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181화 (181/263)

드디어 데뷔 (3)

“누구신데 그러세요?”

조아린 대리의 말에 혼자만의 상상에서 깨어났다.

“아···. CA 미디어 이기훈 전무네요. 드라마 때문에 한번 만나자고 하는군요.”

“귀환소녀 때문에 전화가 왔나 보군요. 의외네요. 이런 종류의 드라마는 관심이 없을 줄 알았는데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슨 꿍꿍이가 있겠죠. 그나저나···.”

나는 조 대리에게 내 계획을 설명해 주었다. 만약 드라마가 필요하다면 그걸 대가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받아서 단독으로 아우라를 홍보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 말이다.

“귀환소녀를 TVM에 방영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신다면 저는 찬성입니다. 아이돌은 무조건 대중 매체 노출이 우선이거든요.”

“동의합니다. 아이돌 메이커를 보면서 뼈저리게 느꼈어요. 대중들은 아이돌이 어느 정도 노출이 됐을 때 관심을 가지거나 애정을 주는 경향이 크더군요. 그럼 저는 이기훈 전무를 만나서 협상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홍보실을 나와서 7층 내 사무실로 올라갔다. 아우라가 음악 방송을 나가는 것은 이제 직원들에게 맡겨 놓은 상태였다. 내가 일일이 사소한 것까지 챙길 수는 없었으니까.

‘큰 그림은 내가 잡았으니 이제는 아우라와 스태프들이 합심해서 잘 해 나가는 수밖에 없지.’

컴퓨터를 부팅하고 워드 프로세서를 클릭했다. 최근 작업한 천외딸 원고에 커서가 깜빡이고 있었다.

[498화]

나는 천외딸의 마지막 부분을 쓰고 있었고, 드디어 1~2주 뒤면 연재가 종료될 예정이었다.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선방했어.’

강한 여주인공이 나오는 로맨스 무협은 사실상 독자가 그리 많지 않아 작품도 몇 개 없었는데, 그래도 로맨스 판타지 카테고리에서 3위권까지 치고 올라가며 좋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플랫폼 나이스는 확실히 로맨스가 로맨스 판타지보다 강세여서 높이 올라간 것 치고는 수입이 아쉬웠다. 물론 내가 잘 모르는 것을 쓴 영향도 있었고 여성향에서 마이너한 소재를 선택한 탓도 있었다.

그래도 열혈 독자들이 생겨나며 입소문을 타고 갈수록 독자가 늘어나 성적이 좋아졌다. 워낙 즉흥적이고 취미로 시작한 터라 성적에 그리 연연하지 않기도 했고···.

더구나 남성 독자들도 재미있다는 반응이 많아서 혹시 쭌쩡이라는 작가가 남자가 아닌가 하는 주장을 펴는 사람도 있었다.

수익이 그리 크지 않은(?) 작품이었지만, 유정 씨와 협업을 하면서 재미도 있었고 정이 많이 든 작품이었다. 드라마를 제외하고 내가 썼던 웹소설 중에 가장 애착이 가고 사랑하는 작품이 된 것이다.

나는 잠시 2시간 동안 몰입을 해서 최종화인 500화를 완성했다.

“으아아···. 드디어 완결했다.”

지금까지 썼던 웹소설 가운데 가장 길게 쓴 작품으로, 여주인공인 걸그룹 메인 보컬 출신의 소미에게 깊이 빠져 있는 상태였다. 그녀가 천마의 외동딸로 빙의를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좌충우돌 풀어냈고 결국에는 차기 천마에 등극한다는 줄거리였다.

“쓰는 동안 너무 재미있었어.”

댓글을 한 번도 쓴 적이 없었지만, 여성 독자와 남성 독자들이 댓글로 토론을 나누며 깊이 공감하는 독특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비운의 대작. 그나마 여자가 주인공인 무협이 있는 카오스의 작품들보다 압도적으로 무협의 퀄리티를 살렸다는 평을 듣는 작품이었다.

이렇게 애정을 깊이 느낀 작품이다 보니 그냥 떠나보내기가 아쉬웠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뒷부분에 작가의 말을 쓰고 말았다. 원래 플랫폼 나이스는 작품 외의 내용은 본 페이지에 쓰면 안 되는데, 무슨 생각인지 그냥 그러고 싶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천마의 외동딸이 되었습니다’를 쓴 작가 쭌쩡입니다. 그동안 많은 성원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500화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비록 댓글을 한 번도 달지 않았지만, 댓글은 한 개도 빼놓지 않고 다 읽어 봤습니다. 정말 토론까지 하며 열심히 댓글을 달아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이렇게 여성, 남성 독자분들이 서로 모르는 것에 대해 정보를 교환한 작품이 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제가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르실 겁니다.

순전히 연습 삼아 써 본 글인데 성적도 그럭저럭 괜찮아서 개인적으로 만족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글을 쓸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되면 꼭 다시 만나 뵐 것을 약속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내년에 방영되는 제 차기작 ‘나만 아는 세계멸망’도 사랑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건강하시길 빌겠습니다.

나는 화면에 깜빡이는 커서를 덤덤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완결하고는 항상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었었는데 이 작품은 왠지 아쉬운 마음이 컸다.

‘나 혼자 쓴 게 아니라 그런가? 대화를 많이 했다면 더 잘 쓸 수 있었을 텐데···.’

‘하아···.’

나는 한숨을 내쉬고 워드 프로세서를 종료한 후 마지막 원고인 498, 499, 500화를 이메일에 첨부하여 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내가 천외딸 작가라는 걸 밝힌 게 맞는 걸까?

하지만 이렇게 작가로 자리를 잡았는데 굳이 숨길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어차피 완전하게 톱을 찍은 작품도 아니고···.’

별다른 일이 있겠냐 싶었다.

* * *

나는 밀린 회사 일을 하나둘씩 해결하기 시작했고, 아우라는 음악 방송에서 아주 멋지게 데뷔를 했다. 컨셉에 대한 호불호는 있었지만 대체로 충격적이라는 평가였고, 커플링 곡은 아주 정상적인 곡으로 반응이 꽤 괜찮은 편이었다.

역시 친척이라 불리는(?) 뮤직넷이라 그런지 화려한 무대 세트와 넉넉한 시간은 덤이었다.

아우라는 고난도의 안무와 안정적인 라이브 실력을 선보이고 라이벌 그룹인 글로리와 타니아를 완벽하게 따돌려 버렸다.

거기다 음원 성적도 첫날 TOP100 차트에 이름을 올리더니, 둘째 날은 TOP10에 이름을 올리며 기어이 1위를 찍고, 지금은 10위권에 안착한 상태였다.

빈집털이에 아주 잠시뿐인 1위였지만, 신인 그룹치고는 오랜만에 대박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런 성과는 3대 기획사와 아이돌 메이커를 제외하곤 전혀 없었던 터라 그 값어치가 컸다.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SG와 카오스 관계자들이 아우라의 성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특히 SG는 주가에도 악영향을 받았다는 분석까지 있었다.

‘이렇게까지 압도할 줄은 나도 몰랐다고···.’

각종 아이돌 커뮤니티에서는 아우라의 인기가 독보적이었다. 특히 오덕후들이 많이 서식하는 누리웹에서의 인기가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고, 남성 커뮤니티에서도 엄청난 이슈를 뿌리며 인지도를 쌓고 있었다.

비교적 강렬한 컨셉과 곡을 앞세웠기에 초반 인기몰이가 어렵지 않을까 우려했으나, 한 장의 사진이 커뮤니티에 퍼지며 폭풍처럼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미친 미모의 노메이크업 엘프 3대장’이라는 한 장의 사진이었다.

직캠으로 Eve를 떡상시켰다는 역주행이라는 홈마스터가 올린 사진 한 장···.

아침 일찍 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었는데 화장을 안 한 상태인 예원, 유리, 담희가 팬들을 보며 수줍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찍을 수가 있지?’

수많은 아이돌의 직찍 사진을 본 나지만 이 사진은 보면 볼수록 놀라웠다.

커뮤니티에서는 그야말로 천상계의 외모다, 판타지에 나오는 엘프다! 하면서 아주 난리가 났다. 키도 크고 비율도 좋은 것도 한몫했지만 이 역주행이라는 사람이 사진을 너무 잘 찍었다.

사진 속에 예원이는 인사를 한 후 머리를 귀 뒤로 쓸어 올리고 있었고, 유리는 정말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담희는 선녀처럼 완벽하게 예전 외모를 되찾은 채 검지로 팬들을 가리키며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엘프 3대장이라···. 뭐 웹소설 컨셉인 아우라에 딱 맞는 별명이긴 하네.’

이번 주 음방 라이브 무대 편집본 영상과 더불어 한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이 사진은 ‘테리우스 동생 그룹’ 혹은 ‘흔한 중소 기획사 걸그룹의 외모’로 번역되며 다른 나라로 퍼져 나갔다.

* * *

“어서 오세요. 작가님.”

“오랜만입니다. 전무님. 얼굴이 더 좋아지신 거 같은데요?”

“작가님은 다이어트를 하시나 봅니다. 아주 날씬해지셨어요.”

“다이어트가 아니라 요즘 일이 많아서 살이 좀 빠졌습니다.”

“저런···. 건강이 항상 우선입니다. 몸도 좀 돌보시면서 하세요.”

“예. 감사합니다.”

나는 이기훈 전무와 악수를 하며 의례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예전보다 더 얼굴이 좋아진 것 같았다.

‘아무래도 하는 일이 잘 풀려서겠지.’

뮤직넷은 ‘나의 뮤지컬 스타’의 흥행으로 다시 한번 오디션에 강한 채널이라는 것을 증명했으며, 내년에는 중단됐던 아이돌 메이커를 다시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이기훈 전무는 양복만 고급스러운 것을 걸쳤을 뿐 재벌 3세라는 티를 안 내는 편이었다. 첫인상만 본다면 펀드 매니저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 같달까···. 이복동생이라는 전 XM Ent. 이기영 대표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이기영 대표는 잘 있나 모르겠네. 명품으로 도배하고 다녔었는데···.’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이기훈 전무에게 동생의 안부를 물었다.

“이기영 전 대표님은 잘 계시죠? 저번에 물어봤을 때 회장님께 혼나시고 자숙하고 계시다던데요.”

“아···. 제가 그랬었나요? 쓸데없는 이야기를 했군요. 기영이는 사고를 치고 조용히 있다가 최근에 다시 계열사로 들어와서 일하고 있습니다.”

“어디···.”

“CA 택배라고···.”

“아···. 설마 현장에서···.”

그는 내 얼굴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미소를 씩 지어 보였다.

“식사하시죠. 제 친구가 여기 레스토랑을 하는데 맛이 꽤 좋습니다.”

“배가 고팠는데 잘됐네요.”

나는 음식을 주문한 뒤 이기훈 전무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첫 주제는 예전에 계약했던 영화의 OSMU 관련한 내용이었다.

“지금 작가님 작품은 미국, 중국, 일본, 태국, 필리핀 등 5개국에서 영화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아···. 정말인가요?”

“그럼요. 내년에 극장에서 차례로 개봉할 예정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분위기가 괜찮은가 보군요.”

“뭐···. 개봉을 해 봐야 알겠지만 나쁘진 않습니다. 작품 자체가 크게 예산이 들어가는 영화도 아니고요.”

“그렇죠. 아무래도 음악 영화다 보니 음악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네요.”

“음악은 세계 최고의 프로듀서가 프로듀싱한 작품 아니겠습니까? 다들 좋다고 하더군요.”

혹시 케이 이 녀석 나보다 돈을 더 버는 거 아냐?

“해외에서 원작을 원하는 나라도 있더군요. 혹시 저희가 판매를 해도 되겠습니까?”

“수수료를 싸게 해 주신다면 가능하죠.”

“그 정도는 해 드려야죠. 저희 주력은 현지화해서 작품을 내놓는 거다 보니···.”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마울 뿐이었다. 그야말로 이 영화 판매 수익은 거의 추가로 확보한 용돈이나 다름이 없었다. 내 투자분이 상당하기 때문에 수익 대부분이 나에게 들어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혹시 아는가? 원작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유명해질 수도 있는 노릇이다. 아무래도 케이팝이 글로벌 인기를 누리고 있으니 꼭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심지어 윤하영과 다솜은 실제 뮤지컬에 출연하며 개인적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J&J 엔터테인먼트는 영화뿐만 아니라 뮤지컬 제작사와 공동으로 ‘프로듀서님 저 회귀했어요’를 기획하고 출연이 불가한 식스엔젤 윤지와 블랙소울 혜수를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의 멤버들을 뮤지컬에 출연시켰는데, 그게 또 히트를 해서 매진 행렬을 이어 가고 있었다.

“작가님 회사의 아이돌이 최근 상당히 인기더군요. 그것도 경쟁사의 신인들을 압도적으로 눌러 버리셨던데요?”

“운이 좋았습니다.”

“하하···. 운이라뇨? 겸손이 지나치면 그것도 별로 안 좋습니다. 넷플릭 오리지널 시리즈에 아이돌까지 대박이라니···. 제가 눈여겨봤던 인재답군요.”

“인재라뇨? 저도 그렇고 저희 회사도 지금 정신을 못 차리고 있습니다. 아직 안정되려면 멀었습니다.”

이기훈 전무는 웃는 얼굴로 내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포크를 내려놓고 상체를 앞쪽으로 기울였다.

“엄살은 그만 떠시죠. 제가 작가님을 뵙자고 한 이유는요. 두 가지입니다.”

“말씀하시죠. 시원시원하셔서 좋네요.”

이기훈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봤고 나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나를 대표라고 부르지 않고 작가라고 부르는 것도 일부러 그러는 것을 알고 있었다.

“후후···. 확실히 작가님은 녹록하지가 않군요. 오늘 뵙자고 한 이유는 첫 번째로 그 귀환소녀라는 작품에 저희가 투자를 하고 싶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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