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238화 (238/263)

< 하이틴 드라마 캐스팅 (3)>

“왜 그렇게 당황하세요?”

“죄송하지만 제가 연기 경험이 없습니다. 대표님.”

김형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전 기획사에서 연기 수업 안 받았습니까? 내가 대표라면 무조건 시켰을 것 같은데요. 형준 씨는 딱 봐도 배우상이거든요.”

“받긴 받았는데···.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아서요. 그 대신 춤은 괜찮게 춥니다.”

“메인 댄서는 아니셨죠?”

“네. 그렇긴 하지만···.”

‘진아돌에 강제로 출연시킬까? 왜 이렇게 자신이 없지? 내가 저 외모였으면 아주 날아다녔을 거 같은데···.’

김형준은 정말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이 정도면 누가 봐도 임팩트 있는 주연감 아니던가?

“연기를 배웠으면 오디션 같은 거라도 봤을 텐데요?”

“오디션은 딱 한 번 본 적 있습니다. 영화였는데···.”

“잘 안 됐습니까?”

“네. 사실 회사에서 하도 강권을 하길래 억지로 오디션을 봤는데 결과는 별로 안 좋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형준 씨의 가능성을 믿습니다. 가수로 계약하기는 뭐하니까 일단 배우로 계약하고 싶군요.”

“그럼 연기는 꼭 해야 하나요?”

“음···. 도대체 연기는 왜 하기 싫은 건지 알 수 있을까요?”

“······.”

내가 차분히 질문하자 김형준은 고개를 숙이고 테이블만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하아···. 말씀하시기 곤란하시면 안 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서로를 알아야 신뢰가 생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이쯤 해서 살짝 강하게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등지고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유리에 비친 김형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말씀드리겠습니다.”

풀이 죽은 그의 음성이 들려왔다.

나는 천천히 몸을 돌려 테이블에 손을 짚고 김형준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속이 무르기 그지없는 녀석이었다. 영 숫기도 없어 보이고···.

‘이런 경우는 대부분 자존감이 낮은 경우가 많은데···.’

“말해 보세요. 절대 누설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정신과 상담 하는 수준으로 보안을 유지할 거예요.”

“그, 그럼 대표님을 믿고···.”

나는 다시 의자에 앉아서 김형준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나직한 목소리로 읊기 시작했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랬다.

어렸을 적 그의 부모는 보증을 잘못 서서 투잡에 맞벌이를 했다고 한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집에서 혼자 놀았고, 심심하면 밥을 거르다 보니 몸이 깡마르고 약해서 중학교에 올라가 심한 왕따를 당했다고 한다.

등교 거부를 하고 계속 집에만 있게 된 그는 유일한 취미였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비로소 안식을 찾았다고···.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얼굴도 좋아지게 되었다.

아이돌이 된 것도 우연의 결과였다. 웹툰을 배우기 위해서 관련 학원에 수강하러 갔을 때 아래층에 있던 댄스 학원 원장에 눈에 띄어 카오스X 연습생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그런 행운이 겹치며 1년도 안 돼서 엑스크루의 센터로 데뷔했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제가 자신감이 좀 부족합니다. 솔직히 제가 잘생겼는지도 모르겠고요.”

뭐? 잘생겼는지도 모르겠다고? 나 지금 놀리는 건가?

‘흐음···. 연기하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높아야 하는데···.’

“그리고 무슨 악연인지 처음으로 연기 오디션에 갔다가 중학교 때 저를 괴롭혔던 녀석을 만났습니다.”

“어···?”

“그런데 어이없게도 저를 몰라보더군요.”

‘그거야 지금 그 얼굴이니까···.’

“그러니 제가 연기를 하고 싶겠습니까?”

“글쎄요. 그럴 게 아니라 연기 실력을 보여 주고 코를 납작하게 해 줬으면 어땠을까요?”

“네?”

“그냥 하는 말입니다. 그런 게 진정한 복수니까요.”

아무래도 김형준은 자존감 회복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 같았다. 그렇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거로 인정받게 하는 게 최고였다.

“잠시 일어나시죠. 가볼 데가 있습니다.”

그는 의아한 얼굴을 하고 나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와 함께 작가 사무실로 들어갔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글을 쓰고 있는 작가 몇몇이 보였다.

“영규야!”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니 끝자리에서 누군가가 고개를 쭉 빼 들었다. 그러더니 후다닥 뭔가를 감추는 것 아닌가!

쯧쯧···.

나는 혀를 차며 영규와 김형준을 서로 인사시켰다.

“안녕하세요. 최영규 작가님. 천외딸 너무 잘 보고 있습니다. 김형준이라고 합니다.”

그는 마치 스타를 만난 것처럼 기뻐하고 있었다. 그러자 최영규가 어색하게 인사를 받으며 내 안색을 살폈다. 마치 이 기분 나쁘게 잘생긴 녀석은 누구냐는 표정이었다.

“영규야. 너 형준 씨 모르냐? 엑스크루 멤버잖아.”

“엑스크루? 아이돌이에요? 어디서 많이 본 거 같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영규는 아무래도 걸그룹 오덕후답게 남자 아이돌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

“그냥 전직 아이돌입니다. 이제는 웹툰 작가의 길로 들어서려고요.”

“······??”

어허···. 웹툰 작가와 연기자는 충분히 겸업할 수 있는 사항이라니까 그러네. 방송에 꾸준히 출연하면서 연재하는 유명한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데?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영규를 쳐다보고 밖으로 나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형준 씨. 작가 사무실 구경 좀 하고 있어요. 잠깐 최 작가와 할 이야기가 있어서···.”

“네. 편히 하시고 오세요. 전 구경 좀 하고 있겠습니다.”

나는 급히 영규를 데리고 내 사무실로 들어갔다.

“대표님. 저 기분 나쁘게 생긴 애는 뭐예요?”

최영규가 짜증이 난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구겼다.

“너는 미남 미녀를 보면 짜증이 나냐? 보면 볼수록 기분이 좋아져야지.”

“저한테 소개해 준 건 뭔가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같은데요?”

“뭐? 불순한 의도? 와···. 최영규 많이 컸네. 찌질하던 녀석을 환골탈태시켜 줬더니 이제 아주 막 나가지? 돈도 빵빵하게 벌었겠다. 아이돌이 스타 대접을 해 주니 아주 그냥 기가 살았네. 아예 독립까지 하지그래?”

“서, 설마요. 오해입니다. 대표님. 전 J&J 스토리에 뼈를 묻겠습니다. 정말입니다.”

“왜? 담희 때문이냐?”

“크흠···. 꼭 그렇다기보단···. 두루두루 겸사겸사···. 대표님의 은혜도 있고요.”

“알면 됐다. 아무튼, 네가 할 일은 형준 씨의 자존감을 높이는 거야.”

“자존감요? 뜬금없이?”

“그래 인마.”

김형준은 아이돌이지만 자존감이 쓸데없이 낮은 축에 속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인정을 받으며 자존감을 높일 필요성이 있었다.

“음···. 뭘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형준 씨가 그림에 소질이 좀 있는 거 같더라. 작품을 같이 하면서 도와주고 칭찬 좀 많이 해줘. MSG 알지? 칭찬을 팍팍 뿌리라고!”

“이해가 안 되네요. 왜 저렇게 생긴 사람이 자존감이 낮아요? 아이돌이라면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을 거 같은데···.”

“다 사연이 있어. 심지어 자기가 잘생겼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허···. 미쳤네. 아니 배가 불렀네요. 내가 만약 저런 외모였으면···.”

하여간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비슷한 모양이다. 최영규도 이런 망상을 하는 걸 보면 말이다.

“잘할 수 있지?”

“그런 거야 쉬운 일인데요. 제가 뭐 득이 되는 게 있어야···.”

그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이제 나랑 협상을 하고 있었다.

“뭐? 담희 직찍 사진에 친필 사인을 받아 줄까?”

“너무 약합니다.”

“그럼 열성 팬한테 준다고 개인 소장품 하나 선물로 달라고 할까?”

“오! 조, 좋습니다.”

“이 더러운 놈! 불순한 놈!”

나는 최영규에게 달려들어 목을 잡고 초크를 걸었다.

“크헉···. 사, 살려···.”

“감히 네 녀석이 우리 담희를 넘봐?”

“너, 넘보다니요. 캑캑···. 그냥 바라만 보는 것도 죄, 죄가 됩니까? 보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최영규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항변하고 있었다.

“죄다! J&J 사규에 의거 너의 그런 불순한 시선은 구속 사유에 해당한다. 알겠냐?”

“사규 어디에 있는데요?”

“사규? 내 머릿속 인마!”

우리는 잠시 유치하게 옥신각신하며 몸의 대화를 나누었다. 영규와는 같이 PT를 받으며 상당히 친해진 상태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으···. 이 괴물! 무슨 힘이 곰탱이 같다니까?”

최영규는 목을 어루만지며 짜증을 부리고 있었다.

“아무튼, 협조 잘 해주면 큰 상이 있을 거야. 어때. 가능하겠냐?”

“휴···.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잘 생각해 봐. 너한테 아이돌 문하생이 생기는 거야. 친구들한테 자랑할 수도 있잖아.”

“으음···. 친구가 없는데···.”

그 말을 들은 최영규가 살짝 흥미가 동하는지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였다.

“이제 가자. 형준 씨 기다리겠다. 아니다. 너 잠시 여기 있어라.”

나는 작가 사무실로 가서 김형준을 내 사무실로 데려왔다.

“형준 씨. 일단 계약하시면 여기 최영규 작가가 웹툰 제작에 대한 노하우를 친절하게 가르쳐 드리기로 했습니다.”

내가 설명을 하자 최영규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을 본 김형준의 얼굴에 미소가 활짝 피어났다.

‘음···. 너무 잘생겼잖아. 이거 아이돌 외모 3대장 아냐? 웃으니까 그냥 주위가 환해지네.’

“가, 감사합니다. 대표님.”

“뭘요. 영규 씨에게 많이 배우세요. 그림 하나는 끝내주거든요.”

“맞습니다. 저 최 작가님이 그린 그림 너무 좋아해요. 정말 대단하시죠.”

초미남 아이돌에게 칭찬을 듣자 콧대가 한껏 올라가는 최영규였다. 팔짱을 낀 상태에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혹시 그리던 그림 좀 볼 수 있을까요?”

“아! 보여 드릴게요. 대표님, 그런데 말씀을 낮춰 주시는 게 좋으실 것 같아요. 전 그게 편하거든요.”

“아···. 그럴까? 사실 나도 편하게 말하는 게 좋거든. 케이 프로듀서와는 거의 형, 동생 하는 사이니까.”

김형준은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내 우리에게 그림을 보여 주었다. 그림을 보니 확실히 재능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림 수준이 상당했다. 역시 아우라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어떠냐, 영규야.”

“흐음···. 뭐 보완할 점이 있긴 한데 전반적으로 기본기가 있네요.”

“감사합니다.”

“너희 둘 그냥 말 편하게 해라. 보니까 동갑인 거 같던데···.”

“그, 그래도 될까요?”

“그래 우리도 편하게 지내자. 나도 어차피 친구가 거의 없거든.”

최영규가 김형준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외모로는 무척이나 언밸런스한 느낌이었지만 나름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김형준 자존감 프로듀스 프로젝트인가? 이제 진아돌 면접이 끝나면 흑백 로맨스를 제작할 테니 그동안 잘 숙성시켜 놓으면 되겠군.’

“아! 그런데요. 대표님. 어떤 작품을 하는 게 좋을까요?”

“뭐 생각해 놓은 거 없니? 형준아?”

“이것저것 많긴 한데요.”

“내가 연재를 해 본 경험으로 조언 하나 해줄까? 첫 작품은 무조건 자기가 잘 아는 걸 하는 게 좋아. 그래야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거든.”

“그럼 전···.”

“아이돌물을 한번 해 봐. 넌 몇 년간 실제 경험도 있으니 더 쉬울 거야. 판타지 같은 설정을 넣는 것도 좋고···.”

“그런 소재도 포트폴리오에 있어요.”

“그래. 그럼 그걸 써 보라고···. 영규는 잘 도와주고, 알았지?”

“네!”

그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내 방을 나갔다. 뭔가 죽이 잘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하나하나 인재가 늘어가고 있었다.

*  *  *

[J&J 스튜디오의 화제작 ‘귀환소녀’ 시청률 18%로 종영!]

J&J 이준형 작가의 드라마 귀환소녀가 18%라는 높은 시청률로 마무리되었다. 이준형 작가의 전작들보다 낮은 시청률이긴 하지만 비교적 익숙하지 않은 장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실로 놀라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TVM은 이 귀환소녀를 시리즈로 방영할 예정으로···. <중략>

[나만 아는 세계멸망 시즌 3 촬영 종료. 편집 작업 돌입!]

전 세계적으로 팬을 확보한 ‘나만 아는 세계멸망’ 시즌 3이 최근 촬영을 마무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시즌 3은 사라진 생존자들을 코퍼레이션에서 구출하기 위한 정주빈(정주대 역)의 사투가 펼쳐질 예정이라고 한다. 열성 팬들은 작품이 공개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는 상황으로···. <중략>

[J&J의 예능 ‘진짜 아이돌’ 지원자 모집 성황리에 종료. 촬영 준비까지 마친 것으로 드러나···.]

[카오스X의 모든 서비스를 품은 연예인과 팬들의 소셜 네트워크 앱 ‘블랙홀’ 출시! 든든한 지원군으로 J&J 엔터테인먼트가 가세!]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연예기획사의 자체 플랫폼 전쟁에 카오스X도 뛰어들었다.

카오스X는 자사 및 자회사의 소속 아이돌과 연예인들의 모든 것들이 앱 하나에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거기에 더해 J&J 엔터와 연합하여 카오스 TV와 MMORPG 게임까지 아우르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플랫폼에서 상당히 큰 스케일의 게임까지 선보이는 것은 카오스X가 최초다.

기존 시장의 강자 빅샷과 나이스, SG 연합은 카오스의 플랫폼 출시에 대해 별다른 반응이 없지만, 플랫폼 최초로 게임까지 연동시킨 것을 보고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카오스X는 J&J와 첫 협력의 신호탄으로 ‘진짜 아이돌’을 선공개할 예정이며, 두 번째로 ‘귀환소녀’ 시리즈의 아우라, 러브원, 네미시스가 플랫폼에 입점하고 C-Girls와 식스엔젤까지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이준형 작가의 신작이 카오스 TV 독점으로 제작될 것이라는 발표가 이어졌다. <중략>

‘음···. 일이 한꺼번에 진행되니 머리가 어질어질하네.’

이제는 글을 쓸 시간이었다. 바쁘긴 해도 글을 쓰는 것을 멈출 순 없는 노릇이니까.

지이잉···.

갑자기 충전기 위에 있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자: CA 미디어 이기훈 전무]

“쩝···. 빨리도 전화하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