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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194화 (194/263)

본격적인 시작 (3)

갑자기 회의실에 젊은 대세 배우가 등장하자 작가들이 모두 일어나 인사를 했다. 어색한 상황이었지만 다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쯧쯧···. 분위기가 그냥 바뀌네.’

옆을 보니 케이도 신나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에라이···.

퍽···.

나는 팔꿈치로 녀석의 옆구리를 힘차게 가격했다.

“커흐흑···.”

케이는 옆구리를 움켜쥐고 의자에 주저앉았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저 왔어요.”

“어, 그래. 하영이 왔니? 용케 시간이 났네?”

“네. 어제부터 날씨가 너무 추워져서 촬영이 연기됐어요.”

“그랬구나. 다행이네. 이리 와서 앉아.”

그녀는 마치 모델과 같은 걸음걸이로 다가와 내 옆자리에 착석했다. 하영이는 요즘 카메라 마사지를 받아서 그런지 확실한 연예인 포스를 뿜어내고 있었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운동, 식습관으로 다져진 무형의 기운이 웬만한 남자도 주눅 들게 할 정도였다.

작가들은 놀란 눈을 하고 나와 윤하영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윤하영의 실물을 보고 충격에 빠진 것 같았다. 나도 매니저 일을 했을 때 연예인 실물을 영접하고 깜짝 놀랐던 경우가 부지기수여서 이해가 가긴 했다.

물론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예쁘기로 소문난 유정 씨를 자주 봐서 그런지 이런 것에는 일단 면역이 된 상태였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왜 그렇게 다들 서 계셔요? 앉으세요.”

“아···. 네···.”

“어?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흠흠···. 커흠···.”

작가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추태를 깨닫고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죄송한데예. 그 짝도 작가 맞는교? 억수로 바쁘신 거 같은데···.”

“네···. 실력은 부족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쓰고 있어요.”

허귀랑 작가의 물음에 똑 부러지게 답을 하는 윤하영이었다.

그렇게 바쁜데도 시간을 쪼개서 틈틈이 글을 쓴다고 하길래 나조차 놀라고 말았으니까···. 아무래도 글을 쓰면서 재미를 느낀 모양이었다.

“작가님. 하영 씨는 제가 직접 뽑은 작가입니다. 원래 배우가 아니라 작가로 먼저 알게 된 사이입니다.”

“예? 저렇게 생기신 분이 뭐가 아쉽다고 웹소설 작가를···.”

“왜요. 연예인은 작가 하면 안 됩니까?”

“그, 그게 아이고···. 굳이···.”

계속 서투리를 시전하는 걸 보니 본인도 아직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는 거 같은데···.

“제가 전작을 끝내고 차기작을 조금씩 쓰고 있는데요. 작가님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윤하영이 다시 한번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무, 물론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저한테 글 좀 보내 주시면···.”

작가들이 서로 자기가 글을 봐주겠다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음···. 하영이를 괜히 오라고 했나?’

오랜만에 쉬는 날이라 동료들에게 작가로 소개도 하고 다솜이와 함께 가수 데뷔에 관한 이야기도 할 겸 불렀는데 아무래도 내가 실수를 한 것 같았다.

‘아냐···. 작가들 표정을 보니 왠지 충성도가 강해진 것 같기도 하고···. 좀 애매하네.’

그렇게 상념에 빠져 있던 중···.

벌컥···. 쾅···.

꺄하하하···.

갑자기 회의실로 김담희가 문을 열고 뛰어들어 오더니 문을 소리 나게 닫고 까르르 웃고 있었다.

“안 열어 주지롱!”

작가들은 이게 또 무슨 일인지 황당한 표정으로 문고리를 잡고 있는 담희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라?”

그제야 상황을 눈치챈 담희가 고개를 돌려 우리를 쳐다보았다.

“엄마야!”

“야! 김담희! 너 뭐 하는 거야, 인마! 여기 회의하는 거 안 보여? 또 누구랑 장난치는 거야?”

“죄, 죄송합니다. 대표님.”

담희가 잡고 있던 문고리를 놓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벌컥···.

“야! 너 죽는다. 왜 서랍에서 자꾸 내 옷을 꺼내 입고 그래. 어라?”

회의실로 들어온 예원이가 우리를 보고 깜짝 놀란 것 같았다.

“에에?”

“야! 너희들, 자꾸 시끄럽게 할 거야? 왜 자꾸 7층에서 뛰어다녀?”

작가들이 아우라의 두 멤버를 꾸짖는 나를 보며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애들이 아직 철이 없어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7층 회의실은 매일 비어 있길래···.”

담희와 예원이가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고개를 숙였다.

또 다른 연예인의 등장에 작가들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특히 젊은 축에 속했던 문 선생 작가와 이신 작가가 크게 놀란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두 분 왜 그러세요?”

“아, 아니···. 실물이 너무 예쁘셔서···.”

“하하···. 얘들아, 작가님들이 너희 예쁘단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예원이와 담희에게서 여느 때와 같은 형식적인 대답이 들려왔다.

“열심히는 무슨···. 됐고···. 할 일 없으면 숙소에 가서 잠이나 더 자라. 그래야 피부라도 좋아질 거 아냐. 아니면 운동이나 하든지! 얼른 들어가!”

“피···. 알았어요. 들어갑니다! 그런데 저번에 저한테 등산도 져 놓고···.”

“야 인마. 그때 야외 취침해서 상태가 안 좋았다니까!”

“네네···. 들어가 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당황하던 아우라 멤버들이 인사를 하고 연습실로 사라졌다.

“후···. 죄송합니다. 애들이 요즘 잠시 쉬는 시기라 회사에 있었네요.”

“뼈, 뼈를 묻겠습니다.”

“네?”

이미 인기 작가 반열에 들어선 환생검왕의 이신 작가가 상기된 얼굴로 말을 더듬거리고 있었다.

“저, 저도···.”

검은 후드티의 문 선생 작가도 수줍게 테이블을 쳐다보며 얼굴을 붉혔다.

‘뼈를 묻긴 뭘 묻어? 의도가 살짝 불순한 젊은 작가들인데? 응? 뭐야 누가 우나? 왜 훌쩍거리는 소리가···.’

구석에 찌그러져 있던 최영규 웹툰 작가가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훌쩍···. 담희짱···.”

‘팬클럽 1기···. 아뿔사···.’

아무리 생각해도 작가 사무실을 이곳 7층과 분리해야 할 듯싶었다. 이 덕후들을 우리 애들과 같은 공간에 있게 할 순 없었다.

‘4층에 있는 사무실 하나가 곧 임대 종료된다고 하니 작가들을 거기로 몰아넣어야 하나? 아무래도 보안 출입 카드도 만들어야 하겠는데?’

“어흠, 어흠···. 확실히 연예기획사답네요. 무슨 연예인들이 그냥 눈앞에서 왔다 갔다···.”

“이제 그만 하시고···. J&J 스토리가 어떻게 운영될 건지 설명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십니까? J&J의 케이입니다. 여기 오신 분들은 전부 자의로 J&J 스토리와 계약을 하셨거나 하실 예정이고, 집필하신 작품을 바탕으로 내부 평가를 통과하신 분들입니다.”

사실 내부 평가란, 글이 꽤 훌륭하고 계약할 가치가 있는 작가들로 케이의 기준이나 취향에 부합한 수준을 뜻했다.

“···기존 매니지먼트에서 제공하는 플랫폼 간 계약, 교정 작업은 기본이며 필요시 자유롭게 이준형 작가와 괴작판독기의 현미경 감평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정산 비율은 업계 최고로 전혀 걱정하실 필요가 없으며···.”

그렇게 기본적인 설명이 끝나고 이어서 내 말이 시작됐다.

“잘 들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은 웹툰화와 드라마화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물론 내부적인 심사를 통과한 후 제작되겠지만, 드라마 같은 경우 자체 제작팀이 있기 때문에 작품만 좋다면 언제든 계약이 가능합니다.”

“오오!!”

“하하···. 로맨스 쪽을 써야 하나?”

모두 잔뜩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자,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작가님들이 쓰실 공간을 볼까요?”

작가들은 나의 안내에 따라 작업실에 들러 집필 환경을 체크했다.

“우와! 이거 작가들이 많이 쓴다는 100만 원이 넘는 브랜드 의자야.”

“오! 시력 보호용 듀얼 모니터가 기본인데?”

“와! 인터리어 대박!”

세련된 인테리어에 모두들 만족하는 모양이었다.

‘흐흐흐···. 이런 게 진정한 플렉스지. 사무실만 따지면 웹소설계의 GOOGOL이다!’

나와 유정 씨는 작가들의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사무실을 꾸몄고 동료들이 만족해하는 것 같자 기분이 좋아졌다.

‘생각해 보니 아직 작가들의 아우라 체크를 안 했네.’

이왕 모였을 때 한꺼번에 해치우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아우라 스카우터를 켜니 작가들의 아우라가 보이기 시작했다.

‘음···. 개인차가 크긴 하지만 전원 보라색 아우라가 보이는군. 이 정도면 됐지 뭐···.’

이런 결과가 나온 건 1차로 까다로운 괴작판독기를 거쳤기 때문인 듯싶었다. 확실히 케이는 웹소계의 소믈리에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인재였다.

‘그런데 유일하게 하영이만 보라색 아우라가 없네. 뭐 어때? 웹소설은 재능이 다소 부족해도 쓸 수 있지. 하영이는 연예인이라는 엄청난 후광이 있잖아.’

냉정하게 말하면 그녀는 지금 여기 어느 작가들보다 더 잘나갈 확률이 높은 사람이었다.

“여기 사무실이 이렇게 좋은데 이준형 작가님 사무실은 얼마나 좋을까요?”

백정민 작가가 미소를 지으며 넌지시 물었다.

“하하···. 당연히 거긴 여기보다 좋습니다. 구경 한번 하실래요?”

“오! 이 작가님 사무실이라···. 다들 거기 구경하러 갑시다!”

“앗싸!!”

나도 흐뭇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테리어 하면 이준형! 이준형 하면 인테리어 아니겠는가? 굳이 자랑하지 않아도 되는데 왠지 작가들에게는 자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 자랑은 좀 그렇지만 이런 건 해도 되잖아? 원래 작가들은 다 유치하지. 흐흐···.’

내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작가들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 대박!”

“크···. 이게 바로 잘나가는 작가의 FLEX지.”

작가들은 최고급 의자와 책상, 그리고 컴퓨터를 살펴보고 벽에 장식된 고급형 책꽂이, 그리고 안마 의자, 각종 편의 시설과 게임기까지 즐비한 내 사무실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사무실을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책상 옆 불투명 유리문이 열리며 한 인영이 얼굴을 드러냈다.

“뭐 해요?”

“어우! 깜짝이야. 놀래라···.”

“어라? 다들 누구세요?”

문을 열고 나타난 사람은 바로 나유정이었다. 내 사무실이 소란스러워지자 무슨 일인지 들어와 본 모양이었다.

“유, 유정 씨. 인사하세요. 지금 J&J 스토리 식구들하고 모임을 하고 있었어요.”

“아! 안녕하세요. 배우 나유정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

유정 씨가 먼저 인사를 했지만, 작가들은 또다시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실물···. 미쳤···.”

“걸그룹도 배우한테는 안 된다더니···. 진짜네.”

“크···. J&J에 들어오길 잘한 것 같아요.”

잠시 멍했던 작가들이 정신을 차리고 저마다 한마디씩 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유정 씨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 한마디 했다.

“준형 씨! 작가님들 모인다고 말 안 했잖아요. 왜 저는 이런 거 안 알려줘요?”

“그냥 즉흥적으로 모이라고 한 거라···.”

“어? 하영이 왔니?”

“언니!”

윤하영은 유정 씨에게 손을 살짝 흔들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드라마 찍느라 바쁘다며?”

“오늘 날씨 때문에 촬영이 연기돼서 휴가를 얻었어요.”

둘은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발골전문가 백정민 작가가 내 옆으로 다가와 귓속말로 중얼거렸다.

“힘드시겠어요.”

“네?”

“저기 문이요. 완전 노 프라이버시네요. 유부남의 고충은 유부남이 알죠. 큭큭···.”

백정민 작가는 내 방과 이어져 있는 불투명 유리문을 가리켰다.

“죄송한데요. 저 유부남 아닌데요?”

“아···. 그랬나요? 제가 실수했네요. 두 분이 결혼하신 줄 알았어요.”

“뭐···. 많이들 오해합니다.”

“그래도 부럽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를 곁에 두고 계시잖아요.”

“크흠···.”

상당히 난처한 상황이었다. 나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

“혹시 차기작 아포칼립스(멸망)물 쓰시는 분? 제가 얼마 후에 촬영 현장을 견학시켜 드립니다. 이런 게 바로 아포칼립스라는 걸 보여 드릴게요.”

“윽···. 가고 싶지만, 마감을 쳐야 해서···.”

“저도요. 오늘도 겨우 시간 낸 거예요. 하으으···. 노예의 삶이란···.”

작가들은 보통 일과 휴식이 분리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도 항상 마감에 쫓겨 글을 써야 하는 입장이었다.

‘현장은 나 혼자 체크해 봐야겠군.’

현재 ‘나만 아는 세계멸망’은 겨울 배경이 필요한 신들을 몰아서 찍는 중이었다. 눈이 내려 아름답게 경관이 변했기 때문이었다.

‘우리 배우들은 잘하고 있으려나···.’

머릿속에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배우와 스태프들이 떠올랐다. 이제는 드라마 촬영도 시작하고 작가도 모이고 있으니 드디어 회사가 본격적인 궤도에 진입한 것 같았다.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다. 이 프로젝트는 무조건 성공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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