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243화 (243/263)

< 선독점 콘텐츠 공개 (1)>

2주일 후.

나는 한수민 PD가 촬영한 진아돌 1화 분량 편집본을 대략 살펴보았다. 아직 완성된 영상은 아니었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첫 장면은 내 생각대로 나유정 이사가 아이돌을 기획하는 장면이었다. 그녀는 조아린 팀장과 남자 아이돌 시장을 분석하고 있었다.

[이제는 우리도 남자 아이돌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오디션 장면이 스피디하게 편집되어 하이라이트 부분만 흘러나왔다.

‘캬···. 멋지네. 중요한 장면만 딱 집었어. 아주 좋아.’

한 PD는 확실히 드라마를 찍었던 사람이라 그런지 캐릭터별 빌드 업을 아주 착실히 해 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오디션이 끝난 후 6층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며 합격한 12명 전원에게 각각 목표와 스토리를 부여했다.

바로 장면이 전환되며 카메라가 익숙한 곳을 비췄다.

[파주 액션 스쿨]

우리는 파주 액션 스쿨 측과 계약을 하고 숙소와 훈련장을 임대받았다.

그리고 ‘진짜 아이돌’에 참여할 12명의 멤버가 훈련소(?)에 입소했다. 그들은 두 패로 나뉘어 숙소로 들어가고 있었고 내무반의 삭막한 환경에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갔다.

나는 한수민 PD와 이야기를 나눈 후 내가 구분한 참가자별로 숙소를 배정했다. 101호 꽁냥꽁냥조와 102호 상남자조였다. 크기가 다른 숙소를 골라서 7 대 5로 인원을 나눈 것이다.

공정한 선발?

그런 건 애초에 약속한 적 없었다. 데뷔 멤버는 전부 나유정 이사와 내가 골라서 선발하는 프로젝트였다.

참가자의 능력은 내 아우라 스카우터로 정확하게 선발될 것이기 때문에 트레이닝이 진행되면서 ‘인성’에 문제가 있는 멤버들을 골라내기 위한 콘텐츠라고 생각하면 됐다.

카오스 포털의 진아돌 팬 페이지에도 이것에 대해 확실하게 공지를 한 상태였다.

[팬 투표는 회사 결정에 참고만 하지 실제 선발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공지를 읽어 보면 독재도 이런 독재가 없었다.

화면이 바뀌고 건장한 누군가의 몸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는 정혜성 사범이었다. 정 사범이 쾅 소리를 내며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잡담 그만하고 짐 다 풀었으면 바로 건물 앞으로 집합!”

순식간에 내무반이 얼어붙고 쑥스럽게 자기소개를 하고 잡담을 하고 있던 참가자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쾅쾅!

“집합하라는 소리 안 들려? 30초 준다!”

체력, 협동, 리더십 부문을 담당한 정혜성 사범이 초장부터 등장해 훈련소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꿔 버렸다. 확실히 액션 스쿨 교관 출신이라 그런지 포스가 남달랐다.

운동깨나 하고 사회에서 날고 긴다는 사람들의 훈련 담당이었으니 얼마나 경험이 많겠는가? 더군다나 그는 격투기 아마추어 챔피언으로 온몸으로 포스를 뿜어 대고 있었다.

정 사범은 억지로 재미를 위해 양념을 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냥 평소 파주 액션 스쿨의 스턴트 배우 양성 교육을 그대로 시행하면 되는 사항이었다.

1. 4km 달리기

2. 스트레칭 및 무술 강좌

3. 스턴트 연습

멤버들은 첫날부터 체력 단련 훈련을 받았다. 우선 아침부터 4km 달리기를 해야 했다.

4km라고 해서 별것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빠르면 20분 보통 30분 정도는 계속 뛰어야 하므로 러닝을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더구나 맨 앞에서 근육질의 정혜성 사범이 빠른 속도로 뛰기 때문에 뒤에서 따라가는 참가자들은 죽을 맛이었다.

힘들게 따라가는 멤버들은 땀을 비 오듯 흘리고 다리에 경련이 오는 사람은 절뚝거리며 선발대를 따라가고 있었다.

“선두 정지! 동료들이 올 때까지 제자리 뛰기 실시! 하나! 둘! 하나! 둘!”

“뒤에 처진 녀석들 빨리 옵니다! 쉬지 마! 계속 뛰어!”

그 순둥순둥한 혜성 씨가 이렇게 악마처럼 변하다니···.

내가 예전에 유정 씨 매니저를 하면서 스턴트 배우들을 훈련시키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땐 두 배는 더 가혹했다.

실제 현장에서 어지간한 체력이나 마음가짐으로 버텨 낼 수 없는 게 바로 이 스턴트 전문 배우들이다 보니,  가혹하게 훈련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았다.

한참 후 상남자조의 성우진, 이도영, 권태현, 강노아 순으로 골인 지점에 도착했고, 서지훈만 꼴지조에 속해서 입에 거품을 물고 쫓아오고 있었다.

다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상태였고 성우진, 이도영을 제외하고 모두 바닥에 쓰러져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허억···. 허억···.”

“으아···. 주, 죽겠다.”

“일어나! 누가 드러누우라고 했어? 동료들이 올 때까지 제자리에서 뛰어!”

정 사범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누워 있던 참가자들이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제자리에서 하나! 둘! 하나! 둘!”

“헉헉···. 헉헉···.”

꽁냥조에서는 김태은, 김세연 그리고 토시노리가 상당히 빨랐는데 피지컬은 상남자조에 밀렸지만, 운동 능력은 괜찮아 보였다.

“힘내! 얘들아. 얼마 안 남았어!”

일찍 들어온 멤버 중에 김태은이 제자리에서 뛰면서도 손뼉을 치며 동료들을 격려하고 있었다.

‘김태은이라는 애가 확실히 분위기 메이커네. 저런 멤버가 있으면 단합도 잘 되지.’

김태은과 김세연은 같은 학교 친구로 오디션에 동시 합격한 사이였다.

“서지훈! 정신 안 차려? 너 때문에 다들 기다리고 있잖아!”

꼴찌 그룹으로 다케시, 히데. 제이가 절뚝거리는 서지훈을 부축하면서 들어왔다.

‘서지훈은 앉아서 공부만 했다더니 체력이 완전 꽝이군.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넌 성장형 아이돌이니까 견뎌야 해!’

이렇게 참가자들을 처음부터 몰아붙이는 것은 프로그램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프로그램 이름이 괜히 진짜 아이돌이 아니었다.

방송 자체가 힘든 교육을 받으면서 달라지는 아이돌 지망생들을 관찰하는 예능 오디션이었다.

고된 아침 체력 훈련으로 참가자 태반이 반쯤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뿔테 안경을 낀 서지훈이 드디어 골인 지점에 도착했다.

“우웩···.”

그는 배수로 옆에서 무릎을 꿇고 아침에 먹은 걸 모두 게워 내고 있었다.

“지금 웃음이 나옵니까? 동료가 힘들어서 토하고 있는데 그게 웃겨요? 정신 상태가 영 글러 먹었네? 오늘 내가 그것을 개조해 주겠습니다. 다들 엎드려!”

멤버들은 얼차려를 같이 받고 다시 한번 멘탈이 부서졌다.

“다들 오리걸음으로 체육관까지 올라간다 실시!”

“실시!”

체육관에 힘겹게 도착한 참가자들은 잠시 목을 축이며 휴식을 취한 후, 곧바로 몸을 푸는 스트레칭과 다리 찢기를 실시했다.

“지금 갑자기 운동해서 근육이 많이 뭉쳐 있을 겁니다. 나중에 근육통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잘 풀어 줘야 합니다. 알겠습니까?”

“네!”

정혜성 사범은 스트레칭 시범을 보이며 강의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스트레칭이 아니었다.

일명 전투 스트레칭!

제대로 된 자세로 스트레칭만 해도 얼굴에서 육수 같은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렇게 체육관 바닥이 땀으로 흥건해질 때 정혜성 사범이 따뜻한 눈으로 참가자들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은 연기에도 관심이 많으신 거로 아는데요. 액션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분들도 다 이런 수업을 받곤 합니다.”

배우들도 이런 수업을 받는다는 말에 다들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좋습니다. 스턴트 배우는 몸이 유연해야 합니다. 그리고 발차기는 액션 연기에 아주 중요한 요소죠. 이번에는 다리 찢기를 해 보겠습니다.”

“끄아아악···.”

다리를 찢는 고통에 누군가의 비명이 체육관에 크게 울려 퍼졌다.

“쯧쯧···. 힘들겠어.”

정신없이 정 사범에게 휘둘리는 참가자들을 보니 안쓰럽기도 하고 저렇게 해서 아이돌이 되고 싶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케이팝 스타가 만만한 줄 아나? 살벌한 경쟁을 하며 악바리만 남는 게 바로 연습생 시장이라고···.’

지옥 같은 오전 스케줄이 끝나고 파김치가 된 참가자들은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내무반으로 들어왔다.

관찰 카메라에 잡힌 각 내무반의 모습은 극명하게 달라 보였다.

101호는 그래도 약간 화기애애한 모습이 보였다. 나름 힘든 훈련을 했다고 전우애라도 생긴 모양인지낮에 했던 훈련을 이야기하면서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정혜성 사범님 진짜 무섭지 않냐? 와···. 드라마에서 나오던 모습과는 완전 정반대이시네.”

“아까 갑자기 문 열고 들어오셨을 때 심장 터지는 줄 알았어.”

“에이···. 형! 형은 안 그렇게 생겨서 왜 그렇게 겁이 많아요?”

일본인 토시노리가 미국인 데이브에게 한국말로 농담을 했다. 뭔가 상당히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한국에서 군대에 가면 이렇게 힘들까?”

“우린 방송용이라 진짜 군대는 이것보다 훨씬 힘들걸요?”

“와! 갑자기 현타 온다.”

“현타가 뭐예요?”

“응? 그런 게 있어.”

“형. 누워요. 내가 주물러 줄게요.”

“그, 그럴까? 미안해서 어쩌지?”

“저도 해 주면 되죠.”

데이브와 토시노리가 휴식을 취하며 서로 마사지를 해 주자 그 행위가 마치 바이러스처럼 다른 사람에게도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애정 행각처럼···.

‘으음···. 눈 뜨고는 못 봐주겠군. 어째 이럴 거 같더라니···.’

101호는 역시 내 예측대로 꽁냥꽁냥조가 돼 가고 있었다. 반면 102호의 상황은 정반대였다.

그들은 말없이 눈빛으로 전우애를 공유했다. 성우진이 말없이 서지훈의 어깨를 토닥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권태현이 그에게 다가오며 웨스턴 스타일로 주먹을 내밀었다.

서로 다른 내무반 분위기가 연출되며 콘텐츠의 재미를 더했다.

오후부터 연기 수업, 노래 강좌, 댄스 교습이 줄줄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부문별 각종 미션을 받고 체력 훈련의 강도는 점점 세지며 실제 스턴트 훈련까지 받게 될 예정이었다.

편집본에는 중간중간 멘토와 참가자들의 인터뷰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렇게 1화에 대한 감상이 끝났다.

“역시···. 한 PD님 감각이 있으시네요. 진짜 일류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기획이 신선한 거 같아서 저도 재미있게 찍었습니다. 카오스가 투자를 하면서 예산도 대폭 늘어났고요.”

“네. 너무 강압적인 연출은 삼가시고요. 억지 감동도 안 됩니다. 어쨌거나 이건 군대 훈련이 아니라 아이돌 육성 오디션입니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캐릭터별로 인터뷰할 때 서사 좋았습니다. 참가자들을 꼼꼼히 조사하신 거 같더군요.”

“그게 프로그램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서요.”

“음···. 역시···.”

나는 그렇게 1화 리뷰를 마치고 안심할 수 있었다. 이게 얼마나 히트할지는 모르겠지만 콘텐츠로서 재미는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모든 것을 운에 맡길 뿐···.

카오스 포털 측에서 콘텐츠의 퀄리티를 보고 내부 회의를 통해 대문에 걸지 말지 결정한다고 했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고무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블랙홀 앱을 살리려면 알아서 잘 푸시해 주겠지 뭐.’

똑똑···.

누군가 내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케이와 이지령이었다.

“형. 무슨 일 있으세요? 갑자기 호출을 다 하시고···.”

“그래. 일단 앉아 봐. 지령이도 앉고···.”

“네.”

케이 프로듀서는 현재 작곡보다는 괴작판독기로서 J&J 스토리 일에 매진하고 있었다. 작가들의 작품을 감평해 주며 작가를 늘리고 외형을 키우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지령은 드라마 방영이 끝난 후 다음 앨범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내가 할 말이 있어서 둘 다 불렀어.”

“뭔데요?”

“지금 하는 진짜 아이돌 있잖아.”

“그거 잘 되고 있는 거 맞죠? 나 없이 막 해도 되는 거예요?”

“넌 일이 바빠서 하지 않기로 했잖아. TV에 얼굴 나오는 거 싫다며···.”

“그렇지. 난 작가들하고 일이나 할래요. 그래서 진짜 아이돌이 뭐가 어떤데요?”

“생각해 봤는데 너희 둘이 한 곡씩 해서 미션곡을 좀 만들어 줘야겠어.”

“진아돌에서 쓸 미션곡요?”

조용히 앉아 있던 이지령이 불쑥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래. 잘할 수 있겠어?”

“대표님. 저 곡 많아요. 남성 그룹을 생각하면서 준비해 놓은 곡이 여러 개예요.”

“진짜?”

이지령은 아주 태연한 표정으로 별것 아니라는 것처럼 말을 하고 있었다.

“네. 지금 들려드릴까요?”

“이, 있니?”

“녹음실로 가시죠. 거기서 들려드릴게요.”

“너 언제 그런 걸 또 만들었니?”

놀란 케이가 녹음실 문을 밀며 이지령을 바라보았다.

“아이디어는 막 넘치는데 제가 계속 우리 곡만 쓸 순 없잖아요. 원래 테리우스 생각하면서 쓴 건데···. 우리 회사 콘텐츠에 써도 될 거 같아요.”

“그, 그래···. 말하는 게 무슨 회사 임원 같네.”

“임원은 너잖아. 인마. 그리고 걱정하지 마. 우리 지령이는 나중에 이사 시킬 거니까.”

우리는 그렇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녹음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지령이가 작곡했다는 곡을 같이 감상했다.

약 3분 30초가량의 곡이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두 눈가를 지그시 누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허···. 진짜 미쳤네. 이런 곡을 고작 미션곡으로 사용한다고? 너무 아까운데?”

J&J 최강 능력자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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