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 (完) (후기) >
유정 씨는 아장아장 다가오는 아이를 품에 안았다.
쪽쪽···.
“아이···. 귀여워.”
그녀는 마치 자신의 아이라도 되는 듯 볼에 뽀뽀를 해 댔고 아이는 간지러운지 까르르 웃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아이의 부모로 보이는 젊은 엄마가 우리에게 사과하며 아이를 데려가려고 했다.
“아이가 참 예쁘네요.”
“감사합니다. 유정 씨. 저 유정 씨 팬이에요.”
“아···. 감사합니다.”
아까부터 사람들이 촬영을 눈치채서 그런지 주변에 조금씩 인파가 몰리고 있었는데,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사진 좀 같이 찍을 수 있을까요?”
“아. 물론이죠. 이리 오세요.”
유정 씨는 사진을 찍으면서도 아이를 안고 있었다.
그녀는 사진을 찍고 난 뒤 악수를 하고도 떠나가는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녀가 예전부터 아이를 좋아했던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는 이런 것조차 모를 정도로 유정 씨와 함께 일만 했던 거다.
‘아···.’
내가 지금껏 뭘 잘못한 것인지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준형 씨? 이제 슬슬 출발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음···.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우리는 ‘뛰는 녀석들’ 일행과 작별 인사를 하며 휴게소를 빠져나왔다.
“세상에···. 거기서 지섭 씨를 다 만나네요.”
“TV 예능에서 휴게소가 많이 나오잖아요. 미션도 많이 하고···.”
“그래도 그게 우리 일이 될 줄은 몰랐죠.”
“뭐 어때요. 이제 다 공개된 사실인데요.”
유정 씨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식어 버린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졸지에 주말 예능에 나오게 생겼네요. 방송에서 얼마나 홍보를 해 댈지 원.”
사귀는 것을 공표하고 어떤 공식적인 인터뷰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뛰는 녀석들’ 측은 옳다구나! 하면서 방송할 게 뻔했다.
“준형 씨. 매니저로 복귀했다고 말해서 기분 나빠요?”
응? 내가 인상을 쓰고 있었나? 뒷자리에 앉은 유정 씨가 나에게 조용히 묻고 있었다.
“아닙니다. 이미 포기했어요.”
“헤헤···. 확실히 준형 씨는 상황 판단이 빨라요.”
“인터넷에다 이준형을 쳐 보면 흑역사만 잔뜩 있는데요 뭘···.”
“그래도 명지 언니가 스위트 가이라고 했잖아요.”
유정 씨가 한 말은 충수염에 걸렸는데 소화제를 주는 것 같은 위로였다.
“위로는 안 되는 것 같은데, 매니저인 제가 다 감수해야죠. 그게 원래 제 역할이잖아요.”
“올···. 우리 준형 씨가 이렇게 또 레벨 업을 했습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뺨을 손가락으로 잡았다.
“어허···. 소속사 대표한테 뭐 하는 짓입니까? 능욕하지 마시죠.”
“능욕이라뇨? 귀여워서 그런 건데요.”
“귀엽···. 크흠···.”
이 덩치가 어디가 귀엽다는 건지 원···.
“얼굴이 빨개졌어요. 귀까지 빨개요.”
“개, 갱년기가 왔나 봅니다.”
“킥킥···.”
“그런데 아이를 좋아하는 줄은 몰랐네요.”
나는 불타고 있는 내 상태가 부끄러워서인지 말을 살짝 돌리고 말았다.
“원래 아이를 엄청 좋아해요. 전 결혼하면 나중에 최소한 애를 세 명 이상은 낳을 거예요.”
“네? 정말요?”
나는 유정 씨의 고백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세 명이라니? 무슨 밴드라도 만들 셈인가!
“솔직히 준형 씨도 형하고 여동생이 있어서 좋잖아요. 외롭지도 않고···.”
아···. 그 이야기였구나.
“지금이야 좋은 것 같은데···. 클 때는 몰랐어요. 맨날 싸우느라···.”
“그게 좋은 거예요. 다 추억이죠.”
나는 그녀가 하는 말을 곰곰이 듣고 있었다. 유정 씨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봐서는 연애도 오래 못 할 것 같았다.
“미안합니다. 유정 씨.”
“응? 뭐가요?”
“그냥 다요. 내가 너무 무신경했던 거 같아서···.”
“아니에요. 저도 잘 알아요. 남자들이 원래 그렇잖아요. 드라마나 로맨스 소설 남자 주인공이 진짜 있는 건 아니니까···.”
“······.”
어쩌면 나는 정말 현실과 타협을 한 여신과 사랑에 빠진 게 아닐까? 갑자기 진짜 로맨스 소설의 남자 주인공처럼은 못 하더라도 흉내는 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동아리에서 선배들한테 갈굼당하면서 연기도 배웠는데 그거 하나 못 하랴?’
우리는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계룡시에 도착했다. 유정 씨는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의상을 갈아입고 분장을 한 뒤 촬영을 시작했다.
‘군복이 진짜 멋지네.’
최강의 생체 병기로 나오는 레이첼 역할은 정말 유정 씨에게 딱 맞는 배역인 것 같았다. 완벽하게 관리된 피지컬에 핏이 살아 있는 검은색 군복, 그리고 등에 멘 사이버 펑크식 검까지···.
연기하는 그녀의 눈빛에서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녀의 뒤로는 드라마로 첫 데뷔를 하는 우리엘 멤버들이 엄마를 따라다니는 새끼 오리들처럼 눈치를 보며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유정 씨가 하는 조언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집중하고 있었다.
‘드라마가 공개되면 또 얼마나 화제가 될는지···.’
나는 반짝이는 그녀의 멋진 모습을 가슴속에 담고 있었다. 그리고 시즌 4도 성공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 * *
3개월 후···.
이제는 저녁에 선선한 바람이 불어 상쾌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나는 J&J 사옥 옥상에 있는 스카이라운지에 마련된 커다란 스크린을 쳐다보고 있었다. 주변에는 테이블과 출장 뷔페 음식이 정갈하게 세팅되어 있었다.
오늘은 권진현, 윤하영 주연의 드라마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의 첫 방송이 있는 날이었다. 그리고 내 생일이기도 하고···.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드라마의 주연인 권진현이 이제는 연예인이 된 듯한 멋진 차림으로 나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어, 그래. 진현이 왔니?”
“생신 축하드립니다.”
“생신은 무슨···. 내가 무슨 환갑이냐?”
“대표님! 생일 축하드려요.”
드라마의 여주인공인 윤하영의 등장이었다.
“그래. 역시 하영이가 제대로 하는구나. 진현이가 나보고 생신 축하드린다고 하더라.”
“호호···. 진현 씨는 아직 대표님이 어렵잖아요. 저야 몇 년을 봤지만···.”
“그런가?”
“네. 그런데 드라마 첫 방송 감상을 회사에서 이런 식으로 하니 되게 이상하네요.”
“여기 분위기 좋잖아. 인테리어도 다시 해서 완전 좋아졌는데···. 겸사겸사 내 생일 파티도 하고 말이지.”
나는 휴식 공간 겸 파티를 할 수 있는 곳으로 멋지게 거듭난 옥상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유정 씨가 거금을 들여 투자한 곳이었다.
“아···. 대표님 생일 파티랑 같이 하는 거니까···.”
“그래. 얼른 자리에 앉자.”
“넵!”
“생일 축하해. 형!”
“생일 축하한다.”
케이와 시후 녀석이 작가들을 우르르 이끌고 스카이라운지에 나타났다. 나와 친분이 있는 드라마, 웹소설, 웹툰 작가들이 주린 배를 움켜쥐고 음식을 탐욕스럽게 노려보기 시작했다.
“뭘 하려고 이렇게 거창하게 하실까?”
“케이. 넌 인마 그냥 조용히 있어 주면 된다. 괜히 분위기나 깨지 마라.”
“헤헤···.”
그리고 나세멸 시리즈의 정주빈, 이희진, 정혜성, 이수현, 이건호, 김형탁이 줄줄이 들어왔다.
“생일 축하해요. 이 대표.”
“어서 오세요. 주빈 씨. 고생 많으셨어요. 얼굴이 반쪽이 되셨네.”
“재미있어서 하는 건데요. 만들어진 작품을 보면 진짜 너무 흐뭇해서···.”
아···. 맞다. 이 드라마는 주빈 씨의 취향 저격이었지?
“수현 씨도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생일 축하드립니다. 작가님.”
“잠깐만요.”
몇 마디 덕담을 나누고 자리를 찾아 앉으려는 수현 씨를 불러 세웠다.
“네?”
“아직입니까?”
나는 고개를 까딱하며 등을 보이고 의자에 앉은 정주빈 씨를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그녀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눈치를 챈 모양으로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힘내세요. 제가 응원합니다.”
“······.”
그녀는 당황했는지 고개를 숙이고 검지를 입에 대고 비밀로 해 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끄덕끄덕···.
‘우리보다 더 답답한 사람들이 있었군.’
정주빈과 이수현은 아직도 애매모호한 관계로 지내는 것 같았다. 하긴···. 사별한 아내의 절친이었으니 이해 못 할 것도 없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대표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아우라가 편한 복장을 하고 옥상으로 올라왔다. 예원이, 유리, 담희, 지령이, 리리···.
‘어휴···. 내 새끼들.’
“그래. 왔니? 어서 앉아라. 맛있는 거 많이 준비했으니 마음껏 먹어.”
“네!”
아우라는 현재 성공적인 활동을 마치고 완전한 1티어 그룹으로 거듭났다. 곧 촬영할 귀환소녀 시즌2와 영화를 준비하기 위해 잠시 휴식기에 들어가 있었다.
“우리엘이랑 JJ 보이즈는 못 와서 어쩌죠?”
“응. 걔들은 오늘 합동 콘서트 하잖아. 이런 곳에 와서 뭐 하게···. 열심히 해서 얼른 자리 잡아야지.”
“역시 우리 대표님은 우리만 예뻐하신다니까? 킥킥···.”
담희는 내 본심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어차피 사람도 많은데 시커먼 놈들 불러서 뭐 하겠는가! 혹시라도 아우라 멤버들과 눈이라도 맞으면 큰일이다.
‘휴···. 난 어쩔 수 없는 속물인가.’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자니 누군가 내 목에 초크를 걸었다.
“큭···. 누, 누구야!”
나는 우악스럽게 내 목을 조른 녀석을 떼어 내고 몸을 돌렸다.
“이 곰탱이! 힘은 더럽게 세요. 아우···. 팔이야.”
말을 하는 녀석은 테리우스의 리더 박영관이었다.
“형! 생일 축하해요.”
영관이를 필두로 연준이, 창민이, 훈이 그리고 정이든까지 등장했다. 방금 공연이라도 마친 듯 화려한 차림새였다.
“왔냐? 월드 스타 납셨네? 몇 년 전에는 비리비리하던 녀석들이 많이 컸네. 누구 덕이냐?”
“어우! 극혐! 어쩜 형은 만날 때마다 그 이야기를 하냐?”
“이 배은망덕한 놈. 영관이 넌 캐스팅에서 무조건 제외다.”
“에이! 형님. 사장님. 아니 대표님. 왜 그러실까나? 생일인데 좋게 가죠?”
영관이의 너스레를 듣고 있으니 5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준형아, 나는 안 보이냐?”
“오! 조블리! 형택이 형 왔어요? 어떻게 그 덩치가 안 보이겠습니까? 영관이 녀석이 하도 시끄럽게 해서···.”
“그래. 생일 축하한다. 이제 얼굴 폈네?”
“얼굴은 진즉 폈죠. 조카는 잘 크고 있죠?”
“그럼 그럼···.”
“인피니티 드림즈에서 쫓겨나면 내가 받아 줄 테니까 할 말은 하고 다녀요.”
“그래. 인마. 그래서 내가 예전 이준형이처럼 하고 다닌다.”
“내가 뭘 어쨌길래.”
“후후···.”
형택이 형은 나와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다. 남들이 보면 조폭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형! 나 J&J로 이적하면 캐스팅 좀 해 주는 거야?”
박영관이 기대에 찬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넌 군대 안 가냐? 도대체 언제까지 미룰 거야?”
“그 이야기 좀 그만해. 질리지도 않아?”
“매일매일 할 거다. 네놈이 입을 나불대는 동안은!”
“치···. 밥이나 먹어야겠다. 음식 허접하기만 해 봐라. SNS에 다 일러바친다!”
“응. 맘대로 하시고···.”
영관이가 투덜대면서 자리를 찾아가자 나머지 멤버들도 나에게 주먹을 부딪치며 눈인사를 나누었다. 마치 오래된 전우처럼 말이다.
내가 키운 녀석들이 월드 스타가 되어 있으니 뿌듯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유정 씨가 통로로 올라오고 있었다.
내 가슴은 두근두근 세차게 뛰었다.
“와, 왔어요?”
“왜 말을 더듬고 그래요? 어디 아파요?”
아마도 내 마음가짐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말을 더듬는 것 같았다. 하얀 블라우스를 입은 그녀가 오늘따라 유독 예뻐 보였다.
“아닙니다. 어서 자리에 앉으세요.”
현재 시각 8시···.
드디어 내 생일 파티가 시작되었다. 시끌벅적하고 즐거운 자리였다. 내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열심히 살았던 게 보상을 받는 기분이랄까?
나는 내 옆에 앉아 있는 유정 씨를 슬며시 쳐다보았다.
그녀는 나세멸 시즌4를 찍고 할리우드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잠시 쉬는 중이었다.
우리는 6개월간 여타 다른 커플들과 비슷한 연애를 하고 있었다. 유정 씨가 얼마나 좋아하던지···. 작은 이벤트에도 기뻐하는 그녀였다.
난 그녀를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다. 그녀는 월드 스타였고 동시에 평범한 것을 동경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간 그 점을 유념하고 최대한 유치하지 않게 로맨스 소설의 남자 주인공처럼 행동했다.
9시 20분이 되자 MBS의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이 방영됐다.
모인 사람들은 식사를 하며 재미있게 드라마를 시청했다.
웃긴 장면이 나올 때마다 모두 나와 유정 씨를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드라마에 나오는 장면이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큭큭···. 재밌네요.”
묵묵히 드라마를 보던 유정 씨가 낮게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드디어 드라마 1화가 끝나고 모두가 즐거운 듯 박수를 쳤다.
“재밌다!”
“대박!”
드라마 주연인 권진현과 윤하영의 얼굴이 이제야 환해졌다. 아무래도 부담감이 컸던 모양이다. 그리고 작가인 시후 녀석도···.
“형! 이거 또 시청률 20% 넘겠는데?”
“하하···. 그럼 좋겠다.”
박영관이 드라마가 재밌다며 아부를 떨고 있었다.
“형··· 이제 한마디 해야죠? 드라마도 끝났는데···.”
나는 영관이의 말에 엉거주춤 일어나 스크린 앞에서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손님들이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떠드는 것을 멈췄다.
“안녕하세요. 이준형입니다. 바쁘신데도 찾아와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드라마는 재미있게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재밌었어요!”
테이블에 앉은 예원이가 손을 들고 소리쳤다.
“하하···. 다행입니다.”
“멋지다!”
“그렇습니까? 제가 뭐라고 이렇게 모여 주셨는지···.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쑥스럽기도 하고요.”
나는 잠시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와 말하는 것을 멈추었다.
‘하···. 이게 뭐라고···.’
나는 테이블에 앉아 있는 내 사람들을 쓱 훑어보았다. 그리고 마이크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한 가지 약속드릴 수 있는 건, 여기 계신 분들은 제가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 같은 J&J 식구가 아니더라도 인연 하나하나를 소중히 하겠습니다.”
“나 이사님도요?”
아우라의 말괄량이 담희가 손을 입에 대고 큰 소리로 외쳤다.
“와하하···.”
그 말에 모두가 큰 소리로 웃었다.
“물론입니다. 언제나 저를 믿어 준 유정 씨. 정말 평생 매니저처럼 받들며 사랑하겠습니다.”
갑작스러운 내 고백에 라운지에 모인 사람들이 놀란 것 같았다.
아우라 녀석들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손으로 입을 가리고 꺅꺅대고 있었다.
나는 인파를 헤치고 유정 씨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한쪽 무릎을 꿇고 안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 청혼 반지를 꺼냈다.
그녀는 내 모습을 보며 조용히 웃고 있었다. 마치 내 계획을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나는 다시 마이크를 들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갑자기 주위가 환해지며 우주에 우리 둘만 있는 느낌이 들었다.
“제 소울메이트인 유정 씨. 둔하고 못난 저를 사랑해 줘서 고맙습니다. 이제 아픔은 잊어 주세요. 평생 매니저처럼 친구처럼 연인처럼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그녀의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고 내 가슴도 심하게 두근거리고 있었다.
“저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그녀의 눈에서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네.”
유정 씨는 잠시 눈물을 훔치고 왼손을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약지에 반지를 끼워 주었다.
“휘익!”
“와아아!”
나는 그녀를 살며시 안아 주었다. 그러자 유정 씨는 훌쩍거리면서도 나를 껴안았다.
“사랑합니다.”
“저도 사랑해요.”
가슴속에서 따뜻한 감정이 뭉클 솟아올랐다.
“와아아!”
나는 유정 씨의 어깨를 감싸 안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행복한 표정으로 우리를 지켜보며 열렬히 박수를 치고 있는 게 아닌가!
매니저 시절부터 지금 이 성공의 순간까지 나와 함께해 준 내 소중한 사람들.
이런 훌륭한 사람들과 같이 성장했음에 너무 감사했고, 이들과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잘 헤쳐 나갈 수 있음을 확신했다.
이 모든 것이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결실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래. 이런 게 진정한 행복이지.’
작가의 말
안녕하십니까? 소광생입니다.
제 망상에 가까운 부족한 소설을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계속 따라와 주시는 독자님들 덕분에 예정된 스토리대로 완결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너무 급작스럽게 끝난 건 아니겠지요? 원래 유정이와 연결되면 완결할 생각이었습니다. 이미 댓글에서도 곧 끝나갈 때가 된 것 같다고 이야기 해주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떡밥도 거의 다 회수를 했고 나름 만족스러운 첫 유료 연재작이 된 것 같아 무척이나 홀가분합니다.
항상 댓글로 응원해주시던 분들의 아이디가 떠오릅니다. 일일이 언급할 순 없지만, 전부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댓글은 전부 다 꼼꼼히 보는 편이거든요.
돌이켜보니 쉽지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공모전 초반 성적이 좋지 못해 글을 접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고, 중간에 근무하는 부서가 바뀌면서 글이 급격히 흔들리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각없이 연재 주기에 맞춰 하루라도 빼먹지 않고 꾸준히 쓰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은 지켰으니 글에 아쉬움은 남지만, 노력에 대한 미련은 남기지 않겠습니다.
조만간 주변 인물들과 주인공에 대한 외전을 몇 편 쓰려고 합니다. 스토리상 살짝 미진한 부분은 외전에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뭔가 수습이 안된 게 생각 나시면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며 독자님들의 행운과 건강을 빌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음 작품에서도 독자님들을 만나 뵐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소광생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