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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로그인-50화 (50/260)

# 50

50화.

정시우는 밴시가 남긴 몬스터 비드와 달러를 움켜쥐고 일어서며 자이언트 구울이 어디쯤 오는지 살폈다. 놈은 아직 도시와 보스 룸을 잇는 던전 통로를 열심히 달리고 있을 뿐이었다.

“오, 아직 여유롭네.”

던전에 처음 들어왔을 땐 밴시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막지 못해 자이언트 구울이 그들 눈앞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밴시를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철저하게 계산된 움직임, 무자비한 폭력! 밴시가 힘을 되찾고 할 수 있었던 일은 딱 한 가지, 비명을 내지르는 것뿐이었다. 그것마저 정시우가 바라던 일이었으니 실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놈이 오기 전까지 유령이랑 해골들을 완전히 정리해볼까. 유령이랑 해골들만.”

“오빠의 집념은 이제 경이로울 정도예요.”

[구워어어어어어!]

[주인님이, 주인님이 죽었다!]

도시에 남은 몬스터들은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일단 정시우에게 전부 달려들었다. 그러나 정시우는 엄격하게 스켈레톤과 레이스만 골라내어 죽였다. 좀비 한 마리, 구울 한 마리 죽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

[크하!]

[한 많던 생애, 드디어…….]

정시우는 건물 지붕 위로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스켈레톤과 레이스들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혹시나 유탄에 좀비와 구울이 맞지 않게끔 세심하게 주의해가면서!

도시 곳곳에서 해골과 유령의 모습이 사라지니, 가뜩이나 끔찍했던 도시에 썩은 시체들만 남게 되면서 정말로 영화나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좀비 아포칼립스 같은 환경이 완성되어갔다.

[구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그로부터 얼마나 더 뛰어다닌 것일까? 드디어 자이언트 구울의 고함 소리가 정시우의 귓가에 들려올 정도가 되었다.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정시우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바로 움직이고 있는 스켈레톤과 레이스가 없나 확인하는 일이었다.

“좋아, 없다.”

“기어이 한 마리의 좀비도 죽이지 않은 게 더 용하네요.”

무한정 마탄을 날릴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그는 근접공격, 주위 돌을 주워 던지는 투척공격만 병행하여 몬스터를 죽였다. 그 와중에 단 한 번의 빗나감도 없었다는 점이 실로 대단했다.

[쿠하아아아아아!]

자이언트 구울은 도시의 상황을 곧장 파악했다. 자신을 부른 밴시는 이미 죽어 사라지고 없다는 사실과, 원수인 정시우는 멀쩡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놈이 우리의 주인을 죽였다! 우리도 놈을 죽인다!]

[캬아아아아!]

[죽는다, 죽는다!]

분노에 찬 놈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시체포식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면으로 덤벼서 정시우를 이길 순 없을 것 같았으니까! 좀비와 구울들 역시 체념했다. 정시우에게 죽는 것보단 자이언트 구울에게 먹히는 쪽이 더 나았다.

“이야, 다시 봐도 장관이네.”

“우욱, 우에엑.”

정시우는 자이언트 구울이 식사를 하는 동안 근처에 보이는 좀비나 구울을 적당히 놈에게 던져주며 한편으로는 스스로의 체력과 마력을 회복했다. 밴시를 처리하고 이미 몇 분 이상이 흘러 있었기에 체력은 완전히 차올라 있었으나 마력은 아직 온전하지 않았다.

“그러면 기다려보실까. ……아, 그랬지.”

[구오오오오오오!]

그러고 보면 도시를 다 부수는 데에도 추가 보너스가 있더랬다. 정시우는 자이언트 구울의 괴상한 함성에 좀비와 구울들이 차례차례 모여드는 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제 좀비고 구울이고 모두 빠져나가 텅 빈 건물들을 차례차례 부수기 시작했다.

“으랏차! 하아아압!”

“꼭 RPG에서 아이템 먹으려고 애꿎은 항아리를 깨고 다니는 용사를 보는 기분이에욧!”

“정말 알기 쉬운 비유군요, 선배님!”

건물도 부수다 보면 요령이 는다. 정시우는 가장 힘이 덜 빠지는 방식으로, 다닥다닥 붙어 늘어선 건물의 어디를 어떻게 쳐야 최대한 많은 숫자의 건물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질지를 계산하여 효과적으로 건물을 부수었다. 7콤보, 11콤보, 17콤보, 25콤보!

“건물 하나 쓰러트렸는데 연달아 34채가 무너졌어…….”

“이 정도면 상 받아도 될 것 같은데.”

정시우는 어떻게 부수어야 더 효과적으로 많이 부술 수 있는지 이 던전에서 심도 있게 깨달아가고 있었다. 보통 플레이어들은 전혀 깨달을 이유도 깨달을 수도 없는 테크닉만 저절로 길러지고 있었다.

[구워어어어어어!]

“네가 건강해보여서 나도 기분이 좋구나!”

때마침 그때 자이언트 구울이 포식을 마치고 괴성을 내질렀다. 정시우는 인사 삼아 방금 부순 건물 파편을 망치로 놈에게 쳐 날렸다. 그런데 놈의 반응이 의외였다.

[인……간! 감히……!]

놈이 양팔을 들어 탄환처럼 날아든 건물 파편을 그대로 부수었다. 그 거대한 덩치에는 어울리지 않는 기민한 동작이라고 생각한 다음 순간 놈의 덩치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구오오오, 크하아아아아악!]

“어라.”

정시우는 몸체는 줄어드는 반면 그 기세는 점점 증폭되어가는 자이언트 구울을 보며 직감적으로 저번 던전과는 굉장히 다른 전개가 벌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이유는 극명하다. 놈이 던전 내의 모든 좀비와 구울을 먹어치웠기 때문이다!

“어, 이런 걸 ‘비밀’이라고 하지 않냐?”

“설마 이 던전에 두 개의 비밀이 잠자고 있었을 줄이야…….”

수아린과 용세하도 얼떨떨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야 물론, 밴시의 존재에 대해선 던전 처음부터 그를 따라오는 밴시 본인이 밝히기도 했던 만큼 사실상 숨겨져 있다고는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설마 밴시가 자이언트 구울을 해방시키도록 놔두고, 나아가 그놈이 던전 내의 모든 구울과 좀비를 먹어치울 수 있게끔 방치까지 해야 나타나는 숨겨진 요소가 있었으리라고 그 누가 짐작할 수 있었겠는가!

[던전의 보스 몬스터 자이언트 구울이 특수한 조건을 만족시켜 가스트(Ghast)로 변화합니다.]

정시우의 망막 위로 경고 문구가 나타났다. 그만큼 적이 강한 놈이라는 얘기였다. 정시우는 자신의 고생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역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이구나.”

“가스트는 30단계 언데드 던전에서나 볼 수 있는 엘리트 몬스터입니다! 심지어 그리 자주 볼 수 있는 몬스터도 아니죠. 인간보다 거대한 덩치에 터무니없는 민첩함, 그리고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중독되는 독무를 뿌리고 다니는 게 가장 큰 특기입니다!”

용세하는 스스로도 한 번도 잡아본 적 없는 가스트에 대해 줄줄이 설명을 늘어놓았다. 용오름 길드의 엘리트였다는 말은 과연 거짓이 아닌 모양이다.

“그럼 붙어볼까. 아린이 너는 해독 준비나 해줘.”

“이렇게 말해놓고 어차피 어지간한 건 내성 기른다면서 그냥 맞을 거잖아요.”

“어느새 이렇게 날 잘 파악하게 되다니…….”

정시우는 일단 수아린과 용세하를 따로 떼어놓고는 망치를 쥐며 앞으로 나섰다. 변이를 완전히 마쳐 고작 2미터를 조금 넘기는 수준으로까지 작아진 검은 몸체의 언데드, 가스트가 전신으로 독무를 흩뿌리며 정시우를 노려보았다.

[언데드에게도 마음은 있다. 네놈은 그것을 짓밟았어!]

“지능이 제법 높아 뵈는군.”

좋다. 언제까지고 뇌가 없는 짐승들하고만 싸워서야 전투의 기술은 숙달할 수 없으니까. 그는 히죽 웃으며 그대로 돌진했다. 그의 손에 들린 망치에 마력이 주입되어 망치를 보다 단단하고 강하게 만들었다.

“뒈져!”

[네놈이야말로!]

가스트가 내지른 손톱과 정시우의 망치가 격돌했다. 금속과 금속이 부딪힌 것만 같은 강렬한 소음이 일어나 그의 귀를 진동시켰다. 가스트의 독무가 정시우의 콧속으로 빨려 들어온 것은 덤이었다.

[가스트의 독이 체내에 침입합니다. 독 내성으로 완전히 이겨내지 못해 미약한 중독 상태가 되었습니다.]

[가스트의 독이 체내에 침입합니다. 독 내성으로 완전히 이겨내지 못해 중독이 심화됩니다. 중첩이 계속되면 보다 심각한 독으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발끝, 손끝을 미약하게 움직여 중독으로 인한 신체 손상을 파악한다. 얼마 걸리지 않아 신경 쓸 필요가 없을 정도라는 결론이 나왔다.

[네놈을 독으로 녹여주마!]

“독은 둘째 치고 격투술은 단련이 좀 필요하겠어, 안 그래?”

놈이 있는 힘껏 내지른 주먹을 여유롭게 피하며 정시우가 놈의 발을 걷어찼다. 손과 마찬가지로 강철로 변이한 것마냥 강화되어 있는 허벅지였지만, 정시우의 힘 역시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

균형이 무너지고 그대로 바닥에 엎어지는 가스트! 정시우의 망치가 그런 놈의 머리통을 있는 힘껏 두들겼다!

[쿠아아아아아아!]

“하.”

그러나 놈의 머리통은 놀랍게도 몸통보다 더욱 단단했다. 그대로 놈을 으깨버릴 작정이었던 정시우는 머리를 얻어맞고 잔뜩 성질난 놈이 독을 가득 품은 손톱을 내지르는 것을 다급히 피해 뒤로 물러났다. 망치를 확인해보니 끝부분에 아주 조금 금이 가 있었다.

“확실히 이 망치로 뭉갤 시기는 지나갔구나…….”

“무기를 스왑하려면 지금이에요, 오빠!”

그러나 정시우는 수아린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상대가 강하기 때문일까, 단지 두 번의 충돌로 흑랑의 앞발의 숙련도가 3 가까이 차올랐다. 이제 숙련도 100%까지 남은 수치는 고작 2였다.

“앞으로 한 방이면 숙련도가 다 찰 거야. 저렇게 단단한 놈을 상대로 더 휘둘러준다는 데에 요놈도 고마워하겠지.”

“그냥 부서지고 끝일 것 같은데요!”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뭐. 정시우는 다짜고짜 가스트에게 돌진했다. 잔뜩 분노한 놈이 이전보다 거센 독무를 뿜어냈다.

중독이 심화되어 피부가 타들어가는 고통이 찾아왔으나, 내성을 올리는 대가라 생각하면 이 정도는 가렵지도 않았다. 가스트는 정시우의 돌진에 조금도 흔들림이 없는 것을 보고는 자신의 독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이, 괴물 같은 놈이……!]

“그래, 자주 듣던 말이야.”

가스트는 끝내 독을 포기하고 정면으로 덤벼들었다. 양팔을 살짝 뒤로 젖히더니 검처럼 쏘아내는 가스트. 놈의 육신의 단단함을, 손톱의 날카로움을 생각한다면 저것을 정면으로 맞았을 때의 결과는 쉬이 예상이 간다.

그러나 정시우는 피하지 않았다. 놈과 격돌 직전의 순간 크루얼 차지를 시전하여 놈의 타격 포인트를 제대로 엇나가게 하며 그대로 놈을 들이받았다.

[칵!?]

“흐압!”

크루얼 차지. 그것은 전투질주 스킬과 강타 스킬, 마지막으로 스톤 스킨 스킬이 더해진 스킬이다.

타격 지점이 엇나간 공격 따위, 그것이 가스트의 손톱이라고 해도 어렵지 않게 튕겨낼 수 있는 방어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비록 갑옷은 찢어졌지만!

[인간 주제에 그렇게 단단한……!]

“그것도 자주 듣던 말이야!”

놈의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 결과 정시우의 스킬을 전신으로 받아낸 가스트가 돌진의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허공에 부웅 떠올랐다.

놈은 곧장 자세를 바로잡으며 착지하려고 했으나, 그 전에 정시우가 양팔을 풍차 돌리듯이 휘둘러 흑랑의 앞발을 아래에서부터 위로 거세게 올려쳤다!

[칵!]

[흑랑의 앞발의 무기 숙련도가 100%가 되었습니다.]

[흑랑의 앞발이 진정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가스트의 머리통이 기어이 완전히 박살나는 순간, 무기의 숙련도가 100%에 달하는 순간. 충돌의 데미지를 이겨내지 못한 흑랑의 앞발의 추가 기어이 터져나갔다!

그러나 정시우는 추가 터져나간 그 자리에 이전 것보다 조금 작지만 보다 단단한 추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내 그의 눈앞으로 아티팩트의 정보가 보다 선명히 드러났다.

[거랑의 앞발]

[랭크 ? C++]

[공격력 ? 850 ? 1,750]

[숙련도 ? 240/480]

[속성 ? 화염 D+]

[옵션 ? 1. 마나를 소모해 거대화 2. 타격 시 일정 확률로 중독]

[자이언트 블랙 울프의 앞발에 담긴 거력을 그대로 담아낸 슬레지 해머. 단단하며 강력하지만, 그만큼 무거워 다루기 힘들다. 강력한 독의 힘이 추가되었다. 위장된 겉 부분이 깨지고 진정한 힘을 드러내었다. 아직 가능성이 더 남아 있는 것 같다.]

이건 그냥 완전히 다른 아티팩트가 탄생한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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