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게 종말은 게임이다-1화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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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방송 시작

“도네이션 천 원!!”

인생 밑바닥.

“감사합니다!”

나이 창창한 스물 중반에 할 짓이 없어서 게임 방송이나 켜는 인간, 고천수.

인사로 의자 위에서 물구나무를 서는 그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 수는 고작 1명.

그나마 단돈 천 원에도 특급 서비스를 선보이는 그의 모습 때문에 그 1명이나마 남아 있는 것이었다.

쿵!

하지만 그 서비스라고 해 봤자 시답잖은 짓일 뿐.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고꾸라진 고천수는 온몸을 치달리는 고통을 견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족하셨습니까, 형님!?”

그래도 시원스럽게 외치려니 시청자의 답변이 돌아왔다.

-죽었잖아, 너.

그 말 대로였다.

모니터 화면에는 죽었다는 표시와 함께 그의 캐릭터가 바보처럼 늘어져 있었다.

“아하하, 죄송합니다.”

그는 바로 캐릭터를 세이브 지점으로 소생시켰다.

그가 하고 있던 건 바로 공포 재난 게임.

그가 주로 하는 장르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이브 지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플레이를 시작하려고 하자, 화면 한편에 켜 둔 채팅창에서 다시 메시지가 올라왔다.

-넌 나밖에 안 보는데 재미있냐?

제법 날선 물음이었다.

하지만 그는 만면에 미소를 띠우며 답했다.

“형님, 섭섭한 소리 마세요. 형님이라도 있어서 자살 안 하고 삽니다.”

잡다한 일은 다 해 봤었지만, 집안 사정 때문에 대출 한 번 했다가 인생 말아먹은 뒤로 사는 데 의욕 같은 건 없었다.

인생 뭐 있나. 그 와중에 순수하게 그가 좋아서 돈 보내 주는 건 이 시청자밖에 없었다.

-그럼 난 너로 정할래.

갑자기 뭔 소리인지 모를 말이 올라왔다.

그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답했다.

“네~. 형님의 원픽, 감사함다.”

쿵.

캐릭터가 들고 있던 총을 교체하는 사이, 갑자기 땅에서 울림이 있었다.

“뭐지?”

그가 바닥에 몸을 처박았을 때와는 다른 울림이었다.

콰앙!

“아, 시발!”

갑자기 온몸이 흔들리는 바람에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형님, 들었어요? 밖에 뭐 터졌나 봐요.”

그러면서 그는 창문을 열어 보았다.

콰앙!

저 멀리서 무언가가 연달아 터지고 있었다.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뭐야.”

주변이 뭔가 어수선했다.

사람들은 재난 영화에서나 나왔던 장면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형님, 뭔가 이상…….”

모니터를 쳐다보던 그는 말을 멈췄다.

모니터는 꺼져 있었다.

“뭐야, 이거.”

본체까지 맛 간 것 같아 몇 번 건드려 보았지만 아예 다시 켜지질 않았다.

“아이 씨.”

그는 자취방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적어도 밖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라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조심스레 건물 밖으로 나가 슬쩍 시선을 돌렸다.

마침 저만치에서 뛰어오는 여자 한 명.

그는 상황을 물-

“저기요?”

“꺄아아아아아아악!”

-으려고 했으나 그녀는 아무것도 제대로 들으려고 하지도 않은 채 그대로 도망가 버렸다.

순식간에 사라진 그녀.

마치 미친년처럼 뛰어가던 그녀를 고천수가 멍하니 상기하고 있을 때였다.

-이 새끼 뭐야? 딱 봐도 3초 컷 나오누ㅋㅋㅋㅋ

-존나 어벙해 보이네 병쉰ㅋㅋ

-뭐고? 플레이어를 뭔 얼빵이로 잡았냐ㅋㅋㅋ

“!?”

고천수는 곧 자신의 눈 위에 떠오른 채팅 로그를 바라봤다.

“뭐, 뭐야!?”

-뭐, 뭐야? ㅋㅋㅋㅋㅋㅋ엌ㅋㅋㅋㅋㅋ

-얼간이 동기화율 40%! 삐비비비빅!

-스트리밍 5초 만에 얼간이가 된 스트리머가 있다? 삐싱빠싱뿌슝!

“아…… 아니! 이게 무슨! 자, 잠시만요. 따라하지-.”

-뜨라하지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천수가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열려 했으나, 시야에 떠오른 채팅창은 마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있는 것처럼 그를 놀리고 있었다.

그는 말문이 막혔으나 그것도 잠시였다.

크르르르르륵--!

그는 채팅창에서 이내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크게에엑!

이유?

“저, 저건 또 뭔……!”

그것은 바로 그의 앞에 나타난 괴물 때문이었다.

본판은 인간이지만 온몸이 뒤틀려 피로 얼룩져 있는 존재.

그의 머릿속에서 당장 떠오르길, 그것은 좀비.

-사망각 떴따!!!!!!!!!!

-엌ㅋㅋㅋㅋㅋ 스트리밍 30초 만에 바로 사망각ㅋㅋㅋㅋ

-(대충 고인 이모티콘)

-빨리 다음 플레이어 찾아라. 존내 노잼이다ㅋㅋ

크르르르륵!

“뭐냐고, 이거!”

좀비가 바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며 고천수는 뒷걸음질 치다가 뒤로 엎어졌다.

그사이에 좀비는 고천수에게 달라붙어 그의 목을 물어 버리려고 했다.

“으아아아악! 으아악!”

본능적으로 좀비를 발로 차고 일어난 고천수는 무작정 뛰어갔다.

“시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사방에 좀비들이 가득했다.

크아아아아아!

뒤에서 좀비가 쫓아왔다. 고천수는 양팔을 앞뒤로 흔들며 미친 듯이 속도를 높였다.

그러자 좀비도 괴성을 지르며 뒤로 따라붙었다.

-친구! 친구 하자!

-우리 존나 잘 어울린다궄ㅋㅋ

-손만 잡는다고!

결국 잡혔다. 길거리에서 둘이 실랑이를 이어갔다.

좀비가 계속 고천수의 목을 노리고 송곳니를 들이밀었다.

“개시발……!”

발로 차 버리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고천수는 계속 뒷걸음질 치다가 트렁크가 열려 있는 차에까지 밀렸다.

“으아아아아악!”

힘겨루기를 하다가 고천수는 트렁크에 몸이 밀려들어 갔다.

-엌ㅋㅋㅋ 먹이 수납.

-그러게 친구 하자고 했지……!

-말 안 듣는 아이는 뭐다?

“꺼져……!”

고천수는 좀비의 얼굴을 계속 주먹으로 쳤다.

좀비는 통각도 없는지 그런 그에게 몸을 계속 들이댔다.

거의 트렁크에 같이 올라탈 정도가 되었을 때, 그는 겨우 다시 발을 활용할 수 있었다.

캬악!

배를 얻어맞은 좀비가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때, 고천수는 바로 트렁크의 문을 잡아 닫았다.

“하아, 하아.”

시야가 어두워졌다. 거친 숨을 고르고 있자니 트렁크를 긁는 소리가 들렸다.

밖에 있는 좀비가 트렁크를 두드리는 것이었다.

고천수는 깜짝 놀라 주춤대다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손을 더듬어 찾을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뒷좌석과 연결되어 있는 작은 문이었다.

곧장 그 문을 열어젖히고 몸이 들어가는지 확인하기 위해 손부터 뻗었다.

크아아아아!

그러자 뒷좌석에 있던 다른 좀비가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마치 금방이라도 그 더럽고 끔찍한 입으로 손을 집어먹을 기세였다.

“으아아아악! 또냐고!”

팔을 붙잡혀서 끌리는 와중에 고천수는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샹크스! 팔이!

-새로운 시대에 두고 오겠다!

고천수는 비명을 지르다가 아예 상의를 벗어서 좀비에게 넘겨주었다.

쿠당!

옷을 넘겨받은 좀비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바로 뒷좌석과 통하는 통로를 닫아 버렸다.

쿵쿵쿵쿵!

양쪽에서 좀비가 트렁크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와중에 앞이 안 보여도 채팅 로그는 전부 보였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그는 생각지도 못한 위험에 빠져 있었다.

“하아.”

숨이 답답해졌다. 고천수는 다시 주변을 더듬었다.

뭐라도 있길 바랐다.

“왜 시발, 나한테 이런 일이……!”

찾은 건 트렁크를 여는 레버뿐이었다.

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후우.”

레버를 붙잡고 잠시 심호흡했다. 하나 둘 셋.

쾅!

등을 받치고 트렁크를 열자마자 큰 충돌음이 들렸다.

밝아지는 시야로 확인하니 트렁크 덮개에 맞은 좀비가 비틀대고 있었다.

고천수는 그사이를 틈타 자취방 건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빠르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1층 공동 유리문을 통과했다.

“빨리빨리빨리!”

주문을 걸 듯 외치자 곧 유리문이 닫혔다.

트렁크와의 충격에서 정신을 차린 좀비는 유리문 뒤에 서있는 고천수를 보고 빠르게 뛰어왔다.

유리문은 강화유리로 되어 있었다. 웬만하면 별 일은 없을-.

콰장창!

“시바아아알!”

시원하게 깨지는 유리문을 피해 고천수는 뒤로 물러났다.

크르르르르륵!

좀비가 핏줄이 다 터진 눈으로 고천수를 올려다봤다.

“좀……!”

그는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건물 곳곳에서 비명이 들리고 있었다.

이 사태를 겪고 있는 건 역시 그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

좀비가 너무 빨리 좇아오는 통에 자취방으로 가지 못했다.

계단을 계속 올라 옥상문의 문고리를 잡자니 잠겨 있었다.

덜컥덜컥.

“진짜 미쳐 버리겠네……!”

-용맹하다. 배수진 쳤네. ㅋㅋㅋ

-병신아. 밀지 말고 당겨야지.

순간 고천수는 문을 당겨 보았지만 되지 않았다.

-이 새끼, 우리 채팅 보고는 있네. ㅋㅋㅋㅋ

-난 또 시청자 볼 줄 모르는 스트리머인 줄 알고…… 훌쩍.

이 상황이 뇌내 망상이든 뭐든, 실감하고 있는 공포감은 진짜였다.

고천수는 아래서부터 올라오는 좀비를 보며 문고리를 계속 돌렸다.

삐걱.

어느 순간 문이 열렸다. 그냥 심하게 녹슬어서 잠긴 것처럼 보였을 뿐이었다.

쾅!

옥상에 발을 디디자마자 문을 세게 닫은 고천수는 굄목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있는 거라고는 고장 난 실외기뿐이었다.

그는 실외기를 끌어와 문 앞에 놓았다.

쾅쾅쾅쾅!

옥상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천수는 잠시 옥상 난간에 몸을 기대고 숨을 고르려고 했다.

크르르르륵!

하지만 모든 일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옥상에도 좀비가 있던 것이다.

“진짜 가지가지 하네……!”

모습을 보니 심지어 뚱땡이 집주인 아저씨였다.

미친 듯이 월세를 올려 대더니 진짜로 괴물이 되어 버렸다.

크르르륵!

달려드는 집주인 좀비를 피해 고천수는 옥상을 내달렸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초록색 상자에 발을 걸려서 넘어졌다.

“크악?!”

조금 전까지는 없었다는 변명은 못했다.

틈도 주지 않고 집주인 좀비가 고천수에게 올라타 이빨을 들이밀었던 것이다.

-좆됨.

-햄버거 게임 하려나 봄.

-근데 저거 보급함 아님?

“끄아아아악!”

집주인 좀비는 미친 듯이 무거웠다.

고천수는 위에서 발버둥 치는 집주인 좀비를 겨우 버티다가 순간 넋을 놔 버렸다.

-아, 황천각 떴죠.

-쌌네.

쌀 뻔하긴 했다. 순간 온 힘을 다해 집주인 좀비를 옆으로 밀어냈던 것이다.

크아아아아!

포기하지 않고 집주인 좀비는 다시 달려들려고 했다.

“지랄 맞네, 진짜……!”

고천수는 빠르게 다시 난간으로 향했다.

집주인 좀비는 그런 고천수를 잡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월세나 내려, 미친 새끼야!”

순간 고천수는 집주인 좀비를 피해 옆으로 물러섰다.

그러자 집주인 좀비는 그대로 난간에 허리를 부딪치고 앞으로 넘어갔다.

크아아아아!

거대한 뱃살이 출렁이면서 그 몸을 완전히 난간 밖으로 옮겨 놓았다.

크아아아아…….

집주인 좀비는 그렇게 난간 밖으로 추락해 사라졌다.

고천수는 그대로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후우…… 살았…….”

쾅쾅쾅쾅콰앙!

문을 막아 놨던 실외기가 밀려났다.

한 번 돌려 놨던 문고리는 고장 났는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그 탓에 그냥 열려 버린 문으로 좀비가 팔을 뻗고 있었다.

“미쳤냐고, 진짜.”

재난도 이런 재난이 없었다. 일단은 일어나서 다시 문 앞으로 향했다.

어떻게든 못 들어오게 막아야 했다.

등으로 실외기를 밀자니 안에 있는 좀비는 더욱 힘차게 문을 밀었다.

버티고 버텼지만 고천수는 결국 밀려났다.

실외기를 밀고 들어오는 좀비. 한 마리도 아니었다.

무려 세 마리나 있었다. 맨손으로 상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아, 시발. 트라우마 떠오르게 하네.

-3대 1에 옥상이면……!

-찐따 쉑들ㅋㅋㅋ 또 본인들만 아는 거 나왔죠.

어쩌질 못하는 사이 뒷걸음질 치다가 초록색 상자에 발이 닿았다.

고천수는 거기로 시선을 향했다.

“잠깐 이거……!”

순간 스트리머의 감각이 그를 일깨웠다. 아까 전에 누군가 이걸 보급함이라고 했던 것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는 순간 초록색 상자를 열어젖혔다.

그러자 그 안에서 나무로 된 야구 방망이 하나가 나타났다.

“이건……!”

마치 승리를 갈구하던 아서가 찾아낸 엑스칼리버.

-이제 재미 좀 보나요.

쉴 새 없이 올라오는 채팅이 고천수의 시야 한 편을 좀먹었다.

그랬다.

그는 스트리머 고천수였다.

방망이는 곧장 다가오는 3마리의 좀비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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