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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로그인-26화 (26/260)

# 26

26화.

[정시우]

[지하 플레이어]

[Lv 35]

[근력 ? 152 민첩 ? 156 체력 ? 170 마력 ? 35]

[패시브 스킬 ? 카오스 테일 Lv1, 무지는 용감 Lv4, 독 내성 Lv6, 화염 내성 Lv2, 소울 컬렉트 Lv1, 살기 Lv2]

[액티브 스킬 ? 부여 Lv18, 강타 Lv12, 전투질주 Lv11, 마탄 Lv6, 워 크라이 Lv4, 스톤 스킨 Lv1]

휴식처에서 3시간의 숙면을 취한 후, 정시우는 스테이터스를 확인하며 끙, 한숨을 쉬었다.

스킬은 모두 완벽했다. 다른 스킬들의 성장속도도 마음에 들었고, 몇 개인가의 슬라임 던전을 질주하며 기어이 얻어낸 빅 슬라임의 정수를 통해 얻은 방어용 스킬 단단해지기…… 아니, 스톤 스킨 또한 여차할 때 그의 목숨을 지켜줄 훌륭한 스킬이었다.

문제는.

“왜 더 이상 특수 업적이 달성되지 않는 거지?”

“특수 업적이란 게 원래 그렇게 밥 먹듯이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수아린은 어이가 없어 반문했다. 그녀가 보기에는 지금 그의 스테이터스도 이미 충분히 괴랄했다. 그것은 그가 다른 플레이어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신체 수치를 지니고 스타트했음을 감안해도 그러했다.

평범한 플레이어는 레벨 업을 했다고 해서 근력이나 민첩, 체력이 한 번에 2씩 올라가지는 않는다. 아주 운이 좋을 때, 혹은 그것과 관련된 업적을 세웠을 때나 추가적인 상승이 이루어졌다. 반면 마력은 평균적으로 1.5가 올라, 오히려 다른 스탯에 비해 올리기가 쉬웠다.

‘그런데 오빠는 정반대란 말이지…….’

정시우의 마력은 무조건 레벨 당 1, 얄미울 만큼 조금씩 상승했다. 하지만 그 외의 다른 신체 스탯은 레벨 당 2라는 무지막지한 성장율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니 결국 정시우는 지금 시점에서 어지간한 플레이어들을 압도하는 수준의 힘을 지니게 된 것이다.

‘적은 마력이라도 잘 다루기만 한다면 괜찮아. 지하 플레이어란 특성 탓인지 타고난 육체 탓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오빠는 하나씩 레벨이 오를 때마다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압도적으로 강해지고 있으니까.’

정시우 본인은 초조해하고 있지만 수아린은 현 상황을 무척 좋게 판단했다. 무엇보다도 부여 스킬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부여란 마나와 관련되는 모든 액티브 스킬의 시작과 끝이나 다름없는 스킬. 부여 스킬의 성장은 곧 마나 테크닉의 성장과 같다. 정시우가 마나를 다루는 감각이 뛰어나다는 것은 일찌감치 알고 있었지만 그의 성장속도는 그녀의 예상보다도 더욱 뛰어났다.

좋다. 아주 좋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정말 가야겠어요? 진짜?”

“응. 이제 한 번 해볼 만해. 더구나 지금쯤 들어가 주지 않으면 네 후배 녀석도 굶어 죽을 테고.”

정시우가 기갑 오크 던전에 다시 가려고 하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아무리 서울 시내가 얼추 정리되었다지만 전국 규모로 보면 새 발의 피일 텐데요. 굳이 가장 어려운 선택지를 먼저 고를 필요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서울을 떠나기 전에 오크 던전을 정리해두고 싶은 거지. 만약 그 던전의 몬스터들이 바깥으로 풀려나면 꽤 골치가 아플걸.”

그건 맞는 말이었다. 전투 그 자체를 사랑하며, 한 명 한 명이 단련된 전사인 기갑 오크들은 던전에서 해방되는 순간 살육의 축제를 벌일 것이다. 아무리 한국에 정예 플레이어들이 많다지만 기갑 오크는 그들에게도 정면승부를 벌이기 꺼림칙한 상대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대로 열흘 정도만 더 흐르면 오빠는 스테이터스 면에서 그들을 압도할 수 있게 될 텐데요? 던전이 해방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다고요.”

정시우의 성장세는 결코 예사롭지 않았다. 그가 이미 발전할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인가, 한시도 쉬지 않고 정진하기 때문인가, 그게 아니라면 워낙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탓인가. 어쩌면 그 모두의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성장하는 육신과 마력에 어렵지 않게 적응했으며 그 모두를 활용할 줄 알았다.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이미 과거에 그 과정을 거쳐 온 수아린은 잘 알았다.

“사실은 그래서야.”

정시우는 히죽, 웃으며 대꾸했다.

“그들을 아직 스테이터스로 압도하지 못할 때, 하지만 한 번 비벼볼 만할 때. 지금이 딱 적기야. 기술과 육신을 모두 성장시킬 적기.”

기껏 얻은 강적이지 않은가. 그것을 다른 어렵지 않은 던전이나 돌며 성장해 시시하게 짓밟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 놈들과 필사적으로 싸울 수 있는 시기인 지금. 정시우가 바라던 타이밍이었다.

그리고 수아린은 정시우의 그런 반응에 쓴웃음을 짓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이번엔 제가 한 발 물러나죠.”

정시우는 위험도가 높은 던전을 돌며 성장하고 싶어 했지만 그것을 레벨이나 먼저 올리자며 설득한 것은 수아린이다. 정시우가 먼저 그녀가 바라는 대로 며칠씩이나 하품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던전들을 참고 주파했으니, 이번엔 그녀가 굽힐 때였다.

“오크들을 이용해 수련할 생각이군요.”

“그래.”

정시우는 다른 이들이 들었다면 기겁할 법한 말에 태연하게 대꾸하며 바이크를 몰았다. 패시브 스킬인 살기의 영향으로 주위 차들이 움찔, 움찔하며 속도를 늦추는 것이 보였다.

그나마 이것도 억누른다고 억누르는 것인데 완벽하질 못해 이 사달이었다. 사고라도 날까 무서웠다. 물론 근처에서 사고가 난다면 그가 사전에 모두 막을 수 있겠지만, 역시 이대로는 문제가 크다.

‘육신과 마나. 마나와 육신…… 이 스킬도 정말 탐구할 부분이 지나치게 많아.’

사태가 조금만 한가로웠더라면 가만히 들어앉아 살기를 연구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정시우는 문득 플레이어가 되기 이전의 한가로웠던 일상을 떠올리며 피식 웃고 말았다.

만사가 그런 법이다. 필요 없을 땐 많고 필요할 땐 없다.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다 왔어요.”

정시우는 바이크를 멈춰 세우며 곧장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도로 한복판에 던전의 입구가 생성된 것이 보였다.

[강화 오크의 군락 던전 : 위험도 높음]

한 번 들어갔다 나왔기 때문일까, 꼬리 한 번만 담그면 금세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허물어진 마력 입구. 이제 정시우는 그의 꼬리가 단순히 물리적으로 사물을 부수기 위한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꼬리를 들어 지면을 찔렀다. 정시우와 수아린은 곧장 던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개미굴 에이리어 #84 강화 오크의 군락]

[클리어 제한 시간 3일]

“어?”

던전에서 눈을 뜬 정시우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클리어 제한 시간이 생겨났잖아. 그렇다는 건 역시…….”

“두 번째 도전부터는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겠죠. 더욱이 플레이어가 개미굴 던전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던전을 자극하는 행위가 되는 것일지도…….”

가만히 있었으면 풀려나지 않았을 던전이 그의 입장으로 인해 위험성을 띠게 되었다? 굉장히 불합리하고 심기 불편하게 하는 소식이다. 정시우는 입술을 삐죽이며 중얼거렸다.

“중간에 빠져나가면 리셋되겠지, 뭐.”

“여차하면 익명으로 용오름 길드에 신고라도 하죠, 뭐.”

둘은 잡담을 나누며 이리저리 시선을 두었다. 동굴 한 켠, 용세하가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유독 생기가 빠져나간 것처럼 보여 정시우는 순간 놀랐다.

“혹시 죽었냐?”

“안 죽었습니다. 아직은요.”

용세하가 천천히 대꾸했다.

“점점 육신의 상실에 익숙해지고 있는 중입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어쩌면 저도 수아린 선배님처럼 육신 자체가 축소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곧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지겠죠.”

“그렇게 되지 않게 하려고 시우 오빠가 왔어요.”

“정말…… 놀랍습니다. 존경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군요.”

용세하의 말은 괜히 느릿느릿한 데다 핀트를 쉬이 잡을 수 없어 정시우를 짜증 나게 했다. 정말로 곧 죽을 사람 같지 않은가. 그는 사람이 죽는 것이 싫었다. 자신과 관계된 사람이 죽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그는 용세하와는 달리 상실에 익숙하지 않았다.

“어쨌든, 저는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도와드리는 것이 이치이지만…… 여기에 이렇게 있지 않으면 저 자신을 자각하는 것도 힘들어질 것 같아서…….”

“그래, 그럼 죽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아린이 너도.”

정시우는 수아린까지 떼어놓았다. 아직 그의 수준으로는 수아린까지 보호하며 오크와 싸울 수 없었다. 수아린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에게 양손을 내밀었다.

“귀환석, 줘요.”

“줄게. 쓸 일은 없겠지만.”

“그 넘쳐나는 자신감만은 좋네요.”

하지만 정작 수아린 또한 정시우가 일대일로 오크에게 질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지금보다 레벨이 10이나 낮았던 이전에도 결국 이기기는 했으니까. 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던전 플레이, 그 자체였다.

“어디 오크가 한 번에 세 마리 나타나도 그렇게 여유 있나 두고 보자.”

“일대일로 싸워 이기면, 그 다음엔 세 마리가 나타나든 서른 마리가 나타나든 다를 거 없어.”

전투의 기본을 무시하는 개소리를 지껄인 정시우가 던전의 첫 번째 방, 오크가 기다리는 그곳으로 향했다. 도중에 인벤토리에서 꺼내든 망치를 두 손에 쥐는 것도 잊지 않았다.

[크칵, 인간이로군.]

“음?”

정시우는 던전 첫 방에서 그를 기다리던 오크의 반응에 멈칫했다. 어째 그를 처음 본다는 투이지 않은가. 그때와 다른 오크인가 싶어 안력을 돋웠지만 이전에 싸웠던 놈과 같은 놈인지 다른 놈인지 파악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훌륭한 전사다. 약골 주제에 이상하게 마나만 가득 지니고 있던 혼종들과는 달라. 단련된 육신, 첨예한 기도. 기쁘다, 기뻐! 인간 중에도 이런 전사가 있었구나!]

“뭐, 됐나.”

어쨌든 비슷한 말을 지껄이고 있으니 됐지. 정시우는 혼자 납득하곤 망치를 들었다. 그리고 그에 맞서 도끼를 치켜드는 놈을 향해 씩 웃어보이곤 전투질주를 발동했다.

“막아봐라!”

[용맹하고 무모한 돌진, 나쁘지 않다!]

단순한 돌진의 궤적은 굳이 읽어내려 애쓸 필요도 없다. 타이밍을 맞추어 그대로 정시우의 목을 잘라낼 기세로 도끼를 내려치는 오크! 정시우는 씩 웃으며 망치를 쥔 손으로 마력을 흘렸다. 전투질주로 발현되어 그의 몸을 타고 흐르던 마나의 일부였다.

“강타!”

[큭!?]

물처럼 자연스러운 마나의 흐름이 순간 망치를 가득 채워, 다음 순간엔 망치가 이끄는 대로 폭주했다! 이제 그는 전투질주와 다른 전투 스킬을 연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크는 순간적으로 가속하는 망치의 궤적을 읽지 못해 머리통을 강하게 얻어맞고는, 피를 토해내며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설마 첫 격돌에서부터 손해를 볼 줄이야, 놈의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이었다.

[단순하되 강력한 스킬…… 너만 가진 것이 아니다!]

“알아. 그러니 보여 봐.”

마나라는 새로운 세계에 이제 막 발을 내디딘 정시우는 신선한 자극에 목말라 있었다. 그것이 자신의 것이든 타인의 것이든, 마나와 육신이 동시에 활성화되는 그 순간을 그는 간절히 원했다.

[오크의 힘, 보여주마!]

물론 상대는 지닌 마나를 모두 기계 장치에 쏟아붓는 종족 기갑 오크지만, 그렇다고 스킬을 다룰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놈들에게도 스킬이 존재했다. 타고난 스킬, 육신이 발달하며, 온갖 업적을 세우며 몸에 저절로 새겨지는 스킬.

바로 패시브 스킬!

[크하아아아아아압!]

“하!”

오크가 기합을 내지르며 힘을 북돋은 다음 순간, 놈의 도끼가 번개처럼 내리꽂혔다. 도저히 피할 여유가 없다. 정시우는 두 눈을 부릅뜨며 마주 망치를 휘둘러 그것을 받아냈다. 순간적으로 이에 빠득 힘이 들어가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놈들의 몸 속 깊은 곳에 살아 숨 쉬며 그들의 의지에 반응하는 스킬의 존재를.

“그렇구나. 그게 네놈의 패시브 스킬이란 말이지.”

[오크의 힘을 정면에서 받아치다니, 역시 마음에 드는구나!]

오크의 몸놀림이 보다 빨라졌다. 이전, 정시우의 힘이 약했을 때는 놈이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전투질주를 통해 얻은 깨달음이 강력한 힘이 되어 그를 돕고 있었다.

[하지만 고작 그것밖에 안 된다면, 결국 내게 이길 수 없을 것이다!]

“고작, 그것…… 내가 하고 싶은 말인걸!”

놈의 도끼를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며 틈새로 내려친 망치가 허공을 갈랐다. 가슴팍을 뒤로 젖혀 망치를 피해낸 오크가 바로 반격을 하려 했지만, 그대로 내리꽂힌 정시우의 슬레지 해머는 바닥을 강타해 부수며 굉음을 일으켰다.

놈이 본능적으로 발을 뒤로 물리며 틈을 보인 그 순간, 정시우는 망치를 놓아버리곤 어깨에 마나를 부여해 앞으로 한 발짝 도약하며 놈의 가슴팍을 강하게 밀어 쳤다!

[크학!?]

놀랍게도 방금 그가 운용한 마나는 전투질주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전투질주의 힘으로 순간가속하고, 절정의 순간 폭주해 강타로 변환된 어깨 밀치기!

오크는 그것을 이겨내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그 와중에도 손에 쥔 도끼를 놓치지 않는 것이 대단했다.

“자, 일어서.”

정시우는 놈에게 결정타를 가하지 않고, 슬레지 해머를 주워 천천히 휘두르며 놈을 도발했다. 그의 입가에 참을 수 없는 희열이 어려 있었다.

“아직 내게 더 알려줄 것이 남았잖아. 그렇지?”

[큭…… 크하하하하하하!]

기갑 오크가 웃었다. 힘에서 거의 대등하며, 마나와 스킬로 우위를 점한 적! 강적과의 전투를 즐기는 것은 본디 오크의 본능. 놈의 입가에도 미소가 어렸다.

[좋다, 싸우자! 둘 중 누군가 뒈져 자빠질 때까지 싸우는 것이다!]

“에휴.”

그것을 뒤에서 바라보며 수아린만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러나 그 끝에 그녀의 입가 한구석에도 작게 미소가 매달렸다.

역시나 정시우가 질 일은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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