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242화 (242/263)

< 진아돌 오디션 (4)>

권태현은 평범하게 노래를 시작했다.

그가 부른 곡은 첫 번째 만남에서 나와 유정 씨 그리고 케이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퀸의 Love of my life였다.

자꾸 다른 곡을 부른다고 하는 것을 내가 극구 말려 이 노래를 부르게 했다. 그만큼 그때 충격이 강렬했던 것이다.

깨끗한 하이 노트의 첫 소절이 흘러나오자 듣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대박이네. 사람들 표정 좀 봐. 역시 듣는 귀는 다 똑같다니까?’

놀라지 않고 있는 사람은 나와 유정 씨 그리고 조아린 팀장뿐이었다. 조 팀장은 제작팀 한 PD 옆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랑 눈이 마주치자 빙긋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상황을 예견했던 모양이었다.

노래가 진행되며 권태현의 개성 있는 목소리가 좌중을 압도했다. 얇게 부를 때는 깨끗하고 하이라이트 부분에서는 힘이 느껴졌다.

‘와···. 태현이 가사 전달력 진짜 미쳤네.’

권태현의 딜리버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귀에 거의 팍팍 꽂히는 느낌이랄까?

더구나 잘생긴 참가자가 노래까지 완벽하게 하자 얼마나 놀랍겠는가? 다들 입을 떡 벌리며 정신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마지막 소절이 끝나자 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우아아!”

놀란 것은 멘토나 제작진이나 다르지 않았다.

정재훈이 노래를 듣고 너무 흥분했는지 마이크를 잡고 심사평을 시작했다.

“정말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빈말이 아니라 요즘 라이브로 들은 노래 중에 제일 소름 돋는 무대였습니다. 들어 보니 성량이 대단하시던데요. 이런 건 연습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타고나야 하거든요.”

“어릴 적부터 목소리 크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노래하는 게 개성이 너무 강하네요. 회사에서 보컬 트레이닝을 따로 안 시켰나요?”

“아···. 한두 번 정도 받긴 했는데 춤하고 연기 위주로 교육받고 있습니다.”

“오!! 그렇군요.”

정재훈이 권태현의 대답을 듣고 입을 동그랗게 모으며 놀라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뭐 때문에 놀라시는 거죠?”

그의 표정을 지켜본 나유정이 호기심이 생긴 듯 정재훈에게 질문했다.

“전 여기서 우리 이 대표님의 혜안에 진심으로 감탄했습니다. 태현 씨의 보컬은 날것 그대로의 강렬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왠지 모르지만, 정제가 돼 있기도 하고요. 이런 연습생의 경우는 굳이 일반적인 교습 과정을 거치는 것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시간만 날리고 개성만 죽이는 꼴이거든요.”

“아···. 정말인가요?”

나유정이 반신반의하면서 정재훈과 나를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았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대부분 회사는 트레이닝을 시키죠. 하지만 제가 수백 명의 연습생이나 가수 지망생들을 트레이닝하면서 느낀 겁니다. 권태현 씨 같은 경우는 그냥 놔두는 게 제일 좋습니다. 천재라고 불렸던 가수 중에 저렇게 본인 스타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경우가 많았죠.”

이건 맞는 소리다. 케이팝이 소속사와 연습생 구조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트레이닝 시스템이 보편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뿐이다. 물론 외국도 보컬 코치가 당연히 존재한다.

“대표님, 제 이야기가 맞습니까? 보컬 트레이닝은 일부러 안 시키신 거죠?”

확실히 정재훈은 날카로운 사람이었다. 내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벌써 내 생각을 넘겨짚고 있었다.

“재훈 씨. 혹시 저희 회사에서 보컬 트레이닝을 담당하실 생각 없으십니까? 어쩜 그렇게 잘 아세요?”

“하하···. 정식 직원 말고 용병으로 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쨌거나 제 말이 맞나 보군요.”

“예. 정확합니다. 정확해요. 일부러 안 시켰습니다. 처음부터 딱 자기 스타일로 부르면 그게 바로 그룹의 목소리가 될 것 같았습니다.”

“대표님도 음악적 소양이 상당하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방송에서는 노래를 왜 그렇게 못하셨···. 으음···.”

내가 미간을 찌푸리며 인상을 쓰고 있자 급히 입을 다무는 정재훈이었다.

“안녕하세요. 정혜성입니다. 참가자분이 체격과 마스크가 좋고 노래는 정말 훌륭하네요. 저 처음으로 넋을 잃고 봤습니다. 제가 봤을 때는 솔로를 하셔도 좋을 것 같은데요?”

“정말 J&J의 비밀 병기답네요. 이준형 대표님은 어떻게 이런 인재들을 딱딱 찾아내시는지 진짜 이해가 안 가요. 저번에 뮤직넷에서 방송한 ‘나의 뮤지컬 스타’에서도 그러시더니···.”

김형탁이 나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그건 딱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네?”

“직감이라고 해야 하나요? 정확하게 뭔지 모르지만 딱 느껴져요. 아우라 같은 게 느껴집니다.”

나는 이제부터 내 능력을 숨기지 않기로 했다.

능력을 꿰뚫어 보는 사람이라는 대외적 인지도를 쌓기로 했다. 몇 번 해 보니 이렇게 드러내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괜히 점을 보고 소원을 빌겠는가? 다 이런 미신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고로 나는 이런 이미지로 나를 브랜드화하기로 했다.

‘인재들이 알아서 자신의 능력을 봐달라고 찾아오도록 만들어야겠어.’

그런 생각에 빠져 있는데 옆에서 유정 씨가 나를 거들고 나섰다.

“제가 방송에 나와서 이미 한 말이에요. 전 준형 씨가 제 매니저였을 때부터 알고 있었어요. 사람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그런 능력이랄까? 그래서 같이 사업을 해도 괜찮겠구나 싶었고요.”

나유정의 갑작스러운 말에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저는 이준형 대표님이 글을 잘 써서 그런 줄 알았는데 사실은 이유가 따로 있었군요?”

“아니···. 뭐 글도 재미있게 잘 쓰기도 하고요.”

김형탁의 질문에 말끝을 흐리는 나유정이었다.

“아무튼, 태현 씨 노래 잘 들었습니다. 그럼 춤하고 다른 것들을 좀 보도록 하겠습니다.”

노래를 마친 권태현이 춤과 연기를 연달아 선보였다.

하지만 워낙 노래의 임팩트가 강했고 춤은 이제 기본기를 배워 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다들 별말은 하지 않았다.

“춤은 좀 더 배우고 연습을 많이 하셔야겠네요.”

“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권태현은 노래와 달리 춤에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잘 알고 있는지 겸손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네, 태현 씨. 수고하셨습니다.”

J&J의 슈퍼 에이스 권태현의 오디션이 끝이 났다. 그 뒤로 두 명의 참가자가 들어와 심사를 받았지만, 권태현을 보고 나서인지 다들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우라도 부족하다.’

현재 드라마에 출연시킬 인재는 J&J 연습생 3명과 SG 출신의 강노아까지 총 4명이었고, 세모 표시를 받은 사람이 총 일곱 명이었다.

‘나세멸의 가디언 엔젤은 4명으로 굳어지나? 사천왕 각인데?’

그렇게 오디션이 진행되면서 드디어 마지막 참가자가 연습실로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서울에서 온 스물한 살 서지훈이라고 합니다.”

나는 프로필을 보다가 고개를 들어 참가자를 바라보았다. 서지훈이라는 청년은 180cm를 훌쩍 넘는 키에 파마머리, 그리고 뿔테 안경을 끼고 있었다. 거기다 펑퍼짐한 면바지까지···.

‘윽···. 스타일 무엇? 일부러 강한 인상을 주려는 고도의 술책인가?’

“지훈 씨, 안녕하세요. 나유정입니다. 프로필에 보면 연습생 생활을 한 적도 없으시고, 현재 그냥 K 대학교 학생이시네요?”

“네···. 국제학부를 다니고 있습니다.”

“K 대학교면 명문대생이신데 왜 갑자기 오디션에 참가하게 된 거죠?”

“제가 평소에 노래 부르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데 집에서는 로스쿨에 입학해서 법조인이 되라고 하시거든요. 그게 과연 제 길이 맞는지 의심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디션도 받아보고 훈련소에서 저 자신을 돌아보고 싶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음···. 명문대생이시라 그런지 말이 청산유수시네요.”

이미 스카우터를 가동한 나는 서지훈의 아우라를 살펴보고 있었다.

‘붉은색에 가까운 주황색이구나. 노래는 잘할 거 같고 연기력도 있는 스타일이군. 리리 같은 스타일인가?’

첫인상은 살짝 맘에 들지 않았지만 가지고 있는 아우라는 굉장했다.

“일단 노래 한번 들어볼까요?”

“네.”

서지훈은 마이크를 잡고 감정을 추스르고 있었다.

제작진이 음악을 틀자 어디서 많이 듣던 노래의 전주가 나왔다.

‘어? 이건 성시후의 내게 가는 길이잖아?’

이 곡은 내가 노래방에 가면 꼭 부르는 나의 18번 곡으로 상당히 오래된 노래라고 할 수 있었다.

‘어라? 생각해 보니 성시후하고 약간 이미지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전주가 끝나고 감미롭고 부드러운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 음색 미쳤다.’

서지훈은 귀를 호강시켜 주는 미친 음색의 소유자였다. 당장 고막 남친으로 등극할 만한 보이스였다. 물론 음색만···.

아마추어였지만 평소에 코인 노래방 같은 곳에서 연습을 많이 한 모양이었다. 딱히 흠잡을 데 없는 안정적이고 편안한 노래였다. 고음에서도 아주 부드럽게 올라가면서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매력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라서 그런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데 갑자기 오랜만에 심미안이 발동했다.

서지훈은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 피부를 관리하고 살을 조금만 빼면 꽤 훈남으로 변신할 수 있을 외모로 보였다.

이 정도면 인텔리한 이미지로 스타일링을 해서 독특한 안경 캐릭터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지훈은 노래의 마지막 부분을 부르며 연기까지 하고 있었다. 노래도 일종의 연기인데,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표정 연기였다.

‘약간 올드하긴 하지만 독특한 감성이 있네. 개성이 있어.’

나는 평가지에 세모를 넣었다가 찍찍 긋고 동그라미를 그려 넣었다. 아무래도 상남자조에 저런 캐릭터도 한 명 있으면 좋을 듯싶었다.

‘사천왕이 될 줄 알았는데 독수리 오형제인가?’

나는 드라마에 쓸 상남조의 멤버를 한 명씩 떠올렸다.

센터 권태현, 밸런스형 캐릭터 성우진, 강한 인상의 이도영, 깔끔하고 댄디한 인상의 강노아, 인텔리 서지훈!

조합해 보니 나름 괜찮은 그림인 것 같았다.

‘이제 문제는 케미인데···. 어떤 식으로 케미를 일으키지?’

서지훈의 노래가 끝나고 멘토들의 심사평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나는 다른 생각을 하느라 생각에 잠겨 있었다.

‘내무반을 둘로 나누는 거야. 상남자조와 꽁냥꽁냥조로···.’

지금까지 동그라미와 세모를 받은 참가자가 총 열두 명이었다. 애초 계획보다는 두 명이 오버된 상태였지만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냥 두 명 더 추가하지 뭐.’

나는 어차피 상남자조에만 관심이 있었다. 외국인이 다수 포진된 꽁냥꽁냥조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다고 할까?

어차피 합숙 훈련에서 큰 사고만 안 친다면 동그라미를 받은 연습생들이 내 드라마에 출연하고 한 팀이 될 예정이었다.

꽁냥꽁냥조에는 미안하지만···.

서지훈은 정말 노래만 했던 참가자인지 춤은 뭐 거의 초보나 다름없었다.

‘훈련받을 때 유상준 팀장님한테 엄청 혼나겠네.’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방송에서 열심히 배우는 모습을 보이고 나름의 캐릭터를 잡는다면 충분히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서사가 있는 성장형 아이돌!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생을 해 가면서 재능을 찾아가는 아이돌 말이다.

참가자가 많지 않아서 서지훈뿐만 아니라 골고루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돌려 한 PD의 얼굴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녀도 나름 캐릭터마다 서사를 쓰면서 촬영을 하겠지.’

내가 그녀를 제작 PD로 승진시킨 건 재능이 있어서였다. 이제 그 능력을 보여 줄 차례다.

그렇게 서지훈을 끝으로 모든 참가자에 대한 오디션이 끝났다. 장장 12시간 동안 펼쳐진 오디션에 멘토와 스태프들이 거의 파김치가 된 상황.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시간 되시는 분은 저녁 같이하시죠? 여기 유정 씨가 소고기를 쏜다고 하네요.”

“오! 역시 갓 배우!”

“그저 갓갓!”

김형탁과 정재훈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나유정에게 아부를 떨어 댔다.

유정 씨는 곱게 나에게 눈을 흘기더니 흔쾌히 소고기를 내겠노라 약속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짐을 챙기며 회식 장소로 이동했다.

드디어 본선 진출자가 모두 가려지고 대망의 ‘진짜 아이돌’ 촬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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