈은 단지 피부가 단단할 뿐, 데미지가 누적되지 않는 건 아냐! 침착하게 공략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놈의 마나가 조금씩이나마 줄어 가는 게 느껴지잖아!”
그러나 썩어도 준치라고, 이 자리에 모인 플레이어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에 현혹되어 김하룡을 과대평가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몬스터 사냥이 김하룡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들은 차근차근 강한 마나가 섞인 공격을 날려 데미지를 누적시키며 놈을 민간인이 없는 쪽으로 끌어내고 있었다.
“얼씨구, 강변 도로 다 무너지겠네.”
“오빠, 나서지 않으실 생각이세요?”
김하룡의 이름값을 높이고, 그가 지닌 신의 힘을 사람들이 친숙하게 인식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극 무대.
정시우가 어지간히 활약한다 해도 그 구도는 바뀌지 않을 테고, 기껏해야 놈의 들러리 역할로 끝날 것이다. 그가 나서기 싫어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수아린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하지만 수아린의 추측은 언제나 그래 왔듯 가볍게 빗나갔다. 정시우는 전신에 전투질주를 활성화시키는 한편으로, 거대화한 슬레지 해머를 양손으로 꽉 쥐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주인공 자리를 강탈해 와야지.”
그리고 점프했다. 순식간에 백 미터 가까이 도약한 그의 육신이, 거대화한 해머와 함께 정확히 괴물의 머리통을 향해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져 내렸다.
“음? 미스터 정이다.”
“잠깐만, 이쪽으로 오는데? 설마 그대로 돌진할 생각인가!”
“저 미친 놈 같으니! 피해, 휩쓸린다!”
사람들은 금세 그의 등장을 알아차렸다. 저녁노을을 가리는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그것은 한창 손발을 맞추어 싸우던 괴물과 김하룡 역시 마찬가지. 설마 이렇게 용감하게 돌진해 올 줄은 몰랐을 것이다.
“뭣……!?”
[쿠그오오아아아아아!]
김하룡이 다급히 날개를 펼쳐 물러나고, 그때를 기다린 것처럼 괴물이 거대한 입을 쩍 벌렸다. 놈의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부터 펄펄 끓어오르는 에너지가 느껴졌으나, 정시우는 그것이 채 발출되기 전 강하게 해머를 휘둘렀다.
수십 미터에 달하는 길이의 손잡이 끝에 매달린 수 미터 크기의 거대한 추가, 끔찍한 파공음을 내며 허공을 가르더니 끝내 거대 괴물의 턱을 정확히 가격했다.
“이거나 먹어라 이 외계 괴물아!”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폭탄 터지는 굉음과 함께 쩍 벌어졌던 괴물의 턱이 그대로 다물어졌다. 목구멍에서 발출된 에너지가 놈의 입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무하게 터지며 놈에게 끔찍한 상처를 입혔다.
“무슨…….”
“수십 명이 공격을 해도 끄떡도 하지 않던 놈이…….”
사람들은 한 명의 힘으로 거대 괴물의 광역 공격이 무산되는 광경을 보며 말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정시우는 이미 그렇게 될 것을 예상하고 있던 것처럼, 공격의 반동으로 튀어나오던 도중 인벤토리에서 팬텀바이크를 불러내어 허공중에서 깔끔하게 안착하며 씩 웃었다.
“어디 분탕 한 번 쳐 볼까.”
착각일까? 그가 혼잣말을 내뱉은 직후 괴물이 몸을 부르르 떠는 것만 같았다.
아니, 실은 그냥 고통의 몸부림일 뿐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