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241화 (241/263)

< 진아돌 오디션 (3)>

“안녕하십니까? 부산에서 온 스무 살 강노아입니다.”

키 크고 청량(?)하게 생긴 참가자가 심사위원을 향해 공손하게 인사했다.

‘오! 확실히 딱 SG가 선호하는 얼굴상이네.’

SG 연습생 출신이라 그런지 확실히 SG 특유의 깔끔한 느낌이 있었다. 더군다나 그는 내가 SG에서 봤던 포텐 최강의 인재! 그때의 인연이 이렇게 이어지다니···.

그의 몸에서 아주 강렬한 밝은 주황색 아우라가 뻗어 나오고 있었다.

‘어우···. 무섭다. 저 포텐이 개화하기만 하면 굉장할 텐데···.’

아무래도 긴장을 풀어 줘야 할 것 같았다. 내가 미는 멤버인데 실력이 없다는 평을 들으면 곤란할 것 아닌가?

“노아 씨, 혹시 집안이 크리스천입니까?”

“네?”

강노아가 뜬금없는 내 질문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니···. 이름이 특이해서 물어봤습니다. 노아의 방주에 나오는 그 노아인가 해서요.”

“······.”

“저기요. 대표님. 그럼 이름이 김성철이면 불교 신자입니까? 무슨 성철 스님도 아니고···.”

“아···.”

강노아는 나와 김형탁의 농담에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노아 씨. 신경 쓰지 마세요. 촬영하고 있으니 괜히 두 분이 개그 욕심을 부리는 거니까요.”

“아···. 네.”

보다 못한 유정 씨가 당황한 참가자를 대신해 우리를 말리고 있었다.

“프로필을 보니 SG 연습생 출신이시네요? 3년이나 하셨는데 왜 그만두셨어요?”

“제가 다른 연습생들보다 실력이 특출나지 못해서 데뷔 조에 계속 못 들었던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그만두셨어요? 지금 보니까 군살이 좀 많은 것 같은데요?”

참가자의 신체를 면밀하게 훑어보는 정혜성 사범의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그만둔 지는 3개월이 좀 넘었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스트레스를 받고 살이 좀 쪘습니다.”

“최소한 10㎏은 빼셔야 할 거 같은데···.”

정혜성 사범은 몸 관리에 자비가 없었다. 내가 정 사범을 슬슬 피하는 것도 나만 보면 매일 운동하라는 잔소리를 하기 때문이었다.

“네. 정확합니다. 딱 10㎏ 정도 살이 쪘습니다.”

“음···.”

“유상준입니다. 본인이 그만두신 건데 무슨 미련이 남으셨길래 또 이렇게 지원을 하신 건가요? 아이돌이 아직도 하고 싶으세요?”

신인개발팀 유상준 팀장은 강노아가 연습생 생활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뒀다는 사실에 마이너스 점수를 주는 것 같았다.

말이 날카롭게 날이 선 느낌이었다.

“···원래는 깔끔하게 그만두려고 했는데 우연히 미튜브를 보다가 J&J에서 아이돌 선발 오디션을 개최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뭐···. 이거는 지금까지 오디션을 봤던 참가자들의 단골 레퍼토리였다.

“그 영상을 보다가 문득 이준형 대표님이 SG에 오셨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저희 연습생 주간 평가를 참관하셨죠.”

“아! 제가 그때 정확히 뭐라고 했죠?”

“그때 대표님께서 저와 몇 명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시면서 상당히 잘한다고 하셨습니다. 당시에 못한다고 트레이너분들에게 혼나던 상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랬던가요?”

말을 들어 보니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것 같았다.

“네. 그때 하셨던 말씀이 ‘여기서 데뷔를 못 하더라도 끝이 아니다. 내가 업어서라도 데려가고 싶은 분들이 정말 많이 보인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계속 노력하면 빛을 볼 거다.’라고 하셨습니다. 영상을 보며 불현듯 그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도전을 해 보기 위해 지원했습니다.”

아니···. 뭐 그런 디테일한 것까지 기억하고 그러는 거야. 창피하게···. 물론 내가 다 기획을 한 거지만···.

“제가 그런 말도 했나 보군요. 그때는 제 눈에 정말 다들 잘하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말했던 거 같네요.”

물론 사실이 아니었다.

혹시 나중에라도 우리 회사를 한 번쯤 생각해 달라고 에둘러서 표현한 것이었다.

아마 그 당시 나를 각인시키기 위해 과도하게 자랑질을 했던 기억이 났다. 마치 지뢰를 심는 것처럼 말이다.

드라마 작가이자 아이돌 매니저 그리고 작곡팀의 작사가라고 소개를 했었다.

그렇게 빌드 업한 결과, 내 앞에 최강의 포텐을 지난 인재가 서 있었다.

‘그래. 이런 게 바로 인연이지.’

나는 그의 아우라만 보고 평가지에 동그라미를 아주 진하게 그려 넣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유정 씨가 다시 한번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보지 말라는 듯 평가지를 손으로 가리는 시늉을 했다.

“치···. 일단 준비하신 거 볼까요?”

“넵. 노래부터 하겠습니다.”

“네···. 준비되면 시작해 주세요.”

그녀는 말을 하고 고개를 기울여 귓속말로 내게 말을 했다.

[자질이 어떻길래 벌써 동그라미를 쳐 놨어요? 미리 이러기 있어요?]

[아니···. 기특하잖아요. 나를 기억했다가 지원했다는 거 아닙니까?]

나는 유정 씨를 보고 빙긋 웃으며 말을 삼갔다.

강노아는 노래부터 한다고 하고 스태프에게 신호를 보냈다. 드디어 평가가 시작되었다.

노래를 부르는 그는 SG 연습실에서 봤던 것보다는 실력이 좋아진 것 같긴 한데, 포텐에는 전혀 도달하지 못한 것 같았다.

“음···.”

보컬 트레이너 정재훈이 마이크를 들고 뭔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재훈 씨. 노래에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 잘하긴 하는데요. 그렇다고 막 엄청 돋보이거나 하는 수준은 아니거든요? 노래 선곡도 살짝 미스인 거 같고···. 그런데 뭔가 느낌이 이상해요. 보고 있으면 편안하다고 할까?”

편안하긴···.

아우라가 크기가 SG 연습생 중에 1위인데···. 크기로만 따지면 아우라의 이지령이나 권태현 정도가 비교될 뿐이다. 아직 포텐을 열지 못해서 그런 것일 뿐···.

“제가 한마디 하겠습니다.”

나는 마이크를 쥐고 강노아에 대한 심사평을 했다.

“강노아 씨의 지금 상황을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스포츠카를 타고 시내 운전을 해서 마트를 다녀오는 기분이라고 보면 됩니다.”

“······??”

사람들의 얼굴에서 의문이 떠올랐다. 모두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노래를 부른 강노아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게 무슨 심사평입니까? 스포츠카라니요?”

“말 그대로입니다. 가진 건 슈퍼 카인데 그 차를 장 보는 데 쓰고 있다는 겁니다.”

“···그다지 잘 이해가 안 가는···.”

“그러니까 스포츠카 정도의 마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준중형차 정도의 퍼포먼스를 내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 너무 무난한 곡을 불렀고, 본인만의 개성을 살리지도 못했어요. 만약 강노아 씨가 본인의 재능을 깨닫게 된다면 정말 무서운 보컬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음···. 먹혀들어 갔나? 설득력이 충분했는지 모르겠지만 보컬 트레이너 정재훈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흐음···. 이 대표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니 저도 이 참가자에게 흥미가 생기네요. 계속 주의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재훈도 뭔가 이상함을 느낀 모양인지 내 말을 유심히 들었다가 소감을 말하고 있었다. 이럴 땐 사람의 능력을 잘 본다는 감투가 톡톡히 도움되는 거 같았다.

나뮤스 오디션을 할 때부터 화제가 되었고 소속 연예인들을 줄줄이 띄우고 있었으니까.

“크흑···.”

응? 울어?

강노아는 내 평가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창피한지 급히 손을 들어 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왜 그러십니까? 강노아 씨?”

나는 갑자기 무슨 문제라도 생겼는지 걱정이 되어 그에게 질문했다. 그는 딱 봐도 멘탈이 강한 스타일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망한 줄 알았는데···. 저에게 그렇게 말을 해 주시는 분은 처음이라서요. 갑자기 가슴에서 뭔가가 울컥···.”

‘흐음···. 강노아 이 청년···. 칭찬에 목이 말랐던 모양이군. 역시 이런 스타일은 칭찬으로 능력을 개화시켜야지. 다그치기만 해서는 절대 안 된다.’

“하하···. 진정하시죠. 아직 춤과 연기도 남아 있습니다. 할 수 있겠습니까?”

“예. 대표님. 괜찮습니다.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강노아는 붉어진 눈시울로 미소를 지으며 춤과 연기를 연달아 선보였다. 자신감을 좀 불어 넣어줬더니 아주 날아다니고 있었다.

SG에서 교육을 잘 받았는지 연기도 꽤 수준급이었다.

“아주 잘 봤습니다. 춤과 연기는 확실히 노래보다 훨씬 낫네요.”

“감사합니다!”

“저기···. 춤은 아무래도 3개월간 공백이 있어서 그런지 약간 무거워 보이거든요? 살을 좀 빼야 더 날렵하고 가벼워질 것 같습니다.”

댄스 멘토인 유상준 팀장이 그의 몸무게를 지적했지만 크게 신경 쓰는 모습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평가표 비고란에 ‘칭찬’이라는 단어를 써 넣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런 인재에게 칭찬은 마약이나 다름없는 특효약이었다. 가혹한 경쟁은 자질이 충분한 인재까지 고사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인재가 이런 식으로 사라졌을지···.

강노아는 좋은 평가를 받고 연습실을 나갔다.

“확실히 대기업 출신이라 그런지 기본기가 훌륭하네요.”

“제가 저번에 유정 씨와 SG를 견학 간 적이 있었는데 이런 인재들이 오십 명은 넘더군요.”

나는 일부러 들으라는 식으로 크게 말하고 있었다. 사실 강노아 같은 인재는 한 손에 꼽는 수준이지 절대 일반적인 자질의 연습생이 아니다.

그냥 나중에 SG 관계자들이 들으면 오해하지 말라는 취지의 멘트였다.

‘이 모든 건 우연처럼 일어난 일일 뿐입니다.’

우리는 강노아를 끝으로 잠시 쉬었다가 오디션을 재개했다.

지원한 멤버들의 이력들이 다들 화려했다. 대형 기획사 출신의 연습생들도 많았고 뛰어난 외국인 연습생도 있었다. 비록 강노아를 제외하고 동그라미를 받은 연습생은 없었지만 세모를 받은 참가자들이 꽤 되었다.

미국의 데이브, 일본의 토시노리를 필두로 일본인 히데, 다케시라는 참가자도 아우라가 상당했다. 그리고 왕자처럼 생긴 태국의 제이, 그리고 한국인 연습생 김태은, 김세연 듀오.

총 7명이 세모 표시를 받았다.

“와···. 한 명씩 오디션을 진행하니 진짜 힘드네요. 잘못하면 오늘 다 못 하겠는데요?”

“그러니 얼른 진행합시다. 이제 몇 명 안 남았습니다.”

“네. 다음 참가자 들어오세요.”

나유정이 방송 시작을 알리자 연습실 문이 열리며 익숙한 얼굴의 청년이 안으로 들어왔다.

‘오! 올 게 왔구나. 우리 J&J의 센터이자 끝판왕! 강력한 갈색 아우라를 겸비한 최강의 연습생!’

몇 달간 집중 관리를 받은 권태현이었다.

그는 다이어트와 식이요법, 운동과 각종 트레이닝으로 더욱 완벽한 남자로 거듭났다.

예를 들자면 남자 윤하영이라고 할까? 윤하영은 러브원 활동 말고도 드라마와 CF에서 맹활약하면서 J&J의 2대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물론 압도적인 1위는 내 옆에 앉은 나유정이었다.

‘솔직히 유정 씨한테 비빌 정도는 아니지만, 하영이도 잘하고 있는 건 맞지. 신인이면서 그 정도 활약을 펼치는 배우는 흔치 않으니까.’

권태현도 윤하영 못지않은 극적인 변화를 보여 주며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었다.

마치 외국의 미남 배우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꽃미남인 친형 권진현과는 달리 남자답게 잘생긴 꽃미남이었다.

“안녕하십니까? J&J 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스무 살 권태현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규빈 코디네이터 실장이 옷을 골라 줬는지 그냥 데뷔해도 될 만한 포스를 보여 주고 있었다.

실제로 그를 처음 보는 멘토들은 놀란 표정을 하며 그를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었다.

큰 키에 뽀얀 피부 그리고 조각 같은 몸매와 달달한 목소리까지···. 그야말로 J&J의 비밀 무기가 돼 버린 권태현이었다.

나유정 이사도 권태현이 대견한지 흡족하게 웃고 있었다. 전문가와 함께 유정 씨가 전담해서 외모 관리를 해 주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다.

“와···. J&J는 진짜 키를 보고 연습생을 뽑는 거 아닌가요? 이번 연습생도 완전 모델이네. 모델···.”

“형탁 씨.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태현이는 우리 회사의 비밀 병기거든요.”

“비밀 병기요?”

“일단 보시면 압니다.”

“그러시죠.”

이지령 다음으로 발견한 엄청난 갈색 아우라의 주인공이 드디어 거대한 포텐을 터트릴 때가 온 것 같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