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230화 (230/263)

팬 미팅 행사 (2)

“안녕하세요, 여러분! 아우라의 장예원입니다. 저희는 지금 팬 미팅 현장에 와 있습니다. 여기가 어디냐고요? 바로 ‘나만 아는 세계멸망’의 촬영 현장인데요.”

아우라의 팬 미팅 전 내가 기획한 슈퍼 셸터 홍보가 라이브로 송출되고 있었다.

‘음···. 매끄럽게 진행 잘하네. 역시 밑바닥 예능 프로에서 단련돼서 그런지 말을 참 잘해.’

예원이는 황종원 사단의 막내로 아이돌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으며 인지도를 쌓아 가고 있었다. 아우라 채널에서도 대부분의 조회수를 먹고 있는 게 바로 예원이의 요리 먹방 ASMR 콘텐츠였다.

그녀들은 시즌 3을 촬영 중인 현장을 실시간으로 보여 주더니 길을 건너 슈퍼 셸터로 이동했다.

“우와! 저도 이곳은 처음 와 봤네요. 여기가 바로 시즌 2에서 화제가 됐던 슈퍼 셸터입니다.”

“와! 대박! 그냥 드라마 세트장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네요. 실제 건물들인데요? 저기 전방에 담벼락 보이시죠? 진짜로 무슨 성벽처럼 세워 놨습니다. 놀랍네요.”

크으으···. 아으···.

“엄마야! 좀비 두 마리가 앞에 있어요. 너무 무섭게 생겼어요.”

아우라의 모습이 보이자 좀비 아르바이트생들이 신난 것 같았다.

“예원아. 넌 사람한테 두 마리가 뭐니 두 마리가! 무슨 치킨이니?”

동갑내기 담희가 혀를 차며 예원이에게 핀잔을 줬다.

“좀비가 사람이니? 사람이야?”

팬 미팅이라 그런지 오늘따라 힘을 부쩍 내는 멤버들이었다. 텐션이 아주 높은 상태였다.

“여기 오면 좀비를 볼 수 있는 건가요?”

“네. 당연하죠. 여긴 좀비 슬로터하우스인 계룡시의 명물 슈퍼 셸터니까요.”

“와···. 그렇구나.”

“여길 보세요. 이게 바로 좀비들을 고깃덩이로 만드는 분쇄기입니다. 실제 가동이 된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작동하지 않습니다. 드라마 보셨죠? 좀비들이 떼로 빨려 들어가잖아요. 진짜 무서운 기계입니다.”

“고깃덩이요? 말이 좀 심하신 것 같은데요?”

“뭐가 좋을까요?”

“글쎄요. 고기 다진 거?”

“······.”

“그런데 약간 냄새가 나네요.”

“촬영할 때 실제 동물의 내장을 뿌려놓았다고 합니다.”

“으···. 징그러워.”

“담희 씨는 순대를 먹을 때 내장을 참 좋아하시잖아요. 징그럽긴 뭐가 징그러운가요?”

“어머머···. 전 그런 거 못 먹어요. 여러분! 다 거짓말이에요. 예원이가 저를 항상 이렇게 모함한답니다.”

“네. 천연덕스러운 연기 좋았고요.”

“호호···. 연기라뇨. 저는 순대를 먹긴 하는데 조금만 먹는답니다.”

흐음···. 잘들 놀고 있다. 내가 알기론 담희는 특히나 간을 좋아했던 것 같은데···. 간은 구미호가 좋아하는 간식이지.

“여러분! 이거 좀 보세요. 이 철문 두께가 엄청나네요. 여기 보시면 위에 원반 같은 게 있죠? 이게 바로 고속 절단기라고 하네요. 스위치를 누르면 원반이 고속 회전을 하면서 좀비들의 목을 싹둑!!”

“꺅! 하지 마!”

예원이가 설명하다 말고 담희를 깜짝 놀라게 했다.

“여러분, 담희에게 속으시면 안 됩니다. 같이 드라마 볼 때 신난다고 소리 지르면서 본 아이예요.”

“거짓말이에요. 여러분! 저는 절대 그러지 않았습니다.”

“저도 봤어요. 막 노래를 불렀어요.”

“아, 아니에요! 언니 왜 그래요? 그러기 있어요? 우린 같은 편이잖아요.”

옆에 조용히 일행을 따라가던 리리가 뜬금포로 고자질을 하자 덤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우라는 이제 상당히 매끄럽게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실시간 시청자 수도 어마어마했다.

“잠시만요. 문을 지나면서 카페가 있네요. 왜 이런 게 있죠?”

“대표님이 그러는데 저기 안쪽으로 들어가면 레스토랑도 있다고 하네요.”

“오! 혹시 거기가 화이트 하우스인가요? 생존자들이 살았던 건물이잖아요.”

“그런 거 같은데요? 가 볼까요?”

죽이 척척 잘 맞는 예원이와 담희였다. 뭐···. 거의 만담 수준이랄까?

아우라는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 화이트 하우스에 도착했다.

“와! 건물 되게 예쁘네요. 여기가 바로 주빈 선배님이 살았던 집이죠?”

“맞아요. 인테리어가 끝내주네요. 시즌 2를 보면 좀비들한테 엉망이 됐었는데···. 다 수리를 해 놓은 모양입니다.”

“여기 지하로 내려가면 기념품 가게가 있대요.”

“최후의 대피소 말이죠? 거기가 기념품 가게라구요? 이거 완전 놀이동산 같은데요?”

“그래서 이름이 좀비 테마파크래요.”

“아아···. 그냥 아예 놀이공원처럼 관광지로 만든 거구나?”

“맞아요. 신기하죠?”

“여러분들도 한번 방문해 보세요. 계룡시와 함께 만든 세계 최초의 좀비 테마파크입니다.”

“테디베어 박물관 같은 곳은 가 봤는데 좀비 테마파크는 처음이네요.”

“여기 들렀다가 드라마 세트장 구경도 하시고 계룡산 둘레길을 산책하시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요? 담희는 둘레길에서 대표님하고 또 꼴찌 경쟁 할 거지?”

“우쒸! 내가 이길 수 있다구!”

‘아니! 이 녀석들이 할 말 못 할 말 따로 있지. 또 나를 물고 늘어지네.’

나는 휴대전화로 방송을 지켜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솔직히 대략적인 대본은 줬지만 70% 이상의 대사는 거의 애드리브라 고삐 풀린 망아지들을 제어할 수 없었다.

라이브 방송에서는 아우라가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을 보며 채팅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또 이준형 대표 등판했네. 불쌍하다.

-그런데 나중에 여기 가 봐야겠다. 하루 시간 내서 와도 괜찮을 듯.

-전 지금 현장에 있는데요. 되게 잘해 놨네요. 준비를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놀이공원 수준은 아니지만, 이곳저곳 둘러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것 같네요.

-아···. 부럽다. 저기 있으면 아우라도 볼 수 있을 거 아냐?

-나도 당첨됐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팬 미팅 당첨권 암표로 사려고 했는데 물량이 아예 없더라.

-아무튼 ‘나세멸’ 시리즈 좋아하는데 꼭 한번 가 봐야겠네.

나는 마지막 글을 읽고 속으로 웃고 있었다.

‘흐흐···. 제가 노린 게 바로 그겁니다. 이곳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서 관광 명소가 되도록 하는 거···.’

적극적으로 이 사업을 도와주신 계룡시 시장님께 고마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오늘 아우라의 라이브 방송을 보고 호기심이 생긴 분들은 구경하러 왔다가 입장료가 있는 것을 보고 살짝 짜증을 낼지도 모른다.

‘그래서 비교적 저렴하게 입장료를 받고 있지.’

부담된다고 하기도 뭐하고 싸다고 하기도 뭐한 애매한 가격이었다. 어차피 땅과 건물은 회사와 나의 공동 명의로 되어 있으니 별다른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곳의 입장 수익은 고스란히 나에게 돌아왔다.

실시간 검색어에 뜨는 것으로 봐서는 내 계획이 깔끔하게 성공한 것 같았다.

‘후후···. 이 정도면 됐지 뭐.’

* * *

드디어 팬 미팅 공연이 5분 뒤로 다가왔다. 이미 팬 미팅에 당첨된 사람들이 공연장 객석으로 다 들어와 있는 상태였고, 모든 스태프와 출연진들이 무대 곁에서 스탠바이 상태였다.

‘날씨도 딱 공연하기 좋은 날이네.’

무대에서는 드라마 제작 발표회에서 사회를 봤던 박주선이 이번 팬 미팅까지 봐주고 있었다. 5시 정각이 되자 그녀의 힘찬 소개로 아우라의 무대가 펼쳐졌다. 첫 번째 곡은 아우라의 정규 앨범 타이틀곡인 ‘Black rose’였다.

준비됐던 축포가 터지니 엄청난 함성이 들려왔다. 열성 팬들만 모여 있어서 그런지 환호가 정말 대단했다.

촤르르르륵···.

현란한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다.

‘와···. 엄청나네.’

찍덕들은 아우라의 움직임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멤버별 영상을 찍거나 셔터를 눌러 댔다.

그렇게 정규 앨범에 실린 곡들을 세 곡쯤 선보이고 나서 멤버 소개와 근황, 그리고 드라마 촬영 에피소드 이야기와 간단한 게임 등이 이어졌다. 웃고 떠드는 가운데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자. 게임은 이제 이 정도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아우라 여러분들이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아우라 팬 미팅을 축하해 주기 위해 특별한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누구죠?”

“누굴까요? 궁금하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아우라를 보며 팬들이 즐거워하고 있었다.

“네! 바로 드라마에서 라이벌 그룹으로 나오는 팀이죠? 러브원과 네미시스입니다.”

“우와아아···.”

관객석에서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팬 미팅을 하러 왔는데 합동 콘서트를 보는 횡재를 한 것이다. 물론 앨범 100장 이상을 샀으니 횡재라고 하긴 뭐하지만···.

“장안의 화제였죠? 요즘 트렌드와는 다르게 섹시 컨셉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룹입니다. 여섯 명의 섹시 여전사들이죠? 네미시스를 무대로 모시겠습니다. 박수로 맞아 주시기 바랍니다.”

네미시스가 팬들의 엄청난 환호를 받으며 음악에 맞춰 무대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끈적끈적한 EDM 음악이 깔리자 관객들이 엉덩이를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존재가 있었으니, 현재 한류 배우들 가운데 부동의 1위로 평가받는 섹시 다이너마이트 나유정이었다.

우연히 누군가 붙인 별명인데 팬들도 좋아하고 본인도 마음에 들어 했다.

‘섹시 다이너마이트라니···.’

타고난 축복받은 외모에 그간 ‘나만의 세계’를 촬영하면서 단련한 피지컬이 되레 프로젝트 걸그룹을 하며 포텐이 터진 것이다.

이런 컨셉이 내 취향이긴 하지만 유정 씨가 이렇게 섹시 아이돌로 대중들에게 소비가 되자 이중적인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흠···. 앞으로는 이런 컨셉은 살짝 자제시켜야겠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내란 말인가. 모르겠다. 내 맘이지 뭐···.

네메시스가 두 곡을 부르고 이어서 러브원도 2곡을 불렀다. 비록 해외 일정으로 블랙소울의 혜수가 빠졌지만 4명으로도 무대를 꽉 채웠다.

‘음···. 드디어 차례가 왔군.’

“네. 네미시스와 러브원의 무대 아주 잘 봤습니다. 이분들은 자주 볼 수 없으니 이곳에서 실제 공연을 보신 여러분들은 아주 복 받으신 겁니다. 자! 이쯤 해서 이번 팬 미팅을 기획해 주신 J&J 엔터테인먼트의 이준형 대표님께 박수 한번 부탁드리겠습니다.”

MC 박주선이 무대 밑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자 스크린에 내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왔다.

‘아···. 굳이 나를 언급할 필요는 없는데···. 하여간 사회 생활 참 잘하셔···.’

“와!!”

“이준형! 이준형!”

TV 몇 번 나왔다고 관객들도 내 얼굴을 아는 모양이었다. 공연 보느라 흥분했는지 관객들이 MC의 사소한 부추김에도 크게 반응했다. 나는 한 손을 들어 팬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그러자 내 쪽으로 걸어오는 유정 씨가 카메라에 잡혔다. 아무래도 공연을 마치고 의상을 갈아입고 나오는 모양! 그때였다.

“결혼해! 결혼해!”

누군가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관객들의 입에서 하나같이 똑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와하하하···.”

‘아니 관객들이 미쳤나! 이거 라이브로 중계되는 건데···.’

내가 크게 당황하는 게 화면에 잡히자 MC 박주선이 황급히 상황을 수습하는 멘트를 치기 시작했다.

“여러분! 진정하시고요. 참! 이준형 대표님이 어련히 알아서 하시겠죠. 어쨌거나 다음 무대는 깜짝 놀랄 만한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박주선의 진행에 관객석이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주위가 어둑해지고 무대에 조명이 꺼지자 다들 누가 올라왔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곧 데뷔하는 남녀 듀엣이라고 합니다. ‘정 남매’가 부릅니다. ‘네가 있었기에···’ 함께 보시죠.”

조명이 무대 양쪽에 앉아 있는 정이든과 정유리를 핀포인트로 비추자 관객석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우와아!”

공연장의 스피커에서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바로 이지령이 작곡한 곡이었다.

‘크···.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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