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202화 (202/263)

드라마 공개 (1)

드디어 ‘나만 아는 세계멸망’ 1시즌이 넷플릭에 공개되었다. 평균 재생 시간이 55분인 총 6편의 에피소드였다. 사전 공개 전 넷플릭의 적극적인 마케팅 공세와 드라마와 출연 배우, 여러 가지 이슈들로 인해 대중의 주목도가 남달랐다.

‘나세멸’은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엄청난 재생 기록을 세우며 스트리밍 TOP 10에 등극했다. 이미 여러 가지 이슈로 빌드업이 완벽하게 된 상태라 그런지 한국에서는 로켓을 탄 것처럼 날아올랐다.

우리나라는 아시아권에서 문화 관련으로는 중심에 있기 때문에 한국 1위는 곧 아시아 1위로 가는 첫 관문이나 다름없었다.

한국 1위를 차지하더니 순식간에 일본, 대만,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와 동유럽, 북중미, 남미에서까지 삽시간에 높은 순위를 찍는 중이었다.

넷플릭은 한 번에 몰아보는 제공 방식(All At Once Model)을 선호한다고 밝혔는데 ‘나세멸’ 시리즈가 오리지널이기 때문에 이들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공개가 되었다.

사용자들은 ‘나세멸’의 숨 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빠른 전개와 매력 만점인 캐릭터, 그리고 흡입력 있는 스토리에 열광했다. 넷플릭 자체에서 얼마나 알고리즘으로 홍보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한국에서 1위를 한 작품이라는 프리미엄으로 많은 국가에서도 흥행에 성공하고 있었다.

또한, 좀비물 자체를 선호하는 시청자들이 전 세계에 널리 분포하고 있었기 때문에 선호하는 작품 알고리즘에 걸려든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전환율(시청 시작)과 완독률(시청 완료)이 비정상적으로 높아 ‘스노우 볼’ 효과가 제대로 일어났다.

물론 넷플릭에서 흥행한다고 해서 제작사인 J&J 스튜디오가 추가로 수익을 얻는 것은 아니었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비 전액을 넷플릭이 보존하고 1시즌은 제작비의 15%의 마진을, 2시즌부터는 20% 이상을 보증받기로 되어 있었다.

제작사의 경우 넷플릭과 계약하면 거의 비슷한 조건이었고, ‘나만 아는 세계멸망’은 내 콘텐츠에 대한 잠재력을 인정한 이민영 총괄 디렉터의 제안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였기에 이런 부분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다만, 테마파크에 대한 내용은 사전에 협의를 완료해서 J&J 스튜디오와 나의 단독 수익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만 본다면 시즌당 수익은 24~30억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얼핏 수익이 적은 것 같지만 제작비를 넷플릭이 100% 감당하기 때문에 사실상 리스크가 0에 수렴하는 사업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했다. 물론 추가 제작비 지원이 없으며 정해진 기간 안에 끝내야 하는 점은 주의해야 했다.

여기서 내가 노리는 건 드라마 제작 수익 같은 게 아니었다.

나는 당장 이 시리즈의 수익보다는 J&J 스튜디오의 제작 경험과 유가 증권 시장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원래 진정한 부자는 기업을 일궈서 성공하는 거라고 한다. 물론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지독한 고생을 하겠지만 말이다.

두근거리며 결과를 지켜보던 회사 직원들도 엄청난 흥행 소식에 난리가 났다.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스토리와 엔터테인먼트 쪽도 한껏 고무돼 있는 분위기였다.

“대표님. 축하드립니다.”

“그래요. 조 팀장님도 애썼어요.”

“어떠십니까? 리스크가 없는 프로젝트였긴 하지만 그래도 명성에는 상당히 부담이 크지 않으셨나요?”

“그거야 당연하죠. 저도 사람인데요.”

역시 조아린 팀장은 내 마음을 잘 헤아리고 있었다. 아무리 위험이 적다지만 작가로서 그리고 제작자로서 자존심까지 걸린 일이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촬영이 끝나고 김호진 감독이 편집본을 보여 주자 모든 걱정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 결과 1시즌의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도입부인 1시즌이 이 정도로 성공하면 2시즌부터는 정말 대박인데···.’

지금 촬영하고 있는 2시즌이야말로 시즌 전체를 아우르는 하이라이트가 되며, 나유정이 유전 공학의 생체 병기로 나오는 4시즌 또한 2시즌 못지않은 임팩트를 선사할 예정이었다.

나는 이 시리즈를 제작하며 J&J 스튜디오의 명성을 쌓고 제작 2팀도 계속해서 충원할 예정이었다. 아무래도 좋은 인재들이 들어와야 양질의 작품이 계속해서 만들어질 수 있을 테니까.

“대표님.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시청자들이 2시즌은 언제 공개하느냐고 아주 난리입니다.”

“하하···. 바로 촬영에 들어갔으니 계획보다 빠르게 공개할 수 있을 거예요. 시즌이 길다 보니 얼른 해치우고 다른 것도 해 봐야죠.”

“벌써 그런 걸 생각하십니까? 7시즌이면 까마득한 거 같은데요.”

“금방이에요. 그리고 귀환소녀도 제작해야 할 것 아닙니까? 귀환소녀는 수익성에 최대한 집중을 할 겁니다. 스핀오프나 사이드로 영화도 제작할 거고요. 해 보니 확실히 영화가 수익성이 가장 좋더군요.”

“하긴···. ‘프로듀서님 저 회귀했어요’가 정말 엄청났죠. 그거 한 방으로 회사가 안정됐으니까요.”

“그러니까 얼른 다른 프로젝트도 시작해야죠. 그러기 위해서는 스튜디오의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늘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네. 안 그래도 대표님 지시에 따라 충원 계획 및 공고를 준비 중입니다.”

“인재 확보가 쉽지 않겠지만 어쩔 수 있나요. 열심히 하는 수밖에···. 또 회사가 바빠지겠네요.”

“네. 대표님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뭘요. 다들 열심히 해 줘서 그렇죠.”

“에이···. 기뻐하셔도 됩니다. 메가 히트작의 대본도 쓰시고 제작까지 성공하셨으니 어디서든 자랑할 만하시죠.”

“고맙습니다.”

조아린 팀장은 연신 좋은 말을 해 주고 사무실을 나갔다. 나는 조 팀장이 나간 문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하···. 이제야 한시름 놓인다. 쩝···. 상장에 10% 정도 다가간 느낌이랄까? 상장이라고 하면 좀 없어 보이나? 목표라고 바꾸자.’

목표든 상장이든 어쨌거나 무탈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니 안심이 됐다.

한편, ‘나만 아는 세계멸망’에 대한 네티즌 반응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블로그 리뷰 글이나 미튜브 추천 영상이 속속 공개됐는데 대부분이 좋은 평가 일색이었다.

-한국형 좀비 아포칼립스의 끝판왕.

-미친 흥행 질주의 비밀은 무엇인가? 4연타석 홈런을 친 J&J의 대표 이준형 작가를 파헤쳐 본다. (feat. 슬기로운 덕질생활, 나만의 세계, 프로듀서님 저 회귀했어요. 나만 아는 세계멸망)

-최근 핫한 이준형 작가의 추정 수입을 계산해 봤습니다. 끄아아···.

-‘나세멸’ 본격 흥행 질주! 전 세계 190여 개국에 제공되는 넷플릭 서비스로 대박 행진!

-‘나세멸’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과 배역 싱크로율! 연기 보는 재미가 있다. 캐릭터가 하나하나 살아 있어···.

[넷플릭 측 ‘나만 아는 세계멸망’은 킬러 콘텐츠!]

넷플릭에 1시즌 전체가 공개된 ‘나만 아는 세계멸망’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글로벌 OTT 서비스를 선도하고 있는 넷플릭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대작이다.

넷플릭은 ‘나세멸’이 오리지널 시리즈 중에서도 킬러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마케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넷플릭 관계자에 따르면 미튜브에 공개된 예고편을 보고 새롭게 유입되는 시청자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넷플릭 CEO인 라드 헨드릭스는 ‘킬러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육성하여 후발 주자와 격차를 벌리겠다’라는 성명을 재차 발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넷플릭은 이미 한국의 제작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다른 업체와 비교해 상당한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강하게 자신감을 표출했다.

한편, 드라마 제작은 해당 대본을 집필한 이준형 작가의 J&J 스튜디오가 담당하고 있으며, 이 작품의 글로벌한 성공으로 한껏 고무된 상태라고 전해졌다. 이준형 작가 겸 대표는 7시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1시즌처럼 내용을 빠르게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J&J 스튜디오는 전작 영화의 대성공과 후속 넷플릭 오리지널 시리즈의 성공적인 론칭으로 호평을 받으며 제2의 D-Studio로 평가받고 있다. 향후 J&J는 인력을 확보하고 제작 파트의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중략>

[좀비물에 신선함을 더하다. ‘나세멸’은 무엇이 특별한가? 기존 좀비물과 다른 점은?]

현재 세계 각국 TOP 1위를 질주 중인 ‘나세멸’은 도대체 다른 좀비물과 어떻게 다른 걸까? 좀비물 마니아인 김진모 문화평론가는 특별한 차이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다른 좀비물이 어떤 사유로 인해 세상에 바이러스가 퍼지고 아포칼립스가 도래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나세멸’은 주인공이 세상이 멸망하는 것을 미리 알고 대비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시청자들은 좋아하는 좀비물을 보면서 암담하고 답답한 상황을 겪지 않아도 되니 더욱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캐릭터별로 개성이 뚜렷한 것도 장점으로 들 수 있으며···.” <중략>

모두 찬사 일색이었다. 나도 모르게 기사를 보면서 히죽히죽 웃음이 나왔다.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웹소설식 전개 아니던가? 고구마는 없고 사이다만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주인공이 세상의 멸망을 알기 때문에 시청하면서 자연스럽게 기대감이 생기는 법이다.

SNS에도 나와 친분이 있는 연예인들이 작품 추천 러시를 해 주고 있었고, 친분이 없더라도 재미있게 봤다며 언급을 해 주는 유명인들도 줄을 이었다. 특히 헬게이트의 리더 존 리가 드라마를 극찬하며 본인의 SNS에 나와 함께 찍은 사진을 포스팅했다.

[그는 내 정체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위험한 사람이자 아우라의 보스다.]

“존 리···. 이 양반···. 코멘트 웃기네.”

지이잉···. 지이잉···.

테이블 위에서 휴대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응? 웬일이지?’

“안녕하세요. 이 전무님.”

[대표님. 오랜만입니다.]

CA 미디어 이기훈 전무였다. 그는 이제 나를 작가라고 하지 않고 대표라고 부르고 있었다.

“···네. 오랜만입니다.”

[넷플릭 오리지널 시리즈···. 성공을 축하드립니다. 저도 봤는데 정말 흥미롭더군요.]

“감사합니다. 바쁘실 텐데 여러모로 부족한 제 작품까지 보셨군요.”

[하하···. 제가 명색이 미디어 그룹 대표가 될 사람인데 트렌드는 알고 있어야죠. 실제로 보다 보니 재미있더군요. 1편을 클릭했는데 순식간에 6편까지 다 보게 되었습니다. 캐릭터들이 정말 너무 멋졌습니다. 신선하기도 하고···. 그런데 2시즌은 언제 나옵니까?]

이제는 이기훈 전무까지 나를 닦달하는 중이었다.

“지금 촬영 중입니다. 안 그래도 최대한 앞당겨서 공개할 예정입니다.”

[그거 기대되는군요. 빨리 보고 싶습니다.]

“하하···. 전무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힘이 납니다. 그런데 어쩐 일이신지요?”

[아···. 저번에 이야기했던 차기작 때문에 전화드렸습니다. 이제 슬슬 진행하셔야죠?]

‘응? 이 양반이 집안에 무슨 일이 있냐? 왜 이렇게 서두르지?’

“그거야. 저번에 저희 아우라 리얼리티 쇼에 이어서 같이하기로 한 거 아닙니까?”

[벌써 몇 달이 흘렀는데 시작을 안 하니까 그러는 겁니다.]

“아직 아우라가 월드 투어 중이라···.”

[그거 끝나면 바로 들어가는 거로 하시죠? 그리고 계약도 하시고요.]

“아···. 생각해 보니 아직 구두로만 이야기한 거군요.”

[당장 내일이라도 일정 잡으시죠.]

“음···. 아직 시간이 좀 있는데요. 아직 제작팀이 현재 작품에 전부 달라붙어 있습니다. 경력직을 좀 충원해서···.”

[음···. 여력이 없으시면 이럴 게 아니라 저희 D-Studio에 맡기시죠?]

“하하···. 그건 곤란합니다. 귀환소녀는 무조건 J&J에서 합니다.”

[꼭 그럴 필요가 있어요? 그거 부서 늘리려면 다 고정비예요. 지금이야 잘나가니까 괜찮지. 작품 할 거 없고 하나둘씩 망하기 시작하면 돈 먹는 하마 됩니다.]

“걱정하는 바는 이해가 갑니다만···. 그건 제 사정입니다. 시간을 조금만 주시면 제작팀 문제는 바로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뭐. 그러시죠.]

이기훈 전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아쉬운 소리를 했다.

상장하려면 외형을 키워야 한다. 이 정도 제작 인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벌써부터 외주를 맡기면 노하우 축적도 늦고 외형도 키우지 못한다. 귀환소녀는 CG 작업과 특수 효과가 많이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조만간 만나서 계약하시죠.”

[그러시죠. 조만간 뵙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이기훈 전무와 통화를 마쳤다. 내가 이 작품을 CA 미디어와 하려는 이유는 넷플릭과 계약하면 IP(지식재산권)를 넘겨야 하니 J&J의 간판 콘텐츠, 즉 OSMU로 육성하려는 귀환소녀의 저작권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방송국에서 먼저 방영하고 넷플릭을 거쳐 IP로 추가 사업을 할 예정이니, CA 계열인 TVM과 계약하고 영화를 만들 경우 ‘프로듀서님 저 회귀했어요’처럼 CA의 국내, 해외 배급망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 인재가 문제네. 얼른 제작팀을 충원해야겠어.”

지이이잉···.

테이블 위의 휴대전화가 다시 울리고 있었다.

[발신자: 넷플릭 총괄 디렉터 이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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