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222화 (222/263)

귀환소녀 촬영 현장 (3)

제물이 될 다섯 명이 필요하다는 말에 스크린을 보던 관객들의 시선이 무대 위의 아우라에게 쏠리고 있었다.

“···제물···. 으으으···.”

사악한 인성을 숨기고 있던 몇몇 관객들의 눈에서 악독한 눈빛이 흘러나왔다.

겨우 정신을 차린 리리는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지자 주위의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멤버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찰싹!

리리가 거의 풀스윙으로 귀싸대기를 날리자 그제야 담희가 제정신을 차렸다.

“무, 무슨 짓이야. 너무 아프잖아. 짜증 나!”

담희는 쓰라린 뺨을 부여잡고 신경질을 부리고 있었다.

“미, 미안···. 저, 저거 좀 어떻게 해 봐.”

리리는 자신 바로 앞에서 흔들리고 있는 목맨 시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뭐? 저 시체? 언니는 진짜 네크로맨서 맞아? 왜 그렇게 저런 걸 무서워해?”

“징, 징그럽잖아.”

“어휴···. 얼른 다른 애들도 좀 깨워 봐.”

“알았어.”

리리는 곧바로 다른 멤버들의 뺨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으으으···.”

정신을 차린 담희는 고개를 돌려 스크린에 나오고 있는 연기 선생을 쳐다봤다. 그러자 그가 고개를 까딱거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응? 너흰 뭐야? 어떻게 환각 마법에서 깨어났지? 수상한 녀석들이군. 다들 저 녀석들을 잡아! 오늘의 제물은 저 녀석들이다! 으하하하!”

그의 명령에 관객석에 있는 학생들이 우르르 일어나기 시작했다.

“뭐야. 카메라로 여기를 지켜보고 있는 건가?”

담희는 감시 카메라가 있는지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카메라의 위치를 발견한 담희가 곧바로 윈드 볼트를 날려 그것을 작동 불능으로 만들었다.

“빨리 밖으로 나가자. 얼른!”

“마, 맛이 간 애들이 무대로 막 올라오는데?”

“예원아! 네가 탱킹 좀 해라. 막힌 길은 뚫어야지.”

“오케이! 롸저!”

막내 예원이가 텀블링하며 일어나더니 아우라의 전면에 섰다.

“살살해. 친구들 다친다.”

“쳇! 친구는 무슨···. 한참 어린놈들인데?”

“아무튼, 조심하라고! 얘들은 피해자잖아.”

“알았어! 조절할게.”

아우라는 밖으로 나가기 위해 장예원의 강력한 신체를 이용했다. 일반인보다 월등한 힘과 신체 능력을 이용해 몰려드는 사람들을 처리했다. 힘으로 몇 명을 그냥 밀어 버리자 뒤에서 오는 사람들도 연달아 우르르 무너졌다.

“어우···. 저, 저 힘만 센 무식한 것!”

“다 들린다! 야! 김담희, 어떻게 좀 해 봐. 그냥 작살내는 건 식은 죽 먹기인데!”

“비켜 봐! 에어 블라스트!”

마법 주문을 영창한 담희의 눈에서 광채가 빛나고 있었다.

투웅!

한꺼번에 십여 명의 학생들이 에어 블라스트를 맞고 뒤로 튕겨 나갔다.

“다들 뛰어! 아까 그 미친놈은 아무래도 방송반에 있는 것 같아.”

“그래. 거기로 가자.”

“정유리! 넌 마법 절대 쓰지 마. 큰일 나니까.”

“알았어요. 리더.”

이지령이 파괴력이 큰 화염계 마법을 사용하는 정유리를 타이르고 있었다.

우당탕!

강당 문을 거의 부수다시피 뚫고 나온 아우라 멤버들이 강당 옆 화장실에서 시원한 표정으로 일을 보고 나오던 정유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어? 유나야? 너 괜찮아?”

“응? 예원이구나? 공연 안 하고 왜 나왔어?”

“리리 언니!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얘는 왜 멀쩡해?”

예원이가 고개를 돌려 흑마법사인 리리에게 질문했다.

“아, 아무래도 학교에서 여기까지가 환각 마법의 한계선인 거 같아.”

“아우···. 시원하다. 참느라 죽는 줄 알았네.”

그때 남자 화장실에서 급하게 용무를 마친 김지섭이 후련한 듯한 표정으로 손을 털며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아우라를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너희들 공연 안 하고 여기서 뭐 해?”

김지섭이 자기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여섯 명의 소녀들을 쳐다보았다.

“이 아저씨 되게 운 좋네.”

“그러게.”

“아저씨! 지금 학교 쪽은 난리가 났으니 그쪽으로 가지 마세요. 유나 너도 마찬가지고···. 알았어?”

“얘들아 얼른 가자. 리리가 학교 쪽에서 리치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하니까···.”

그들은 몸을 틀어 학교로 뛰어갔다. 그때 리리가 정유나와 깁지섭을 보며 고개를 갸웃하더니 디스펠 마법을 걸어 주고 멤버들을 뒤따라 갔다.

설마 따라오진 않겠지 하는 심정으로···.

그때 멍하니 상황을 지켜보던 김지섭이 바지를 추켜올리며 일행을 따라가고 있었다.

“컷!”

“수고하셨습니다. 잠시 후에 학교 건물에서 촬영이 있겠습니다.”

나는 김지섭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이야! 연기 좋으셨어요. 아예 고정으로 조연을 하시죠.”

“에이···. 그 정도는 아니죠. 사실은 제가 방송하느라 시간이 없습니다. 이것도 겨우 짬을 냈는걸요? 하하···.”

“그러시겠죠. 아쉽네요.”

김지섭의 등장은 카메오로 그치겠지만 홍보 효과는 괜찮을 듯싶었다. 이 드라마는 확실히 남성향으로 미스터리 호러 장르였지만 가볍게 볼 수 있는 위트가 있는 작품이 될 거니까.

‘아우라 멤버들의 개성을 확실히 살린 작품이니 거기에 의의를 두자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데 연기를 마친 유정 씨가 나를 툭툭 건들었다.

“준형 씨. 제 연기 어땠어요? 웃기려고 노력했는데 통했나 모르겠네요.”

섹시한 무대 의상을 입은 나유정이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말없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말해서 뭣 합니까? 그저 갓입니다. 갓!”

“그렇게 실감 났어요?”

“그런 명연기는 처음 봐요. 정말 인생 연기가 될 겁니다. 그런 신들린 연기를 하는 비결이 뭐예요? 진짜 궁금하네요.”

타고난 건가 싶다가도 대본을 보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그런 거 같지도 않고 말이지.

“후훗···. 제가 비밀을 알려 드릴까요?”

“소문 안 낼 테니 좀 들어나 봅시다.”

“귀 좀···.”

내가 몸을 기울이자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비결을 알려 주었다.

“준형 씨 집에 가서 겪었던 일을 떠올렸어요. 창피하지만···.”

아아!! 그랬구나! 그 변기가 막혔던···.

그녀는 그때의 암담한 심정, 창피함, 괴로움을 연기로 승화시켰던 것이다.

‘하아···. 상상은 금물이다.’

“어? 그 표정 뭐예요? 흥! 더럽다 이거예요?”

나도 모르게 미간에 주름이 살짝 잡힌 모양이다.

“절대 그런 거 아닙니다. 뭐 볼 장 다 본 사인데요.”

“뭐라구요? 그게 무슨 해괴한 소리예요. 볼 장 다 본 사이라니···.”

“아니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솔직히 그렇긴 하잖아요.”

“됐네요. 전적으로 이 연기는 병원에 있는 선희 때문에 하는 거예요. 준형 씨 좋으라고 하는 거 아니라구요.”

“크흠···. 전 분명히 말렸습니다만···.”

그렇게 잠시 잡담을 나누다 보니 사이코패스 선생을 처치하는 장면을 촬영할 시간이 됐다.

‘이제 거의 마지막이네. 이제 엄태민 감독을 믿는 수밖에···.’

* * *

“휴···. 이제 ‘귀환소녀’도 곧 방영이군”

나는 사무실에서 ‘귀환소녀’의 전체적인 마케팅 전략을 점검하는 중이었다. 편집을 거의 마친 ‘귀환소녀’와 함께 러브원, 네미시스, 아우라의 곡이 싱글로 동시에 발매될 예정이었다.

특히 아우라는 리더 이지령의 자체 프로듀싱이라는 이슈를 마케팅에 최대한 써먹을 작정이었다. 그녀의 능력은 솔직하게 말해서 내 한계치를 벗어나 있었다. 케이 프로듀서의 지식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더니 일류 프로듀서처럼 급격히 성장해 버린 것이다. 이게 가능한가 싶었는데 눈앞에서 그런 기적을 보고 있으니 믿을 수밖에···.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그 수학적인 풀이 해법을 이용해 만든 히트곡들이 주르륵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아우라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기존 이세계 ‘귀환소녀’의 컨셉을 유닛 활동으로 취급해야 할 정도로 자신들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구축한 것이다.

‘역시 지령이는 역대급 인재였어.’

놓쳤으면 어찌할 뻔했나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먼저 봐서 다행이야.’

이제 노래뿐만 아니라 안무도 다 준비가 되었기 때문에 음악 방송에 나가서 홍보만 하면 될 것 같았다.

‘귀환소녀는 이제 됐고···.’

‘나만 아는 세계멸망’ 시즌2는 기어코 미국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하더니 전 세계적인 광풍을 불러 일으켜 버렸다. 그 열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나조차 놀랄 정도였다.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해외 유명인들이 SNS로 극찬을 하고,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더러는 ‘나세멸’의 성공으로 K 드라마의 저력에 대해 분석을 하는 다큐멘터리까지 제작되어 방영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음···. 다들 왜 이래. 무섭네. 이거···.’

회사는 하루가 멀다고 들어오는 방송 출연 제의나 인터뷰, 각종 협업 요청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어느 정도였냐 하면 사무실에서 인원 증원을 긴급하게 요청할 정도였다.

심지어 수많은 미튜버들이 내 드라마를 보며 리액션 영상을 올리고 있었는데, 조회수가 꽤 잘 나오는 것 같았다.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너도나도 관련 영상을 올리다 보니 자발적인 홍보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후···. 이런 게 미튜브, SNS의 힘인가? 그냥 막 알아서 눈덩이처럼 굴러가네.’

나는 연관 동영상으로 비슷한 리액션이 끝도 없이 달린 화면을 보다가 브라우저를 껐다. 이 정도로 흥행에 성공하니 배가 살살 아파졌다.

‘유명해져서 좋긴 한데 넷플릭 배만 불린 듯···.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 서방이 번다더니 딱 그 꼴이야.’

심지어 이런 기사도 있었다.

[넷플릭의 킬러 콘텐츠가 된 ‘나만 아는 세계멸망’을 보기 위해 가입자 수가 늘었다?]

넷플릭의 전 세계 가입자 증가 추세가 심상치 않다. 이번에는 아시아가 그 기세를 이끌고 유럽과 남미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넷플릭의 발표에 따르면 좋은 콘텐츠 확보로 정체됐던 가입자 수가 다시 한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러 분석 매체에 따르면 좀비 아포칼립스물인 ‘나세멸’도 그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더구나 시즌3도 이미 촬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는데, 항간에서는 시즌2의 대성공이 시즌3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중략>

[K-드라마의 힘! 웹소설, 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 수십 종이 제작 대기 중으로 밝혀져···.]

바야흐로 K-드라마의 전성시대다. 공개하면 심심치 않게 아시아 1위를 하는가 하면, 심지어 미국 1위를 한 작품까지 탄생했다. 바로 이준형 작가의 ‘나만 아는 세계멸망’으로, 너무 유명해져서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지경이다.

주연배우인 정주빈은 그야말로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했을 정도! 오랜 침묵에서 복귀한 것치고는 정말 이례적인 사건임이 틀림없다.

이 정도로 K-드라마의 전 세계적인 흥행이 보편화한 시점에서 눈에 띄는 특징이 하나 있다.

바로 다수의 작품이 웹소설이나 웹툰이 원작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시청률에 참패한 예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런 작품들은 그냥 현실에 있을 법한 만화를 드라마로 옮겨 놓은 듯한 작품이다.

기발한 상상력이나 판타지적 요소를 담은 작품인 경우 거의 흥행을 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는 넷플릭으로 대변되는 글로벌 OTT의 힘 때문이다. 전 세계 시청자들은 이제 뻔한 스토리에 질렸다. 대규모 흥행에 성공하는 작품들은 기존의 공식과 궤를 달리하는 참신한 작품들이 많다.

그 예로 꼽히는 것이 웹소설이었다고 알려진 ‘나세멸’이다. 기존에 있었던 단순한 좀비 아포칼립스가 아니다. 오히려 아포칼립스를 예측하고 좀비를 학살하는 주인공이 나온다.

이처럼 상상력에 기반을 둔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은 한층 더 강해질 전망이다. 전 세계 웹툰 플랫폼을 점령하다시피 한 나이스 웹툰과 카오스 웹툰은 앞으로 웹툰 원작의 드라마 수십 편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전 세계를 통틀어 유래를 찾기 힘든 현상으로···. <중략>

‘진짜 콘텐츠 르네상스 시대 같네.’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대규모 플랫폼으로 통합된 OTT의 힘은 가공했다. 글로벌 업체에 주도권을 뺏기고 제작에 몰두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이제 미래는 알 수 없게 되었다.

만약 전 세계의 웹툰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의 업체들이 국내 제작사와 함께 새로운 오리지널 시리즈를 웹툰 플랫폼으로 전 세계에 공급한다면?

1화는 무료, 2화부터는 유료 같은 방식으로 말이다. 아니면 저렴한 가격으로 구독료를 받거나 현재 운영 중인 하이브리드 결제 방식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런 소비를 유도하게 하는 것에 도가 튼 기업이 바로 웹툰 플랫폼이다.

넷플릭이나 디플러스와 겨뤄 볼 만한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방대한 웹툰을 무기로 십여 년간 쌓인 국내의 강력한 동영상 IP들을 활용하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이미 아시아권에서는 한국 콘텐츠가 없으면 플랫폼 자체가 장사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중국의 OTT 플랫폼조차 글로벌 서비스를 하려고 한국 콘텐츠를 서비스해야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 지경이다.

물론 아직까지 이 모든 것은 그냥 가능성에 불과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J&J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기에는 살짝 늦었다. 물론 전문적인 지식도 부족하고···. 최대한 이런 플랫폼들과 협력을 해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밖에···.’

나는 최대한 웹소설, 웹툰 IP를 모으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웹소설, 웹툰 작가들이 필요했다.

‘S급 작가 10명만 보유해도 해 볼 만하다.’

하지만 이미 유명한 작가들은 다들 어딘가에 적을 두고 있었다. 아무래도 대학교 강의를 돌거나 아니면 아카데미 같은 것을 정기적으로 열어야 할 것 같았다.

‘음···. 차라리 내가 새로 뽑는 게 나을지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