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독점 콘텐츠 공개 (2)>
“노래 어때요?”
이지령은 자신이 만든 곡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그녀의 곡은 듣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밝은 사운드로 트로피컬 하우스 계열의 신나는 댄스곡이었다.
내 머릿속에서 대박 곡이라는 신호가 마구 울리고 있었다.
“···조, 좋은데?”
“휴···. 다행이다.”
“지령아. 그런데 이 곡을 그냥 미션곡으로 써도 되겠어?”
이런 좋은 곡을 무명 아이돌 지망생들에게 줘도 되냐는 뜻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대표님이 곡을 달라고 하셨잖아요.”
“내, 내 말은 곡이 아깝다 이거지.”
“아···. 난 또 뭐라고···.”
이지령은 그제야 이해하겠다는 투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정도면 일류 그룹들도 탐낼 만한 곡이거든.”
“에이···. 괜찮아요. 가져다 쓰세요. 이 정도는 쉽게 뽑을 수 있어요.”
“······.”
이지령은 손사래를 치며 전혀 상관없다는 듯 말했다.
잠깐!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이 정도는 그냥 뽑는다고?
나는 고개를 돌려 케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도 이지령의 말이 황당한지 입만 벌리고 있었다.
“케이야. 너 입에 파리 들어가겠다. 왜 그렇게 입을 쩍 벌리고 있어?”
“크흠···. 형이나 표정 관리 좀 하시지 그러세요?”
“난 항상 이 표정이지. 인마. 넌 많이 놀란 표정이더라? 어때? 너도 질 수 없지 않냐? 지령이가 밝은 분위기의 곡을 썼으니 넌 묵직한 곡으로 하나 만들어 봐.”
“음···.”
케이는 뭔가 애매하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바로 하지 않고 있었다.
“프로듀서님 바쁘시면 제가 하나 더 만들어도 되고요. 묵직한 거라고 하셨어요?”
“아, 아냐. 네 곡은 좀 아껴 두자. 우리 케이 프로듀서님도 나름 세계적인 실력자잖아.”
“당연하죠. 제 사부님이신걸요.”
“사, 사부님···.”
케이는 이지령의 말에 감동한 것인지 말문이 막힌 것 같았다.
“청출어람이네. 청출어람! 이렇게 된 이상 케이 너도 참여해야지. 안 그래?”
“칫···. 알았어. 한번 만들어 볼게. 슈퍼노바 곡 스타일로 만들어도 되는 거지?”
“그건 마음대로 해. 슈퍼노바건 슈퍼마켓이건···.”
“큭···. 아재 개그 좀 그만해!”
“Sorry!”
“알았어. 하드디스크 한번 뒤져 봐야지. 쓸 만한 게 있나···.”
“그래, 갑작스럽게 요청했는데 다들 협조해 줘서 고맙다.”
진짜 아이돌은 그렇게 S급 미션곡을 확보하게 되었다.
* * *
‘진짜 아이돌’ 1화가 상당히 빠르게 공개되었다. 카오스의 화력 지원을 등에 업고 포털 메인 페이지에 링크가 걸리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었다.
1화 반응은 호불호가 갈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열린 아이돌 오디션으로 관심을 끌었는데 나름 신선하고 재미있었다는 반응들이 많았다. 하지만 ‘자극적이다’, ‘막장이다’라는 반응도 꽤 많았다.
안 그래도 경쟁이 치열한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래. 그런 반응도 이해가 가.’
하지만 그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런 자극적인 것들을 너무 좋아했다. 조회수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진아돌은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돌풍을 이어 가고 있었다.
매주 2회 20분 정도 분량의 동영상이 카오스 TV에 업로드되었고, 1화는 단 며칠 만에 8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카오스 TV를 톡톡히 홍보하고 있었다.
[대표님. 이사님! 커뮤니티 반응이 상당히 좋습니다. 기획팀이 홍보팀과 함께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확실히 어그로가 끌렸습니다.]
[카오스가 과감하게 포털에 걸어 준 게 컸던 것 같습니다.]
[멘토들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정혜성 사범에 대한 언급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최대 수혜자인 것 같습니다.]
흥분한 조아린 팀장에게서 톡이 계속 오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정혜성은 정 사범으로 불리며 다시 한번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다.
그는 내 작품에서 계속 순정파 캐릭터를 맡아서 그런지 여성들이 선호하던 배우였는데 진아돌의 정 사범 캐릭터로 남성들에게도 크게 어필하는 인기인이 되었다.
[정혜성 씨에게 CF가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혜성 씨한테 물어보고 진행하세요. 너무 많이 돌리시진 말고요.]
정혜성에게 굵직한 CF가 들어오는 것을 보면 확실히 대세긴 대세인 듯했다.
정 사범으로 출연하면서 인기도 인기였지만, 모 격투기 미튜버가 혜성 씨를 저격했다가 호되게 당한 후 그의 인기가 미친 듯 상승했다.
사건의 자초지종은 이랬다.
한 인기 격투기 미튜버는 정 사범의 인기가 높아지자 그의 실력이 의심된다며 그는 그냥 일개 배우일 뿐이라고 폄하를 했고, 자신이 있으면 일대일 스파링을 하자며 공개 저격을 했다.
그는 만약 자신을 피하면 일개 배우가 사기를 치는 것으로 알겠다며 정 사범을 막다른 길로 몰았다.
물론 우리 정 사범님이 그런 걸 마다할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본 혜성 씨는 평소에도 몇 시간씩 시간을 내서 운동을 미친 듯이 하는 상남자 중의 상남자였다. 그의 속살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봤다면 절대 하지 못할 말이었다.
특전사 출신에 아마추어 격투기 챔피언이었다고 소개됐지만, 옆에서 본 그의 잠재력은 진짜 MMA 현역 선수를 제외하고는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그가 정말로 선수들과 스파링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UFC 미들급 세계 랭킹 5위에 빛나는 김정준의 비공식 스파링 파트너가 바로 혜성 씨였다. (물론 정 사범님의 체급이 위였다.)
결국 이루어지지 않을 이 매치가 성사되었다.
그 격투기 미튜버는 정 사범에게 1라운드에서 거의 유린을 당하다시피 처맞고 2라운드에 불꽃 하이킥까지 맞으며 KO를 당했다. 그 후 그 미튜버는 창피해서 동영상 업로드를 멈췄으며 정 사범의 인기는 더욱 올라갔다.
그 영상은 진아돌 촬영이 진행되면서 중계된 것이어서 그런지 후폭풍이 아주 거셌다. 너도나도 정 사범에게 도전하는 바람에 회사 차원에서 더 이상 시합은 없다며 못을 박았다.
하지만 내가 이런 호재를 놓칠 리가 만무했다. 나는 스턴트 훈련을 취소하고 진아돌 무제한급 격투 서바이벌을 기획했다.
이른바 뇌를 비운 기획!
그야말로 막장 of 막장이었다.
체육관에 링을 만들어 놓고 12명이 토너먼트식으로 경기하게 했다. 우승자에게 상금 천만 원에 최신형 스마트폰을 상으로 준다고 하자 다들 눈이 뒤집혀 격투 서바이벌에 참전했다.
물론 보호 장비를 전부 착용하고 전문 심판의 입회하에 안전하게 경기가 펼쳐졌다. 진짜 경기를 했다간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실제로 다칠 확률이 있었기 때문에 점수로 승패를 결정했다.
상남자조의 독무대가 펼쳐질 것으로 생각했으나, 웬걸?
꽁냥조의 제이가 파란을 일으키며 상남자조의 권태현과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성우진을 차례로 꺾고 결승전에 올라왔다.
태국 출신의 제이는 왕자 같은 외모와 다르게 무에타이를 오래 배운 것으로 드러났다.
밸런스가 뛰어났던 성우진은 제이에게 연속으로 로우킥을 얻어맞고 점수를 빼앗겼다.
하지만 제이의 선전도 진정한 야수 이도영을 만나 좌절되고 말았다. 이도영의 키는 180대 후반에 피지컬 자체가 누구보다 우월했다. 거의 격투가의 체형이랄까?
이도영은 상남자조의 막내였지만 통뼈에 기골이 장대한 스타일이라 아마추어 수준의 무에타이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
키가 10cm 이상 차이가 나고 몸무게도 20kg 가까이 차이가 나는지라 전혀 상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제이는 몸을 잡혀서 바로 이도영에게 깔린 후 가볍게 파운딩을 당했고 심판이 개입해서 경기를 중단시켰다.
결국, 승부는 이도영의 TKO 승으로 끝이 났다.
이도영은 우승을 거머쥔 후 링 위에서 포효하며 형들을 주눅 들게 했다. 그에게 부상으로 천만 원과 최신 스마트폰이 수여됐다.
하지만 이도영의 우승 못지않게 화제가 된 것이 바로 꽁냥조의 짜고 치는 고스톱 시합이었다.
미국인 데이브와 일본의 토시노리가 대전 상대가 되자 서로 싸우는 것처럼 짜고 껴안고 엎어지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심판에게 주의를 받고 둘 다 몰수패를 당하고 말았다.
의도하지 않은 이 영상은 여성 팬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SNS상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나는 가슴에 손을 얹고 고백하던데 절대 고의로 이런 영상을 만들도록 지시한 적 없었다. 그냥 둘이 너무 친해서 벌어진 일일 뿐. 믿거나 말거나. 음···. 요즘엔 이런 거 조심해야 하는데···.
어쨌거나!
진아돌의 인기가 미친 듯이 올라가자 다른 기획사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요즘 들어 부쩍 우리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기사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막장 아이돌 오디션 ‘진짜 아이돌’ 이래도 좋은가?]
[상업의 끝판왕 ‘진아돌’ 기획사만 웃고 아이돌 지망생들은 가슴에 멍이 든다.]
[트레이닝은 안 시키고 체력 훈련만 시키는 진아돌! 가혹한 훈련에 눈살이 찌푸려져···.]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기사들이라 이제는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트레이닝을 안 시키다니?’
방송에 많이 나오지 않는 것일 뿐 우리는 트레이닝을 착실히 시키고 있었다.
약간 억울했지만, 곧 밝혀진 그들의 실력을 기대하면서 원기옥을 모으고 있었다.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한 트레이닝인데 효과가 없었겠는가?
3주간의 훈련으로 연습생들의 체력은 엄청나게 강해졌고 폐활량도 좋아졌다. 정재훈의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실력이 극적으로 개선되었으며, 유상준 팀장의 댄스 수업을 받고 모두의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었다.
특히 성장형 아이돌인 서지훈의 경우 춤 실력이 가장 빠르게 느는 참가자였다. 시청자들은 그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까지 참가자들의 실력이 발전한 원동력은 그들이 철저하게 아우라를 보고 뽑은 인재들이었다는 점, 그리고 체력과 폐활량이 좋아졌으며 전문 스트레칭을 배워 몸에 힘을 빼는 훈련을 중점적으로 했기 때문이었다.
이것들은 연기, 보컬, 춤에 동시에 적용되는 기본기 중의 기본기였다.
연기의 경우 나유정과 김형탁의 멘토가 힘을 발휘했다. 나유정의 연기 강습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예전에 나뮤스 멤버들에게 연기를 가르칠 때 그 효과를 내 눈으로 직접 봤었는데, 이번엔 김형탁과 협업으로 더욱 효과적으로 진행됐다.
결국, 오디션 후반에 접어들면서 참가자들의 실력이 좋아지고 마치 군대 동기처럼 서로의 케미가 좋아졌다.
* * *
훈련을 마친 뒤 갑작스러운 소집으로 참가자들이 체육관에 모여 있었다.
트레이닝 이후의 소집이라 어리둥절하던 참가자들은 무대 위 모니터에 케이 프로듀서와 이지령이 등장하자 환호성을 질러 댔다.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케이입니다. 이번 미션은 컨셉 평가입니다.”
서로 다른 컨셉에 맞춰 무대를 펼쳐서 경쟁하는 미션이었다.
참가자들은 히트 메이커들이 만든 곡을 감상하며 그 퀄리티에 열광하고 있었다.
“우와!”
“대박! 정말 이거 우리 미션곡 맞아?”
“노래 진짜 좋다!”
그들이 놀라는 사이 곧바로 나유정이 무대 위에 등장해 마이크를 잡고 참가자들에게 공지를 전했다.
“여러분,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다음은 팀 미션인 컨셉 평가입니다. 방금 전 들으신 신곡에 맞춰 여러분들의 창작 안무와 퍼포먼스를 보여 주시면 됩니다.”
“우아악!”
일부는 자신이 없는지 머리를 감싸 쥐며 놀라고 있었다.
“물론 이준형 멘토와 유상준 멘토가 옆에서 도와줄 예정이니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해 보세요.”
“휴···. 다행이다.”
“단! 이 미션을 통해 데뷔 조가 결정될 예정이니 최대한 열심히 준비해 주시고요.”
“아아···.”
누군가 떨어져야 한다는 말을 들은 참가자들이 몸을 비틀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데이브와 토시노리는 우울한 표정으로 서로 껴안고 토닥이고 있었는데 그것을 본 나는 눈이 썩을 것만 같았다.
‘아···. 진짜 적응 안 되네. 쩝···.’
내가 적응되거나 말거나 미션곡에 대한 멤버 배치가 완료되고 연습이 시작됐다. 그룹은 참가자들의 상의하에 내무반별로 자연스럽게 편성됐다.
꽁냥조 대 상남자조···. 는 아니고 공식적으로는 101호 대 102호였다.
준비 기간은 단 일주일!
모든 참가자가 컨셉과 안무 창작, 퍼포먼스에 미친 듯 몰입하고 있었다.
* * *
한편 진아돌의 인기와 더불어, 블랙홀 앱에 마련된 진아돌 섹션에 팬들이 마지막 미션에 대한 의견을 열정적으로 토해 내고 있었다.
[한 팀만 데뷔? 우리가 들고일어나야 한다! 전원 데뷔!]
[우리 아이들을 고생시키고 탈락까지 시키려는 이준형 작가를 규탄한다!]
[분위기상 J&J 연습생이 포진한 102호가 유리해 보임. JJ 보이즈는 탈락할지도···.]
여기서 JJ 보이즈는 꽁냥조를 뜻하는 팬들의 애칭이었다. 상남자조와 다르게 여성 팬들이 엄청나게 늘어난 상태였다.
[No 탈락자! 전원 데뷔! 15일 마포 J&J 엔터테인먼트 앞에서 시위할 예정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오전 9시까지 모여 주세요! 우리의 힘을 보여 줍시다!]
민심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나는 그 게시물을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큭큭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