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228화 (228/263)

남매 듀엣 (2)

이지령의 즉흥곡이 연주된 후 채팅창으로 감탄하는 글들이 좌르륵 올라가고 있었다. 그야말로 미친 수준!

-와! 그냥 생각나는 대로 해도 저 정도냐? 너무 좋잖아?

-캬! 역시···. 난 우리 지령이 믿었다. 작곡 논란이야 괜히 기레기들이 조회수 장사나 하려고 어그로 끄는 거 아니겠어?

-우리 리더 진짜로 작곡 천재였네. 그냥 뚝딱 한 곡이 나오는데?

-대박! 작곡하는 거 처음 봐요. 이거 곡으로 나오면 좋겠다.

팬들의 놀라는 표정이 여기까지 전달되는 거 같았다. 그냥 평범하게 많이 듣던 차분한 멜로디였는데 이지령의 허밍이 들어가는 순간 뇌리에 팍팍 박힌달까?

이지령은 그렇게 한 이십여 분을 피아노를 치면서 멜로디를 만들어 갔다. 도중에 잠시 수정을 하는 모습도 보여 주었지만,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곡의 진행이었다.

“왜 이렇게 빨리 곡을 쓰냐구요? 이번 곡은 상당히 빨리 나온 건 맞아요. 왜냐하면, 그냥 피아노만 사용한 곡이거든요. 실제로 미디로 만들려면 좀 더 오래 걸립니다. 이번 정규 1집 타이틀곡은 이렇게 빨리 못 만들어요. 최근 트렌드의 댄스 음악을 들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음이 꽉 차 있거든요. 트랙 수만 해도 엄청 많아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는 만들 수 없어요. 나중에 미디를 사용하는 방법이나 작곡 프로그램도 강의할 예정이니 관심 있는 분들은 들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지령은 그야말로 오늘 방송으로 고정 팬층을 만들어 버릴 기세였다.

“아···. 어떤 분께서 저 옆에 놓인 바이올린이 뭐냐고 물어보시네요. 저거는 제가 아끼는 바이올린입니다. 어릴 적부터 바이올린을 배웠거든요. 가격이 거의 중형차 한 대 값이에요. 비싸죠? ···네? 바이올린도 들려 달라고요?”

이지령은 살짝 빼는 것 같더니 이내 바이올린을 잡고 카메라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각도가 맞나요? 바이올린은 연주할 생각이 없긴 했는데···. 혹시 듣고 싶은 곡 같은 게 있을까요? 잘 모르신다구요? 그럼 대중적이면서 제가 좋아하는 곡으로 한번 해 볼게요. 제목은 인생의 메리고라운드예요. 하루의 움직이는 성 OST입니다.”

그녀는 이내 자세를 잡더니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엄숙한 표정은 이미 바이올리니스트와 다름없었다.

‘어? 이거 나도 아는 유명한 곡이네. 하아···. 가슴이 미어진다.’

그녀의 바이올린에서 심금을 울리는 애절한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아! 맞다. 콩쿠르에서 우승까지 했잖아. 솔직히 이 정도면 그냥 바이올리니스트나 마찬가지야.’

바이올린은 초보자들이 연주를 못하면 상당히 듣기 싫은 소리가 나는데, 이지령의 연주 실력은 거의 프로 연주가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곡을 듣고 있다 보니 가슴에서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약 5분 정도의 연주가 끝나자 숨을 죽이고 있던 팬들의 채팅이 폭발했다. 거의 앵콜 수준이었다.

-언니···. 너무 좋아요. 사랑해요.

-와. 지령이 진짜 미쳤다. 무슨 프로가 연주하는 줄?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평소에 좋아했던 곡이라 그런가?

-연주 끝나고 기립박수 치다가 엄마한테 맞았습니다.

-난 곡 듣다가 울 뻔했어.

‘음···. 이 정도면 됐다. 프로듀싱 실력 논란도 잠재우고 고정 팬도 많이 확보하고···.’

이지령은 오늘 방송으로 확실한 실력파 가수 겸 프로듀서라는 명성을 얻게 될 것 같았다.

“이렇게 짙은 갈색의 아우라를 무시하지 말란 말씀이야!”

“대표님. 그게 무슨 소리예요? 뭘 무시하지 마요?”

“어? 아, 아냐. 지령아. 이제 방송 끝났니?”

“네. 그런데 이 방송 정기적으로 해도 되죠? 전 왠지 이런 것도 적성에 맞는 거 같아요. 학교 다닐 때 물리학자 아니면 선생님이 되고 싶었거든요.”

“그, 그러니?”

‘선생님이 아니고 교수님을 해도 될 거 같은데? 뭐 어쨌든···.’

“당연히 정기적으로 해야지.”

“네. 감사합니다. 대표님. 어차피 쉬는 시간 여가로 즐기는 거니까요.”

“여, 여가라고?”

내가 놀랍다는 표정을 짓자 지령이는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었다.

“벌써 10시 반이네요. 대표님 이제 퇴근하셔야죠?”

“그래. 해야지. 지령아. 그런데 혹시 너 아까 만든 곡 있잖아. 그거 정식으로 작곡해서 회사로 좀 가져올 수 있어?”

“왜요? 그거 어디 쓰시게요?”

“응···. 내가 긴히 쓸 데가 있어서 그래.”

“대표님 부탁이신데 만들어야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살짝 밋밋하긴 해서···.”

“아냐. 아냐. 더도 덜도 말고 그 정도가 딱 좋아. 듀엣을 하기엔 말이지.”

“······?”

* * *

아우라의 정규 1집 활동은 성공적이었다. 타이틀곡 ‘Black Rose’는 꽤 오랫동안 음원 차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러브원, 네미시스에 밀렸던 JB 엔터의 아이엠과 SG 엔터의 글로리도 10위권을 유지 중이었다.

“확실히 팬덤은 중요해.”

1티어인 아이엠이야 말할 것도 없었지만 SG의 글로리의 선전은 의외였다.

“글로리는 노래가 진짜 세련됐어. 외국 작곡가가 만든 곡인가? 어디 보자. 음···. 집단 창작이군. 작곡가가 도대체 몇 명이야? 프로듀서는 한국 사람이네.”

확실히 SG의 음악은 예사롭지 않았다. 앞선 트렌드를 보여주는 퀄리티였다. 그래서 앨범 판매 실적은 모든 회사를 통틀어 독보적이었다. 매년 회사 자체의 판매 기록을 경신하고 있었다.

‘확실히 이래서 SG를 무시하지 못하는 거야. 단지 문제라면 코어 팬층은 강하지만 대중성하고는 좀 멀어지고 있다는 걸까? 음···. 뭐 돈만 잘 벌면 되는 건가? 잘 모르겠네.’

글로리는 한국에서 아우라에게 크게 밀리고 있었지만, 세계적으로 봤을 때는 그만큼 격차가 크지 않았다. 전 세계의 케이팝 팬들에게 SG라는 이름값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그래도 넷플릭에 귀환소녀가 공개되면 그 차이가 다시 벌어질지도 모르지.’

일단 TVM에서 먼저 시작한 귀환소녀는 시청률 10%로 시작해서 현재 중반 16%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후반에 하이라이트와 CG가 몰려 있기 때문에 잘하면 20%까지 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귀환소녀 같은 특이하고 마이너한 소재를 가지고도 20%를 찍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로, 여러 가지 이슈가 중첩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른바 걸그룹 슈퍼대전이라 불리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천만 영화에 출연한 프로젝트 걸그룹들이 부활하며 이슈를 끌었다. 또한, 이지령의 프로듀싱 논란까지···.

물론 이지령의 작곡 실력은 최근 방송된 미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어느 정도 해명이 되긴 했다. 방송에서 보여 준 압도적인 능력으로 모든 이들의 입을 꾹 다물게 해 버린 것이다.

[아우라의 리더 이지령의 라이브 방송에서 작곡 실력을 발휘해···.]

[논란을 스스로 잠재우다! 이지령의 재발견]

[천재로 불리는 아이돌이 있다?]

말 그대로였다. 미튜브의 라이브 방송으로 시작된 한 영상이 SNS를 타고 화제가 되고 있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 300만을 돌파하며 인기 영상으로 떠올랐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걸그룹 아우라의 리더이자 현재 TVM 드라마 귀환소녀에 출연하고 있는 이지령이다.

그녀는 최근 개인 라이브 방송에서 ‘아무거나 풀어 드립니다, 수학’이라는 코너로 뛰어난 수학 실력을 선보였다. 인터넷 1타 강사보다 더 알기 쉽게 설명했다는 평이 많았다.

또한, 그녀는 즉석에서 프로 연주자 못지않은 피아노, 바이올린 연주를 선보이고 작곡하는 모습까지 선보였다. 이로써 최근 논란이 되었던 자체 프로듀싱 문제도 모두 깔끔하게 해결했다.

현재 해당 영상은 미튜브 J&J Entertainment Aura 채널에서 조회가 가능하다. <중략>

[중소 기획사의 반란! 신인 걸그룹 1위 아우라(Aura)의 성공 비결은?]

TVM 드라마 귀환소녀의 시청률이 16%까지 오르자 J&J 엔터의 아우라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그들은 각자 독특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데, 다섯 명 모두가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 주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유치해질 수 있는 소재였지만 이들의 안정적인 연기로 오히려 신선함을 주고 있다.

‘귀환소녀’를 보고 입덕했다는 팬들이 많아지며 앞으로 아우라가 최고 인기 아이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드라마를 제작한 이준형 대표는 기획 단계부터 연기가 가능한 멤버들로 걸그룹을 제작했으며 드라마 시나리오까지 사전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신인 걸그룹 1위 아우라(Aura)의 팬 미팅 장소가 슈퍼 셸터?]

걸그룹 아우라의 팬 미팅 장소가 계룡시에 위치한 슈퍼 셸터로 밝혀졌다. 해당 장소는 현재 ‘나만 아는 세계멸망’ 시즌3 막바지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해당 팬 미팅은 약 2천 명의 팬들과 함께 아우라의 미니 콘서트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는 드라마 홍보와 대규모 팬 미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제작사의 마케팅으로 보이는데, 드라마와 아이돌 제작을 동시에 하는 J&J에서 펼칠 수 있는 꽤 효율적인 전략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게스트로 러브원과 네미시스가 출연할 예정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중략>

“흠···. 대규모 팬 미팅도 맞고 드라마 홍보도 맞는데 중요한 게 빠졌네? 사실은 좀비 테마파크를 홍보하기 위해서인데···.”

나는 사무실 출근해서 기사를 훑어보는 중이었다.

“역시. 홍보는 이렇게 해야지. 온통 아우라에 관한 이야기잖아?”

똑똑.

“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테리우스의 정이든이었다. 정이든은 못 본 사이 더 잘생겨진 것 같았다. 나랑 같이 일할 때는 차가운 미소년의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좀 더 성숙한 야성미가 풍겼다. 뭐 그래도 차도남 이미지긴 하지만···.

“형···. 나 왔어.”

“오! 이든이 왔니? 너 우리 회사 처음 오는 거지?”

“건물 안까지 들어온 건 처음이고 요 앞까지는 가끔 왔어.”

“그래? 혹시 유리 보려고 왔었냐?”

“······.”

“인마···. 말 좀 해라. 안 그래도 녹음실에서 유리가 기다리고 있어.”

“벌써?”

유리가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깜짝 놀라는 것 같았다. 항상 무표정한 녀석인데 오늘따라 살짝 이상했다.

“뭘 그렇게 놀라? 이런 건 말 나왔을 때 빨리빨리 처리해야 하는 거야.”

“이거 나중에 하면 안 되는 거야? 왜 이렇게 서둘러?”

“그걸 몰라서 묻냐? 너희 때문이잖아. 이번이 아니면 언제 시간이 된다고?”

“하···. 곤란한데···.”

녀석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뒷머리를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고 있었다.

“무슨 문제 있어? 뭐가 걱정인데? 야! 그리고 너 머리 좀 길렀다? 진짜 테리우스라도 되려고 그래?”

“뭔 소리야? 진짜 테리우스라니?”

“넌 모르겠구나? 캔디라는 애니메이션에 나온 남주인공 이름이 테리우스거든. 딱 너 정도 머리일걸?”

“뭐야. 형도 자세히 모르면서···.”

“하도 오래된 애니라서 그래. 나도 그냥 그림만 봤어.”

“음···.”

“이제 녹음실에 가 볼래? 곡은 다 만들어 온 거지?”

“쓰읍···. 만들긴 했는데···.”

정이든의 표정은 뭔가 맘에 안 든다는 표정이었다.

‘네 얼굴 보면 모를 줄 아니? 내가 인마 왕년에 네 녀석 뒤치다꺼리했던 매니저야.’

“만들었으면 됐어. 어차피 뭐 이벤트 형식으로 내는 건데 너무 고민하지 마라.”

나는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정이든을 데리고 녹음실로 들어갔다. 녹음실에는 정유리 말고도 이지령도 같이 와 있었다.

“오빠!”

유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정이든에게 다가갔다. 엄청 환한 얼굴이었다. 내 동생 이주리한테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 크흠···.

“오빠 언제 왔어? 대표님하고 같이 있었어?”

“방금 왔어. 오래 기다렸니?”

“아니···. 나도 금방 왔어. 오빠, 인사해. 우리 리더야.”

정유리가 손으로 이지령을 가리키며 소개를 해 주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지령입니다.”

“예···. 안녕하세요.”

정이든이 어색하게 인사를 받았는데 역시나 고질적인 낯가림은 나이를 먹어도 좀처럼 해결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 모습이 왜 그렇게 웃긴지···. 어색해하는 녀석을 보며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든아. 너도 대단하지만···. 넌 오늘 아마 일생의 천재를 보게 될 거야.’

나는 고개를 돌려 최강의 아우라를 가지고 있는 이지령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담담하게 나와 정이든을 주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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