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216화 (216/263)

좀비가 된 작가님 (3)

[네. 먼저 론칭한 중국에서 성적이 아주 좋습니다. 한국 조회수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역시 대륙이네요. 그런데 중국의 나이스 자체 플랫폼에서는 별로인가 보죠?”

전 세계 1위 웹툰 플랫폼인 나이스가 유일하게 지지부진한 곳이 바로 중국이었다. 그래서 중국 토종 업체와 협력하고 있었다.

[···요즘 중국하고 좀 그래서요. 저희도 사업에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그래도 조회수가 많이 나왔나 보네요.”

[네. 조회수가 최근 론칭한 작품 중에서는 역대급으로 나왔습니다.]

“거긴 수수료도 높은 거로 아는데 조회수로 이런 금액이 정산될 리 없고, 지난번 말씀해 주셨던 판권 계약인가요?”

[네. 맞습니다. 저희도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중국 내 드라마 제작사에서 판권 경쟁이 붙어서 가격이 많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그게 좀 컸고···.]

“그렇군요. 희한하네요.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이유가 뭔지 나왔나요?”

[저희 쪽 분석으로는 아마 작가님과 나유정 씨의 공동 집필이라는 게 컸던 거 같습니다. 유정 씨의 중국 내 인기가 높고 어차피 무협 쪽 촬영은 중국 제작사 전문이라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했겠죠.]

“유정 씨와 공동 집필이라···.”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래도 작가님 드라마가 중국에도 널리 퍼져 있어서 그런지 이준형 작가님 웹툰이라고 보기 시작한 독자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널리 퍼졌군요. 전 몰랐네요.”

[···일단 정산을 받으신 것은 중국 판권 판매와 한국, 중국 내 조회수, 그리고 광고 및 기타 수익의 총합입니다.“

“뭐. 예상보다는 괜찮게 나왔네요.”

나는 나이스와 계약을 할 때 2차 저작권에 대해서도 특별히 신경 써서 계약했다. 아무래도 내가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대표다 보니 유리하게 협상하는 게 가능했고, 이런 계약으로도 돈이 된다 싶으니 플랫폼과 직계약이 성사된 것이다.

[호호···. 어쨌거나 축하드려요. 최근에 정산받으신 분 중에 최고로 많이 나온 것 같아요.]

“나이스에서 열심히 도와주셔서 감사하죠.”

[다음 달도 기대하세요. 일본과 영어권 국가도 번역을 마치고 서비스를 시작했거든요.]

“글로벌 서비스라 확실히 다르네요.”

[저희가 중국 빼면 다른 나라는 거의 독점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렇다고 하더군요. 카오스의 추격만 빼면 말이죠.”

[···뭐 어쨌거나 최영규 그림 작가님 작업 속도가 상당히 빠르신 거 같아요. 아무리 보조 작가들이 있다고 해도 일주일에 2편을 연재하기 쉽지가 않은데요.]

“아···. 저희 회사에서 실력 있는 보조 작가들을 많이 뽑았습니다. 국내 첫 달 수익을 보고 바로 채용한 작가들이거든요. 저도 콘티 짜면서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으니 자연적으로 빨라질 수밖에 없는 거죠.”

[하긴 그렇겠네요. 어쨌거나 다음 달도 기대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나이스 웹툰 담당자와 통화를 종료했다.

최근 최영규 작가와 같이 작업하면서 아주 친해졌다. 초반에는 별 관여를 안 하면서 2할만 받으려고 했는데, 웹툰을 그리는 방법이 잘못돼 있어서 내가 많이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림 실력은 뛰어났지만, 전문적으로 웹툰을 그려 오던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랫폼 수수료를 제외한 정산 계약을 6:4로 변경했다. 내가 4할이고 일주일 내내 그림을 그리는 영규가 6할을 가져가는 배분이었다. 물론 2차 저작권은 온전히 내 쪽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에 가져가는 돈은 내가 더 많았다.

영규는 이 큰돈을 받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 문득 영규가 뭐 하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작가 사무실로 들어갔다. 몇몇 작가가 나를 보며 아는 체를 했다. 그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며 영규의 책상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는 완벽히 집중하면서 그림을 열심히 그리고 있었다.

“영규야!”

“흐악···. 대, 대표님···.”

내 목소리를 들은 최영규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자기 그림을 팔로 가리는 게 아닌가?

“뭐야 인마? 뭘 그리 놀라? 어? 잠깐만, 너 뭐 하는 거야?”

나는 그림을 가리고 있는 영규의 팔뚝을 강제로 잡아챘다.

“허···.”

최영규는 웹툰을 그리고 있던 게 아니라 아우라의 김담희를 그리고 있었다.

“너 인마! 이번 주 웹툰 연재는 다 끝낸 거야? 혹시 다 하지도 않고 이런 거 그리는 건 아니겠지?”

“이번 주 연재분은 다 그려서 어시분들에게 넘겼어요! 이, 이건 순전히 제 취미로···.”

“됐어. 듣기 싫다. 팬클럽 회원으로 담희를 그리는 건 이해해도 이상한 망상을 하면서 그리는 건 절대 용납 못 한다. 알겠냐?”

최영규가 내 험악한 표정에 살짝 주눅이 든 것 같았다.

“담희 짱···.”

“으···. 소름···. 영규야 너 도대체 왜 그러니?”

“왜, 왜요?”

“담희를 왜 그렇게 부르는 거야? 오타쿠 티 내냐? 그리고 컴퓨터 주변에 세워 놓은 피규어 뭐야? 죄다 여캐네?”

“대,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아 그러셔? 이런 거 보면 담희가 참 좋아하겠다. 그치?”

“······.”

내 말을 들은 최영규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왜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냐? 그것도 여자들이 싫어하는 것만 골라서 해요. 말해 봐, 이거 비싼 거지?”

“···어, 어차피 나에게 연애는 사치라는···.”

“응?”

“훌쩍···. 이번 생에는 포기했어요.”

‘아니 울 것까지야. 이 녀석 정말 천연기념물인가 보네?’

최영규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고 있으니 코가 찡했다. 가질 수 없는 것을 바라만 봐야 하는 아픔!

생각해 보니 이율배반적으로 열받는다. 감히! 불온하게! 주제 넘게! 우리 담희를 좋아하는 녀석이지만 한편으로는 불쌍한 모태 솔로였다.

‘하···. 이 녀석을 어떻게 하지?’

씁쓸하게 녀석의 통통한 볼을 보고 있으니 예리해진 심미안이 순간적으로 발동했다. 잊고 있던 이 감각···.

‘원판은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나는 일단 정산받은 돈을 나누기로 했다. 계좌에서 우선 1억 원의 돈을 영규에게 입금해 줬다. 지난달 2천만 원 정도를 줬던 것 같은데 벌써 1억이라니···. 쩝···. 그래도 영규의 작화가 끝내주지 않았더라면 이런 좋은 성적은 올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영규야. 내가 정산금을 미리 보냈으니 옷도 좀 좋은 걸로 사 입고 인마! 살도 좀 빼고, 피부 관리도 좀 받고 그래! 피규어 같은 거 좀 그만 사고!”

“에에? 대표님. 갑자기 왜 이렇게 큰돈을?”

영규는 스마트폰으로 온 인터넷 뱅킹 입금 메시지를 보며 경악하고 있었다.

“네가 번 거야, 인마. 걱정하지 말고 써. 이럴 게 아니라 나랑 어디 좀 가자. 잠깐, 너 운전면허는 있니?”

“이, 있습니다. 이래 봬도 제가 차에 관심이 좀 많아서···.”

“오케이!”

일단 나는 유정 씨의 단골 숍으로 영규를 데려갔다. 영규는 연예인들이나 다니는 숍에 가서 살짝 주눅이 들었지만, 성공적으로 헤어 스타일을 바꾸고 근처 옷가게에 들러 깔끔하고 댄디한 옷들로 갈아입었다.

외모는 살이 좀 찐 것 빼고는 이제 그럭저럭(?) 봐 줄 만한 수준이었다.

그다음으로 점심을 먹고 인증 중고차 매장으로 가서 B사의 3시리즈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다. 가격은 쌌지만, 겉으로 보기엔 새 차나 다름없어 보였다. 왁싱 작업을 했는지 외장에서 번쩍번쩍 광이 났다. 아름답게 빛나는 차를 보고 최영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거 정말 제가 몰아도 되는 건가요?”

“당연하지. 네가 번 돈으로 산 건데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넌 계속 돈을 아주 잘 벌 거고···.”

“크···. 다 대표님 덕분이죠.”

“알면 됐어 인마.”

“대표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써도 되는 건지···. 좀 무서운데요?”

“됐고, 어차피 이번 달 번 돈 반도 안 썼다.”

“그, 그렇긴 한데···.”

“넌 제일 시급한 게 덕후 기질을 빨리 없애야 해. 그래야 모쏠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윽···. 대표님도 모쏠 아니세요? 나 이사님과 아무 사이도 아니라면서요?”

“야! 무슨 소리야! 이 인간이 생사람 잡네? 누가 모쏠이래? 그런 거짓 정보에 휘둘리지 마라.”

“······.”

“너 운전 잘하냐?”

“그냥 초보 수준입니다.”

“그래. 다행이네. 너 같은 운전 실력이면 이리저리 긁고 다녀야 하니 중고차가 무조건 좋아. 어차피 국산 차 옵션 많이 넣은 중형차 가격 정도니까 부담 갖지 말고···.”

“저···. 떨립니다. 제가 3시리즈를 몰다니···.”

마지막으로 우리는 가까운 헬스 클럽에 들러 PT를 등록했다. 적정 체중까지 감량하는 게 1차 목표였다. 간 김에 나도 등록을 했다.

“넌 살 좀 빼면 괜찮아질 외모야. 나만 믿어라.”

“어렸을 때부터 비만이라 힘들 건데요?”

“모태 비만이냐? 그래도 죽을 각오로 빼면 돼! 안 죽어! 이제 어시스트분들이 많아서 일주일에 2화씩 만들어도 시간이 남잖아?”

“아, 알겠습니다.”

“넌 내가 책임지고 환골탈태 시켜 준다. 주인공급은 무리겠지만 대형 객잔 점소이 정도는 될지도···.”

“저, 점소이···.”

“점소이도 용모 단정한 사람을 뽑아 인마!”

“······.”

헬스장에서 다시 회사로 들어오자 작가들이 영규의 바뀐 스타일을 하나둘씩 눈치챘다.

“어? 최 작가? 갑자기 왜 이렇게 멋지게 변했어?”

“오! 최 작가! 요즘 돈 좀 벌었나 봐? 아주 멋지네.”

하지만 최영규의 어시스트들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손가락질을 했다.

“영규 쿤! 지금 그 해괴한 몰골은 뭐다능!”

“야레야레···. 우리 종족에게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야!”

4명의 어시스트 중 2명은 딱 최영규 같은 오덕후였다.

“자자! 조용히 하세요. 앞으로 최 작가는 새롭게 바뀔 겁니다. 살 뺄 거니까 옆에서 방해하지 마세요.”

“그런데 이러면 정말 뭐가 바뀔까요?”

최영규는 내 눈치를 보며 아직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었다.

“나만 믿어. 평생 나같이 감각 있는 사람 못 만난다.”

“···별 차이도 없을 것 같은데요.”

“패배주의에 절어 있지 마! 남자는 자고로 헤어 스타일과 좋은 차라는 이야기 못 들어봤어?”

“그, 그건 그냥 지극히 무책임한 마초들이나 하는 소리 아닌가요?”

이 정도면 중증이다. 최영규는 어렸을 때부터 자존감 형성이 덜 된 것 같았다.

“내가 무책임한 마초라고? 이 녀석이 정말···. 누구 말이 맞는지 한번 보자고!”

“네···.”

최영규가 자신감 없는 말투로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고 감히 우리 담희를 넘보거나 하면 안 돼! 알겠냐?”

“제가 그럴 리가···. 언감생심입니다. 그냥 바라만 봐도 행복합니다.”

“어휴. 지극히 맞는 말이지만 속 터지네.”

* * *

며칠 후 촬영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드라마는 마지막에 화이트 하우스가 붕괴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지하에 숨겨져 있는 무기고를 개방하고 비밀리에 보관 중이던 중화기를 꺼내 든다. 대규모 총격전이 벌어지고···.

‘주인공 정중대가 바깥으로 좀비를 유인하는 것에 성공하지. 물론 다시 돌아왔을 때는 어떤 가공할 힘에 벙커가 쑥대밭이 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3부로 연결이 된다. 3부는 사라진 생존자들을 추적하는 스토리가 펼쳐지며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인 코퍼레이션의 존재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렇게 끝을 궁금하게 만들어야 사람들이 다음 시즌을 기다리니까···.’

웹툰에 많이 사용되는 방식이었다. 시즌제 드라마는 촬영이 길다 보니 마무리를 임팩트 있게 하지 못하면 잊혀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했다.

촬영이 끝나고 슬슬 홍보 기사를 돌리기 시작했다. 나는 사무실에서 언론에 배포한 기사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다 우리가 배포하지 않은 기사가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언더커버 좀비? ‘나만 아는 세계멸망’ 2시즌에 엑스트라로 등장했다는 이준형 대표의 소식이 들려왔다.]

그냥 SNS에 언급된 글을 무단으로 도용해서 기사를 내는 찌라시 언론이었다.

“응? 뭔데?”

[넷플릭 오리지널 시리즈인 ‘나세멸’에 출연 중인 한 보조 출연자가 SNS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드라마에 좀비 역으로 출연 중이라고 밝혔는데, 2시즌을 촬영할 때 드라마의 작가인 이준형 대표가 일일 좀비 체험을 하고 돌아간 후 금일봉이 전해졌다는 소식을 담고 있었다.

해당 SNS를 올린 당사자는 촬영장 분위기도 좋고, 이렇게 보조 출연을 하고 보너스를 받기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 SNS로 인해 네티즌들은 이준형 대표를 언더커버 좀비라고 부르고 있으며, 드라마가 나오면 좀비 중 누가 작가인지 찾아보겠다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나세멸’ 2시즌은 촬영을 마치고 현재 편집 작업 중이며 내년 봄 공개가 될 예정이다. <중략>]

나는 그 기사를 보고 헛웃음이 나와서 해당 게시물을 찾아봤다. 올린 사진을 보니 좀비 분장을 하고 밥을 먹는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다행히 내 사진은 아니구나.’

게시물에 달린 댓글들도 읽어보았다.

-뭐냐? 진짜 언더커버 좀비 아님? ㅋㅋ

-어이! 좀비들아! 똑바로 안 하냐? 대표님 출동하셨다.

-암행어사 출두요! 헉헉···. 해 보니 너무 힘드네. 옛다 보너스!

-의외로 작가 찾는 재미도 쏠쏠할 듯.

-내가 아는 형이 여기서 일하는데 분위기도 좋고 복지도 진짜 좋다고 하더라.

-이준형 작가 착하네. 해 보고 힘드니까 보너스 주는 거 봐.

-돈 많아서 상관없음. 최근 웹소설, 웹툰까지 대박 나서 거의 갑부라고···.

-위에 급식이냐? 왜 이준형 작가가 개인 돈으로 보너스를 주냐? 다 회삿돈이지.

-천외딸이라고 이준형 원작 웹툰이 있는데 일본에서도 대박 났다. 테리우스 얼굴마담이 SNS로 오지게 홍보 중임.

“응? 이게 무슨 소리야? 테리우스라면 연준이를 말하는 건가?”

나는 급히 한연준 SNS로 들어가 봤다.

[팬 여러분, 아주 재미있는 웹툰을 소개합니다. 우리의 정신적 지주 이준형 작가의 신작 웹툰 ‘천마의 외동딸이 되었습니다’입니다.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니 많이 봐 주세요.]

그 게시물에는 특히 일본어 댓글들이 상당히 많았다. 아무래도 일본 팬들이 적극적으로 댓글을 다는 모양이었다.

‘한연준 이 귀여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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