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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로그인-48화 (48/260)

# 48

48화.

자이언트 구울은 분명 강력한 적이었다. 원체 타고난 힘과 체력도 대단했을뿐더러, 보스 룸이라는 환경에서 풀려나 좀비와 구울로 가득한 도시에 풀려나자 특수한 조건이 갖추어져 본래 난이도에 비해 월등히 강력한 힘을 품게 되기까지 했다.

특수한 조건이란 바로 동족포식. 놈은 밴시를 잃고 당황하는 좀비와 구울을 마구 먹어치워 실시간으로 자신의 힘을 불린 것이다!

[구아아아아아악!]

“젠장, 약하잖아.”

물론, 그래봤자 기갑 오크 천부장보다는 약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정시우는 놈이 동족포식으로 힘을 늘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곤 역시 몬스터들을 미리 잡지 말았어야 했다며 한탄했지만 상황은 이미 늦어 있었고, 그는 눈물을 찔끔 머금고 자이언트 구울의 마지막을 장식해주었다.

“보스가 보스 같지 않아…….”

“원래 보스가 파워 업 이벤트를 한다는 건, 파워 업을 해야 할 만큼 주인공이 강하다는 뜻이야. 진정한 보스는 그런 이벤트 같은 것 없이도 얼마든지 압도적으로 주인공을 짓밟는다고.”

“모든 RPG게임을 근본부터 부정하는 발언이네요.”

정시우는 수아린의 말을 무시하며 자이언트 구울의 사체에 다시 한 번 거세게 망치를 때려 박았다. 루팅을 하는 것이다.

“후우…….”

“정말 끔찍한 광경이야…….”

자이언트 구울의 달러와 비드까지 완벽히 회수하고 고개를 들자 어둠에 잠긴 세리엔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죽은 자들의 도시였던 세리엔은 이제 완전히 죽은 도시가 되어 있었다. 제대로 남아난 건물이 없었다.

[던전 클리어]

[소요 시간 2:35:56]

[좀비 1,327, 스켈레톤 916, 구울 164, 레이스 59, 밴시 1, 자이언트 구울 1 처치]

그 삭막한 폐허에서 정시우의 던전 클리어 정산이 이루어졌다.

[특수 업적 ‘던전 파괴자’ 달성]

[추가 보상, 플레이어 스킬 획득 ? 저주 내성(패시브)]

[클리어 랭크 ? EX]

[추가 보상, ‘시크릿 다우저’ 획득]

[경험치 정산 완료. 레벨이 6 올랐습니다.]

[정시우]

[지하 플레이어]

[Lv 66]

[근력 ? 224 민첩 ? 228 체력 ? 242 마력 ? 88]

[내성 ? 독 Lv7, 화염 Lv4, 저주 Lv1]

[패시브 스킬 ? 카오스 테일 Lv2, 무지는 용감 Lv7, 소울 컬렉트 Lv3, 용의 위엄 Lv3, 헤비 웨폰 배틀 Lv3]

[액티브 스킬 ? 부여 Lv27, 강타 Lv24, 전투질주 Lv22, 크리티컬 불릿 Lv5, 워 크라이 Lv6, 스톤 스킨 Lv8, 크루얼 차지 Lv3]

고생의 대가는 분명했다. 레벨도 6이나 오르고 각종 전투 스킬도 성장했으며, 이번에 세 번째의 내성을 얻어 기어이 내성 항목이 새로 생겨나기까지 했다.

이미 이 던전에 나타나는 몬스터들보다 강한 힘을 지니고 있던 정시우가 마냥 눈앞의 몬스터를 지워가며 던전을 돌파했더라면, 제아무리 높은 랭크로 던전을 클리어했어도 3레벨 정도밖엔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봉인되어 있던 밴시를 완전히 해방시키고, 나아가 자이언트 구울을 보스 룸으로부터 끌어내어 다른 좀비와 구울들을 먹여 성장시킨 덕분에 정산을 거의 두 배 이상으로 뻥튀기시키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원래 던전을 한 번 클리어할 때마다 이렇게 성장하는 게 정상은 아닌데…….”

“그만큼 다른 허접한 던전도 많이 클리어하고 있잖아. 원래 다들 그렇게 평균을 맞추는 거지.”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단기간 내에 던전을 마구 클리어하진 않거든요……!? 모두가 오빠처럼 성장했더라면 10년이 아니라 1년도 안 되어서 32단계 던전을 클리어했을 거예요!”

“그래그래, 다 내가 잘난 탓이라고 해두자.”

정시우는 수아린에게 적당히 대꾸해주며 특별 보상을 확인했다. 시크릿 다우저, 뭔가 했더니 수맥 탐지기처럼 생긴 기역자의 막대기 두 개였다.

[시크릿 다우저]

[랭크 ? B-]

[던전 안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는 마도구. ‘비밀’과 가까워지면 진동하며, 그때 사용할 경우 비밀의 정체를 드러낸다. 3회 사용 시 소멸한다.]

“오.”

설마 던전의 비밀을 탐구하는 데 성공해서 이런 보상이 튀어나왔단 말인가! 마냥 무식하게 돌진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재능이 없는 정시우에게는 무척 반가운 아티팩트였다.

3회 사용 시 소멸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었다. 시크릿 다우저는 비밀과 가까워지면 진동한다고 한다. 이때 다우저를 굳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정시우가 자력으로 주변을 탐색한다면 다우저를 소모하지 않고도 비밀을 찾아낼 수 있지 않겠는가!

“탐험가 계열의 클래스를 지닌 플레이어라면 엄청 좋아할 만한 아티팩트로군요.”

“그냥 던전을 클리어할 뿐인데 이런 기이한 보상이 알아서 굴러들어오다니…….”

정시우는 다우저를 품에 소중히 보관하고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던전이 무너지기 전에 제단을 찾아야 했다. 다른 건 몰라도 밴시와 자이언트 구울의 비드는 제단에 바쳐 아티팩트를 얻어두는 쪽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오빠.”

전투가 너무 정신없었던 나머지 깜빡 잊고 있던 사실을 그제야 떠올린 수아린이 그에게 물어왔다.

“제가 부여한 축복의 힘을 부풀렸던 건 대체 어떻게 한 거예요?”

“그냥 조금 다른 방식의 부여였어.”

“그게 부여로 해결되는 일이라구요……?”

그게 되면 모든 상위권 플레이어들은 더 이상 언데드 몬스터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신성력을 다루는 사제가 대접받는 것이고, 그들의 힘이 마나와 구분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시우에게 그것을 캐물어도 그의 대답은 같았다.

“원래 안 되는 거란 인식이 더 이상하다고 본다만. 다들 해보면 될지도 모르잖아.”

“내가 말을 말아야지.”

정시우는 철문째로 산산조각 난 보스 룸의 입구를 지나쳐 제단에 도달했다. 내심 강화의 제단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그런 건 없고 그냥 백광의 제단만이 놓여 있었다.

“이거 또 한꺼번에 다 부으면 튕겨날 분위긴데.”

“부츠, 부츠가 하나만 나오면 좋겠다.”

정시우는 밴시와 자이언트 구울의 비드, 거기에 엘리트 몬스터들의 비드만 싹 긁어모아 한꺼번에 제단에 투척했다. 던전 랭크도 어느 정도 높았던 덕에 이번엔 비드가 튕겨나는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형님, 이거 왠지 느낌이…….”

제단 위에 나타난 빛 무리가 갖추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용세하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왠지 망치 같은데요.”

“제가 보기에도 그래요. 으으, 설마했던 카테고리 중복이라니!”

던전을 아무리 돌아도 원하는 아이템이 나오지 않을 때의 고통, 그 분노! 한국에서 RPG를 해본 이들이라면 누구나가 한 번씩은 겪었을 바로 그 상황이었다!

그러나 마침 흑랑의 앞발의 공격력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던 정시우는 제단에 모습을 드러내는 망치의 모습을 확인하며 오히려 희색을 띠었다.

“흑랑의 앞발에 걸린 인챈트는 조금 아깝지만 솔직히 무기가 강화되는 건 바라던 일이야.”

“무기의 숙련도를 모두 채우면 합성의 제단을 이용할 수 있게 되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으으, 그건 그렇다 치고 부츠…… 오빠, 남은 비드라도 바쳐보죠?”

“넌 이미 내가 뭐라고 답할지 알고 있겠지.”

“오빤 나중에 바바리안 클래스라도 얻는 게 좋겠어요, 정말!”

정시우는 수아린의 말에 히죽 웃어보이곤 빛이 완전히 가시고 모습을 드러낸 망치를 손으로 붙잡았다.

겉으로 보기엔 흑랑의 앞발과 그리 다르지 않은 사이즈의 슬레지 해머는 특이하게도 투명에 가까운 흰색의 금속질이었는데, 적을 가격하는 해머의 헤드 부분만이 선명한 보랏빛을 띠었다. 태양 아래 본다면 허공에 보랏빛 덩어리만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일지도 몰랐다.

[거인의 비명]

[랭크 ? C++]

[공격력 ? 1,350 ? 1,950]

[숙련도 ? 0/400]

[옵션 - ???]

[중급 언데드의 힘이 담긴 망치. 산 자는 이 망치에 닿는 것을 두려워한다. 많은 힘이 숨겨져 있다.]

“제법 무거워.”

“흑랑의 앞발이랑 비슷해 보이는데요?”

그러나 정말로 무거웠다. 수백 킬로그램 이상 나가는 뇌신의 라이플보다도 무거운 수준이니 말 다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정시우는 어렵지 않게 다룰 수 있는 수준이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은 신체를 부여로 강화하기 전에는 결코 이 해머를 들 수 없을 것이다. 최정상의 플레이어들을 기준으로 해도 그랬다.

“대체 뭘로 만들었기에 이렇게 무거운 거지?”

“이거 아무래도 진짜 랭크가 숨겨져 있는 것 같은걸요.”

“그런 일도 있어?”

“물론이죠.”

겉으로 드러난 무기의 랭크는 C++, 물론 충분히 훌륭한 아티팩트였지만 설명문으로 보나 무기의 터무니없는 무게로 보나 숙련도가 쌓이고 옵션이 밝혀지면 랭크가 뒤바뀌는 아티팩트, 통칭 히든 피스임에 분명했다.

“그래서 옵션이 감추어진 무기는 함부로 버리면 안 되는 거예요. 일일이 그 무기를 들고 다니며 숙련도를 쌓는 것도 지난한 일이기는 하지만, 히든 피스 하나 덕에 입지가 완전히 뒤바뀐 플레이어도 그리 적지 않답니다.”

“으으, 아티팩트를 분배할 때 겉으로 보이는 랭크만 보고 양보했다가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한 적이…….”

아무래도 용세하는 나쁜 쪽으로 그런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는 모양이다. 정시우는 녀석을 토닥여주며 해머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러면 일단 이 해머는 놔두고, 흑랑의 앞발의 숙련도를 먼저 맥스로 찍어보자.”

“지금 몇인데요?”

“229.”

“와오.”

참고로 흑랑의 앞발의 최대 숙련도는 240. 흑랑의 앞발이 품고 있는 나머지 하나의 옵션은, 놀랍게도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정시우는 어쩌면 이 흑랑의 앞발 역시 히든 피스의 일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나가자.”

“설마 나갔더니 설악산, 이런 전개는 아니겠죠.”

“괜히 이상한 복선 깔지 마. 불안해지잖아.”

그냥 그대로 휴식처로 갈까? 하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한 정시우였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슬슬 바깥 공기도 한 번 쐴 때가 되었다. 설사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그는 지금 투구로 정체를 완전히 숨기고 있는 상황! 그 어떤 상황이라 해도 문제가 될 일은 없다.

암, 분명 그러하다.

정시우는 게이트를 향해 몸을 던졌다.

그리고 물에 빠졌다.

“우부부부부붑!?”

이게 뭐야 대체! 라는 말은 입 바깥으로 제대로 흘러나오지 않았다. 물이 입으로 마구 들어오며 그를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게 했다. 아예 작정하고 잠수했으면 몰라도 갑자기 물에 빠졌으니 당황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읍, 으읍읍!”

수아린이 필사적으로 그의 가슴팍을 두들겼다. 정시우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다급히 휴식처 출입열쇠를 꺼내어 들었다.

그들이 위치한 곳은 해저, 바다의 밑바닥. 아무래도 설악산과 가장 가까운 던전은 해저에 있는 던전이었던 모양이지만 지금은 그런 것은 어찌 되든 좋다. 그는 다급히 열쇠를 바닥에 꽂았고, 그와 두 명의 서포터는 곧장 휴식처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런데.

휴식처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고개를 든 정시우의 눈에.

저 너머, 해저 한가운데에 도사리고 있는 거대한 몬스터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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