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로그인-71화 (71/260)

# 71

71화.

[정시우]

[파괴자(Breaker)]

[Lv 97]

[근력 ? 366 민첩 ? 336 체력 ? 346 마력 ? 142]

[내성 ? 독 Lv10, 화염 Lv6, 저주 Lv6, 뇌전 Lv9]

[패시브 스킬 ? 직감 Lv9, 시각 Lv1, 카오스 테일 Lv3, 무지는 용감 Lv9, 소울 컬렉트 Lv4, 용의 위엄 Lv7, 헤비 웨폰 배틀 Lv7]

[액티브 스킬 ? 괴력 Lv2, 부여 Lv36, 강타 Lv35, 전투질주 Lv33, 크리티컬 불릿 Lv11, 워 크라이 Lv14, 스톤 스킨 Lv15, 크루얼 차지 Lv9]

“와오.”

정시우는 깨끗하게 샤워를 마친 후 가벼운 차림새로 휴식처의 침대에 누워, 망막 위로 자신의 스테이터스를 불러내며 휘유, 잘 나오지도 않는 휘파람을 불었다.

“게이트에 들어갈 때가 85레벨이었던 것 같은데.”

하루만에 12레벨을 올리다니, 그야 많은 숫자의 엘리트 몬스터와 신의 강림체를 상대했다고는 해도 파격적인 성장임에 분명했다. 그의 레벨이 일반적인 플레이어의 레벨과는 그 구분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러하다.

“그나저나 전직 이후로 레벨이 오를 때마다 스테이터스가 성장하는 폭이 커진 것 같은데.”

이전에는 다른 스테이터스가 2씩, 마력이 1씩 상승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계산해 보니 전직 이후로 오른 레벨 1당 마력이 2, 다른 스테이터스가 3씩 상승하고 있었다.

그의 전직 순간 그의 육신이 격변을 맞이해 기본적인 성능 자체가 진일보한 것은 깨닫고 있었지만 설마 이런 변화가 찾아왔을 줄은 몰랐다.

“다른 플레이어들도 그래요. 전직 과정에서 육신이 해당하는 클래스에 가장 적합하게 탈바꿈하고, 자연히 전직 이후의 레벨 업으로는 바뀐 육신에 적합한 스테이터스가 더욱 상승하는 거죠. ……물론 오빠의 성장은 그걸 감안해도 극단적이지만요.”

“강해졌으니 아무래도 좋다만.”

스킬의 성장은 더욱 흐뭇했다. 스킬들이 고루 성장한 것도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도 새로이 뇌전 내성을 얻고, 전투를 거듭하며 끝내 9레벨을 달성하지 않았던가! 이 정도면 자연적으로 떨어지는 번개를 맞아도 경상을 입는 정도로 끝나는 수준이었다.

더욱이 뇌신의 강림체를 쓰러트리고 얻은 시각 스킬은 오감을 스킬로 만든다는 정시우의 생각의 현실성을 증명해 준 아주 고마운 스킬이었다.

이제 고작 1레벨이었지만 지금도 작은 물체를 뚜렷이 확인하거나, 멀리 있는 것을 보다 크게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돋보기와 망원경을 얻은 기분이었다.

“역시 인생은 한 방이지.”

“언제나 결론이 이상하단 말이죠.”

역시 이번 일본행은 대박이었다고 정시우는 새삼스럽게 생각했다. 이서희의 얼굴을 보고 오지 못한 것이 아주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 나중에 만나게 되리라 믿었다.

“아, 오빠.”

그가 다른 여자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귀신 같이 알아차린 수아린이 조금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장어덮밥 해 달라면서요?”

“너 요리할 줄 알아……?”

“적어도 오빠보다는요.”

남자의 요리라는 말만 듣고 거기까지 유추해 내다니, 과연 범상치 않은 여자였다. 정시우는 끙차, 소리를 내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대로 자 버릴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역시 밥은 먹고 자야지 않겠는가.

“그럼 이렇게 된 김에 몬스터 사체들이나 손볼까.”

다행히도 휴식처는 5레벨로 오르며 무척 넓어져 있어 거대한 몬스터라고 해도 한두 마리 정도는 무리 없이 꺼내 놓을 수 있었다. 정시우는 일단 몬스터들을 먹을 수 있는 놈과 먹을 수 없는 놈으로 분류하고, 먹을 수 없는 놈부터 차례대로 마석을 수거했다.

“그러고 보면 전직 퀘스트에서 수거한 마석도 그대로 있었네.”

듀라한과 둠 나이트, 유령마의 마석은 그중 특히 거대했다. 이번에 얻은 마석들을 전부 마력으로 환원하면 그래도 신체 수치와의 불균형을 아주 조금쯤은 해소할 수 있겠지.

정시우는 막연히 그렇게 생각하며 도축 작업을 이어 나갔다. 작업은 무척 순조로웠다. 단.

“내가 생각한 건데.”

정시우는 리자드맨 엘리트의 심장에서 빛을 발하는 마석을 수거하곤, 유독 단단한 놈의 비늘 가죽을 손으로 눌러보며 말했다.

“보통 게임에선 이런 몬스터 가죽이나 부산물을 가지고 아이템을 만들잖아?”

“그렇죠.”

“그런데 나한텐 기술이 없잖아?”

“그렇죠.”

“그러니까 난 아마 안 될 거야.”

“아이템을 만들어보려는 생각은 하고 있었군요, 그러니까.”

일행이 뇌신의 소신전에서 마주했던 몬스터들은 뇌전을 다루는 특수능력도 능력이었지만, 그 외에도 대체로 방어력이 굉장히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뇌신이 강림했던 전기뱀장어에 이르면 정시우의 무시무시한 해머 연타에도 불구하고 머리통을 제외하곤 깨진 부분이 없을 만큼 단단해서 정시우도 그것으로 방어구를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몬스터 부산물을 이용한 아티팩트 제작은 아마 국가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겠지?”

“글쎄요, 조만간 각국 기업에서도 뛰어들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제 말은, 이 사태가 심화된다면요.”

정시우야 조건이 맞아떨어져 높은 레벨의 몬스터를 바깥세상에서도 많이 죽이고 다녔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가 특수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었을 뿐 지금 지구에 나타나는 몬스터들의 수준은 허접한 편이었다.

그런 몬스터의 사체를 가지고 뭘 해 보려 해도 하늘성에서 온갖 아티팩트를 얻은 플레이어들이 혹할 만한 성능을 만들어 내기는 힘들 것이다.

결정적으로 그 정도의 방어력이나 공격력은 현대 기술로도 얼마든지 재현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이들이 없었던 것.

“씁, 그때쯤이 되면 나는 이보다 훨씬 더 빡센 놈들과 붙고 있을 테니…… 역시 의미가 없네.”

답은 역시 개미굴에 있단 말인가. 정시우는 이쯤에서 미련을 깔끔하게 접기로 했다. 그는 엘리트 몬스터들에게서 마석을 깔끔하게 수거한 후, 얌전히 전기뱀장어와 갑옷뱀장어를 해체하는 일에 매달렸다. 그런데 그 와중 정시우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 자식들…… 뱀장어가 아니잖아!?”

“그러고 보니!?”

전기뱀장어는 원래 뱀장어보단 잉어에 가까운 어류이다. 그것을 몰랐던 정시우에겐 사실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었다는 것보다도 충격적인 반전이었다.

“장어구이가…….”

“내 장어 덮밥…….”

“그냥 나가서 사으면 될 걸.”

당연하지만 이 몬스터들의 신체 구조는 평범한 전기뱀장어와도 달랐는데, 어쨌든 먹을 수는 있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단단한 비늘을 완전히 걷어내고, 세심하게 뼈대를 발라내며 살점을 확인해 본 정시우의 결론이었다.

“씁, 그나저나 이 비늘은 정말 아깝단 말이지. 기분 탓인지 몰라도 스파크도 내는 것 같은데.”

“그러면 일단 남겨보죠 뭐.”

전기뱀장어의 비늘과 갑옷뱀장어의 비늘을 따로 손질해 모아놓으니 그것만 합쳐 족히 수십 킬로그램은 되었다. 그러니 살점은 얼마나 거대하겠는가! 수아린이 그것을 보며 질릴 정도였다.

“오빠, 이건 덮밥으로 만들어 먹으면 한 3년은 먹겠는데요.”

“어차피 장어가 아니었던 시점에서 덮밥은 텄어.”

“제가 한 번 노력해 볼게요.”

수아린이 양팔을 걷어 부치며 각오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닥 믿음은 가지 않았지만, 그 생각을 순순히 말했다간 그녀가 삐질 것임에 분명했기에 정시우는 그저 미소와 함께 그녀에게 전기뱀장어 고깃덩어리를 건넬 따름이었다.

“후후, 아마 깜짝 놀라실걸요.”

“응, 아마 결과가 어떻든 놀라게 될 거라고는 생각해.”

“흥.”

수아린이 주방으로 향해 이것저것 바깥에서 사온 양념이며 주방 도구들을 확인하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이, 정시우는 본격적으로 마석의 흡수 작업에 돌입했다.

자잘한 마석은 거의 서른 개 가까이 되었고, 어지간한 던전의 보스급으로 강력했던 녀석들의 마석만도 일곱 개는 되었다.

“아그작.”

“되게 맛있게 드시네요, 형님.”

“보라색 맛 나는데 먹어 볼래?”

“정중히 거절하겠습니다, 형님.”

자잘한 녀석들이어서인지 몰라도 마석을 한꺼번에 서너 개씩 입에 털어 넣고 씹어도 마력이 오르질 않았다. 일곱 개째에 이르러 간신히 마력 1을 확보한 정시우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런 식이면 나중엔 허접한 엘리트 몬스터의 마석 100개를 먹어도 마력 1도 못 얻겠어.”

“느껴집니까, 형님?”

“급이 낮은 마력으로는 내 마력을 성장시키는 데에 한계가 있는 느낌이야. 수치로 표현되어는 있어도 실제로 1스탯이 올라갈 때의 성장 정도는 매번 다르고, 마나의 양을 무턱대고 늘린다 해서 마력이 성장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점점 효율이 구려지다가…… 암. 우물우물.”

이번엔 10개를 먹어 간신히 마력 1이 올랐고, 남은 마석을 한꺼번에 입에 털어 넣어 다시 1을 확보했다. 그로써 정시우는 확신을 얻었다.

“내 생각만큼 무한히 마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구조가 아닌데 이거.”

아직까지는 이 정도 마석으로도 마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끝은 머지않아 찾아올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앞으로 마력 5 정도를 더 올리고 나면 이런 작은 마석으로는 더 이상 득을 보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먹어봤자 마력을 본질적으로 향상시키지 못하고, 끽해야 마나 포션 대용으로 써먹을 정도. 그는 혀를 차며 다른 마석을 집었다. 그것은 바로 둠 나이트의 마석이었다.

“형님, 이것들은 어째 색이 검은 게 살짝 불안…….”

“냠.”

“존경합니다, 형님.”

몬스터가 모두 같은 마력을 쌓는 것도 아니고, 놈들이 남긴 마석 역시 서로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으로 언데드, 또한 불꽃이나 뇌전처럼 뚜렷한 속성을 지닌 몬스터들의 마석에서 유독 차이점이 심하게 드러났다.

“언데드의 마력 패턴은 꼭 한 번 뒤집힌 것처럼 기이하거든. 반면 불꽃이나 뇌전은 놈의 마력이 전부 특정한 방향으로 변화해 있어서 그런 것이고…… 하지만 아무리 기이한 구조의 마석이라도 내 방식으로 섭취한다면.”

모두 같은 마력이 된다. 마석 섭취는 겉으로 보기엔 단순해 보일지 몰라도 정시우에게 흡수되며 ‘그만의 마력’으로 환원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정시우가 마석을 먹어도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 또한 그가 마석의 마력을 자신에게 맞추어 변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마력이 4 올랐습니다.]

“그렇지.”

이제야 뭘 좀 먹은 것 같다. 더욱이 자잘한 마석을 섭취했을 때와는 달리 한계점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씩 웃으며 다른 마석들도 연달아 삼켰다. 듀라한의 마석, 전기뱀장어의 마석, 뇌조의 마석…… 그러다 문득 그의 손에 다른 마석들과는 확연히 다른 생김새의 마석이 잡혔다.

“이게 뭐더라.”

여태까지의 마석은 크기나 색은 달라도 대체로 크리스탈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놈은 달랐다. 매끈하게 깎인 크리스탈 위로 단단한 각질이 꼭 갑옷처럼 결정을 감싸고 있었다. 이렇게 특이하게 가공된 마력, 고유성을 갖춘 마석은 처음이었다.

“아, 알았다.”

정시우는 금세 기억해 냈다. 이것은 듀라한이 타고 나타났던 유령마가 지니고 있던 마석이었다. 멋들어진 유령마를 보고 질투에 휩싸인…… 아니, 위협적이라고 판단한 정시우의 잽싼 공격으로 제대로 활약도 못해 보고 리타이어당한 유령마가 가죽 대신 남긴 마석.

[엘리트 팬텀스티드의 마석]

[랭크 ? B+++]

[팬텀스티드의 기원이 담긴 마석. 특수 가공 가능]

“기원……? 특수 가공……?”

도무지 알아먹을 수 없는, 그러나 어째 조금씩 마음에 툭툭 걸리게 하는 문구의 나열에 정시우는 쉽사리 그것을 씹어 삼키지 못하고 망설였다. 그때 실로 좋은 타이밍에, 주방에서 수아린이 그를 불렀다.

“오빠, 여기…… 한 번 와서 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마석 가공이 가능하다고 계속 빛이 나서.”

“지금 갈게.”

급한 대로 팬텀스티드의 마석을 제외한 모든 마석을 와그작, 씹어 삼키며 정시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 시점에서 그의 마력은 도합 20 상승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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