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256화 (256/263)

새로운 인재 영입 (1)

6인조 걸그룹 퍼플라임의 메인 보컬 김소윤!

그녀는 7년 전 고등학교 1학년이라는 나이로 TV 오디션에 출연하여 준우승을 차지한 천재였다. 그야말로 완벽한 육각형 능력을 지닌 인재 중의 인재!

솔직히 나는 그녀가 우승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70%의 점수가 시청자 투표를 통해 정해졌기 때문에 여자 출연자가 상당히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그 당시 그녀는 이미 소속사가 있던 상태였고 몇 개월 후 걸그룹 퍼플라임으로 데뷔를 하게 된다.

퍼플라임은 딱 한 가지만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많은 그룹이었다. 확실히 한 번도 걸그룹을 성공시켜 본 적 없는 회사라 그런지 불명확한 컨셉, 그저 그런 수준의 곡 퀄리티, 밸런스를 무시한 멤버 구성, 마케팅 전략의 부재, 팬덤의 부족 등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하며 점점 묻혀 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가적 비극까지 발생해, 공들인 2집 활동이 허무하게 끝나고 점차 그룹의 존재가 희미해져 갔다. 그리고 3집은 소리소문없이 망해 버리고 말았다.

안 되겠다고 생각한 소속사가 걸그룹을 과감히 해체하고 김소윤을 솔로로 데뷔시켰으나 그 역시 빛을 보지 못했다. 그래도 오디션 준우승자 출신으로 드문드문 방송에 얼굴을 비추다가 약 2년 전부터는 아예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그 김소윤이 연기자로 전향을 했다고? 그것도 소속사도 없이?’

나는 그녀에게서 나오는 엄청난 아우라를 보고 얼굴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다급히 고개를 돌려 시선을 회피했다.

그녀는 강렬한 오렌지색 아우라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해서 입이 떡 벌어지는 수준이었다.

‘허···. 소속사 뭐야. 이런 규격 외의 괴물을 데리고 가서 그것밖에 못 한다고?’

그 무능함에 정말 어이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고 말았다.

“왜 그래요. 웬 한숨을 그렇게 쉬어요?”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유정 씨가 고개를 돌려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 아닙니다. 그냥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라서요.”

“치···. 싱겁기는···. 이제 마지막 참가자분 오디션을 시작할까요?”

내가 별일 아니라고 하자 유정 씨는 카메라를 힐끔 쳐다보며 오디션을 진행시켰다.

“얼굴이 좀 익숙하신 분이시네요. 어디서 뵀더라. 아!”

유정 씨도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지 그녀를 알아본 모양이었다.

“혹시···. 걸그룹?”

“네. 안녕하십니까? 7번 참가자 김소윤이라고 합니다.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몇 년 전 퍼플라임이라는 그룹의 메인 보컬이었습니다.”

나는 조용히 입을 닫고 김소윤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7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앳돼 보이는 외모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주변의 눈치를 살피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저런 모습은 주눅이 들었을 때 나오는 표정이었다. 아마도 거듭된 실패에 자신감이 급격히 하락해 버린 듯했다.

윤하영이 화려한 이미지고 다솜이 친근하고 귀여운 얼굴이라면 김소윤의 얼굴은 기본적으로 청순한 느낌을 준다. 마치 드라마 소장금에 나온 주인공처럼 말이다.

‘아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연예계는 이런 천재들도 소리소문없이 사라져 가는 극한의 경쟁 시장이었다. 아무리 능력이 있다 한들 운이 없고 소속사를 잘못 만난다면 김소윤과 같은 길을 걸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소속사도 없이 내 아우라 스카우터에 걸려들었으니 그렇게 사라지게 놔둘 순 없는 거 아니겠는가?

‘이런 능력자는 떠야 인지상정이지.’

원래는 하영×다솜으로 다빈치를 잇는 여성 듀오를 키우려고 했는데, 이 김소윤을 멤버로 데려와 트리오를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

갑자기 벼락에 맞은 듯 등줄기에 소름이 쭉 돋아났다.

이래서 하영, 다솜의 데뷔가 계속 늦어졌던 건가 싶기도 하고···. 아까 보자마자 떠오른 마지막 퍼즐이란 게 바로 이거였다.

소윤 × 하영 × 다솜 = 명품 보컬 트리오!

아이돌만 득세하고 있는 시장에서 나름대로 틈새시장을 노려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명 다 보유한 능력이 비슷했다. 바로 출중한 가창력과 뛰어난 연기력이었다.

셋은 드라마에 출연하고 스케줄이 맞으면 그룹 활동을 병행하면 좋을 것 같았다.

‘남자 아이돌도 두 팀인데 걸그룹도 숫자를 맞춰야지.’

“자. 이제 시작해 볼까요?”

김소윤은 준비해 온 연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긴 하지만 본래 능력이 뛰어나서 그런지 앞선 참가자들과 비교해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였다.

연기력은 비슷했지만, 외모에서는 압승이었다. 우리 회사 소속 배우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번엔 김소윤을 뽑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오디션이라 어쩔 수 없어. 우리 배우들은 내가 다른 드라마에 나올 수 있도록 챙겨 줘야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는지 유정 씨가 팔꿈치로 나를 툭툭 건드렸다. 감상평을 말하라는 신호였다.

“잘 봤습니다. 김소윤 씨.”

그녀는 그게 감상평이냐고 반문하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연기 잘하시네요. 캐릭터를 잘 살린 것 같고 이미지도 잘 어울려요. 따로 연습은 하신 건가요?”

“네. 개인적으로 연기에 관심이 많았고 예전 소속사에 있을 때 잠깐 배우기도 했습니다.”

“그렇군요.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 참가자가 나간 후 나와 유정 씨는 오디션 합격자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왜 혼자 사니?’ 제작팀은 오디션이 끝나자 장소를 정리하고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안 PD님! 드라마본부 일이라 그런지 대충하시는 거 같은데요?”

“하하···. 아닙니다. 대충이라뇨. 어차피 5분밖에 시간이 없습니다. 방송은 아까 인터뷰한 걸로 대부분 나갈 텐데요. 그리고 오늘 다른 촬영이 겹쳐서 좀 바쁩니다.”

“에이···. 그건 아니죠. 저희도 드라마 때문에 협조해 드린 건데요.”

“압니다.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저번에 찍은 것도 있고 제가 잘 편집해서 홍보해 드릴 테니까요. 그럼 이만···.”

안 PD와 이하 제작진들은 장비를 모두 챙겨 들고 인사를 하고 떠나갔다.

“···누가 뽑히는지 찍지도 않네.”

내가 떠나가는 제작진을 보며 구시렁거리고 있자 유정 씨가 손으로 턱을 괴고 고민에 빠져들었다.

“휴···. 어렵네요. 한 명이 튀면 뽑기 좋은데 다들 고만고만하네요.”

“고만고만해요?”

“네. 제 눈에는 3명 정도가 들어오는데 준형 씨는 누가 제일 나았어요? 마지막 김소윤 씨죠? 어때요? 내 말이 맞죠?”

그녀도 오디션을 보면서 뭔가를 눈치챈 모양이었다.

“어떻게 알았어요? 맞아요. 저는 살짝 기울었습니다. 우리 소속 배우들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미안하긴 뭐가요. 자리를 마련해 줬는데 기회를 못 가져가는 사람이 문제죠. 솔직히 드라마도 자체 제작인데 최대한 흥행을 시켜야 맞는 거죠.”

“그, 그렇죠.”

웬일로 맞는 말만 하는 그녀였다.

“그런데 뭘 봤어요? 특별한 게 있나 보죠?”

“유정 씨는 김소윤 씨 몰라요? 케이팝 지니어스 준우승자잖아요. 한 7년 정도 됐나?”

“모르겠어요. 그때는 한창 일할 때라 TV도 잘 못 봤거든요. 그런데 걸그룹이었다는 건 기억이 나요. 방송국에서 봤나?”

“그럼 그때 김소윤 씨가 얼마나 굉장했는지 모르시겠네요.”

“얼마나 대단했길래 7년 전 일까지 기억해요?”

“그 프로그램을 봤던 사람이면 누구나 기억할 겁니다. 그 정도로 충격적이었으니까요. 다들 ‘왜 저런 아이가 3대 기획사 출신이 아니지?’라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흐음···. 어쨌든 준형 씨는 7번 참가자를 선택한 거죠?”

“일단 그렇습니다.”

“그럼 저도 7번으로 할래요.”

“왜요?”

“이런 건 준형 씨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으니까요.”

“한 번 틀린 적이 있습니다. 제가 처음 맡은 배우인데···.”

꾸욱···.

유정 씨의 손이 내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극한의 고통이 엄습했다.

“자꾸 그럴래요?”

“너, 너무 대단해서 예상을 뛰어넘었어요. 뛰어넘었다고요!”

“정말이죠?”

그녀는 그제야 꼬집던 손을 놓았다.

“그래서 제가 지금 이렇게 된 거 아닙니까? 그냥 홀라당 빠져 버린 거죠.”

“아부는 그쯤 됐어요. 어쨌건 저는 7번으로 알고 있을게요.”

“네. 내일 불러서 이야기도 해 보고 계약도 해야 할 것 같네요.”

* * *

다음 날 캐스팅 소식을 듣고 김소윤이 놀란 얼굴로 내 사무실에 찾아왔다. 원래는 조아린 실장과 매니지먼트본부에서 계약을 하게 되는데, 내가 궁금한 게 있었기 때문에 먼저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다.

“어서 오세요. 소윤 씨.”

“안녕하세요. 대표님. 뽑아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김소윤은 살짝 감격한 듯 고개 숙여 인사했다.

“여기 앉으세요. 계약하기 전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요.”

“네. 성심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하하···.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거 아십니까? 저 소윤 씨 팬입니다.”

“네?”

김소윤은 유명 기획사의 대표가 자신의 팬이라고 하자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제가 케이팝 지니어스를 즐겨 봤었거든요. 마지막 결승전에서 문자 투표도 했었고···.”

“아···. 가, 감사합니다. 대표님.”

“7년 전 팬이었던 분하고 계약을 하다니···. 참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제가 이렇게 될 줄 몰랐···.”

그녀는 예전 일을 떠올리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정말 결승전 이후 어떻게 된 겁니까?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겁니다.”

“그게···.”

그녀는 중학교 1학년 때 평소 하굣길에 보이던 기획사 간판을 보다가 수시 오디션을 실시한다는 포스터를 보고 우연히 회사에 발을 들이게 됐다고 한다.

배우 오디션을 보고 덜컥 뽑힌 그녀는 집에서도 가깝고 해서 별생각 없이 계약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회사에서 연기 레슨은 안 시키고 댄스와 보컬 트레이닝을 시키더군요.”

“그 소속사가 아이돌 그룹을 만들려고 했나 보군요.”

“맞습니다. 그때 한참 붐이었잖아요. 여러 그룹이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인기였고···.”

“그땐 그랬었죠.”

“같은 연습생들과 댄스, 보컬 레슨을 받다 보니 재미도 있었고 나름 재능도 있는 것 같아서···.”

“그래서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한 거네요?”

“네.”

“그렇군요. 원래 아이돌 지망생이 아니었네요.”

이제야 이해가 갔다. 왜 이런 엄청난 포텐셜의 인재가 3대 기획사로 안 가고 그런 곳으로 갔는지···. 아! 생각해 보니 전 기획사가 아이돌만 경험이 없다뿐이지 배우 소속사로는 꽤 괜찮은 곳이긴 하다. 물론 지금은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개판이 된 곳이긴 하지만···.

“네. 그런데 아무래도 회사가 그렇다 보니 데뷔하기 전에 인지도를 좀 높여 보겠다고 케이팝 지니어스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5명이 같이 나갔는데 저만 본선에 합격했고 준우승까지 하게 됐죠.”

그다음부터는 나도 알고 있었다. 준우승한 기세로 소속사에서 김소윤을 센터 겸 메인 보컬로 마케팅을 하며 ‘퍼플라임’이라는 5인조 걸그룹을 데뷔시켰으나 거짓말처럼 망해 버리고 말았지.

“솔직히 전 기획사가 배우 쪽 전문이다 보니 너무 전략이 없었어요. 컨셉도 곡도 다 뭔가 안 맞았어요. 특히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 준 소윤 씨를 그런 큐트한 컨셉의 그룹으로 만들어 버리다니···. 누가 봐도 이해가 안 가는 일이었습니다.”

“다 지난 일이죠. 솔로로 데뷔해서도 망하는 바람에 기획사 탓만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계속된 실패에 확실히 자존감이 많이 하락한 상태로 보였다.

“힘 빠지는 이야기를 드려서 죄송합니다. 힘들게 캐스팅해 주셨으니 이제부터는 연기자로 제2의 인생을 살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는 우울한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했는지 표정을 고쳐먹고 자세를 똑바로 하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맛있는 재료라도 레시피가 엉망이면 맛이 없는 법이지.’

나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차분히 말했다.

“꼭 안 그러셔도 됩니다.”

“네?”

“가수를 포기하고 제2의 인생을 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다.”

“······?”

그녀는 내가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내밀었다.

내 머릿속에서는 소윤, 하영, 다솜 세 명으로 이루어진 보컬 위주의 성숙한 걸그룹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중 김소윤은 그룹의 왼쪽 날개를 맡을 멤버였다.

‘후후···. 셋 다 명품 보컬이고 댄스, 연기까지 잘하니까.’

말 그대로 슈퍼 중고 걸그룹의 탄생이었다.

‘케이팝에도 이제는 이런 그룹이 필요해. 경쟁자가 별로 없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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