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192화 (192/263)

본격적인 시작 (1)

[리얼리티 쇼 ‘어색한 캠핑’ 3, 4부 연속 방영, 동 시간대 시청률 1위 기록!]

[노잼 방지용 캐릭터 이준형 작가의 캠핑 지옥!]

[나유정, 정주빈 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눈물이 주르륵···.]

[신인 걸그룹 아우라의 일일 매니저가 된 정주빈]

[세계적인 헤비메탈 밴드 헬게이트의 공개 구애를 받은 걸그룹은?]

[헬게이트의 극찬! 아우라는 천재적인 아티스트!]

[성공적인 콜라보의 현장을 가다! 헬게이트×아우라!]

빌보드 1위 앨범 차트에 빛나는 헤비메탈 밴드 헬게이트(Hellgate)가 1월 20일(토)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내한 공연을 펼쳤다.

5천여 명의 관객들이 약 20년간 헤비메탈 음악계에서 군림하고 있는 헬게이트를 직접 보기 위해 송파구로 집결했다. 헤비메탈의 불모지라는 대한민국에 이렇게 열광적인 팬들도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헬게이트라는 밴드가 국내에서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북미와 유럽, 그리고 일본에서 열성적인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아주 독특한 그룹이다.

그들은 얼굴에 분장을 한 후 마스크를 쓰고 지옥의 정령이라는 특이한 컨셉으로 활동하고 있다. 심지어 멤버들의 정체가 20년간 밝혀진 적이 없는 미스터리한 그룹.

헬게이트는 이 공연에서 그룹 특유의 특이하고 강렬한 사자후를 토해 냈다. 멤버들의 나이가 40대 후반에서 50대로 추정되지만, 아직도 열정적으로 음악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어 찬사를 받는 그룹이다.

특히나 그들은 최근 데뷔한 신인 걸그룹 아우라와 함께 콜라보를 펼쳐 전 세계 팬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미튜브에 공개된 공연 영상을 본 외국의 유명 헤비메탈 팬들은 신세계를 경험했다는 소회를 털어놓고 있다. 그만큼 이 콜라보가 진일보하고 성공적이었다는 것으로···. <중략>

또한, 방송에 나온 정주빈의 헬게이트에 대한 팬심은 무척이나 신선하고 귀여웠다는 반응이었다. 심지어 헬게이트를 보기 위해 아우라의 일일 매니저까지 자처했다는 게 알려지며 큰 웃음을 선사했다.

한편, 헬게이트와의 콜라보로 가장 큰 수혜를 본 아우라는 유럽과 북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관련 동영상 조회수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하략>

* * *

‘후후후···. 이거지. 내가 딱 원하던 그림이잖아.’

어쩜 이렇게 딱딱 계획대로 움직이는 걸까? 기사를 보는 내내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역시 해답은 돈인가? 제한 없는 예산 투입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지.”

똑똑···.

누군가 나의 즐거운 상념을 방해하고 있었다.

“들어오세요.”

“형, 나 왔어.”

케이가 사무실 문을 열고 나타났다. 그는 잠을 못 잤는지 상당히 꾀죄죄한 모습이었다.

“피곤해 보인다?”

“몰라서 물어요? 형 때문이잖아요.”

“뭐가?”

“뭐긴 뭐야. 앨범 때문이지. 내가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어.”

“아···. 난 또 뭐라고.”

케이는 내 지시에 따라 아우라의 정규 앨범 작업부터 S급 감평사인 괴작판독기 역할까지 동시에 수행하는 중이었다.

“지금 작가가 총 몇 명이지?”

“지금 일곱 명이지.”

“벌써 그렇게 많아? 너 일 열심히 했구나?”

“알면 뭐라도 하나 사 주든가···.”

“보약 한 첩 지어 주랴?”

“보약으로 되겠어요? 아름답던 내 외모가 이렇게 된 건 다 형 탓이야! 이젠 휴식밖에 없다고!”

“아름답긴 개뿔···. 기생오라비처럼 생겨가지고···.”

“숙맥 곰탱이 주제에···.”

“···숙맥은 아냐 인마. 어쨌든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바쁜 거 끝났으면 얼굴 좀 비춰···. 작가들이 형은 언제 볼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 형 이름 듣고 들어온 기성 작가들도 있어.”

“아 그래? 이제 방송도 끝나고 드라마 제작만 하면 되니까 시간 많아. 언제 가면 되지? 지금 사무실에 나오는 작가는 두세 명 정도 되지 않아? 가끔 본 것 같은데?”

“맞아. 꾸준히 나오는 작가는 두 명이고, 한 명은 가끔 나오고, 다른 작가들은 다 재택이지 뭐. 내가 소집 한번 할까? 단합 회식도 한번 할 겸?”

“너 솔직히 말해 봐. 술이 고파서 그렇지? 이제 음악적 제자들은 너의 실체를 알아 버렸으니 슬슬 피할 거 아냐?”

“······.”

“말을 못 하시는구만? 에이···. 기분이다. 작가들 바로 모이라고 해. 오늘 내가 쏜다.!”

“오! 역시 이준형! 돈을 갈퀴로 쓸어 모으는 남자답구만! 오늘 올 수 있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는지 내가 바로 연락해 볼게. ”

‘케이 이 녀석 신났네! 신났어.’

딱 봐도 술이 필요해진 모양이었다. 케이는 기본적으로 내향적이긴 한데 가끔 저렇게 정을 한 번씩 느껴야 작업이 잘 되는 스타일이었다.

“오늘 오라면 다들 모일 수는 있는 거야?”

“다들 서울이나 경기도에 살아. 지방 사시는 분은 아직 없어서···. 일단 오후에 모일 수 있는 사람들은 오라고 공지해 놨어.”

“그래. 일단 몇 명이나 올지 모르겠지만 오후에 회의실에서 보자.”

그렇게 케이가 나가고, 나는 회사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조만간 조직을 개편해서 회사의 체계를 보강해야 했다.

일단 내 머릿속에서 나온 조직은 4개였다.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띄워 놓고 조직도를 그렸다.

J&J 엔터테인먼트는 매니지먼트 본부(배우, 가수), 프로듀서 본부, 크리에이티브 본부, 경영지원 본부로 운영되며 대표 직속 조직인 신인개발팀과 자회사인 J&J 스튜디오, J&J 스토리가 있다.

먼저 매니지먼트 본부는 현재 활동 중인 아티스트를 총괄하는 조직이다. 하석우 실장을 임원(전무이사)으로 승진시켜서 책임을 맡길 예정이었다.

하 실장은 독립 후 별다른 잡음 없이 매니지먼트 부서를 이끌어 왔고 여러 가지 다른 분야에도 뛰어난 능력을 보이며 사실상 이인자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냈다.

다른 본부장보다 한 직급 높은 직책인 전무이사를 부여할 생각으로 가장 힘을 실어 줄 예정이었다.

‘하석우 실장이 알게 모르게 고생을 많이 했지. 내가 워낙 다른 일을 하느라···.’

사실상 내가 별로 관리를 안 하던 사항들은 전부 도맡아 훌륭히 처리하는 능력자이기도 했다. 거기다 욕심을 버리고 워라밸을 즐기기까지 했으니 말을 다 한 셈이었다.

그다음으로 프로듀서 본부였다. 이 조직은 케이에게 이사 직함을 주고 알아서 끌고 가게 할 예정이었다.

천재에게 참견해 봐야 뭐 하겠는가? 알아서 잘 하겠지. 그리고 직책을 준다고 하면 질색을 할 게 뻔하지만, 회사가 커 가고 아티스트가 많아지면 아무리 천재 프로듀서라도 감당하기 힘들 수밖에 없는 건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었다.

쓰리 콤보의 탑 라이너이자 나와 인연이 돈독한 DJ. Nec, 병춘이도 조직에 합류하기로 했다. 그는 XM Ent.가 해체될 당시 테리우스를 따라 인피니티 드림즈로 가지 않고 프리랜서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물론 그건 내 안배에 의한 것이었지만···.

그는 최근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마치고 드디어 우리 회사에 적을 두게 된 것이다.

‘A&R 부서는 어쩌지?’

최근 다른 대형 기획사에서는 A&R(Artist & Repertories) 부서가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회사마다 하는 일은 다르지만, 공통으로 좋은 곡을 찾고 앨범의 컨셉을 잡는 일을 하는 부서이며 프로듀싱팀과는 약간 다른 존재였다.

하지만 우리는 아티스트가 아우라 한 명뿐이기 때문에 아직은 필요 없는 조직이었다.

‘가수들이 늘어나면 만들긴 해야겠지···.’

다음은 크리에이티브 본부였다. 주로 자체 미튜브 영상 제작 및 외부 콘텐츠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였다. 자회사인 J&J 스튜디오, J&J 스토리와 협업을 하는 부서라고 보면 된다.

이는 사과 스튜디오 시절 미튜브 영상을 제작하던 팀을 독립, 격상시킨 조직이었다. 경영지원 본부의 마케팅, 홍보팀과 매니지먼트 본부와 긴밀한 협조로 소속 연예인들의 영상을 총괄 제작, 관리할 예정이었다.

15년 차 베테랑인 J&J 스튜디오의 한동희 팀장을 이사로 승진시켜서 크리에이티브 본부를 맡겨 놓을 예정이었다. 그는 미튜브 영상 제작 외주를 많이 해서 관련 업계와 흐름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오케이. 한동희 팀장이면 될 거 같고···. 지금은 애매하지만, 소속 연예인이 늘어나면 하는 일이 엄청 방대해질 거야.’

그다음은 경영지원 본부였다. 이곳은 기획팀, 홍보팀, 경영지원팀 3개 부서로 운영될 예정이었다. XM 시절부터 같이했던 김정웅 팀장을 임원으로 승진시키고 총괄하도록 할 예정이었다.

그는 조용하고 부드럽게 팀을 이끄는 타입으로, 때로 할 말은 하는 강직함을 지닌 사람이었다. 하급자가 잘나가도 시기 질투를 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능력을 밀어주는 개방형 인재였다. 더군다나 사원 시절 회계 쪽 업무를 수행했던지라 숫자에도 강하다는 강점이 마음에 들었다.

기획팀은 조아린 대리를 팀장으로 승진시켜서 내 비서처럼 굴리기로 했다. 그녀는 대기업 출신답게 아주 뛰어난 능력과 감각을 겸비한 인재였다.

홍보팀은 기존 팀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경영지원팀은 회계, 세무, 총무, 인사 경력직을 채용하여 김순규 팀장을 보조하기로 했다.

‘후···. 이제 모회사는 끝인가? 아 참···. 신인개발팀이 있었군.’

신인개발팀은 기존 유명 안무가였던 유상준 팀장 휘하 보컬 트레이너, 안무 트레이너, 캐스팅 디렉터를 모아 주고 타 본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게끔 나에게 직보고를 하는 부서로 만들었다.

어차피 아우라 스카우터로 최종 판별을 할 예정이기 때문에 공정하게 관리만 해 주면 된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 회사의 주력이라고 볼 수 있는 J&J 스튜디오는 자회사로 완전히 독립시킨 후, 내 왼팔이나 다름없는 김호진 PD를 대표이사로 취임시키고 건강이 회복된 정광현 전 대표를 고문으로 채용할 생각이었다.

‘김호진 PD가 살짝 걱정이긴 하지만 정광현 고문이 있으니 괜찮을 거야.’

약간 외골수적인 성격의 김호진 PD였지만, 직함만 대표이사지 사실 대표 역할은 내가 할 작정이니 아무 상관 없었다.

마지막으로 J&J 스토리는 일종의 매니지먼트 회사로 드라마, 웹소설, 웹툰 작가들을 관리, 보조하는 최소한의 역할만 할 예정이었다.

작가 친화적인 시스템으로 계약이나 법률 자문을 도와주며 교정·교열, 혹은 필요할 때 감평을 해 줄 자회사였다. 명목상 에이전시긴 한데 거의 작가 집단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일단 나조차 작가니 작가에게 유리하게 운영하는 게 맞지. 그리고 작가 대우를 잘 해 줘야 결국 콘텐츠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

지금 보면 자꾸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작가들의 배를 가르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어서 우려스러운 눈길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자회사는 어차피 J&J 엔터테인먼트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니 결국 내가 소유한 거나 마찬가지지.’

나는 그리고 있던 조직도를 마무리하고 프레젠테이션을 종료했다. 보안 메일로 조아린 대리와 김순규 대리에게 이 인사 발령을 2월 1일 자로 공지할 것을 지시했다.

또한 그 시점에 전사 운영회의를 실시하기로 했다.

“후···. 이 정도면 됐나?”

그렇게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누군가 다시 내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어? 너 왔냐? 어서 들어와라.”

J&J 스토리의 첫 번째 멤버인 대학 동창 김시후였다. 여전히 유유자적한 양반걸음으로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며 사무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오랜만에 왔는데 인테리어 또 바뀌었네.”

“인테리어야 계속 바뀌는 거지. 왜 트집이냐.”

“돈 많아서 좋겠다.”

“너도 벌면 되잖아. 능력도 출중하신 분이 왜 그러실까?”

“괴롭다. 내가 드라마를 쓴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별로 좋은 소리가 안 나와.”

“음···.”

김시후가 누구던가. 신춘문예를 세 작품으로 뚫어 버린 천재 아니던가? 그리고 천만 영화 ‘프로듀서님 저 회귀했어요’의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했다.

“그래도 너 민족일보에서 시나리오 부분으로 수상했잖아. 그런데 누가 뭐라고 해? 원래부터 생각이 있었는데.”

“폐쇄적인 거 알잖아. 여기서 이런 거 한다고 하니 좋은 소리가 안 나오지.”

“그런 건 다 무시해라. 그게 네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으니까···.”

“그러고 있어.”

시후는 여전히 깔끔하고 고고한 학과 같았다. 아무래도 기대를 받는 등단 작가인데 주변의 눈을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뭐···. 그런 건 본인이 이겨 내야지···. 어쩔 수 없어.’

“생각해 보니 잘됐다. 오늘 작가들 모임이 있거든.”

“아···. 그래?”

시후는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 작가들과 교류가 별로 없어서 그런지, 그다지 관심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너 드라마 써 왔냐? 내가 저번에 숙제 내줬잖아. 미니시리즈 시놉시스하고 초반 1화 써 오는 거 말이야.”

“그래. 대강 완료돼서 가져왔다. 한번 보라고···.”

“흐흐···. 한번 보자. 제목이 뭔데?”

시후는 가방에서 대본을 꺼내 나에게 넘겨주었다.

“한번 봐라. 괜찮은지···.”

나는 그가 건넨 대본을 받아들고 표지에 있는 제목을 읽어 보았다.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

대본을 들고 있는 내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뭐야 이 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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