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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195화 (195/263)

나만 아는 세계멸망 (1)

[웹소설 ‘천마의 외동딸이 되었습니다’ 웹툰 선풍적 인기]

드라마 ‘나만의 세계’의 이준형 작가의 장편 웹소설 ‘천마의 외동딸이 되었습니다’(이하 천외딸)가 웹툰으로 론칭한 지 3주 만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수요 웹툰 1위에 등극했다.

플랫폼 나이스의 관계자에 따르면 웹툰 천외딸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며 내부적으로 최단기간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인기 작가인 이준형과 배우 나유정이 함께 작업한 소설로 ‘쭌’과 ‘쩡’으로 역할 분담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웹소설의 흥행 성공으로 수십억의 수익을 얻은 ‘쭌쩡’은 이번 웹툰으로 글로벌한 흥행 돌풍을 이어갈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웹툰은 웹소설과 다르게 글로벌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어 전 세계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천외딸의 작화를 맡은 그림 작가 ‘영규’의 실력이 심상치 않다. 마치 대가의 그림을 보는 듯한 수준의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다. 검증된 재미있는 스토리에 끝판왕급 작화가 더해져 인기를 끌고 있는데, 해당 웹툰의 콘티를 이준형 작가가 직접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전드급 웹툰을 선보이겠다는 자세로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이준형 작가는 인터뷰 내내 아주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웹툰까지 성공해 돈방석에 앉은 그는 수십억 원의 추가 수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정작 공동 저자처럼 인식되고 있는 ‘쩡’, 그러니까 나유정에게는 수익이 전혀 돌아가지 않는다고 밝혀졌다.

그 이유는 애초에 공짜로 글을 감수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었는데 나유정의 SNS에 천외딸 웹툰을 보며 울고 있는 그녀의 사진이 공개됐다.

포스팅된 사진에는 ‘천외딸 = 수익 Zero ㅠㅠ’라는 코맨트가 첨부돼 있었다.

곧바로 오해하지 말라며 농담이라는 추가 게시물이 올라왔지만, 그녀의 팬들은 이준형 작가에게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 * *

“사례로 뭐 사 드려요?”

“됐어요. 저도 돈 많아요.”

“SNS로 나 저격했잖아요. 말만 해요.”

“저격은 무슨 저격이에요. 그냥 장난치다가 그런 건데···.”

“저는 그 장난으로 천하의 둘도 없는 쓰레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말겠죠.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아니에요. 합당한 보상은 해야 맞는 것 같아요. 유정 씨가 저보다 돈이 많지만, 작품이 이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으니 선물 하나는 사 드려야 제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정말요?”

“정말이죠. 그런데 선물을 받으시고 SNS에 업데이트 좀 해 주세요.”

“치···. 그러면 그렇지!”

“제 마음속으로 우러나온 행동이긴 하지만 해명도 필요한 사항이긴 하죠. 어쨌거나 뭐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

“히히···. 뭐 사 달라고 해야 잘 받았다고 소문이 날까나?”

나유정은 기분이 좋은지 살짝 미소를 지은 채 제자리에서 빙글 돌았다.

“돌았네요?”

“뭐예요?”

“아니···. 제자리에서 돌았잖아요. 필요한 거 생각 안 해 봤어요?”

“글쎄요. 막상 선택하려니 떠오르지 않네요.”

“돈이 너무 많아서 살 게 없어서 그런가 보다. 이런 빌딩까지 가지고 계신데 다 성에 안 차는 거죠. 저 같으면 그럴 거 같은데요?”

“그런 건 아니에요.”

분명히 내가 이렇게 말하면 ‘그걸 말해 줘야 아는 거예요?’ 하면서 면박을 줄 만도 한데···. 아주 조용히 고민에 빠진 유정 씨였다.

“흐음···. 이걸 사 드려도 될지···.”

나는 휴대전화로 검색한 한 장의 사진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그 사진은 뚜껑이 열리는 영국 감성의 소형 차! 여자들이 특히 좋아하는 귀여운 디자인에 아주 잘 달린다는 그 유명한 차였다.

“어? 이 외제 차···.”

“네. 젊은 여성들이 엄청 좋아하는 차예요. 유정 씨를 닮아서 한 대 사드리고 싶은데···.”

“뭐예요. 제가 이렇게 귀여워요?”

그녀는 쑥스러운 듯 내 팔을 툭 치면서 시선을 살짝 떨어뜨렸다.

“······.”

어? 그건 아닌데···. 차 별명이···.

남자들이 흔히 이 차를 이야기할 때 ‘예쁜 쓰레기’라고 자주 언급했다. 편의성을 줄이고 귀여움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내가 수익을 주지 않았다지만 이렇게 나를 골로 보내다니···. 사실은 홧김에 고른 선물이었던 것이다.

쇠뿔도 단숨에 빼랬다고 인근 매장으로 가서 최고 사양으로 차를 선물해 줬다.

“좀 싸긴 하네요. 한 대 더 사 드려요? 다른 색상으로···.”

옆에서 내 말을 듣고 있던 딜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장 비싸고 수익성이 좋은 컨버터블 모델을 두 대 팔게 생겼으니 웬 떡인가 싶을 것이다.

“그럴까요? 블랙하고 레드로 해서 두 대?”

“콜!”

“앗싸! 득템! 한 대는 주리 줘야지. 히히···. 줘도 되죠?”

“뭐···. 마음대로 하세요. 어차피 유정 씨 건데요.”

사실 왠지 그럴 거 같아서 한 대 더 사 준 거였다. 최근 거의 매일 주리하고 붙어 다니면서 놀러 다니고 있었으니까···. 이런 게 플렉스지 뭐···.

나유정은 곧바로 사진을 찍어 자랑삼아 SNS에 포스팅했다.

[저를 닮은 차 득템! 드디어 쭌에게 받아내다!]

-우와아! 언니 차 엄청 귀여워요.

-오···. 쭌 씨가 선물로 줬나 보네요. 알콩달콩!

-그래도 이렇게 해야 사 주는 거 보면 이준형 작가도 너무 무심하네. 고향이 경상도인가?

-경상도라니요! 그건 편견입니다.

-어? 이거 예쁜 쓰레기인데···.

“에? 준형 씨 누가 댓글로 이 차를 예쁜 쓰레기라고···.”

“네? 어떤 녀석이에요? 댓글 다는 쓰레기네요. 인성에 문제 있네. 그런 건 그냥 차단 박으세요.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벗어났다.

“새 차도 샀는데 어디 가고 싶지 않아요? 이거 되게 잘 나간대요.”

“예쁜 쓰레기라는데요?”

“노노···. 타 보면 진짜 잘 나간답니다. 뚜껑 열고 타면 개방감 장난 아닐 듯···.”

“이 추운 날씨에 뚜껑을 연다고요?”

“그,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죠. 어디 갈까요? 드라이브 어디 가지?”

나는 머쓱한 나머지 머리를 긁적였다.

“글쎄요.”

“오늘 계룡시에서 드라마 촬영한다고 하던데 거기나 놀러 갈까요? 주빈 씨가 김호진 PD와 촬영 중일 텐데···.”

“아! 그게 있었네요. 그럼, 거기 가요. 세트장 되게 잘 만들어 놨다면서요? 그렇게 침 튀어 가면서 자랑하던데 직접 한번 가서 볼까요?”

“그러시죠. 제가 운전하겠습니다.”

“아니에요. 제가 처음으로 운전해 보고 싶어요. 준형 씨는 옆에 타세요.”

“괘, 괜찮은데···.”

그렇게 나는 유정 씨와 함께 계룡시로 출발했다. 소형 차의 좁은 실내 공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운전하는 그녀의 모습이 더 친밀하게 느껴졌다.

* * *

“와! 멋지다. 이거 세트장 뭐예요?”

“저기 보이는 장벽 안쪽이 슈퍼 셸터인데 돈 좀 들였어요. 셸터 건너편에 보이는 곳이 세트장이고요. 저건 계룡시랑 합작해서 만든 거예요.”

“아하···. 지금 안쪽에서 촬영하는 거 같은데요? 어라? 그런데 무슨 중세 시대 성벽 같아요.”

“성벽 정도는 안 되고 담을 좀 높게 만들었어요. 좀비를 막아야 하잖아요.”

“그냥 세트가 아닌 거 같아서 하는 소리예요. 완전 실제 건물인데요?”

“나중에 여기서 살려고요. 벙커처럼···.”

“으이구···. 한가하니 좋겠네요. 어라? 저건 뭐예요? 무슨 거대한 톱니바퀴 같은 걸 설치하는데요?”

“아! 흐흐흐···. 저거 자동차 대형 분쇄기예요. 저기에 차를 던져 놓으면 2분 안에 갈려 버리거든요. 새것은 비싸서 중고로 샀습니다. 그냥 돌아가기만 하면 되거든요.”

“네? 대형 분쇄기요? 저걸 왜 담벼락 밑에 설치해요?”

“뭐긴 뭐겠어요. 좀비들을 그냥 갈아 버리려고 하는 거죠.”

“엑!”

나유정이 내 말을 듣고 얼굴을 찌푸렸다. 고기가 갈리는 초대형 믹서기로 생각하는 듯했다.

“저기 위를 잘 보세요. 좀비가 이 아래로 모일 수 있도록 저기 담벼락 위에 시끄럽게 할 수 있는 구역을 만들어 놨어요. 만약 좀비가 꾸역꾸역 몰려들잖아요? 그럼 스위치를 딱! 분쇄기가 드드드득!”

“와···. 끔찍하네요.”

“사람이 아니라 좀비가 갈리니까 괜찮아요. 차도 2분이면 다 금속 조각이 돼 버리는데 사람 몸이면 그냥 두부처럼 빨려 들어갈 겁니다. 한 열 명쯤은 한꺼번에 딸려 들어가 육편이 돼 버릴걸요?”

“굳이 그런 것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전작에서 핏빛 액션을 보여 주셨던 분이 왜 그러세요?”

“그래도 몸이 두부처럼 갈리는 건 좀···. 별로 듣고 싶지 않아요. 무슨 좀비들 무덤도 아니고···.”

“하하···. 무덤 맞아요. 죽음의 성이자 좀비들의 무덤이죠. 드라마에서 엄청난 수의 좀비들이 여기서 죽을 겁니다. 아···. 좀비들은 원래 죽었으니 파괴된다고 봐야겠죠. 아무튼, 저런 분쇄기가 성벽 밖 세 군데에 설치돼 있고 성벽이나 성벽 안쪽에 다른 비밀 무기들이 설치돼 있어요.”

“다른 비밀 무기요? 그런 게 곳곳에 숨겨져 있다고요?”

“흐흐···. 대박이죠? 넷플릭 시리즈 사상 최대로 죽을 겁니다. 그야말로 시산혈해(屍山血海.)죠.”

이렇게 실감 나게 건축했으니 드라마에서 엄청난 좀비가 학살된다면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소문이 나지 않겠는가? 좀비 테마파크는 그냥 재미로 하는 사업이 아니었다. 나름 치밀한 계획이 들어간 프로젝트였다.

“시산혈해? 그건 무협지 용어 아니에요? 이건 좀비 웨이브라고 하잖아요.”

“오! 우리 유정 씨도 이제 전문가네요. 맞아요. 좀비 웨이브를 여기서 필사적으로 막을 겁니다. 그게 2시즌이 될 거고···. 1시즌은 오프닝, 즉 준비 단계지요. 동료들이 이 셸터로 모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저번에 대본 봤을 때는 저런 믹서기 같은 건 없었던 거 같은데요?”

“믹서기가 뭡니까. 아무튼, 새로 추가했어요. 넷플릭에서 좀 더 자극적으로 가도 될 것 같다고 해서요.”

“아···. 그렇군요. 그럼 지금 저 안에서 1시즌 찍고 있는 거 아니에요?”

“그럴 겁니다. 한번 가 볼까요?”

유정 씨와 나는 거대한 성벽 같은 담벼락을 지나 안으로 들어섰다.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아직 마당의 창고와 각종 저장소, 작업실 등이 한창 건설 중이었다.

“아직 공사 중이네요?”

“네. 성벽 안쪽 주거 시설 먼저 완성해 놓고 거기서 촬영을 하고 있어요.”

우리가 촬영장으로 들어서니 스태프들이 우리의 존재를 알아챘다. 나는 그냥 하던 거 계속하라는 손짓을 하고 조용히 1층 건물 안을 지켜보았다.

현재 정주빈이 1층 운동 시설에서 신체 단련을 하는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는 원래 키가 크고 탄탄한 몸이었지만 드라마 촬영을 위해 벌크업을 한 상태였다.

‘오···. 섬세한 근육 보소. 주빈 씨 노력 많이 했네.’

‘잘생긴 얼굴에 저런 짐승 같은 몸이라니···.’

천장에 매립된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를 하는 장면을 찍고 있었는데, 누가 봐도 상당히 단련된 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컷! 자···. 다음은 일곱 번째 신입니다.”

역시나 김호진 PD의 촬영 속도는 놀라웠다. 괜찮은 장면은 한 번 쓱 보고 OK 사인을 내렸다.

“레디! 액션!”

남자 주인공인 ‘법의관 정중대’ 역을 하는 정주빈은 운동을 마치고 상체를 벗은 상태로 어깨에 수건을 걸치고 거실로 나오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뭔가를 느낀 듯 손바닥으로 허공을 내리쳤다.

탁···.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날벌레가 그의 곁을 지나가는데, 그것을 느끼고 손바닥으로 잡아 버린 것이다.

정주빈은 무심히 미간을 좁히며 테이블 위에 있는 휴지를 뽑아 벌레의 잔해를 처리했다. 그의 눈동자는 마치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텅 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주빈이 연기하는 이 정중대라는 인물은 제약 회사를 경영하는 작은아버지 정한겸의 음모에 희생된 캐릭터였다. 어린 시절 아무도 몰래 바이러스를 주입받은 후 이름 모를 괴질에 시달리면서 학교와 사회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해 성격이 괴팍하고 모가 나 있는 캐릭터였다.

성년이 되어 괴질이 사라진 지금도 좀비들이 생살을 씹고 뜯는 장면이 환영으로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었고, 편집증적으로 재앙을 대비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방금 촬영한 신들은 주인공의 가공할 신체 단련과 극도로 예민해진 감각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그의 연기를 보면서 미친 듯 몰입되는 느낌을 받았다.

‘확실히 주빈 씨가 주인공에 완벽히 동화됐어. 어쩜 이렇게 완벽할 수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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