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218화 (218/263)

2시즌 공개 (2)

이번 ‘나세멸’ 2시즌의 대성공으로 여러 방송사에서 나를 섭외하기 위해 연락을 했지만, 결국 내가 선택한 방송은 TVM의 ‘인생 질문’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화제의 인물이나 유명인을 찾아가서 그들의 근황과 소소한 조언, 그리고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묻는 차분한 방송이었다.

최고의 MC 개그맨 출신 김지섭, 그리고 아이돌 출신의 예능 천재 심해철의 콤비로 동네 근처의 배달 맛집 음식을 시켜 놓고 시작하는 토크쇼였다.

말은 거창하지만 그냥 농담을 섞어 가며 편하게 토크를 즐기는 힐링 방송이었다. 사실 TV를 거의 안 보는지라 나중에 찾아보다가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거의 1년 만의 촬영인가?’

지난겨울에 ‘어색한 캠핑’을 촬영한 이후 처음이었다. 그만큼 올해는 경영에 집중한 해였다. 물론 방송에 나오면 무조건 흑역사를 썼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피한 것도 있었다.

‘이 인생 질문이라는 프로그램은 노래나 춤, 개인기가 없어서 좋던데···. 민감한 질문도 많이 안 하고···.’

실제로 상당히 편한 분위기에서 촬영하는 것은 맞았다. 나는 메이크업을 마치고 녹화장으로 들어갔다. 녹화장은 바로 내 사무실이었다.

이미 내 사무실 소파 테이블에는 근처 맛집에서 시킨 배달 음식들이 세팅되어 있었다.

‘유정 씨가 좋아하는 떡볶이네.’

깔린 음식을 보고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 도착한 MC들이 카메라 앞으로 와서 자리를 잡았다. 심해철, 김지섭 사이에 나를 두고 녹화가 시작됐다.

“오···. 사무실 멋지다.”

“오늘 나오신 분은 바로 화제의 인물이시죠?”

“와! 정말 나 팬인데···. 이분이 친히 저희 프로그램에 나오셨습니다. 바로 ‘나만의 세계’와 ‘나만 아는 세계멸망’을 쓰신 히트 메이커 이준형 작가님 모시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정말 많은 프로그램에서 작가님을 모시려고 했는데 이렇게 저희가 처음으로 간택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 간택이라니요. 말씀만으로도 부끄럽습니다.”

“왜 ‘인생 질문’을 선택하신 건가요?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형뻘인 MC 김지섭이 제일 먼저 질문을 던졌다.

“최근에 진솔하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없잖아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인생 질문’이 그런 프로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네? 제가요? 잘생긴 건 아니고 그냥 훈남 정도인데···.”

“아니 잘 생각하셨다구요. 저기요. 착각도 유분수지. 초면에···.”

“아···.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알아들었네요.”

“큭큭큭···.”

하도 오랜만에 하는 방송이라 그런지 긴장이 된 걸까? 진짜 어이없게도 심해철이 하는 말을 완벽히 잘못 알아들은 것이다. 얼굴이 삽시간에 불타올랐다.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지라 티가 덜 난다는 게 다행이었다.

“그럴 수도 있죠. 솔직히 이 정도면 잘생긴 거죠. 예전에는 그 뭐였더라? 테리우스 제6의 멤버라고도 불리지 않았습니까?”

“아뇨, 아뇨.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나는 곧바로 쌍수를 들고 아니라는 시늉을 했다.

“하하···. 정말 요즘 장안의 화제입니다. 여기저기서 난리예요. 제가 솔직히 집중을 못 해서 드라마 같은 걸 잘 못 보는데 ‘나세멸’은 진짜 재밌게 봤거든요. 분량도 6화로 딱 좋고···.”

“감사합니다.”

“형만 본 게 아니라 저도 봤어요. 톡으로 제 지인들이 다들 재밌다고 이거 보라고 막 그러거든요.”

“봐 주는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죠.”

“작가님은 이 작품이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뜰 줄 아셨나요?”

김지섭이 웃음기를 거두고 본인이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있었다.

“음···. 솔직히 말씀드리면 많이 보게 하려고 공들인 작품이긴 합니다. 어느 정도 확신도 있었구요.”

“와···. 대단한 자신감인데요? 여기 오시면 대부분 운이 좋았다고 말씀들을 많이 하시거든요.”

역시 보던 대로 김지섭이 깐족대고 있었다.

“아! 사실 저는 그 뜻으로 말한 게 아니라 이미 정주빈 씨를 캐스팅한 것만으로 게임이 끝이라 생각했었어요.”

“아아~ 그런 의미이셨어요? 난 또 뭐라고···.”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네. 주빈 씨가 출연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 보겠죠.”

“저 정주빈 씨 팬이거든요. 저도 복귀 소식을 들었을 때 진짜 깜짝 놀랐었어요. 이건 무조건 봐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니까요?”

“그걸 노린 겁니다. 거기다가 이희진 씨. 그리고 전작을 같이했던 김형탁, 이건호, 이수현 같은 배우들도 대단하시죠.”

“저는 배우들도 괜찮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슈퍼 셸터라는 거 있잖아요. 그게 너무 보고 싶은 거야. 이번 2시즌에서··· 아! 이거 스포일러인가?”

“괜찮습니다.”

“그 세트에서 엄청난 수의 좀비를 막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나중에 손을 펴 보니 그냥 땀이···. 그거 혹시 그냥 세트죠?”

“아닙니다. 직접 다 건설을 한 겁니다. 그거 때문에 돈이 좀 많이 깨졌죠.”

“우와! 그게 사실인가요? 전 그냥 CG인 줄 알았어요. 실제라면 한번 보고 싶네요. 요새의 특수 무기들이 인상 깊던데···.”

“나중에 꼭 구경시켜 드리겠습니다. 나중에 리모델링 하면 제가 두 분을 거기로 초대하겠습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나세멸’에 얽힌 이야기를 조금 나누다가 내 예전 일로 대화 주제가 옮겨 갔다.

“이 떡볶이 맛있네요.”

“괜찮죠? 나유정 씨 단골집입니다.”

“아 맞다. 지금은 한 회사의 CEO이시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기획사 매니저로 근무하셨죠?”

“네. 아이돌 그룹인 테리우스가 제 첫 번째 담당 연예인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이 나유정 씨였죠.”

“첫 번째자 마지막···. 오케이 밑줄···. 이거 프러포즈할 때 쓰는 멘트잖아요.”

“갑자기 그게 무슨···.”

“하하···. 원래 해철 씨가 원래 이렇게 막 던집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시면 돼요.”

아무래도 예능 프로다 보니 웃기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럼 매니저는 체질에 안 맞으셨나 봐요. 꾸준히 글을 쓰셨다면서요?”

“아뇨. 매니저도 적성에 잘 맞았어요. 그러니까 제가 기획사를 운영하면서 아이돌도 만들지 않았습니까?”

“아! 맞다. 신인 그룹 아우라가 J&J 엔터 출신이죠?”

걸그룹 댄스 전문인 그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아우라의 Return 안무를 췄다.

“하하하···. 맞습니다. 되게 잘하시네요.”

“신인 그룹 중에서는 최애 그룹입니다. 3대 기획사 신인들 다 제치고 1위도 하셨잖아요.”

“팬분들이 좋게 봐주신 거죠.”

“아니···. 그 그룹이 되게 독특한 컨셉이라면서요?”

“형. 형은 아직도 안 봤어요? 한번 보면 잊히지 않는 이세계 귀환 컨셉인데···. 드라마로도 찍고 있죠?”

“네. 지금 중후반부를 촬영하고 있습니다.”

“전 그거 너무 기대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메탈 밴드하고 같이 월드 투어도 했잖아요. 북미와 유럽에서 거의 컬트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하던데요?”

“야! 너 외국 가수는 모르잖아? 왜 이렇게 아는 척하니?”

“대본에 쓰여 있어···. 작가들 일 잘하네.”

“아하하···.”

“그 정도면 신인으로 대단한 거 아닙니까?”

“네. 자리를 일찍 잡아서 이제 한시름 놨습니다.”

“그럼 지금 J&J에서 어떤 일들을 하고 있죠?”

“일단 기본적으로 나유정 씨 같은 배우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구요. 또···.”

나는 드라마, 영화 제작, 아이돌 육성, 웹소설, 웹툰 등 콘텐츠 사업까지 간단하게 설명을 해 줬다.

“와···. 여기저기 발은 다 걸쳤네요?”

“맞습니다. 그냥 이것저것 다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 너무 속물적인 질문인지 모르겠지만, 가장 크게 수익이 나는 게 뭡니까?”

“아···. 그건 제가 속 시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말해 주시죠.”

두 명의 눈이 호기심으로 물들었다.

“바로···. 영화입니다.”

“아! 영화···. 맞네···. 작가님 작품 중에 천만 관객이 넘은 게 있었죠?”

“네···. ‘프로듀서님 저 회귀했어요’라는 뮤지컬 영화였죠.”

“작가님이야 개인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나만의 세계’로 가장 돈을 많이 버셨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게 제일 좋았습니다.”

“걸그룹이 많이 나와서 좋으셨죠?”

“네? 노노노···. 그게 아니라···.”

“야! 심해철! 너 당황하지 마. 그리고 사실 맞잖아. 너 걸그룹 댄스 마니아인 거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데?”

“맞아요. 제 영화에서 신나는 곡이 참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해철 씨가 좋아하실 거예요. 곡을 케이 프로듀서가 작곡해서 1위도 하고 그랬거든요.”

“거기 나왔던 러브원하고 네미시스가 역대급이었죠. 아···. 또 보고 싶네요.”

심해철이 아련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역시 천상 걸그룹 마니아였다.

“보고 싶으세요?”

“그럼요. 가끔 우울할 때 IPTV 다시 보기로 보거든요.”

“그럼 잘됐네요. 조만간 러브원하고 네미시스가 컴백합니다.”

“네에?”

내 말을 들은 심해철이 테이블 위에 있던 순대를 포크로 찍다 말고 벌떡 일어나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야! 넌 좀 그거나 먹고 해라. 포크에 순대 걸렸네.”

“아니! 지금 그게 문제냐고! 러브원하고 네미시스가 컴백한다잖아요.”

“그게 뭔데? 난 잘 모르잖아.”

“이건 걸그룹 판도에 지각 변동을 줄 만한 빅뉴스라고요.”

“아 그래?”

“그때 한참 차트가 그 영화 OST로 줄 세우기가 됐었어요. 아니! 그런데 어떻게 그 두 그룹이 다시 컴백을 하는 거죠? 혹시 속편을 촬영하는 건가요?”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아니···. 그럼 뭔데요?”

심해철이 다급하게 두 손으로 내 팔을 움켜쥐었다.

“하하···. 이번 TVM에서 공개될 예정인 제 신작 드라마 ‘귀환소녀’에 두 그룹도 출연진으로 합류했습니다. 두 작품의 세계관을 합쳤거든요.”

나는 MC들에게 왜 그렇게 됐는지 대략적인 설명을 해 주었다.

“와···. 그렇게 연결되는 거구나. 그럼 아우라는 그냥 학교 다니는 흙수저 그룹이고 러브원과 네미시스는 성공한 거네요?”

“맞습니다. 그런 식으로 시즌제 드라마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거기에서 나온 노래들로 음악 방송도 하시고 예능도 하시고···.”

“콘서트도 할 수 있으면 하려고요.”

“콘서트까지···.”

심해철의 입이 마치 귀에 걸린 것 같았다.

“해철 씨는 특별 초대 손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오···. 참, 사람이 됐네. 됐어. 성공했는데 예의가 바르고 아주 겸손하시네요.”

그는 슬쩍 내 옆으로 다가와 어깨동무를 했다. 얼굴을 보면 나랑 비슷한 동년배처럼 보이지만 나보다 9살이나 많다 보니 살짝 부담되는 건 사실이었다.

“야! 너는 이상한 거에 넘어가더라? 내 참 어이가 없어서···. 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얘가 아직 철이 없어서요.”

“철을 심해에 두고 오셔서 심해철 아니십니까?”

“······.”

불시에 터진 내 저질 농담에 주위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젠장···. 오랜만에 방송에 나오다 보니···.’

“죄송합니다. 농담인데 별로였죠?”

“하하···. 유머 감각은 좀 꽝인데 사람은 정말 진국이네요. 잠깐만! 지섭이 형, 이상하네. 갑자기 작가님에서 대표님으로 호칭이 바뀌었어.”

“어허···. 참나···. 사람 일이라는 게 모르는 거잖아. 혹시 알아? 내가 거기서 연기라도 할 수 있을지? 그러려면 대표님께 잘 보여야지. 그거 나중에 전 세계적으로 방영되는 거 맞죠?”

“네···. 말씀하신 대로 전 세계 방영 예정입니다.”

“와! 태세 전환 봐. 대박이다. 기회주의자네.”

“혹시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은 생각이 있으세요?”

“그, 그럼요. 이십 년간 예능만 계속해 와서 다른 것도 한번 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흠···. 잠시만요.”

나는 손을 들어 턱을 매만지며 둘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는 시늉을 했다.

“뭐, 뭐 하세요?”

“지금 두 분에게 연기 자질이 있는지 파악하고 있습니다.”

사기도 계속 치다 보면 느는 법!

“지금 저게 이준형 작가가 나뮤스(나의 뮤지컬 스타)에서 했던 거예요. 이분이 사람 능력을 파악하는 재주가 아주 정확하시다고 합니다.”

확실히 심해철은 TV를 많이 봐서 그런지 나에 대해 꽤 많이 알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말을 하고 있는 틈을 타서 손을 올려 아우라 스카우터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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