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240화 (240/263)

< 진아돌 오디션 (2)>

‘쓰읍···. 진한 주황색의 아우라. 하지만 피지컬이 아쉽다.’

토시노리라···. 상당히 괜찮은 포텐을 보유한 인재긴 하지만 내 드라마에선 탈락이었다.

나는 참가자 심사표에 또다시 세모를 그려 넣었다.

‘요즘은 아이돌을 선발할 때 첫 번째로 보는 것이 피지컬이니까···.’

노래나 춤은 트레이닝으로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릴 수 있다.

그리고 화장이나 다이어트 혹은 살짝 튜닝을 해서 눈에 거슬리지 않는 수준까지 외모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물론 데뷔하기 위해 성형 수술까지 하는 연습생도 있었다.

하지만 피지컬은 그게 불가능했다. 여기서 피지컬이란 키와 골격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사지 연장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이 있지만, 그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팔다리가 살짝 짧은 체형이네. 뭐 그래도 저 정도 외모라면 참여는 시켜야겠지? 누나들이 좋아할 외모긴 해.’

시즈 토시노리는 누나들의 모성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타입의 참가자였다.

나이도 17세로 상당히 어린 축이니, 틈새 시장을 노려 볼 수 있달까?

“토시노리는 혹시 한국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었나요? 지원서에는 빈칸이네요?”

“아닙니다. 한국에 어제 도착했습니다.”

노리는 느리지만 또박또박한 한국어로 질문에 대답했다.

“그럼 어떻게 이 프로젝트에 지원하게 되었나요?”

“미튜브를 보고 알았습니다. 평소에 케이팝 스타를 목표로 연습을 해 왔습니다. 일본에 있는 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같이 댄스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좋네요. 그럼 한번 실력을 볼까요?”

“넵. 음악 주세요.”

노리는 옆의 스태프를 쳐다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귀엽긴 하네.’

연습실 스피커에서 트랩 비트가 흘러나왔다.

“어?”

노리는 격한 트랩 비트에 맞춰 준비한 랩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한국어를 평소에 많이 연습했는지 마치 한국인이 랩을 하는 것처럼 발음도 좋고 톤도 클리어했다.

‘뭔데 이거? 일본인이 한국어 랩을 한다고? 그것도 이렇게 높은 수준으로?’

그의 수준 높은 랩이 끝나자 박수가 쏟아졌다. 나도 감탄을 하며 박수를 열심히 쳐 주었다.

“노리 씨? 혹시 외국에서 살았습니까?”

역시 보컬 담당이던 정재훈이 마이크를 먼저 잡았다. 그는 랩에도 일가견이 있어서 노리의 랩을 듣고 뭔가를 느낀 모양이었다.

“···네. 맞습니다. 어렸을 때 하와이에서 살았습니다. 중학교 때 이사해서 지금까지 일본에서 살았습니다.”

알고 보니 노리는 영어를 모국어처럼 하는 참가자인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살짝 호기심이 생기고 있었다.

말할 때 약간의 딜레이가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유창한 한국어를 하고 있었다.

“어쩐지···. 랩 하는 스타일을 보니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특유의 발음이나 감각이 있네요.”

“뭐 다른 것은 준비한 게 있나요?”

“춤을 준비했습니다. 보여 주겠습니다.”

“보여 드리겠습니다.”

“네, 보여 드리겠습니다.”

노리는 실수를 깨달았는지 곧바로 말을 정정했다.

‘언어 능력은 타고난 거 같은데···.’

그는 곡에 맞춰 개인적으로 준비한 솔로 댄스를 선보였다. 내가 보기엔 그냥 평범한 학교 동호회 수준으로 보였다.

댄스 멘토인 유상준 팀장도 마이크를 잡고 나와 비슷한 느낌을 이야기했다.

“다 끝났나요?”

“네. 이상입니다.”

“네. 노리 씨. 춤과 댄스 잘 봤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잠깐만요!”

그가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나가려는데 내가 그를 붙잡았다.

그러자 참가자와 멘토들의 눈이 전부 나를 향하는 게 느껴졌다.

“연기도 하셔야죠. 연기 안 하십니까?”

“에? 연기 데수, 아, 아니···. 말입니까?”

그는 황당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비주얼이 좋으신데 연기도 보여 주고 가셔야죠.”

“아···. 그런데 제가 준비한 게 없어서···.”

그는 갑자기 준비하지 않은 걸 시키자 스트레스를 받는지 얼굴이 붉어졌다.

“그냥 짧게 하나 보여 주시면 돼요. 제가 아무거나 하나 골라 드릴게요.”

나는 손을 들어 잠시만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냈다.

‘흠···. 어디 보자.’

나는 미튜브에서 ‘오글거리는 남자 연기’를 검색했다.

[아련한 첫사랑 연기]

[상남자식 고백이란?]

[누나를 사랑하는 연하남의 절절한 고백]

‘오케이, 이거다!’

나는 창가에 비치된 스마트 TV를 쳐다보았다. 화면에는 미러링으로 내가 플레이한 세 번째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헉···. 손발이 오그라든다.’

영상 속의 대사는 그야말로 끔찍했다. 온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오글거림이었다.

“저, 저걸 따라 하면 되나요?”

창백해진 얼굴로 반문하는 토시노리였다.

“따라 하면 당연히 안 되죠. 자신만의 느낌을 담아야죠.”

“아···.”

그는 몇 번 더 재생해 달라고 하며 대사를 외웠다. 나는 갑자기 시킨 게 미안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로 다가갔다.

한 대의 카메라맨이 급히 나를 따라나섰다.

“잠시만요.”

나는 그의 어깨를 잡고 연습실 구석으로 데려갔다.

“노리 상. 아니 노리 씨. 감이 안 오면 저기 보이는 누나 있죠? 가운데 앉은···.”

“나유정 상 말인가요?”

“맞아요. 유정 씨요. 실제 현실에서 저 누나한테 첫눈에 반해서 고백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마인드 컨트롤이죠.”

“마인드 컨트롤?”

끄덕끄덕···.

“참 쉽죠?”

그는 뭔가 아리송한지 내가 다시 자리로 돌아갈 때까지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었다.

“준비됐습니까?”

“네! 자신은 없지만···.”

“자! 레디 액션!”

내 신호로 그의 연기가 시작됐다. 노리는 감정을 잡는 듯 나유정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오! 감정 금방 잡네. 우수에 찬 눈빛 보소?’

이윽고 노리의 입이 열리며 오글거리는 대사가 튀어나왔다.

[누나. 나만 보면 돼. 누나의 웃는 얼굴을 보면 세상이 행복해져. 내가 누나를 좋아하는 걸까? 더 이상 날 어쩔 수 없어. 누나에게 반한 순간 난 이미 끝까지 가기로 했어.]

“크윽···. 항마력이···.”

나는 오글거림에 허벅지를 미친 듯이 꼬집었다. 정혜성 사범은 손으로 얼굴을 가렸고 유상준 팀장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여성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우와아!!”

“대박!”

콘텐츠 제작팀 스태프 다수가 여성분들이라 그런지 놀라운 환호성이 터져 나온 것이다.

물론 유정 씨도 그 연기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더니 나를 쳐다보는 게 아닌가? 마치 어떻게 알고 시켰어요? 하는 눈빛이었다.

“크흠···. 거참 연기 한번 닭살 돋게 하네. 어흠!”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녀의 눈빛을 피했다. 그러자 그녀는 마이크를 집더니 코멘트를 이어갔다.

“아···. 방금 연기 너무 좋았어요. 혹시 일본에서 연기 수업 같은 거 받은 적 있나요?”

“아, 아닙니다. 오늘 처음입니다.”

“연기력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얼굴이 다 했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나유정 연기 멘토의 총평이 이어졌다. 잘했다는 건지 뭔지 애매한 평가였다.

토시노리는 뭔가 흡족한 얼굴을 하고 연습실을 빠져나갔다.

처음부터 꽤 흥미를 끌 만한 참가자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제작진들이 참가자들의 출연 순서도 신경을 쓴 모양이었다.

“대표님. 혹시 아까 그 연기 가능하실까요?”

뜬금없이 김형탁이 나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립니까?”

“아까 그 참가자가 연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비교해 보려고요”

“···제가 마음먹으면 깜짝 놀라실걸요? 그리고 형탁 씨, 나세멸 시즌4에서 화려하게 생을 마감하고 싶으십니까?”

“오우! 노노!”

우리는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방송 분량을 뽑고 있었다.

“다음 참가자 입장해 주세요.”

세 번째로 들어온 참가자는 우리 J&J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 성우진이었다.

“안녕하십니까? J&J 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성우진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연습실로 들어온 성우진은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있었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마이크를 잡은 정혜성 사범이 성우진의 프로필을 살피며 질문하고 있었다.

“J&J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이네요?”

“넵! 촬영장에서 좀비로 출연하다가 이준형 대표님께 캐스팅되었습니다.”

“아! 좀비라면 그 운동부 출신 위주로 고용했다던 좀비 스쿼드 말이군요?”

“네. 맞습니다. 그때 대표님하고 같이 연기를 했습니다.”

“확실히 키도 크고 피지컬이 좋네요.”

“감사합니다.”

정혜성은 마치 제자를 찾았다는 눈빛으로 그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대표님, 어떻게 된 겁니까? 좀비를 연습생으로 캐스팅하셨다고요? 실화입니까?”

김형탁이 마치 나유정 MC처럼 쇼를 이끌어 가고 있었다.

“글쎄요? 인상이 좋고 성실하길래 뽑았어요. 물론 이 콘텐츠에서는 우리 연습생이라고 봐주고 그런 거 절대 없습니다. 냉정하게 능력대로 할 겁니다. 성우진 씨는 꼭 이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넵.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준비한 것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성우진은 J&J 엔터테인먼트에서 다시 감각을 끌어올렸는지 놀라운 실력을 선보였다. 노래, 춤, 연기 모두 수준급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와!”

짝짝짝···.

그가 준비한 내용을 모두 마치자 주변의 사람들에게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역시···. 왜 이 대표님이 뽑았는지 알 수 있었던 연습생이네요. 노래에 기본기가 탄탄합니다.”

“보니까 실전에서도 강한 스타일 거 같습니다. 담력이 세다고 해야 하나요?”

“연기도 매끄럽게 잘한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멘토들의 좋은 평이 이어졌다. 오디션이 끝난 성우진이 나가고 뒤따라서 이도영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J&J 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이도영입니다.”

“오! 또 J&J 연습생이네요.”

“J&J는 연습생을 키만 보고 뽑습니까? 뭡니까 이게···.”

이도영은 빅샷 출신의 연습생으로 노래는 평범했지만 춤과 연기에 특화된 인재였다. 강하게 생긴 인상으로 나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들어왔다.

병춘이가 도영이를 데려왔을 때 상남자다운 느낌이 좋아서 그의 아우라를 보자마자 합격을 시켜 버렸을 정도로 남자들이 선호하는 외모였다.

아니나 다를까 남자 멘토들의 눈에 흥미가 감돌고 있었다. 태생적으로 남자들을 끌어들이는 외형이랄까? 카리스마가 남달랐다.

“준비된 걸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도영은 흘러나오는 일렉 팝에 맞춰 가볍게 춤을 시작했다.

“오오!”

그의 춤은 지금까지 나왔던 어떤 참가자와도 그 수준이 달랐다. 그냥 춤을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뭔가 차원이 다른 느낌이었다.

체력도 좋은지 춤을 마치고도 흐트러짐 없는 호흡을 보여 줬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외모라 그런지 별반 연기를 보여 준 게 없는데도 분위기가 있었다.

지금 그대로 사천왕 중 1인으로 그냥 꼽아 놔도 위화감이 없어 보이는 외모랄까?

“준비하신 춤과 연기 아주 잘 봤습니다. 프로필에 보니 B사 연습생이었다고 적혀 있는데 여긴 왜 관두신 거죠?”

김형탁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반문하고 있었다. 실력이 이 정도인데 왜 아직도 데뷔를 못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만했다.

“자꾸 데뷔가 밀렸는데 아무래도 제 이미지 때문이 아닌가 싶어서 과감하게 그만두고 모델 일을 할까 생각하다가, J&J의 프로듀서인 DJ. Nec 형께서 불러 주셔서 다시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 모델! 그렇네. 워낙 키도 크고 마스크가 강렬하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김형탁이 지적한 것은 다른 팀원들과의 조화였다. 워낙 강렬한 캐릭터라 그런지 다른 아이돌 멤버들과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아무튼,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참가자 심사표에 당연히 동그라미를 그려 넣었다.

‘우리 애들은 범상치 않은 녀석들뿐이지.’

그 후로도 몇 명이 더 오디션을 봤다. 하지만 강렬한 아우라나 인상적인 멤버는 없었다.

그래도 외국인이 참 많이 지원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아린 팀장에게 물어보니 참가자의 40%가 외국인이라고 했다.

“좋은 참가자들 많아요.”

유상준 댄스 멘토가 남은 프로필을 가리키며 빙긋 웃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유상준 팀장은 신인개발팀의 팀장으로 참가자 30명을 추리는 역할을 했던 핵심 심사위원이기도 했다.

“아주 긍정적입니다.”

나는 카메라를 보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솔직히 우리 연습생 2명을 제외하고 아직도 4천왕 후보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대신 뭔가 국제적인 아이돌 그룹을 만들 수 있는 몇몇 멤버들이 눈에 띈달까?

“자자···. 다음 참가자 들어오세요.”

유정 씨가 급히 다른 참가자를 소환했다. 한 청년이 연습실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

‘오! 왔다!’

드디어 내가 찾던 인재가 나타났다. 그는 바로 내가 예전에 이희진 때문에 SG에 찾아갔다가 주간 평가에서 봤던 연습생이었다.

포텐은 최상이었지만 당장 어빌이 낮아 트레이너에게 혼이 나던 모습이 생각났다.

‘역시 밑밥을 깔아 놓은 보람이 있었군. 어디 한번 얼마나 늘었는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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