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176화 (176/263)

멤버 공개와 전초전 (2)

[투표 결과: 3사의 멤버 공개 후 과연 누가 승자인가?]

1) SG - 27%

2) 카오스 - 31%

3) J&J - 42% (1위)

놀랍게도 언더독으로 평가받던 우리의 승리였다. 댓글도 놀랍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와. 충격적이다. 누가 이런 결과를 상상했을까? SG가 꼴찌라니?]

[J&J 뭐지? 미쳤는데? 너희들 아우라 3대장 봤니?]

[3대장? 예원, 유리, 담희 말이냐?]

[1티어 그룹에서도 센터 역할이 가능한 멤버들이다.]

[지랄···. 카오스나, SG도 만만치 않던데···. 원래 이런 건 언더독이 유리하다고···. 기대도 안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으면 표가 몰리는 법이지.]

[나머지 두 명, 리더 이지령, 메인보컬 리리도 괜찮던데? 다섯 명이 다 괜찮아. 하꼬가 무슨 수로 이런 멤버를 모았지? 불가사의하다.]

[어휴···. 이 외모만 보는 인간들···.]

[응···. 그래서 너는 노래만 듣냐?]

[너희들이 잘 모르는 게 있는데 말이야. 예전에 나유정이 나뮤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서 이준형 작가는 사람 보는 눈이 남다르다고 하더라.]

[나도 생각난다. C-Girls 이선정도 연기 재능을 찾아 줘서 요즘 여기저기 드라마에 나오잖아. 아무도 생각 못 한 애였는데···. 연기 찰지게 잘하더라. 완전 개성파 배우가 다 됐어.]

아우라는 그렇게 아이돌 커뮤니티의 투표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42%라면 거의 과반수에 육박하는 득표였다. 물론 뒷자리는 과감하게 올림으로 처리해서 말하는 거였다.

“역시 대중들은 현명해.”

나는 역시 사람들의 눈이 정확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뭐가 현명해요?”

사무실 소파에 앉아 있던 유정 씨가 머리를 매만지며 나를 쳐다보았다.

“우리 아우라가 데뷔하는 신인 걸그룹 중에서 당당히 선호도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하하···.”

“그래서 사람들이 현명하다고요? 치···. 유리한 거에 끼워 맞추긴···.”

“노노···. 저는 집단 지성의 힘을 믿습니다.”

“뭐래···. 그건 그렇고요. 준형 씨. 어제 말했던 ‘진짜 아이돌’ 그건 어떻게 할 거예요?”

“예? 뭐가요?”

“진짜 아이돌요. 남자 아이돌도 만들어야죠.”

내가 농담처럼 말했는데 그걸 써먹겠다고?

“···만드는 건 좋은데 너무 서두르는 거 아닌가요? 의욕이 차 있는 건 좋지만 과해도 안 좋습니다. 어제 그냥 농담으로 한 소리인데 너무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그녀는 잠시 내가 하는 말을 듣더니 조용히 입을 다물고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누군가는 농담으로 이야기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이상적인 아이디어가 되는 거예요.”

“진짜 농담이었는데···.”

“아뇨. SG 갔을 때 준형 씨가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가요. 그만큼 인재라는 게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았구요.”

“······.”

“그렇다고 준형 씨의 안목을 빌려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아이디어라도 흉내 내야죠.”

“으음. 마음에 드신다니 할 말은 없는데요. 일단 아이디어를 더 생각해 보세요. 아우라를 먼저 성공시키면 차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좀 수월할 겁니다.”

“알았어요. 지금처럼 잘 안 되면 인터넷에서 처절하게라도 해야죠. 전 그럴 각오가 돼 있습니다.”

강한 의지를 다지는 나유정의 표정을 보고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굳이 안 그래도 되는데···. 유정 씨는 그냥 연기 잘하고 CF만 잘 찍어 줘도 되는데···.’

솔직히 남자 아이돌 제작이 당장 급한 것도 아니고···. 물론 만들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하나만 성공시켜도 회사를 먹여 살리는 게 바로 남돌 아니던가? 그냥 기분상 후순위라는 거다. 후순위.

“유정 씨가 자극받은 건 알겠는데 좀 더 차분히 생각해 보세요. 나중에 꼭 도와드릴게요. ‘진짜 아이돌’은 저도 아직 별다른 생각이 없어요. 정말 농담이었거든요.”

나유정은 내 말을 듣고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잠시 침묵의 시간이 찾아왔다.

나는 생각에 잠긴 유정 씨를 건들지 않고 아우라에 대한 반응을 계속 살피고 있었다.

‘으음···. 의외로 정유리 이슈가 제일 크구나. 확실히 테리우스 팬덤이 크긴 컸어. 그리고 SG 뉴비즈 출신 담희의 스토리도 화제가 되고 있고···.’

“준형 씨?”

“네···. 말씀하세요.”

내가 아우라에 신경을 쓰고 있자 유정 씨가 궁금한 게 있는지 뭔가 물어보고 싶어 했다.

“음···. 아우라 컨셉 말인데요. 아무리 드라마를 찍는다지만 너무 마이너하게 가는 거 아닐까요? 그냥 개인적인 제 의견이에요.”

“왜요? 걱정되나요?”

“음···. 뭐···. 살짝 요정도?”

그녀는 검지와 엄지를 내밀어 약간 틈을 벌려서 조금 걱정된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유정 씨가 걱정하는 게 이해는 갑니다.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이런 게 먹힐지 의문이 드시겠죠. 인정합니다.”

“그렇게 순순히 인정하시니 당황스러운데요?”

“뭐 사실이니까요. 케이의 곡이 아무리 좋아도 이런 컨셉은 대중적인 것과는 먼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왜?”

“왜 이렇게 하느냐고요? 인지도를 하루빨리 끌어올려 보려는 속셈입니다. 어떻게 보면 꼼수지요. 그리고 제가 말을 자세히 안 해서 오해하시는 걸 수도 있어요.”

“뭘 오해해요?”

“저는 이런 판타지 컨셉으로 쭉 이어갈 거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럼 단순히 인지도와 드라마 촬영을 위한 거라고요? 그룹의 정체성은 어쩌고요?”

“···혹시 유정 씨가 걱정하는 게, 컨셉으로만 성공시킬 수 없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거 아닌가요? 그런 건 진정한 스타가 아니라는···.”

“마, 맞아요. 딱 제가 하고 싶은 말이 그거에요.”

“후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매니저로 얼마나 많은 그룹을 봤겠습니까? 슈퍼노바의 성공도 봤고 다른 그룹의 실패도 봤습니다.”

“그랬겠죠. 현장에서 뛰셨으니···.”

“그때 제가 딱 느낀 게 있었어요. 아이돌 그룹의 성공이란 의외로 간단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뭔데요?”

“미디어의 노출, 그리고 뛰어난 자질을 갖춘 멤버들이 서로 의지하며 발전해 나가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갈 때 비로소 팬들은 마음의 문을 여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너무 뻔한 이야긴가?”

“아니요. 저도 무슨 뜻인지 알아요. 제가 덕질이 몇 년인데···.”

“자신의 아이돌에게 공감하는 거죠. 테리우스의 경우는 제 드라마가 어느 정도 그런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겠죠.”

“하긴. 테리우스가 드라마에서 흙수저 아이돌이었으니까요. 팬들이 테리우스를 성공시키려 하는 나혜리에게 감정 이입을 많이 했다던데···.”

“네. 그런 것과 비슷합니다. 결국, 자신의 아이돌에게 공감하고 팬들과 함께 커 가는 게 건강한 아이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슈퍼노바처럼 말이죠. 거기다 오랫동안 그런 변함없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을 겁니다. 그게 본질이 아닐까···. 물론 그냥 제 생각입니다.”

“좋아하면서 덕질을 오래 할 수 있는···.”

“하하···. 맞아요. 그냥 요약하면 유정 씨의 말이 정답이죠.”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데 왜 아우라는···.”

“왜 그렇게 안 하냐고요? 그렇게 할 거예요. 우리 드라마의 컨셉이 리치를 잡는 거 말고도 흙수저 걸그룹의 성공 스토리를 보여 준다고 했잖아요?”

“네. 그랬죠.”

크흠···. 목이 살짝 마른 거 같아 옆에 있던 아메리카노를 꿀꺽꿀꺽 마셨다.

“저는 흙수저 걸그룹이 하는 음악은 전적으로 아우라에게 맡길 예정입니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도록 잘 밀어줄 생각이에요.”

“네? 그게 무슨···.”

“팬들에게 우리 아우라가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 처음부터 보여 줄 예정입니다. 팀에 합류할 때부터 영상을 쭉 남겨 오고 있거든요.”

“합류할 때부터요?”

“네. 예원이 같은 경우는 군산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부터 영상이 남아 있어요. 아버지랑 헤어져야 해서 엄청 울었거든요.”

“······.”

“안무나 노래 연습을 할 때는 트레이너 선생님들에게 촬영을 부탁했고···. 숙소에서 무슨 일이 있다거나 지치고 힘들 때,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리더가 스스로 판단해서 촬영하도록 부탁을 해 놓았습니다.”

“무슨 일대기 같은데요?”

“비슷해요. 데뷔가 결정됐을 때, 팀 이름이 정해졌을 때, 화보 촬영이나 뮤직비디오 촬영 때도 전부 영상으로 남겨 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정하는 것까지 전부 다 기록으로 남길 겁니다.”

“전부 다···.”

“네, 전부 다요.”

유정 씨는 나의 다른 계획을 듣고 꽤 놀란 것 같았다.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군요.”

“맞아요. 아이돌은 스스로 빛나야 한다는 게 제 철학이거든요.”

“···아우라가 부럽네요.”

“부러워하실 필요 없어요. 유정 씨의 일대기는 여기에 다 있습니다. 전부 다요.”

나는 손가락으로 내 머리를 두드리며 담담하게 웃었다.

농담인 듯 농담이 아닌 말투였다. 그녀는 멈칫하더니 붉어진 얼굴로 내 시선을 살짝 피했다.

아···. 내가 조금 느끼했나?

“미안해요. 분위기 파악을 못 하고 저도 모르게 그만···.”

“아, 아니에요.”

유정 씨의 뺨에 살짝 홍조가 도는 것 같았다. 반짝이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니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아, 안 돼···.

똑똑···.

“어휴···. 깜짝이야.”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케이의 머리가 문 옆으로 빼꼼 들어왔다.

“어라? 나 이사님 계셨어요? 제가 방해했어요?”

“바, 방해는 무슨···.”

“아, 아니에요. 들어오세요.”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허둥대는 내 모습을 보며 케이도 어색한 분위기를 감지한 모양이다.

“크흠···. 애들 연습실에 모여 있어. 할 말 있다며?”

“어어···. 그렇지.”

“어, 얼른 가 보세요. 늦겠다.”

불청객의 방문에 우리 둘 다 허둥댈 수밖에 없었다.

* * *

케이와 연습실로 들어가 보니 아우라 멤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방금까지 연습했는지 땀을 많이 흘린 모습이었다.

일단, 쇼케이스에서 보여 줄 데뷔곡과 커플링 곡, 그리고 커버 곡을 차례로 점검했다.

‘음···.’

지금껏 엄청난 연습량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미 데뷔한 걸그룹의 느낌이 났다. 아우라 멤버들은 내 평가가 궁금한지 땀을 닦지도 않고 나만 쳐다보고 있었다.

“형. 어때요? 내 눈에는 이제 그럭저럭 괜찮은 거 같은데?”

몸을 내 쪽으로 숙여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케이였다.

“그럭저럭 괜찮은 게 아니라 완벽한데?”

나는 일부러 들으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멤버들의 얼굴이 펴지며 미소가 떠올랐다.

“모두 수고했다. 거의 1년간 연습하느라 힘들었지?”

“······.”

“말 안 해도 알아. 힘들었겠지. 내가 이것저것 뭐를 좀 많이 시켰잖아.”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댄스, 보컬, 랩, 연기, 운동, 작곡, 인문학까지···. 와 진짜 무슨 과학고 들어가는 것처럼 한 거 같아요.”

예원이가 아주 질렸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과학고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었어.”

이지령이 예원이의 말을 듣고 묵묵히 대답했다. 카이스트 출신까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농담이 아니라 정말 힘들긴 했나 보다.

“이제 며칠 있으면 쇼케이스인데 기분이 어때?”

“올 테면 와라? 이런 느낌?”

“···담희야. 너만 잘하면 돼.”

“하하하···.”

“너희를 부른 건, 해 줄 말이 있어서야.”

“넵! 말씀하세요. 대표님.”

“별것은 아니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유정 씨한테 연기를 배워서 알겠지만, 과도한 긴장은 뭐라고?”

“망하는 지름길이요.”

“그렇지. 너희는 준비가 다 됐으니 이제 나를···. 아니 회사를 믿어.”

“믿습니다!”

“케이 프로듀서의 곡과 앞으로 찍을 우리 드라마를 생각해 봐. 든든하지 않니? 물론 악성 댓글도 있을 테고 힘든 일도 생길 수 있어. 하지만 너희들은 똘똘 뭉쳐서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거 같아. 그럴 수 있겠니?”

“네! 이제 뭐 자매나 다름없는데요.”

담희가 유리와 예원이와 어깨동무를 하자 다섯 명이 전부 어깨동무를 하기 시작했다.

“걱정하지 마. 너희들은 강하다.”

“······??”

“음. 내가 너무 무게를 잡았니?”

“네!”

“그냥 편하게 생각하라고···. 너희들도 TV 보면서 싫어하는 사람들 있지? 그 사람들이 너희한테 뭐 잘못한 거 없는데도 싫잖아. 그거처럼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는 거야. 그거만 명심해. 누가 싫어하더라도 그냥 당신 생각이겠거니···. 하면서 그냥 이해해.”

“어휴···.”

“왜? 꼰대 같아?”

“그냥 잘하라고 하세요. 그게 낫겠어요.”

이것들이···. 간만에 대표 노릇 좀 해 보려고 했더니···.

“아무튼,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말이야. 너희들은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공시키고 말 테니까! 알았냐?”

“넵!!”

아우라 멤버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좋아! 내가 또 하려는 이야기는 바로 너희들에게 권한을 주겠다는 거야. 이를테면 하고 싶은 음악이나, 아니면 되고 싶은 게 있을 거잖아. 그런 거···.”

“네? 하고 싶은 음악이요? 판타지 컨셉 말구요?”

“그건 드라마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거고. 두 트랙으로 갈 거야.”

나는 아우라에게 흙수저 걸그룹의 음악에 대해서는 멤버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도록 모든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설명해 주었다.

“우리는 최대한 지원할 테니 너희들은 아이디어를 내 봐.”

“대박!”

“와! 정말이요? 우리가 마음대로 정해도 돼요?”

“당연하지. 괴상한 것만 빼고···.”

아우라는 모두 신이 나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녀석들 신났네, 신났어.’

오늘은 정말 그룹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뜻깊은 자리였다. 그리고 점점 쇼케이스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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