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245화 (245/263)

< 선독점 콘텐츠 공개 (3)>

드디어 최종 컨셉 평가 무대가 있는 날이었다. 우리는 카오스 사의 협조를 받아 공개 홀을 빌려 무대를 꾸미고 화려한 세트를 제작했다.

101호 내무반 JJ Boyz 「너에게 심쿵!」

102호 내무반 Uriel 「Guardian Angel」

팀별로 가사도 붙이라고 했더니 의외로 외국인이 다수인 101호의 곡에서 한국어 제목이 떡하니 튀어나왔다.

제목을 보니 살짝 불안하긴 했다. 꽁냥조의 노래 제목이 훨씬 임팩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상남자조는 유학파 권태현과 인텔리 서지훈이 머리를 맞대고 가사를 썼는데 과도하게 힘이 들어가 있었다.

“음···. 벌써 여기서부터 패배인데? 이걸 어쩐다?”

“뭔데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 있어요?”

“어우! 깜짝이야.”

갑자기 나타난 유정 씨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진짜 뭐예요? 뭔가 수상한데···. 또 뭘 꾸미고 있는 거 아니에요?”

“꾸미긴 뭘 꾸밉니까. 머리가 딸려서 이제 그런 거 없습니다.”

“흥! 그건 그렇고, 정말로 이 평가에서 이긴 조만 데뷔시킬 거에요? JJ 보이즈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던데요?”

“왜요. 이사님도 팬들하고 같이 시위라도 하시게요?”

“···시위라니요. 제가 그럴 리가요.”

“그런데 뭘 걱정하고 그래요.”

“지금까지 준형 씨 하는 것을 보면 분명 ‘우리엘’을 뽑을 것 같은 분위기던데···. 안 그래요?”

“그럼 유정 씨는 JJ 보이즈?”

“그런 건 아니고···.”

“일단 저도 생각이 있습니다. 멤버 뽑는 거에 도움을 주는 대신 데뷔 관련해서는 제 생각을 우선해 준다고 약속했잖아요.”

“그, 그래도 두 팀 다 인기가 있잖아요.”

“우리가 4대 기획사도 아니잖아요. 유정 씨 생각엔 우리가 그 정도로 큰 거 같아요?”

나는 웃음을 참으며 아닌 척 말을 하고 말았다.

“그 정도는 아니고···. 그, 그런데 순이익은 비슷하거나 더 많잖아요.”

유정 씨의 말도 사실 틀린 소리는 아니었다.

우리 회사의 프로젝트는 어떤 것도 실패하지 않고 계속 순항하고 있었고, 다른 4대 기획사와 다르게 조직도 매우 슬림해서 쓸데없는 비용 낭비가 없었다.

“유정 씨 말이 맞긴 해요. 하지만 4대 기획사는 미래를 위해서 여러 가지 사업을 벌이다 보니 그런 거고, 우리는 콘텐츠만 집중하는 기업이라 약간 결이 다르긴 합니다.”

“그, 그래도 우리 회사가 아이돌을 하나 더 운영할 여력은 된다고 보는데요. 최근에 부동산도 많이 올랐고···.”

“응? 지금 부동산이라고 했습니까? 부동산이 유정 씨 소유지, 회사 겁니까?”

“아···.”

나유정은 부동산 투자로 불과 몇 년 만에 수백억을 벌어들였다. 내 드라마에 출연해서 부동의 CF 퀸으로 등극하더니 3년 전 J&J를 위해 빌딩을 매입하고 인근 건물도 사들여 현재는 엄청난 부동산 부자가 된 것이다.

“그거 세금 감당됩니까?”

“비, 비밀이에요.”

“쯧···. JJ 보이즈를 데뷔시키고 싶으시면 자체 레이블을 하나 설립하시든지요. 제가 자회사로 넣어 줄게요.”

“됐어요! 칫···. 너무하네.”

나유정은 짐짓 삐진 표정으로 나를 외면하고 고개를 돌려 JJ 보이즈를 살펴보고 있었다.

“유정 씨. 저도 다 생각이 있으니 지켜보세요. 제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요.”

“······.”

우리의 대화는 소강상태로 접어들었고 방송 준비가 모두 끝났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대표님. 마지막 라이브 방송 준비가 모두 완료됐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한 PD님. 마지막까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능력 있는 한 PD에게 깊은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그녀라면 마지막으로 쇼를 하는 극적인 장면을 아주 잘 잡아낼 것 같았다.

“후후후···.”

“나 이사님은 어서 진행자석으로 이동해 주세요.”

“아 참···. 내 정신 좀 봐. 알겠습니다, PD님.”

“자! 스탠바이 하겠습니다!”

한수민 PD의 외침으로 드디어 방송이 시작되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진짜 아이돌의 MC 나유정입니다. 오늘 드디어 대망의 데뷔조 선발식이 펼쳐지게 됩니다. 이 무대에서 승리한 팀은 바로 데뷔를 하게 되는데요.”

무대 위에 있는 MC 뒤편 스크린으로 긴장하고 있는 두 팀의 얼굴이 화면에 살짝 스쳐 가고 있어서 그런지 더욱 긴박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자, 그럼 먼저 101호 JJ 보이즈의 무대부터 보시죠.”

드디어 JJ 보이즈 7명이 무대 위에 등장했다.

“하나둘셋! 안녕하세요. 저희는 JJ에서 뼈를 묻고 싶어 세계 각국에서 모인 JJ 보이즈입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JJ 보이즈의 멤버들은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며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미국 출신 데이브

일본 출신 토시노리, 히데, 타케시

태국 출신 제이

한국 출신 김태은, 김세연

내무반 생활을 통해 전우애로 똘똘 뭉친 것 같은 미친 케미를 보여 줬던 팀이었다. 물론 내 취향은 절대 아니었지만···.

‘이렇게 보니 꽁냥조도 나름 괜찮네. 뭐···. 다들 한 가지 이상 특기는 가지고 있던 인재들이었으니까.’

내가 JJ 보이즈의 경연곡인 ‘너에게 심쿵’의 가사를 멘토링하며 살짝 이런 분위기로 몰아간 건 사실이었다.

그들도 자신들이 어떤 것을 해야 스스로 어필할 수 있는지 어느 정도 감은 있었는데, 내 조언을 받고 곧바로 컨셉에 맞는 밝은 분위기의 가사를 써냈다.

‘너에게 심쿵이라니···. 좀 오글거리긴 하는데 나름 가사는 잘 나왔어. 더군다나 이 곡은 천재 이지령 님이 만들었으니···.’

화면에는 JJ 보이즈가 가사를 쓰고 안무를 창작하고 컨셉 평가에 거의 전투적으로 몰입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그들의 노력, 전우애, 꽁냥거리는 모습, 웃음, 땀 그리고 눈물까지···.

‘한 PD, 진짜 물건이잖아? 갬성 터지는 편집이네. 진짜 오진다.’

옆을 보니 조아린 팀장은 감동했는지 손등으로 눈물을 닦고 있었다.

‘조 팀장! 그렇게 몰입하지 마시라고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무대를 보니 JJ 보이즈가 포메이션을 완성하고 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이 입고 있는 의상은 김규빈 스타일리스트 팀장이 그룹 컨셉에 맞게 만든 블링블링하고 화사한 심쿵 남친룩이었다. 나유정과 조아린 팀장이 미쳤다고 호들갑을 떤 트렌디한 무대 의상이었다.

액세서리, 헤어 스타일, 메이크업, 의상 등등···.

케이팝의 정수를 보는 듯한 화사한 외모였다.

“으음···.”

준비된 영상이 끝나 가자 한수민 PD의 손짓에 무대의 불이 꺼졌다.

무대에 조명이 다시 들어오고, JJ 보이즈가 샤방한 얼굴로 걸어 나왔다.

‘오! 다들 표정 좋고···. 자신감 넘치네.’

JJ 보이즈는 전주곡에 맞춰 그루브한 댄스를 보여 줬다.

칼군무의 정석!

꽁냥조는 캐미의 끝판왕 같은 모습을 보여 왔는지라 군무에도 빈틈이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연습을 한 걸까?

첫 소절의 시작은 마이클 잭슨의 환생처럼 마법 같은 보이스의 데이브였다.

“어우야···.”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던 멘토들이 동시에 몸을 움찔거릴 정도로 매력적인 소리였다.

데이브는 정재훈의 보컬 트레이닝과 폐활량 증가로 눈에 띄게 기량이 좋아졌다.

‘마스크도 좋네.’

서양에서 보기 힘든 꽃미남의 전형으로 동양과 서양의 장점이 모여서 만들어진 얼굴 같았다.

그 뒤로 노리, 히데, 다케시, 제이로 이어지는 꽃미남의 향연···.

거기에 김태은, 김세연 아크로바틱 댄스 듀오까지!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년처럼 싱그럽게 노래하고 있는 JJ 보이즈였다.

확실히 능력자들이라 그런지 단 4주 만에 극적인 변화를 보여 주고 있었다.

곡의 하이라이트는 데이브와 토리노리의 더블 샤우팅이었다. 서로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노래를 부르다가 서로를 등지고 손바닥을 맞대더니 반대편 하늘을 향해 가장 높은 음을 내고 있었다.

“와! 미쳤다. 이건 뭐 거의 1티어 수준의 클래스인데요?”

보컬 트레이너 정재훈이 흥분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고 나도 엄지를 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김태은, 김세연 듀오의 텀블링으로 곡이 끝이 났다. JJ 보이즈는 마지막 엔딩 포즈도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다.

“우와!!”

멘토들이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기립 박수를 쳤다.

무대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유정 씨도 그 모습이 자랑스러운지 가슴에 손을 얹고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자···. 정말 엄청난 무대였습니다. JJ 보이즈에 딱 어울리는 곡이네요. 솔직히 당장 데뷔해도 무방한 수준이 아닌가 싶은데요. 멘토님들은 어떻게 보셨는지요? 정 사범님?”

나유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군인처럼 박수를 치고 있는 정혜성을 가리켰다. 정혜성 사범은 살짝 벅찬지 심호흡을 하며 마이크를 들었다.

“정말 열심히 수업을 따라온 우리 멤버들에게 너무 훌륭했다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결과가 어찌 됐든 여기에서 경험했던 것들은 평생의 자산이 될 겁니다. 부디 이 느낌을 평생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게 뭔가요.”

“좀 부끄러운데···.”

“부끄러워하지 말고 시원하게 해 주시죠.”

“네. 데이브, 노리, 히데, 다케시, 태은이, 세연이, 제이까지···. 너흰 이미 내 마음속의 아이돌이자 제자들이다. 그동안 힘든 수업 잘 따라와 줘서 고마웠다.”

정혜성은 그간 JJ 보이즈와 정이 많이 들은 모양인지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 같았다.

“사범님! 감사합니다. 저희는 영원히 사범님의 제자입니다.”

“사랑합니다. 사범님!”

JJ 보이즈도 울컥했는지 과도하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남발하며 꽁냥꽁냥하는 분위기를 이어 갔다.

“자···. 댄스 부문을 멘토링 해 주신 유상준 팀장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음···. 저도 정말 잘 봤습니다. 제가 여러 그룹을 가르쳤지만 이렇게 합이 잘 맞고 사이가 좋았던 그룹은 단연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가르치면서 너무 즐거웠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군자삼락(君子三樂)이라는 맹자님 말씀이 있습니다. 부모, 형제가 다 살아 계시는 게 첫 번째 즐거움이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는 게 두 번째 즐거움이요,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가르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라는 뜻인데요. 요즘 들어서 제가 그 군자삼락을 누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와! 선생님!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JJ 보이즈 멤버들은 또다시 과도한 애정 표현을 남발했다.

“정말 좋은 말씀이셨습니다. 세계 각국의 인재들이 모였으니 정말 천하의 인재를 얻으신 거네요.”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나유정의 센스 있는 멘트에 이어 유상준 팀장의 아재다운 웃음이 마음을 포근하게 해 주는 순간이었다.

이어서 정재훈 보컬 멘토의 극찬이 이어졌다. 특히 보컬 멤버인 데이브와 토시노리에 대한 칭찬이 주를 이뤘다.

“그리고 시종일관 JJ 보이즈를 탐탁지 않게 보시던 우리 이준형 대표님의 소감을 들어 보도록 할까요?”

“탐탁지 않다니요.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저는 남자 아이돌에 관심이 없을 뿐입니다.”

“하하하···.”

별생각 없이 듣고 있던 멘토들이 내 어처구니없는 대답에 모두 빵 터지고 말았다.

“대표님! 살려 주세요!”

JJ 보이즈의 누군가가 절박한 심정인지 살려 달라는 말까지 하고 있었다.

“누가 죽입니까? 뭐, 일단 무대는 좋았습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정말 엄청난 노력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이 정도 수준의 무대를 보여 줄 거라는 생각은 못 했거든요. 그야말로 막판에 없던 초능력까지 끌어낸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

“감사합니다!”

“휘익!”

그들은 내 말이 기쁜지 휘슬까지 불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다만! 약속대로 한 팀만 데뷔할 수 있습니다. 102호 내무반 우리엘의 무대를 보고 이야기합시다.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아직 이릅니다.”

내 말이 떨어지자 녹화장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JJ 보이즈 멤버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네, 네···. 이준형 대표님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우리엘의 무대도 남아있군요. JJ 보이즈 여러분들은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다음 조의 무대를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

멘토들은 다시 자리에 앉았고 무대를 세팅하기 위해 잠시 휴식 시간이 이어졌다.

“대표님. 정말 한 팀만 데뷔시키실 거에요?”

정재훈이 정말로 그럴 거냐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글쎄요.”

나는 일단 그냥 애매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로 걸어갔다. 그리고 나유정에게 잠시 보자는 손짓을 했다.

“왜요?”

“잠시 조용한 곳으로 가서 이야기 좀 합시다. 할 말이 있습니다.”

그녀는 내 표정을 읽었는지 더 묻지 않고 무대에서 내려와 나를 따라왔다. 나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녀를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

“조금 있다가 말이죠.”

나는 나유정에게 앞으로 일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어야 하는지 주지를 시켰다. 그녀는 납득을 한 눈치였지만 눈을 좁히며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저만 믿으세요.”

다시 자리로 돌아온 나는 의자에 등을 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흠···. 이게 뭐라고 이렇게 힘드냐.’

잠시 후 무대 위에 나유정이 다시 등장했다.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다음은 102호 내무반의 우리엘을 무대로 모시겠습니다. 나와 주세요.”

어두웠던 무대에 조명이 들어오며 그동안 보이지 않던 다섯 명의 멤버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어?”

“뭐야?”

“컨셉 뭔데?”

무대로 올라온 우리엘(Uriel)을 본 멘토들이 화들짝 놀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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