쭌쩡의 비밀 (2)
[충격적인 인기 작가의 취미 생활 - 투데이 연예]
드라마 ‘슬기로운 덕질생활’, ‘나만의 세계’와 천만 영화 ‘프로듀서님 저 회귀했어요’를 집필한 이준형 작가가 웹소설 플랫폼 나이스에서 웹소설을 취미로 연재했다는 게 밝혀졌다.
최근 완결된 ‘천마의 외동딸이 되었습니다’라는 500편에 달하는 초장편이 바로 그 화제의 작품이다. 해당 웹소설은 최근 나이스에서 꾸준히 10위권에 모습을 비추던 작품으로 총다운로드 수 2천만 회를 돌파한 히트 작품이다.
로맨스 무협 장르인 ‘천외딸’은 걸그룹 메인보컬 출신의 소미가 무협지 속 천마의 딸로 빙의를 하는 내용이다. 남주인공과 알콩달콩한 로맨스를 펼치며 적들을 쓸어버리는 호쾌함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매화마다 들어가 있는 개그는 덤.
한 열혈 독자는 이준형 작가가 묘사한 여성 심리에 대해 칭찬을 하면서도 어떻게 그리 완벽하게 표현을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반면, 작가 커뮤니티의 한 작가는 ‘나는 매일 괴로워하면서 글을 쓰고 최저 시급을 받는데, 누구는 취미로 써서 수억 원을 벌어들인다’라며 신세 한탄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략>
[숨겨 왔던 이준형 작가의 필명이 밝혀지다 - 일레븐아시아]
웹소설 작가 출신으로만 알려졌던 이준형 작가의 필명이 공개되었다. 현재 연재 플랫폼에 올라와 있는 작품은 총 3개로 나이스의 ‘천마의 외동딸이 되었습니다’, 달동네의 ‘찢어져야 사는 헌터’, 데일리노블의 ‘세상을 멸망시킬 나의 악인’이다.
그는 각각 ‘쭌쩡’, ‘연쇄폭참마’라는 필명 두 개로 웹소설을 연재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드라마로 추진 중인 ‘나만 아는 세계멸망’과 과거에 썼던 글들 다수는 비공개로 전환돼 있는 상태다.
이 소식이 알려지며 해당 작품들은 다시 한번 조명을 받고 조회 수가 폭등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략>
[이준형 작가의 새 필명 ‘쭌쩡’의 비밀 - 데일리 연예서치]
이준형 작가의 웹소설과 필명이 밝혀진 가운데 그의 새 필명인 ‘쭌쩡’에 대해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해당 필명이 이준형의 준, 나유정의 정을 합쳐서 만든 게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발단은 이준형 작가가 최근 완결한 로맨스 무협인 ‘천마의 외동딸이 되었습니다’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의 심리 상태가 실제 여성이 아니고서는 표현하기 힘든 것이라는 데 있다. 골수 팬들은 분명 누군가가 옆에서 조언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 그 후보로 배우 나유정이 꼽히고 있다.
그들은 항상 같이 다니는 것으로 유명한데, 공동 집필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설을 같이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물론 본지는 이게 잘못된 것이라고 하는 게 아니다.
그간 본지가 밝혀 왔던 열애설에 대해 시종일관 부정으로만 일관하며 단순한 배우와 매니저 사이라고 주장했었는데, 이제는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두고 볼 일이다. 더군다나 그들이 같이 설립한 J&J라는 이름도 그런 맥락으로 추측이 되는···. <중략>
“와! 내가 뭐라고 이게 이렇게 화제가 되는 거야? 어이가 없어서···.”
사무실에서 기사를 읽다가 짜증이 나서 머리를 헝클이며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케이가 웃는 얼굴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뭐야. 형! 나한테도 비밀로 쓰는 작품이 있었어? 나도 그거 보고 있었는데 진즉에 이야기 좀 해 주지. 그랬으면 내가 좀 봐줬을 텐데···.”
케이는 녹음실에 있다가 기사를 봤다며 나를 놀리려고 온 것 같았다.
“읽었는데 댓글은 왜 안 썼어? 괴작판독기가 안 보이길래 여성향은 안 보는 줄 알았다.”
“안 보긴? 난 여성향 작품에는 댓글 안 달아. 거긴 나 말고도 매운 사람들이 득시글거리거든.”
“하긴···. 거의 복마전이지.”
“그나저나 어떻게 할 거야? 그냥 공개된 게 아니라 또 열애설 어쩌고 그렇게 번지고 있는데?”
“뭐 하루 이틀이냐? 이제는 사람들이 지겨워하더라.”
“흠···. 뭐 그런 경향이 없지 않아 있긴 한데, 그래도 이번 건 좀 세더라. 특히 취미로 쓴 건데 돈을 그렇게 벌었다고 하니 지망생들이 박탈감을 느껴서 안티로 돌아서는 거 같아.”
“하여간 글이나 쓸 것이지.”
“이 바닥 알잖아요.”
“알지. 내가 몇 년을 웹소설 작가로 굴렀는데 모를 리가 있겠냐.”
“그런데 그래 봐야 형이 타격을 입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타격이야 없지. 그냥 귀찮은 거지 뭐. 보는 사람마다 물어보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니까.”
“그런데 유정 씨는 출근 안 했어?”
“내가 오늘은 나오지 말라고 했지.”
“그랬구나. 참나···. 연말에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아우라가 잘돼서 액땜이라도 하는 건가?”
“액땜? 그거 나 대신 네가 해 주면 안 되겠냐?”
“헛소리!”
“왜 인마. 너도 열애설 하나 터트리면 되지.”
“큭···. 뭔 소리야. 내가 만나는 여자가 어디 있다고···.”
“동생이 돼서 형 커버 좀 쳐 줘 봐라. 맨날 녹음실에서 애들 데리고 대장 놀이나 하지 말고 엉?”
“난 사생활이 깨끗하잖아. 깔 게 없다고.”
“너 저번 나뮤스 방송하는 거 보니까 하영이만 칭찬하던데, 혹시 너 하영이 좋아하는 거 아니냐?”
“무, 무슨 헛소리야? 즈, 증거 있어?”
“뭐냐? 그냥 해 본 소린데 엄청 당황하네? 진짜 뭐 있는 거 아냐?”
농담인데 상당히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케이였다.
“윤하영 씨가 잘하니까 칭찬을 한 거지. 다른 뜻은 없어. 괜한 사람 잡지 마.”
“아니면 마는 거지, 왜 그렇게 역정을 내? 원래 강한 부정은 긍정인 거 몰라?”
“아이···.”
“알았어. 알았다고. 까칠하기는···.”
잠시 어색한 침묵이 찾아왔다. 내가 놀리는 바람에 케이가 살짝 열이 받은 모양이었다. 아니 이 자식이? 지금 머리가 복잡한 사람은 난데 어이가 없네.
“하영 씨는 계속 뮤지컬이랑 연기만 시킬 거야? 출연 중인 MBS 사극 언제 끝나지?"
"글쎄? 언제였더라, 좀 걸릴걸? 내년 여름이나 돼야 할 건데···. 왜 그래?”
“아니···. 내가 곡을 썼는데 줄 사람도 없고···.”
뭐야···. 이 녀석. 나 몰래 곡이나 만들고···. 딱 봐도 윤하영을 위한 곡인 거 같은데?
“그거 듀엣곡이냐?”
“아니, 솔로곡인데? 갑자기 듀엣은 뭐야? 혹시···.”
“어. 하영이랑 다솜이랑 그룹으로 해서 듀오로 데뷔시키려고···.”
“오! 정말이야? 언제?”
“글쎄···. 내년쯤 할 생각인데 그냥 생각만 하고 있어. 둘이 노래를 잘하잖아. 음색도 달라서 듀엣을 하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으음···. 맞네. 난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생각해 보니 다솜 씨도 노래 잘하잖아.”
“다솜이도 잘하지. 지금 영화에 출연하는데 연기 잘한다고 칭찬이 자자하더라.”
“어떻게 그런 인재들만 쏙쏙 뽑는 거지? 형 눈에 뭐라도 씌웠어요?”
“응. 눈에 스카우터가 달려 있어.”
“······.”
“아무튼, 생각 있으면 듀엣곡으로 좀 바꿔 봐. 오래는 안 걸리지?”
“어. 그렇지.”
“케이야. 하영이한테 관심 있더라도 한 2년만 참아 줘라.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형! 아니라니까!”
“야 이···. 고막 터져 인마. 농담도 못 하냐?”
“쓸데없는 소리 좀 그만해.”
“알았어. 알았다고!”
아무래도 약간 관심이 있는 눈치인 거 같은데 그만 놀려야지.
“그런데 형. 천마의 외동딸 말이야. 내가 정주행을 하면서 분석해 봤거든?”
“그래?”
“딱 보니 여주는 유정 씨고 남주는 형이던데?”
“뭐? 그게 무슨 헛소리냐?”
“강한 여주인공에 대한 모티브는 유정 씨를 생각하면서 글을 썼을 거고, 십만대산(十萬大山)으로 잡혀 온 남궁세가의 후기지수인 남주인공은 형 자신을 투영한 거로 보이던데. 안 그래?”
“아닌데···.”
“아니긴, 형이 로드 매니저로 일할 때 유정 씨를 만났다고 했잖아. 그때 실장님 때문에 억지로 담당하게 된 거라며?”
“그거랑 무슨 상관인데?”
“이 양반 아직도 모르네. 소설에서 타의로 끌려온 남궁세가의 꽃미남이랑 형이랑 비슷한 처지라고! 형은 자신을 소설의 남주로 내세운 거야.”
“······.”
“그런데 꽃미남이라는 설정은 뭐야? 어처구니가 없어서 원···.”
묘하게 일리가 있는 분석인데 지금 중얼거리고 있는 대사가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남주의 도움으로 결국 여주가 천마의 자리에 오르는데, 이건 형의 글로 유정 씨를 최고의 연예인으로 올려놓은 것을 뜻하는 거라고 봐.”
“그, 그건 확대 해석이야.”
“어림없는 소리! 귀신은 속여도 나는 못 속여. 평소에 유정 씨랑 꽁냥대며 닭살 돋게 노는 거랑 개그를 치는 게 소설 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고!”
“···꽁냥?”
“딱 봐도 그냥 자신들의 스토리를 웹소설로 주인공만 바꿔서 쓴 거야. 이래도 아니라고 할 거야? 지금 괴작판독기의 분석을 무시하는 거냐고!”
괴작판독기, 아니 케이의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고 싶어졌다.
나 스스로 아니라고 해도 너무나 절묘하게 상황이 맞아떨어졌다. 정말 내가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썼는지 나조차 의심이 갔으니 말을 다 한 셈이다.
‘으윽···. 큰일이다. 이걸 어쩌지?’
“너 혹시 이거 누구한테 말한 적 있어?”
“흐흐···. 왜? 이제야 깨달은 거야?”
케이가 기분 나쁘게 내 얼굴을 보며 생글거리고 있었다. 이 자슥···. 기분 나쁘네.
“하영이는 가수 안 시켜야겠다.”
“아···. 또 왜? 대표면 다야?”
“너 하영이 좋아하냐? 왜 그렇게 정색이야? 가수보다 연기자로 훨씬 잘나가는데 대표가 돼서 소속 연예인을 많이 벌도록 해 주는 게 당연한 거 아냐?”
“그게 아니라니까! 자질이 아깝잖아. 자질이···.”
“나도 마찬가지야 인마. 그냥 오해고 네가 그냥 끼워 맞춘 거야.”
“이 씨···. 알았어. 알았다고! 그만할 테니 얼른 하영 씨랑 다솜 씨 스케줄이나 잡아 봐.”
“일단 알았고. 너 어디 가서 천외딸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마라.”
“알았어. 너무 걱정하지 마. 나나 되니까 그렇게 분석하는 거야. 나 괴작판독기라고! 알지? 나 이제 간다.”
그는 볼일을 다 봤다는 생각인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을 열고 나가다 뭐가 갑자기 생각났는지 다시 나를 돌아봤다.
“왜 나가다 말고 그렇게 능글맞게 웃고 있어?”
“형. 천외딸에서 마지막에 여주랑 남주랑 혼인은 왜 시킨 거야? 그것도 그냥 우연인가?”
“너 이 자식 일로 와.”
“하하···. 난 이만 간다. 얼레리 꼴레리···.”
케이가 나가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어휴···. 마지막에 괜히 혼인을 시켜가지고···.’
나는 수치심에 머리를 마구 쥐어뜯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나와 유정 씨를 옆에서 지켜봤던 케이나 가능한 분석이라는 생각이 들자 요동치던 마음이 잠잠해졌다.
“휴우···. 시간이 약이다.”
잠시 후.
‘어라? 이걸 리얼리티 쇼에서 얘기하면 되겠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차피 해명해야 하는 문제라면 시청률을 높이는 불쏘시개로 쓰는 게 좋을 듯싶었다.
곧바로 휴대전화를 들어 어제 통화했던 방송국 PD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작가님?]
“네 박 PD님. 이준형입니다.”
[오!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아까부터 작가님 이름이 기사로 뜨던데요?]
“크흠···. 기사 보셨나요?”
[작가님이 다른 필명으로 쓰시던 작품을 공개하셨다면서요? 그게 또 화제가 되는 거 같던데요. 로맨스 웹소설인데 여자 주인공을 그리 잘 쓰셨다고···.]
“예. 뭐 그렇게 됐습니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이슈가 될 줄은 몰랐어요.”
[그만큼 작가님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거겠죠. 가만 보면 작가님은 본인의 유명세를 잘 모르시는 것 같더군요. 사전 미팅 때도 본인이 뭐냐며 리얼리티 쇼 출연을 극구 사양하는 것만 봐도 알 것 같았습니다.]
“뭐···. 아직도 이해가 안 됩니다.”
[사람들이 그러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냥 받아들이세요. 그런데 어떤 일로 전화를 주셨습니까?]
“다름이 아니라, 기왕 이렇게 된 거 이번 일에 대해 리얼리티 쇼에서 해명하면 어떨까요?”
[오···. 정말이십니까? 작가님 의견은 무조건 저희 쪽에 도움이 됩니다. 어차피 프로그램 자체가 리얼리티다 보니 자유롭게 말씀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
“제 말은 그게 아니라, 프로그램 방영 전에 이걸로 미리 홍보하셔도 된다는 말입니다. 저와 정주빈 씨 이슈를 이용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