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게 종말은 게임이다-97화 (97/224)

097. 마스크를 써라 (1)

‘마스크 탐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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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 마스크 탐색기(3젠): 유용한 마스크를 찾을 수 있는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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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웬 마스크인가 해서 고천수는 황당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 상점창 이제야 확인했네.

-갱신됐는데도 안 봐서 살짝 쫄렸음.

-뭔데, 이게.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며 고천수는 아이템의 형태를 확인했다.

마스크 탐색기라고 하더니 참고 정보로 나와 있는 사진으로 봤을 때는 회중시계처럼 생긴 물건이었다.

“형님들, 이거 지금 필요합니까?”

당장은 마스크를 찾아서 어디에 써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마스크 찾는 게 아님.

-‘유용한’ 안 보여?

“그러니까 어떻게 유용한 건데요.”

고천수는 채팅창을 지긋하게 쳐다보았다.

“설명해 보세요.”

-아나, 이 자식. ㅋㅋㅋㅋ

-뭘 설명햌ㅋㅋㅋ

-그냥 직접 사봐, 좀.

“에잉.”

어디다 쓰는지 정확히 알기 전까지는 사지 않으려고 했건만, 시청자들은 그가 이 아이템을 사서 사용하길 원하는 듯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또 형님들한테 약하니까 어쩔 수 없네요.”

고천수는 마스크 탐색기를 선택해 구매했다.

툭.

74젠. 위에서 떨어지는 마스크 탐색기를 잡아들며 고천수가 남은 재산을 곱씹을 때였다.

“고천수 씨.”

선장이 고천수에게 다가와 말했다.

“다 끝났습니다.”

“예? 벌써?”

고천수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다 끝났다는 말은 진짜인 듯 승무원들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 얘기는 전부 마쳤습니다. 이미 저와 연락한 쪽이 해군이 아닌 것 같다고는 생각했다는군요.”

이미 승무원들도 예상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고천수는 단숨에 상황을 납득했다.

그도 그럴 게 승무원 중에는 기관사도 끼어 있었다.

배에 문제가 있다는 건 그가 어느 정도 알아채고 있었을 터.

정박하는 동안 해군의 ‘해’ 자도 보이지 않았으니 선장에게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닌가 의문을 가지기도 쉬웠을 것이었다.

“다행히도 다들 지금 어떤 위기에 처해 있는지 이해해 주었습니다. 고천수 씨에게 다들 협조해 줄 겁니다.”

-이렇게 넘긴다고?

-짐덩어리 매달고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기관사는 무조건 데려가야 함.

선장은 고천수에게 승무원들과 기관사를 넘겨 파티를 맺게 하려고 하고 있었다.

‘흠.’

고천수는 승무원들을 돌아보았다.

‘납득한 게 맞는 건가?’

송하나를 제외하면 승무원들은 아직 고천수에게 그다지 호의적인 표정은 짓고 있지 않았다.

‘특히 이놈.’

승무원 중에 머리가 짧은 남자가 고천수에게 가장 매서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배영호.’

가슴에 붙어 있는 이름표로 통성명 과정은 바로 생략할 수 있었다.

“고천수, 라고 하셨던가요, 이름이?”

빤히 쳐다보고 있자 배영호가 먼저 말을 걸었다.

“방금 선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희는 다들 그쪽과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배영호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협력은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도우미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도우미?”

“그쪽 말만 듣지는 않을 거라는 겁니다.”

순간 고천수는 헛웃음을 흘렸다.

“예, 그러세요. 어차피 그 정도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으니까.”

고천수가 원하는 건 기관사의 협력 정도였다.

다행히도 기관사는 승무원들과 달리 자기주장이 강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리고 저희는 저희 안전 먼저 챙길 겁니다. 고천수 씨는 스스로…….”

“건사해라! 알아서 살아남으란 말이죠?”

고천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됐네요. 그건 제가 잘하는 거라.”

“…….”

말이 끊긴 배영호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천수를 잠시 바라보았다.

-불꽃 튀기네.

-이 자식 우리 천수한테 왜 그럼?

-교육 좀 시켜 줄까?

분위기가 좋지 않게 흘러가자 갑자기 선장이 끼어들었다.

“그만. 고천수 씨에게 협력하라고 하지 않았나.”

선장은 배영호에게 손짓하며 경고를 줬다.

“여기까지 무사히 올라온 사람이야. 지금은 부탁해서라도 도움을 받아야 하네.”

“예.”

선장의 말이어서인지 배영호는 짧게 답하며 물러섰다.

하지만 그게 마지못해서라는 것은 고천수가 모를 리 없었다.

‘뭐, 방해만 안 한다면야.’

서로 잘 모르는 사이다 보니 이 정도 적개심은 가져도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고천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뭐, 그럼. 더 지체할 이유는 없겠군요.”

그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후딱 해치우죠.”

***

조타실과 같은 층에 위치한 휴게실.

그곳에는 승무원 셋과 기관사, 그리고 흑구와 고천수가 위치하고 있었다.

“후. 정말 거기까지 내려가야 하는 건가.”

“괜찮을지…….”

“어쩔 수 없으니까 무기나 잘 챙기라고.”

저들끼리 떠들고 있는 승무원들에게서 고천수가 고개를 돌리자, 여러 공구함들을 꺼내 놓고 뒤적거리고 있는 도구를 모으고 있는 기관사를 볼 수 있었다.

‘필요한 것만 찾는 건가?’

기관사는 제법 신중해 보였다.

그는 필수적인 공구만 챙겨 짐의 무게를 줄이려는 듯했다.

치익.

고천수는 무전기 하나를 손에 쥐고 있었다.

선교에 남아 있는 송하나, 박창식 혹은 선장과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무기는 그걸로 충분하시겠습니까?”

배영호가 다가와 고천수에게 물었다.

고천수는 그가 자신이 허리춤에 차고 있는 도끼를 보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 대꾸했다.

“그럼요. 충분하죠. 그쪽은요?”

승무원들이 휴게실에서 챙긴 무기는 어디에 쓰고 남았는지 모를 쇠막대기였다.

나쁘진 않은 무기였지만, 그렇다고 도끼를 깔볼 정도는 아니었다.

“뭐, 저희도 괜찮습니다.”

“다행이네요.”

태연하게 대답하는 배영호를 보며 고천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전 또 제 무기랑 바꾸자는 걸로 알고.”

-ㅋㅋㅋㅋㅋㅋ

-자부심 폭발.

-암. 이건 절대 못 바꾸제.

배영호는 고천수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리고 자기 동료들과 채비를 계속했다.

그에게서 관심을 뗀 고천수는 기관사 앞에서 혀를 내빼고 있는 흑구에게 향했다.

“흑구야, 방해하지 말고 나와 있어.”

고천수가 흑구에게 손짓하자 기관사가 나지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그냥 구경하는 거니까요.”

“방해는 안 됩니까?”

“네, 이 정도는.”

기관사는 한눈에 봐도 우직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특별히 누군가와 갈등을 빚을 만한 건수는 없어 보였다.

‘그럼…….’

고천수는 몸을 돌리고 마스크 탐색기를 살펴보았다.

아무리 봐도 회중시계처럼 생긴 그것은, 뚜껑을 열자 액정에 화살표를 하나 띄웠다.

-별 구슬 찾는 기계랑 비슷하네.

-근데 화살표만 나오는 거?

-거리도 나옴.

거리도 나온다고 했지만 화살표 아래에 ‘멀지 않음.’이라고 뜰 뿐이었다.

“스읍.”

적어도 약도 표시는 되면 좋겠지만 그런 기능은 없는 듯했다.

그냥 화살표 방향으로 따라가야 하는 것이었다.

“기관사님.”

고천수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그 앞에 쭈그려 앉아 입을 열었다.

“뭐 하나만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질문입니까. 말씀하시죠.”

“혹시 이 아래층에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습니까?”

그러자 기관사는 공구함을 만지작대던 손을 멈추고 고천수를 바라보았다.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 말입니까?”

“네. 수면 마취라도 된 것처럼 잔뜩 늘어져 있던데, 혹시 보셨나 해서요.”

“흐음.”

기관사는 살짝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보긴 봤죠.”

“봤습니까? 그럼 왜 그렇게 되셨는지도 아시는지요?”

“아, 못 보신 겁니까?”

조금 의외라는 듯 기관사는 반응했다.

“괴물들이 많은 아래서부터 올라오셨다고 하기에, 이미 보신 줄 알았습니다.”

“네, 그래서 뭐가 있던 거죠?”

“사람처럼 생긴 괴물 중에 작은 놈이 하나 있습니다.”

기관사는 몽키 스패너를 들어 대략적인 높이를 허공에 찍었다.

“이만한 놈인데, 달라붙으면 사람 몸에 타고 올라가 순간 터져 버려요.”

“터진다고요?”

“예, 그냥 먼지처럼 터져 버리는데 그때 나온 가루를 마시면 그렇게 돼요. 그 사람들처럼.”

안 좋은 기억이 생각났는지 기관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도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배를 고쳐야 해서 내려간다지만, 암담하군요.”

“후.”

얘기를 다 들은 고천수는 시청자들을 보며 말했다.

“형님들, 설명해 주시죠.”

-뭘. ㅋㅋㅋ

“저 모르고 뒈질 뻔했잖아요.”

터지는 종류의 몬스터는 미리 대비를 하고 막는 게 필수였다.

“저 고천수는 형님들에게 실망했습니다.”

-ㅋㅋㅋㅋㅋ 아니, 넘 빨리 알려 줄 수는 없으니깐.

-기어올라야 터진다잖아. 못 기어오르게만 하면 되지.

-어차피 이쯤에서 알게 될 거였음. ㅇㅇ 너도 이미 알았잖아.

예상은 하고 있었다.

마스크 탐색기가 나왔다는 점에서 분진이나 먼지가 뭔가 문제를 일으킨다는 건 직감했고, 그 이전에도 외상없이 쓰러진 사람들을 보고 추측했었다.

하지만 확실히 알게 된 건 역시 좀 늦었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위험했다고.’

아래층에서 별다른 정보 없이 그런 놈에게 공격당했으면 위험할 뻔했다.

물론 그 정도로 일촉즉발인 상황이 되면 한도초과나 다른 누군가가 뭐라고 알려 주기는 했을 터.

스포일러라는 기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시점이 아닐 땐 시청자들이 언질을 조심스러워 하는 것도 고천수는 이해가 갔다.

‘어차피 추측한 것도 맞기는 하고.’

많은 시청자가 신뢰를 보이고 있는 대로 고천수는 아직 자신의 역량에 한계를 느끼진 않았다.

그렇다면 가능한 이런 부분은 감수하고 재미를 선사해야 했다.

그게 스트리머니까.

“형님들, 얘기를 듣다 보니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생기네요.”

고천수는 처음 배의 내부에 들어왔을 때를 떠올렸다.

“차동진하고 주영훈 상병, 분명히 누구 구한다고 하고 갔을 텐데.”

그리고 그 누군가는…….

-그치, 어린애 같다고 했지.

-헉. 설마?!

예상하고 있는 바가 맞을지는, 직접 확인해 봐야 알 일이었다.

“뭐, 일단 가 보죠.”

시청자들과의 대화를 끝낸 고천수가 기관사에게 다시 물었다.

“기관사님, 그러면 그 먼지처럼 터지는 놈에 대한 대비책은 있습니까?”

“별다른 건 없습니다.”

기관사는 커다란 손수건을 한 장 고천수에게 내밀었다.

“괜찮으시다면 이거라도 쓰시죠.”

“이건…….”

“물을 묻혀서 호흡기를 가리면 좀 도움은 될지 모릅니다.”

요컨대 임시방편이었다.

‘하.’

없는 것보다는 나았기에 고천수는 근처의 정수기로 가 손수건에 물을 묻히고 코와 입을 감싸며 둘러 묶었다.

‘숨 쉬는 것도 좀 답답하네.’

제대로 된 마스크가 아니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다.

“자, 다들 준비됐으면 가도록 하죠.”

채비를 마쳤는지 배영호가 승무원들을 이끌고 나가며 말했다.

덜커덩.

기관사도 정리를 마친 공구함을 들고 승무원들을 따라 나갔다.

-뭐임. 천수 무시당하는 거?

-그냥 두고 가 버리넼ㅋㅋ

-천수 뒤끝 지리는디.

“지리긴 누가 지립니까.”

고천수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저 정도는 그냥 애들 장난 수준이죠.”

지금 배영호가 하고 있는 행동은 고천수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서 적개심을 보이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뭐, 과잉 충성일 수도 있지만.’

배영수가 가급적 고천수를 밀어내고 스스로 공적을 올리고 싶어 하는 건 이해되지 못할 일도 아니었다.

자신들이 일하는 배니까.

선장에게 인정받는 게 외부인이면 열불이 날 수도 있는 것이었다.

“흑구야.”

다만 이런 상황에서 그런 데에만 연연하는 건 좋지 못한 일이었다.

“물 그만 홀짝거리고 가자.”

몬스터들이 득시글거리는 배 안에서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웠다간 한순간에 비명횡사할 수 있을 테니까.

왈?

흑구가 정수기에서 입을 떼고 고천수를 돌아보았다.

-쟤, 사람 아님?

-ㅋㅋㅋㅋㅋ 갈수록 웃기는 것 같네.

-기회만 되면 엉뚱한 짓하는 게 천수랑 비슷함.

시청자들의 반응에 고천수는 헛웃음을 흘렸다.

칙. 치이익.

이제 할 일을 할 시간이었다.

“선교, 선교. 여기는 게스트 고천수.”

마스크 탐색기를 들여다보며 고천수가 말했다.

“지금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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