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
51화.
[던전 클리어]
[소요 시간 3:54:22]
[스켈레톤 856, 레이스 61, 밴시 1, 가스트 1 처치]
[특수 업적 ‘비밀 탐구자’ 달성!]
[추가 보상, 플레이어 스킬 획득 ? 직감(패시브)]
[생득적 능력이 스킬에 통합됩니다. 직감 스킬이 Lv8이 되었습니다.]
“내 망치가…….”
[클리어 랭크 ? EX]
[추가 보상 ‘오팔 펜듈럼’ 획득]
[경험치 정산 완료. 레벨이 9 올랐습니다.]
“그런 것보다도 내 망치가 엄청 멋지게 변했는데!”
경험치가 정산되며 육신과 영혼이 한 단계 나아가든 말든, 새로운 패시브 스킬이 생겨나 그가 초인으로서 타고난 능력과 결합이 되며 그가 지니고 있던 스킬 중 가장 눈부신 빛을 발하건 말건 지금 정시우의 신경은 오직 그의 망치에만 집중이 되어 있었다.
“테스트 던전 주제에 이렇게 끝내 주는 아티팩트를…….”
“설마 진화형 아티팩트였을 줄이야.”
손잡이는 더 길어졌고, 겉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헤드도 작아지기는 했지만 짙은 검은빛의 금속질은 예사롭지가 않았으며 가공 형태도 정말 거대 늑대의 발톱을 형상화한 것처럼 날카로웠다.
날카로운 부분으로 충격을 한 점에 집중시켜 찍을 수도 있고, 반대쪽 평평한 면으로 넓은 부위를 가격할 수도 있다. 거대화 옵션까지 더한다면 이 망치를 과연 누가 막아 낼 수 있으랴! 정시우는 날카로운 발톱 부분을 매만지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원래 계획은 자연스럽게 폐기구나.”
“아티팩트 등급 자체가 향상되면서 숙련도가 다시 늘어나기까지 했습니다. 어쩌면 이다음이 있을지도 몰라요.”
원래 정시우는 흑랑의 앞발의 숙련도를 전부 채워 거인의 비명에 합성시킬 재료로 써먹을 생각이었으나, 등급이 향상되며 숙련도의 최대치가 늘어나는 바람에 그것도 불가능해졌다.
이젠 C++등급의 무기만 두 개였다. 차라리 거인의 비명을 얻지 않았더라면 무기에 대한 고민도 없었을 텐데! 정시우는 두 무기를 놓고 고민하다가 이내 솔로몬이 재림한 듯한 명답을 내는 데 성공했다.
“좋아, 이렇게 된 이상 한 손에 해머 하나씩 들고 날뛰는 수밖에 없지!”
“오빠가 무슨 자이언트예요!? 그 거인들도 이렇게 큰 망치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날뛰진 않을 텐데!”
정시우는 시험 삼아 왼손에는 거랑의 앞발, 오른손에는 거인의 비명을 쥐고 이리저리 휘둘러 보았다. 당연하지만 결과는 지극히 만족스러웠다.
평범한 플레이어가 양손으로 붙잡고 전력으로 휘둘러야 나올 만한 파괴력이 정시우가 한 손으로 쥐고 휘휘 휘두르는 망치 끝에서 가볍게 터져 나온 것이다. 마나를 팔 근육에 부여해 강화한다면 아마 결과가 다시 한 차례 달라지리라!
“좋아, 이걸로 대충 감은 잡았어.”
두 무기의 무게중심이 달라 살짝 애를 먹기는 했지만, 두 무기에 각각 무게가 실린다는 점을 이용하면 어쩌면 보다 역동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거대한 힘을 다루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이용해 보다 큰 힘을 만들어 낼 줄 아는 그에게는 오히려 이쪽이 더 적성에 맞을지도 몰랐다.
“자이언트보다 더하잖아요, 이건…….”
“상상도 못할 발상이군요…….”
“당분간은 적응 연습이려나.”
한 손에 하나씩 무기를 들고 날뛴 경험은 아무리 정시우라고 해도 없지만, 중병기를 다루는 스킬인 헤비 웨폰 배틀이 그의 기록으로부터 모든 재능과 잠재력을 끌어내 그의 움직임을 보다 자연스럽게 이끌어 주고 있었다.
지금 당장 실전에 투입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각 무기의 특성과 무게를 이용하는 법을 더 연구한다면 조만간 그럴듯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우 오빠, 망치는 나중에 휘두르고 일단 보상을 먼저 확인해요.”
“아, 그랬지 참.”
무기의 변화에 너무 놀란 나머지 새로운 스킬이니 레벨 업이니 보상이니 하는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사춘기 꼬맹이도 아니니, 지금은 진정하고 할 일들을 해야 했다.
정시우는 두 망치를 인벤토리에 던져 넣고는 그제야 스스로의 몸 상태를 살폈다. 그의 육신에는 무기보다도 어쩌면 더한 변화가 일어나 있었다.
[정시우]
[지하 플레이어]
[Lv 75]
[근력 ? 242 민첩 ? 246 체력 ? 260 마력 ? 97]
[내성 ? 독 Lv7, 화염 Lv4, 저주 Lv3]
[패시브 스킬 ? 직감 Lv8, 카오스 테일 Lv2, 무지는 용감 Lv7, 소울 컬렉트 Lv3, 용의 위엄 Lv3, 헤비 웨폰 배틀 Lv3]
[액티브 스킬 ? 부여 Lv28, 강타 Lv25, 전투질주 Lv23, 크리티컬 불릿 Lv5, 워 크라이 Lv6, 스톤 스킨 Lv9, 크루얼 차지 Lv4]
일단은 레벨이다. 가스트의 등급이 그가 생각하던 것보다도 높았던 탓인지, 아니면 던전에 감추어져 있던 신비를 찾은 보상이 생각보다 후한 모양인지, 이보다 레벨이 더 낮았을 때에도 6밖에는 오르지 않았던 레벨이 이번에는 9씩이나 올라 단숨에 75레벨로 뛰어올라 있었다.
“75레벨이라…….”
“제가 오빠를 알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75레벨이라니…….”
“200레벨 플레이어보다도 강한 75레벨이지요. 형님이 200레벨을 돌파한다면 과연 얼마나 강해질까요? 벌써부터 즐겁네요.”
일반적인 플레이어가 이렇게나 많은 레벨 업을 거듭했다면 순식간에 변화된 스스로의 혼과 육신에 적응하지 못해 쓰러졌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정시우는 원체 타고나길 튼튼하게 타고난데다, 천령의 방울의 효과로 인해 강한 육체와 마나를 다루는 요령을 깨달은 덕에 앞으로도 백 레벨 정도는 더 올라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만 같았다. 어느 정도 조율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레벨뿐만 아니라 스킬에 찾아온 변화도 컸다. 많은 스킬들이 던전을 클리어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으로 보스와 맞붙으며 족히 1레벨씩 이상은 올랐지만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업적 보상으로 획득한 직감 스킬이었다.
[직감 Lv8]
[오감에서 비롯되는 여섯 번째의 감각. 느낄 수 없어야 하는 것을 느낀다.]
스킬의 설명은 굉장히 심플했다. 특이한 부분은 레벨이었다.
아무리 큰 업적을 세웠어도 스킬 탄생과 동시에 스킬 레벨 업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직감 스킬은 이미 그와 유사한 능력을 정시우가 지니고 있던 탓에, 그가 지니고 있던 기록이 스킬에 영향을 주어 곧장 8레벨이 된 것.
실제로도 정시우는 이번에 새로 그의 신체 내부에 생긴 별이, 마나로 탄생하지 않았을 뿐 원래부터 그가 지니고 있던 신체 기관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당연히 스킬을 구사하는 데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애매했던 힘이 이번 기회에 분명히 실체화된 것만 같은 기분. 그 위력이 강해진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직감을 원래 타고났다는 부분이 가장 놀라운걸요. 그야 테스트 던전에서 몬스터들의 기척을 느끼거나 함정을 직감만으로 때려 부수거나 할 때부터 알아보긴 했지만…….”
“직감이 패시브 스킬로 거듭날 정도라면 내 오감을 패시브 스킬로 만드는 것은 더 간단한 일이지 않을까?”
“맙소사…….”
과거 그 누구도 한 적이 없었던 끔찍한 발상이 정시우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패시브 스킬의 조건은 내가 그 능력을 다루는 데 충분히 익숙해져 있는 것과, 마나로 그것을 구현하는 응용력이잖아?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까지…… 으으음, 충분히 가능성 있어 보여.”
“그 발상이 더 무서워욧!”
수아린은 직감이라는 스킬조차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시우는 거기서 한술 더 떠 오감을 모두 스킬로 만들겠다는 선언을 하고 있었으니! 실제로 그에게라면 가능할 것 같다는 점이 가장 무서웠다.
“오감을 모두 스킬로 만들면 그야 확실히 강해지기는 하겠지만…… 나중에, 마력에 여유가 생기셨을 때 해야 해요. 지금은 안 돼요.”
“쳇.”
정시우는 스킬 하나당 마력 5 소모, 도합 마력 25 분량의 마석이 확보되는 그 순간을 기약하며 오감 스킬화의 꿈을 일단은 접어 두었다.
마지막으로 그가 살핀 것은 바로 클리어 보상으로 튀어나온 오팔 펜듈럼!
[오팔 펜듈럼]
[랭크 ? B+]
[숙련도 ? 0/500]
[은밀히 감추어진 보물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고 전해지는 추. 마나를 주입하면 근처의 마나반응을 탐색해 주인을 이끈다.]
“아.”
정시우는 아티팩트의 정보를 확인하는 순간 감을 잡고 말았다. 이건 분명 시크릿 다우저와 연계되는 아티팩트다!
더욱이 이 펜듈럼에는 사용횟수 제한도 없었다. 시크릿 다우저가 먼저 숨겨진 요소를 찾아내 반응하면, 그때 펜듈럼에 마나를 부여해 비밀을 찾아내면 되는 것이다!
“이 던전의 가장 큰 보물은 이 오팔 펜듈럼이었네요. 설마 이 던전에서 B+등급의 아티팩트를 얻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가스트를 탄생시킨 덕이겠죠.”
“던전에 숨겨진 요소들을 찾아내는 플레이어들은 던전 보상으로 스스로의 능력을 강화시켜주는 아티팩트를 얻는 경우가 많다더니 그게 진짜였군요. 설마 형님이 그런 케이스에 해당하실 줄은 몰랐지만…….”
“점점 내가 던전에 익숙해지는 기분인걸. 좋아, 아주 좋아.”
정시우는 펜듈럼을 품에 집어넣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는 더 이상 그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남아 있지 않았다.
“좋아, 그럼 제단으로 가자.”
“제단에서 또 뭘 얻으시려고.”
“보통 플레이어는 던전 보상이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아 경매장을 이용하게 되거나, 뜻대로 되지 않아 몇 번이고 같은 던전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은데 형님은 참 운도 좋으십니다.”
“그야 시우 오빠는 경매장도 이용할 수 없고 지금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같은 던전도 반복해 클리어하기 힘드니 운이라도 좋지 않으면 끝장이죠.”
“과연…… 아얏!”
정시우는 꼬마 천사와 요정에게 각기 한 방씩 꿀밤을 먹이고는 제단으로의 걸음을 서둘렀다. 던전의 구조 자체는 첫 번째 던전과 같았기에, 익숙한 길을 지나 빠르게 보스 룸의 제단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전과는 좀 많이 다른 것 같은데……? 혹시 저게 합성의 제단이야?”
“어…… 아뇨?”
그곳에는 백광을 발하는 보상의 제단도, 적광을 발하는 강화의 제단도 없었다. 사방으로 눈부신 금빛의 광채를 쏟아 내는, 여태까지 정시우가 보아 왔던 제단에 비해 아득히 거대한 덩치의 제단이 덩그러니 하나 놓여 있을 뿐이었다.
“혹시 보너스 스테이지를 클리어했을 때만 등장하는 특급 보상의 제단이라든가…….”
“그런 미니게임 같은 요소는 없어요! ……적어도 하늘성에는요.”
하지만 하늘성과 개미굴에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안 된다는 사실 정도는 이미 정시우도 수아린도 익히 알고 있지 않던가. 그들은 천천히 조심스레 제단을 향해 다가갔다.
다행히도 제단에 손을 얹자 정시우의 망막에 친절한 알림이 떠올랐다.
[전직의 제단]
[지금까지의 기록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열어 주는 제단]
“전, 직……?”
문득 정시우는 떠올렸다. 모든 플레이어는 10단계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으로 인해 자신만의 클래스를 획득하게 된다는 사실을.
물론 정시우 자신은 10단계는커녕 자신을 기준으로 책정되는 난이도의 던전밖에는 입장하지 않았기에 정작 클래스를 어떻게 얻어야 할지는 알 수가 없었는데…….
“그게 제단의 형태로 나타났다고……?”
“오빠, 제단 위로 게이트가 나타나고 있어요.”
정시우가 제단을 터치한 바로 그 순간 금색 광채를 두른 빛의 게이트가 제단 위로 서서히 형성되었다.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면 던전 바깥으로 나갈 수 있게 해 주는 게이트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그 안에 품고 있는 기운은 명백히 달랐다.
“그러면 그렇지, 비드를 바쳐 클래스를 획득하는 안일한 방식은 아니라 이거지.”
“일단 들어가 보시죠, 형님.”
“그래, 그래야지. 그런데…….”
“그런데?”
가뜩이나 강했던 정시우가 클래스까지 얻게 된다는 사실에 조금 지나치리만치 흥분한 용세하와, 어렴풋이 그가 하려는 말을 파악한 수아린. 이어지는 정시우의 말은 역시나였다.
“그러면 밴시랑 가스트의 비드는 어떻게 하지……?”
“어…….”
“후…….”
그로부터 5분, 끝내 아무리 뒤져도 백광의 제단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정시우는 잔뜩 시무룩해진 얼굴로 금광의 제단 위로 몸을 던졌다.
새로운 세상이 그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