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247화 (247/263)

< 커플(?) 사기단 (2)>

공지사항이 하나 더 있다는 말에 모든 이의 시선이 내 얼굴로 쏠리는 것 같았다.

“한 팀만 데뷔를 시키는 게 원래 계획이었습니다만···.”

살짝 뜸을 들여 주니 무대 위의 JJ 보이즈 멤버들이 손을 맞잡고 간절한 눈빛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나를 데려가 달라는 길냥이들 같달까?

“···JJ 보이즈도 함께 데뷔를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우와아!”

무대 위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방방 뛰고 서로를 얼싸안으며 또다시 눈물이 터졌다.

나는 잠시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가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멤버들은 마이크 소리가 나자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제가 제시하는 추가 미션을 만족시켰을 때 데뷔가 가능합니다.”

뭔가 추가하는 조건이 붙자 서로 껴안은 채로 석상같이 굳어 버린 JJ 보이즈였다.

“그 미션이 뭔가요. 대표님.”

무대 위로 올라간 나유정이 나에게 질문하고 있었다.

“음···. 그것은 게릴라 콘서트의 성공입니다.”

“게릴라 콘서트요?”

“네. 그렇습니다. 저는 JJ 보이즈에 살짝 의구심이 있는데, 만약 게릴라 콘서트를 성공시킨다면 이 멤버 그대로 데뷔시켜 드리겠습니다.”

“호, 혹시 목표로 하시는 관객은 몇 명인가요?”

마이크를 들고 있던 데이브가 떨리는 음성으로 질문했다.

“오프라인으로 5천 명, 온라인으로 10만 명입니다.”

“······!!”

JJ 보이즈는 엄청난 숫자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 진아돌의 기세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어차피 지금은 SNS 시대 아니던가? 아무리 게릴라 콘서트라고 해도 정보가 순식간에 전달된다. 이미 회당 조회수는 천만이 훌쩍 넘어가고 있는 상황!

더구나 외국 케이팝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 공연도 문제없이 숫자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엘은 일단 나세멸 시즌 4를 찍어야 하니 그 공백기에 JJ 보이즈가 먼저 스타트를 끊어 줘야지.’

이미 참가자 평가표에 세모를 칠 때부터 어느 정도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계획이었다. 겉으로는 그냥 관심 없는 척했을 뿐···.

어차피 아우라가 검증된 인재들이라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기본은 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해외 반응은 무서울 정도란 말이지.’

한국에서는 외모와 피지컬이 우월한 우리엘의 인지도가 앞섰지만, 외국에서는 미국인, 일본인, 태국인이 포함된 JJ 보이즈가 훨씬 인기가 많았다.

특히 북미권과 일본, 동남아에서 큰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었다.

“좀 줄여 주시면 안 될까요?”

토시노리가 데이브가 들고 있는 마이크에 입을 대고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안 됩니다. 그걸 채워야 데뷔할 수 있습니다. 날짜는 10일 안에 랜덤으로 공지해 드릴 겁니다.”

멤버들은 내 말에 다시 고개를 숙였지만 서로 힘을 내자며 토닥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안대를 벗어 주세요’하는 장면을 떠올리고 있었다. 예전에 했던 프로그램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지금도 종종 애용되는 포맷이었다.

미튜브에서 예전 게릴라 콘서트 영상을 보면 백이면 백 다 오열을 하던데 과연 JJ 보이즈는 제대로 무대를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왜 저렇게 눈물이 많은지···.’

그렇게 촬영이 종료되었고 이제 게릴라 콘서트만 남은 상황이었다.

마지막 선발 동영상이 카오스 TV에 공개되고 인터넷은 진아돌 이슈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JJ 보이즈도 데뷔해서 다행이긴 한데 이거 완전히 억지 아니냐? 이준형 작가 우리엘 편애 완전 심하던데?

-원래 남자들은 JJ 보이즈 같은 스타일 싫어하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전 세계적으로 반응 오는 애들인데 이런 취급이 말이 돼?

-야! 딱 보면 모르냐? 그냥 짜고 치는 고스톱 같던데 뭘···. 애초에 팬 투표가 없는 거 보면 알 수 있지.

-마지막에 이준형 대표랑 나유정이 막 싸우는 거 못 봤어?

-순진한 녀석들···. 딱 보면 모르냐? 완전 프로레슬링이더만?

-정식 방송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인터넷 콘텐츠인데 대충 봐라. 뭘 그렇게 꼬투리를 잡냐?

-대충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보냐? 예전 아이돌 메이커보다 훨씬 많이 본 것 같은데?

-그러게. 멘토들도 다 유명한 사람들이던데···. 물론 제일 유명한 사람은 나유정하고 이준형 작가였지만···.

-정혜성 사범 완전 떡상했잖아. 프로그램 최대 수혜자.

-격투기 미튜버 사건이 완전 대박이었지.

-일본이랑 태국은 난리더라. 그거 거의 다 실시간으로 번역돼서 다 퍼졌어.

-그런데 언제 게릴라 콘서트를 하는 거야?

-지금 블랙홀 팬카페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하니 기다려야지. 치사하게 평일에 하진 않을 거야. 아마 다음 주 토요일이나 일요일?

커뮤니티의 반응은 생각보다 JJ 보이즈에게 긍정적인 반응이었으며 나에게는 부정적이었다.

‘하긴 내가 너무 걔들한테 무심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

댓글을 보니 연출이라는 것을 간파한 팬들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분노의 글에 휩쓸려 거의 묻혀 버리고 말았다.

나는 인터넷 브라우저를 끄고 워드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이제 진아돌은 잊고 글을 써야 했다. 이 정도로 도와줬으면 이제는 유정 씨가 기획팀과 함께 풀어 가야 하는 문제였다.

“으아···. 글이나 쓰자. 쓰는 게 남는 거야.”

타탁 탁탁탁···.

경쾌한 기계식 키보드 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  *  *

[인터넷 콘텐츠로 음원 차트 1위를 찍는 세상. 변화하는 미디어 플랫폼 환경의 고찰]

[정식 데뷔도 하지 않은 신인이 스트리밍 차트 1, 2위에 오르다!]

[금주의 1위 다국적 그룹 ‘JJ 보이즈’의 ‘너에게 심쿵’, 2위는 우리엘.]

[차트 1위, 2위를 동시에 올려 놓은 JJ 엔터테인먼트 함박웃음!]

공중파나 케이블을 거치지 않고 탄생한 아이돌 그룹이 차트를 점령했다. 업계의 지각 변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새로운 변혁을 일으킨 JJ 엔터테인먼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JJ는 전 국민이 다 아는 인기 배우 나유정과 그의 매니저였던 이준형 작가가 합심해서 세운 회사다.

현재까지 주요 사업 분야는 드라마, 영화 제작이었으나 아이돌까지 착실히 발을 넓히고 있다.

꽤 성공적으로 안착한 걸그룹 아우라를 필두로 남성 아이돌 두 팀을 동시에 성공시키려 하는 JJ 엔터테인먼트의 잠재력이 업계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다.

물론 JJ 엔터테인먼트도 ‘진짜 아이돌’이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은 몰랐겠지만, 최종 승리를 거머쥔 우리엘은 물론이고 게릴라 콘서트를 성대하게 성공시킨 다국적 그룹인 JJ 보이즈까지 탄탄한 팬덤을 구축하며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은 팀이 얼마나 강한 팬덤을 보유하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한 바가 있다. 새삼 이 기획을 성공시킨 JJ 엔터테인먼트의 선견지명이 놀랍다.

한편, JJ 엔터테인먼트와 협력한 카오스 TV와 블랙홀은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데···. <중략>

“진짜 아이돌 때문에 꽤나 시끄럽군요.”

나는 따뜻하게 김이 올라오고 있는 머그잔을 테이블에 놓으며 이사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재 회의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사람은 조아린 실장이었다. 그녀는 능력을 인정받아 얼마 전 팀장에서 실장으로 승진했다. 나이에 비하면 정말 파격적인 승진이었다.

“네. 대표님. 정말 반응이 이렇게까지 좋을 줄은 저희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막판에 보여 줬던 수준 높은 무대 완성도와 케이 프로듀서와 지령 씨의 곡이 성공의 큰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뭐가 또 있죠?”

“대표님과 이사님이 서로 짜신 듯한 반전까지···. 모든 게 꽤 긴박하고 극적으로 연결됐다고 할까요? 특히 마지막 게릴라 콘서트는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줬다는 평이 많습니다.”

“뭐···. 우연히 벌어진 일이라고 하긴 뭐하고 살짝 노린 것도 있었죠.”

“그렇군요. 왠지 그럴 것 같았습니다. 혹시 마지막에 나 이사님과 싸우셨던 게 다 계획하신···.”

“그건 조 실장님 상상력에 맡기겠습니다.”

“······.”

더 이상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뭔가 확신을 가진 듯했다.

“어쨌거나 스트리밍 차트가 꽤 핫하더군요.”

“노래가 좋다는 평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성수기인데 대박 곡이 거의 없다는 주변 환경도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그냥 빈집털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도 많던데요.”

“그건 다른 아이돌 팬들이 그런 소리를 하고 다니는 거죠.”

“방송국에서는 아직도 연락이 없습니까? 차트 1위, 2위 아이돌이 데뷔 무대가 없다는 게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나는 보고서를 보다가 살짝 짜증이 나서 서류를 덮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공중파는 아예 연락이 없고 그간 활발하게 협조했던 뮤직넷도 이번에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입니다. 조만간 연락을 준다고 하는데 미적거리는 게 느껴집니다.”

음악 방송에 못 나가는 게 조아린 실장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죄인이 된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래도 공중파는 경계심이 들었겠죠. 예전에 아이돌 메이커 할 때도 초반에는 출연하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오랜만에 하석우 전무가 입을 열었다.

“뮤직넷이야 CA 미디어가 플랫폼 사업 관련해서 살짝 삐져 있는 상황이니 이해가 가긴 합니다. 이기훈 전무도 아직 화가 안 풀린 것 같아요.”

“그래도 좀 짜증 나는 건 사실이에요. 저희가 도와준 게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미적거리는 게 이해가 안 가요.”

나유정 이사는 분통이 터지는지 주먹으로 책상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하고 관계가 있는데 결국 출연시켜 주긴 할 겁니다.”

“차트 내려간 후에요??”

“음···. 방법을 찾아봐야죠. 미튜브의 유명한 채널하고 콜라보를 하는 방법이라든가.”

“그래도 일반인들한테는 제일 많이 퍼지는 게 음악 방송 영상인데···.”

“아! 혹시 그건 제가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석우 전무가 손을 드는 모습을 보니 할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았다.

“하 이사님, 말씀해 보시죠.”

“제가 그나마 필드에서 발이 넓지 않습니까? 지금 공중파하고 협력하려는 드라마가 있는 것 같던데요. 그거 언제 확정되는지 물어 오는 방송국 관계자들이 꽤 많습니다. 아이돌 출연 문제는 그것과 연계해서 풀어가 보심이 어떨까요?”

“으음···. 드라마라···.”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턱을 쓰다듬었다. 하석우 전무가 말하는 것은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이라는 드라마였다.

“한동희 이사님. 혹시 SBC와 협상은 어떻게 돼 가고 있습니까?”

나는 회의만 듣고 있던 J&J 스튜디오의 한동희 이사를 쳐다보았다.

“네. 대표님. SBC 측이 의견을 바꿔서 제작비와 배우 캐스팅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제작비를 더 부담하더라도 권리를 더 가지고 싶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미니시리즈가 SBC 독주 체제라 그런지···.”

“배짱이라 이거죠?”

드라마도 계약에 따라서 배급 및 외부 유통에 대한 권리가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복잡했다.

우리 작품처럼 대박을 터트릴 조짐이 있다고 생각하면 방송국에 유리하게 계약을 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복불복인 경우가 많았다.

“그럼 SBC와 협상은 됐고, MBS는 어떻습니까? 요즘 거기 드라마 라인이 붕괴 직전 아닌가요? MBS와 드라마 협상을 하고 덤으로 음방도 확보해 보도록 하시죠.”

“MBS도 드라마본부와 예능본부가 달라서 그렇게 협상이 잘 될지는 미지수지만 한번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생각해 보니 MBS와 협상할 적당한 인물이 떠오르네요.”

“적당한 인물이요?

”제가 한번 찔러 보겠습니다.“

솔직히 하기 싫었지만 이제 공중파와 협업을 해서 ‘내매스’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시후 녀석 입봉도 시켜 줘야 하고. 후···. 드라마 나가면 분명히 사람들이 나와 유정 씨를 떠올릴 텐데 걱정이네. 모르겠다. 뭐 어떻게 되겠지. 이제 슬슬 어정쩡한 관계도 청산을 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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