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207화 (207/263)

뜬금없는 취업 설명회 (2)

“아아···. 재학생 여러분. 강의가 끝났지만 잠시만 기다리세요. 이준형 작가님의 취업 설명회가 있다고 합니다.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남아서 좀 더 듣고 가시기 바랍니다.”

“오오!”

학생들은 예정에 없던 취업 설명회가 있다는 소리에 놀라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제발···. 능력 있는 사람들은 남아 주길···.’

나는 시야에 들어온 능력자들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강의가 끝나고 반수 이상 학생들이 강당에 남아 있었다.

‘휴···. 다행이다. 강렬한 아우라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거의 다 남았어.’

“저기, 조교님? 죄송합니다만 제가 메일로 양식을 보내 드릴 테니 백 장 정도 출력해서 가져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양식요?”

“네···. 바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나는 조아린 팀장에게 연락해서 바로 작가와 제작 스태프 지원서 양식을 보내라고 했다. 메일을 받은 조교가 지원서를 출력해서 가져왔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고 다시 단상에 올랐다.

“아아···. 갑작스럽게 죄송합니다. 제가 여러분들 얼굴을 보니 그냥 돌아갈 수가 없네요. 딱 봐도 미래의 스타 작가, 명배우, 천만 감독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없던 계획이지만 저희 회사의 취업 설명회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짝짝짝···.

남아 있는 약 백여 명 이상의 학생들이 내 말에 반응하며 박수를 쳤다.

“조교님. 아까 보여 드렸던 제 소개를 띄워 주실래요?”

조교는 내 강의 파일에서 작품 목록 페이지를 화면에 다시 출력했다.

‘크흐···. 짧은 시간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구나.’

다시 봐도 감탄만 나오는 포트폴리오였다.

“자···. 여기 보이시죠?”

나는 레이저 포인터로 ‘나만 아는 세계멸망’과 ‘귀환소녀’를 가리켰다.

“저 두 작품이 현재 만들고 있는 작품과 앞으로 만들어야 할 작품입니다. 하지만 J&J 스튜디오는 인력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고로 제작 파트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 귀 기울여 주시면 좋겠는데요. 지금까지 배우신 것을 바로 써먹을 수 있을 겁니다.”

우리 학교의 연극영화과는 3개의 과로 나누어져 있었다. 영화학과, 연극학과, 공간연출학과였고 영화학과는 대부분의 연출 지망생들이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내가 제작 파트를 언급하자 영화학과 학생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내가 듣기론 연극영화과 졸업생 취업률이 30%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굴러들어온 기회에 흥분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회사는 사람은 없는데 만들어야 할 작품들이 많았다. J&J 스튜디오는 현재 넷플릭 오리지널 시리즈에 다 매달려 있었고, 인원 충원을 해서 기존 스튜디오 인원 일부를 귀환소녀로 돌려서 제작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러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실 게 아마 임금 수준과 복지일 겁니다. 저희는 D-Studio와 동일한 임금 체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오···.”

업계 톱인 D-Studio와 동일하다고 하니 학생들의 눈동자가 커지기 시작했다.

“물론 6개월은 인턴 기간이기 때문에 연봉을 다 받진 못할 겁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저희는 D-Studio와 다르게 기회가 아주 많다는 겁니다.”

나는 잠시 뜸을 들이며 학생들을 바라봤다.

“제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 보세요. D-Studio에 작가와 연출이 몇 명인지 아십니까? 아시는 분?”

아무도 모르는지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모르시면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D-Studio에 작가는 70명, 연출은 40명 정도 있다고 합니다. 기획자도 연출하고 비슷하게 일하고 있고요.”

“와···.”

학생들이 엄청난 수의 인적 구성을 듣고 깜짝 놀라고 있었다. 연간 30편의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인원 구성이었으니 놀라울 수밖에···.

“대단하죠? 저희는 정식작가 3명(나, 김시후, 최하나), 연출 2명입니다. 물론 작가 중에 웹소설 작가는 제외했습니다.”

“······.”

“얼마나 기회가 많을지 상상이 가시죠?”

갑자기 똘똘하게 보이는 남학생 한 명이 손을 번쩍 들었다.

“아···. 질문 있으시면 자유롭게 하셔도 됩니다. 저희 회사가 창작을 중시하는 자유로운 집단이거든요. 하하하···.”

“선배님! 능력만 증명하면 바로 제작도 가능한가요?”

“당연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아직 부족하다 싶으면 우리 천만 감독 김호진 대표와 상의해서 제작 경험을 쌓게 할 생각입니다. 무슨 말씀인지 아시겠죠?”

“네. 알겠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처음부터 잘하면 그건 하늘이 내린 천재다. 대부분 필드 경험을 쌓아야 할 것 같았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아우라 참 대박이네. 역시 자신감이 있으니 질문도 팍팍 거침없이 하는구나. 넌 무조건 합격이다. 흐흐···.’

“아무튼, 제작 파트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J&J 스튜디오에 지원을 해 주시고요. 다음은 작가입니다.”

“타 회사는 70명의 작가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달랑 3명이죠? 자유롭게 지원을 해 주세요. 최하나 작가님과 저, 그리고 신춘문예 출신 작가님이 여러분과 함께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물론 웹소설 작가님들도 환영입니다. 제가 앞서 설명했다시피 요즘은 웹소설이 더 수익이 높습니다.”

“작가 지망생들은 어디로 지원을 해야 하나요?”

“아···. 작가 지망생분들은 J&J 스토리로 지원하시면 됩니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회사가 아니라 창작을 위한 작가 집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서로 배울 수도 있고 기성 작가에게 코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글은 혼자 쓰는 거지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기를 하시는 분 계신가요? 오디션에 통과되면 저희 J&J 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맺을 수 있습니다. 대표 배우로는 나유정, 정혜성, 윤하영, 다솜, 이건호, 그리고 걸그룹 아우라가 있습니다.”

“와···. 대박···.”

일단 나유정이라는 이름이 묵직했다. 거기에 떠오르는 신예 정혜성, 윤하영, 다솜, 이건호···. 최근에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들이었다.

“잘 생각해 보세요. 드라마가 늘어나면 뭐다? 캐스팅 확률도 높아진다.”

“앗!”

한 학생이 허를 찌르는 내 말에 뭔가를 깨닫기라도 한 듯 소리를 지르며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후후후···. 놀라긴? 당연히 웬만하면 배우들도 자체 수급을 해야지. 내가 왜 이렇게 사업을 하겠어?’

“갑자기 눈이 커지는 분들이 많군요. 뭐 사실입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소속 배우들에게 연기 교습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건 비밀인데 유정 씨가 가르치는 걸 엄청 좋아하거든요. 아우라 멤버들도 다들 나유정 씨의 제자들입니다.”

“오오!”

연기 전공하는 학생들에게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흐음···. 이 정도면 되려나?’

나는 이 정도로 설명을 마치고 빠르게 지원서를 배포했다. 원래 정신없이 몰아치는 게 중요했다. 지원서에는 간단한 개인 정보와 자기소개, 포트폴리오를 적는 칸이 있었다.

“선배님. 죄송합니다만 제 포트폴리오는 집에 있는데요?”

“아···. 괜찮습니다. 일단 적을 수 있는 것만 적어 내시면 됩니다. 제작 파트는 제가 따로 면접을 볼 거고, 작가를 지망하시는 분은 지원서를 내시고 제 메일로 작품을 보내 주시면 됩니다. 제가 읽어 보고 합격, 불합격을 통보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연기 쪽에 지원하시는 분들은 오디션 일정을 문자로 알려 드릴 테니 전화번호를 틀리지 않게 적어 주세요.”

학생들은 약 20분간 지원서에 내용을 적고 하나둘씩 빠져나가며 나에게 지원서를 제출했다. 나는 작가 지망인 경우 아우라를 체크하면서 제출한 지원서에 펜으로 표시를 하고 있었다.

‘면접이나 오디션을 볼 수 없는 작가들은 어쩔 수 없이 이런 체크가 필요하지.’

참으로 꼼꼼한 행동이었다. 취업 설명회가 끝나자 나는 묵직한 지원서를 모아 책상에 탁탁 내리쳐 각을 잡았다.

‘야···. 많이도 지원했네. 역시 리더는 비전을 보여 줘야 한다니까?’

말 그대로 먹지 않아도 배부른 상황이었다. 아직은 확실치 않았지만, 많은 인재 확보가 가능할 것 같았다. 어림잡아도 괜찮은 아우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열 명 이상이었다.

‘당장은 즉시 전력감이 아니겠지만 몇 년만 지나면 능력을 보여 주겠지. 아차···. 조아린 팀장에게 이런 취업 설명회를 더 하자고 할까? 좀 알아봐야겠군.’

나는 서류를 챙기며 콧노래를 불렀다.

“이 작가.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하하···. 능력 있는 후배들과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왠지 두근거리는데요?”

“얼마나 뽑을지 모르겠지만 강의를 하러 와서 채용까지 하다니···. 가만 보면 정말 이상적인 선배잖아. 좋은 경험도 들려 주고 나중에는 직장까지 주네?”

“에이···. 윈윈이죠. 능력 있는 후배들이 들어오면 좋은 것 아닙니까?”

“능력이 있을지 없을지 어떻게 알아? 그런 거 보면 이 작가는 무대포 같아. 그런데 하는 일마다 다 성공시키니 뭐 할 말이 없네.”

“성공이 언제까지 가는지 모르겠지만···. 다 같이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요?”

그녀가 나의 뜬구름 잡기식 말에 미간을 좁히며 얼굴을 찡그렸다.

‘최 작가님. 이건 사업 밑천이라 사실대로 말씀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저는 오늘 작가님을 따라와서 보물섬을 발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얼굴을 찡그리는 그녀를 향해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 *

최하나 작가와 헤어지고 오후 늦게 사무실로 복귀했다. 먼저 조아린 팀장에게 대학교에서 강의 제의가 오면 거절하지 말고 일단 나에게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취업 설명회에서 많은 수의 학생이 지원을 했고 나는 내가 아우라를 눈여겨봤던 인재들을 다 뽑기로 했다.

‘사람이 미래입니다.’

모 기업의 CF에 나오는 말이었다. 그 기업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만 나는 지킬 자신이 있었다.

‘콘텐츠 사업은 사람이 전부야.’

그렇게 굳은 믿음을 가지고 면접과 오디션 일정을 잡기로 했다. 지시를 받는 조 팀장은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거 같았다.

“일단 나중에 설명해 줄게요. 오늘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서 힘드네요.”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일정을 짜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수고하시고···.”

조 팀장이 나가고 오늘 있었던 일을 곰곰이 떠올려 보고 있었다. 사람 일이라는 게 이렇게도 풀리는구나 싶었다. 안 그래도 인재가 부족한 판국에···.

똑똑···.

누군가 내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형! 오늘 강의 잘 했어요?”

케이가 머리를 쭉 내밀며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 오늘 말을 많이 했더니 피곤하다.”

“뭘 그렇게 열심히 했어요.”

사실 열심히 한 게 아니라 아우라 스카우터를 너무 오래 켜서 힘든 거였지만···.

“그래. 무슨 볼일 있어?”

“아···. 있지. 저번에 형이 하영 씨하고 다솜 씨를 듀엣으로 데뷔시킨다고 했잖아. 그거 곡 다 만들었어.”

“그래? 그런 건 안 까먹고 꼬박꼬박한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실눈을 뜨고 케이 녀석을 바라봤다. 하영이를 좋아하는 네놈의 속마음을 모를 줄 알고?

“너 인마. 하영이는 안돼.”

“무, 무슨 소리야? 자꾸 생사람 잡을 거야? 그냥 두 사람의 자질이 아까워서 곡을 만들었다니까 그러네.”

“어···. 그러셔? 그럼 나중에라도 내가 우려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겠네?”

“······.”

케이는 내 말에 확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거 봐. 이거 봐. 이거 순 도둑놈이네. 이제 갓 데뷔한 신인이잖아! 어디서 배우 인생에 초를 치려고? 너 인마 그런 살인 백태클 그만둬.”

“아씨···. 초를 치긴 누가 쳐? 하영 씨는 나한테 관심도 없다고!”

“아···. 그래? 그건 다행이네.”

“이 씨···.”

“행여나 불온한 마음을 품는다면···. 알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케이의 목을 내 겨드랑이에 끼고 조르기를 시도했다.

“크윽···. 놔라 이 곰탱이야.”

그렇게 옥신각신한 후에 케이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변 사또님. 이제 곡을 들어 보시지 않으렵니까?”

“누가 변 사또야. 확 그냥 이게···. 아직 맛을 덜 봤구만?”

“일단 한번 들어 보기나 하셔요. 진짜 놀랄 만한 소식이 있습니다.”

나는 케이를 따라서 녹음실로 들어갔다. 그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미디 파일을 클릭했다. 녹음실의 스피커에서 고급스러운 퓨처 베이스를 시작으로 팝이나 혹은 트로피컬 하우스로 추정되는 곡이 흘러나왔다.

‘응? 리리가 가이드를 했네?’

곡 자체가 깔끔하고, 세련됐다. 과연 일류 프로듀서인 케이의 작품이랄까?

마지막 후렴구가 끝나고 녹음실에 정적이 찾아왔다.

“어때?”

“이야···. 좋은데? 되게 깔끔하고 중독적이야. 대박 나겠는데? 이걸 하영×다솜 듀오에게 준다고? 그런데 노래 자체는 아이돌 느낌이 나는데?”

“우와···. 역시 아이돌 매니저 출신 맞네.”

“뭐가? 이번 곡은 뭔가 네 스타일하고 좀 다르네. 맞지?”

“허허···. 이 양반 사람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네.”

“뭐야 인마. 자꾸 이상한 소리 할래?”

케이가 자꾸만 빙글빙글 웃으면서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형. 놀라지 마. 이거 내가 만든 곡이 아니라 지령이가 가져온 곡이야.”

“응? 뭐라고?”

“내 곡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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