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175화 (175/263)

멤버 공개와 전초전 (1)

아이돌 커뮤니티에는 때아닌 신인 걸그룹 광풍이 불고 있었다. 아이돌 명가 SG의 ‘글로리(Glory)’의 데뷔를 필두로 카오스 ‘타니아(Tania)’와 J&J의 ‘아우라(Aura)’가 오늘부터 멤버 공개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늘 3사 멤버 공개가 시작되는 날이다!]

[오랜만에 보는 전면전 양상?]

[자 냉정한 평가 들어갑니다.]

[엇! 위에 레전드 홈마이신 ‘역주행’ 님이시다!]

[오오오! 역주행 님! 등장!]

[저분이 바로 Eve를 떡상시켰다던 그분?]

J&J 사무실은 커뮤니티와 다르게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과연 SG가 어떤 멤버부터 공개를 할지 우리 직원들도 SG의 미튜브 채널을 계속 주목하고 있었다.

“어? 방금 영상 올라왔습니다. 첫 번째로 공개되는 멤버의 이름이 다온이네요. 한국인인 모양입니다.”

나도 대형 TV에 떠 있는 영상을 보고 있었다.

‘다온이라···. 특이한 이름이네.’

동영상으로 나오고 있는 다온이라는 멤버는 우리가 연습실에 방문했을 때 가장 조용히 있던 연습생이었다. 말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딱히 기억이 나진 않았지만 비주얼만큼은 상당히 뛰어났던 거로 기억했다.

“아무래도 센터인 거 같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없고 댄스 영상만 올라왔어요.”

‘댄스를 상당히 잘했던 거로 기억하는데···. 아무리 봐도 센터 겸 메인 댄서인 것 같은데?’

요즘에는 딱히 롤을 부여하지 않고 운영하는 그룹도 있었지만, SG는 멤버별로 역할을 맡겨서 운영하는 편이었다.

“그때 가운데 있던 조용한 멤버 맞죠?”

유정 씨도 영상을 보고 기억이 나는 모양이었다.

“그런 거 같습니다. 비주얼이 꽤 강하네요.”

“프로필하고 화보도 배포됐나 봅니다. 19세 한국인이고 키가 165cm네요.”

“대표님. 지금 카오스 포털 대문에 카오스 엔터의 신인 걸그룹 멤버 두 명도 같이 공개됐습니다.”

“네? 포털에요?”

작정하고 띄우기로 했는지 프로모션이 굉장했다. 자사의 아이돌이라고 포탈에 광고를 띄워 주다니···.

“글로리의 동영상이 올라온 지 10분 지나서 올라왔으니 아무래도 SG의 선택을 보고 자신들의 멤버를 고른 것 같습니다.”

“그랬겠죠. 거기도 센터겠죠?”

“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카오스는 7인조라 그런지 두 명을 공개했습니다.”

“두 명이요?”

카오스 엔터 채널에 올라온 영상을 점검해 보니 메인 댄서로 보이는 멤버가 추가로 공개되었다.

“이름이 ‘유림’하고 ‘로이나’네요. 어라? 유림?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데요?”

조아린 대리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카오스의 비주얼 센터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도 분명히 그녀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재작년 JTVC 오디션에 나와서 1등 한 멤버 같은데요? 그거 시청률 폭망해서 데뷔가 흐지부지됐잖아요.”

“아! 맞네요. 카오스로 갔나 보네요.”

“이렇게 되면 막상막하인데요? 카오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로이나는 한국하고 미국 혼혈이라네요. 저희 예측대로 메인 댄서라고 합니다. 딱 봐도 SG 카드를 보고 멤버를 공개한 것 같습니다. 이 멤버도 비주얼이 상당한데요?”

흐음···. 카오스, 만만치 않네. 영상도 세련되고 세트도 화려하고···.

그동안 절치부심했다는 게 느껴졌다. 영상의 퀄리티만 봐도 많은 예산을 투입한 게 느껴졌다.

‘오케이! 우리도 간다.’

“이제 저희도 갑시다.”

“예원이겠죠?”

“네. 다들 비주얼 멤버들을 첫 타자로 올렸는데 저희도 뺄 순 없죠. 예원이로 갑시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공개로 전환하겠습니다.”

조 대리가 마우스를 클릭하며 아우라의 센터인 예원이의 영상을 공개했다.

공들여 촬영한 프로필 영상과 댄스 연습 영상이 합쳐진 약 5분 길이의 동영상이었다.

거의 10등신에 가까운 모델 체형으로 주변 사람들을 쭈구리로 만들어 버리는 극강의 외모였다.

‘확실히 꾸미니까 어나더 레벨이구나. 어나더 레벨···.’

화면에 나오는 장예원은 풀 메이크업 상태로 화려한 의상을 입고 있었다. 그야말로 배우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황금빛 아우라의 주인공! 그룹 내에서도 연기력은 따라갈 멤버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게 좋아요?”

옆에서 유정 씨가 씰룩대고 있는 내 얼굴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럼 안 좋습니까? 나중에 유정 씨도 남자 아이돌 데뷔시켜 보세요. 제 기분이 어떤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물론 그게 어느 세월이 될진 모르지만···.”

“이익···. 저도 꼭 제 손으로 데뷔시킬 거예요!”

“예예···. 암요. 그러셔야죠.”

“······.”

큰소리는 쳤지만 뾰족한 수가 당장은 보이지 않는지 갑자기 말수가 적어진 나유정이었다.

‘유정 씨, 미안합니다. 제가 눈을 뽑아서 드릴 수도 없고···.’

옆을 슬쩍 보니 유정 씨가 수첩에 뭔가를 적고 있었다.

[오디션···. 아이돌 메이커 같은 오디션!]

그녀는 공개 오디션 방송을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큭···. 남자 아이돌 오디션이라니···. 몸서리가 쳐진다. 합숙소에서 꽁냥대는 건 도저히 못 봐준다고! 차라리 병영 체험을 하면서 땀내 나는 훈련을 시키면 모를까···. 흐흐흐···.’

나는 갑자기 군 시절 같은 내무반에서 여러 명이 복작복작 생활하던 기억이 떠올라 쓴웃음을 지었다.

‘남자는 자고로 군대에 다녀와야···.’

“대표님. 지금 무슨 생각 해요? 뭐 재미있는 아이디어 있으면 좀 공유합시다.”

자꾸 유정 씨가 팔꿈치를 들이밀며 눈웃음을 치고 있었다.

“거참···. 자꾸 옆구리 좀 치지 마세요. 갈빗대 나갑니다.”

“아니, 그러니까 무슨 생각 했냐고요.”

“아까 수첩에 적는 거 보니까 유정 씨가 아주 좋아하는 오디션을 생각하고 계신 거 같은데요.”

“봐, 봤어요? 왜 몰래 훔쳐봐요?”

그녀는 수첩을 닫더니 그것을 곧바로 핸드백 속에 집어넣었다.

“훔쳐본 거 아닙니다. 그냥 보이는 걸 어떡해요.”

“아이디어를 내라고 했더니 아이디어를 훔쳐 가는 거예요?”

허···. 무슨 그런 게 아이디어라고···. 쩝···.

“그런 오디션 말고요. 아예 남자 연습생들을 내무반에 가둬 두고 빡세게 병영 훈련을 시키는 게 어때요? 노래는 케이한테 털리고, 연기는 유정 씨한테 털리고, 춤은 유상준 팀장에게 털리고, 체력은 파주 액션 스쿨에 가서 정혜성 사범에게 털리는···. 미튜브판 ‘진짜 아이돌’ 어때요? 흐흐···.”

나는 유정 씨를 골려 먹기 위해 한 대 맞을 각오를 하고 과감히 개드립을 날렸다.

‘응? 뭐지? 왜 이리 조용해?’

분명 이쯤 되면 팔꿈치 공격이 들어와야 정상인데···.

눈을 돌려 옆을 힐끔 쳐다보니 그녀가 눈을 크게 뜨고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나도 모르게 그만 손바닥을 들어 그녀의 얼굴 앞에 대고 흔들었다.

“저기요. 유정 씨! 저기요?”

짝!

“어우···. 깜짝이야. 갑자기 왜 손뼉을 치고 그래요?”

“조, 좋은 아이디어예요.”

“예? 뭐가요?”

“뭐긴 뭐예요. 준형 씨가 방금 말한 그거요. 진짜 아이돌이요. 줄여서 ‘진아돌’이라고 부르는 게 어떨까요? 와! 아이디어 좋다. 이거 우리 언제 할까요?”

나유정이 갑자기 급발진하려고 했다. 안돼! 이건 저지해야 한다. 으윽···. 농담이란 말이다!

“워워···. 자, 잠시만요. 갑자기 왜 그래요.”

“왜요? 전 좋은데요?”

“농담이시죠?”

“진담인데요?”

그녀는 진짜 농담으로 하는 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

“그, 그 이야기는 일단 뒤로 미뤄 놓읍시다. 오늘 우리가 왜 이러고 있는지 잊어버리신 건 아니죠?”

“아우라 때문이잖아요. 그런데 일단 오늘은 이긴 거 같은데요? 예원이가 우리 식구라서 그런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예원이가 압도한 거 아녜요?”

“하하···. 뭐···. 제 눈에는 그렇지만 또 모르죠. 아무래도 식구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니까요.”

“이번엔 제감을 한번 믿어 보세요.”

유정 씨가 엄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입술을 씰룩였다.

“···뭔가 신뢰는 안 가지만···. 희망을 걸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3사의 멤버 공개가 시작되었고 아이돌 커뮤니티에서는 그에 관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었다.

[오오! SG 다온이래! 겁나 예쁘다. 역시 얼굴이 SG 상이야.]

[또 저런 얼굴이냐? SG 대표 혹시 역술관 출신이야? 관상을 보나?]

[메인 댄서래. 춤 겁나 잘 춘다. 맛깔나네. 오랜만에 흥분된다. 강력하기 그지없는 비주얼 센터잖아?]

SG의 다온이 소개되고 역시 아이돌 명가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평이 이어졌다. 다음은 카오스 엔터 차례였다.

[헉! 카오스 센터가 유림이야! 어디 갔나 했더니 카오스에 가 있었네.]

[와! SG 긴장 타야겠다. JTVC 오디션 1위가 카오스에 있었다니!]

[로이나는 혼혈인 거 같은데? 메인 댄서네. 7인조라 비주얼 멤버라고 보고 오늘 공개한 거 같다. 강하네 카오스.]

[와···. 재미있다. 한 회사만 나왔으면 이렇게 화제가 안 됐을 것 같은데···. 무슨 타이틀 매치 같아서 꿀잼이잖아?]

카오스에서 공개한 두 명의 영상도 SG의 다온 못지않게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개된 J&J의 센터 장예원!

[뜨어···. 뭐야. J&J까지 왜 이래? 미모 미쳤잖아? 키도 엄청 큰 거 같은데? 170cm?]

[이거 혹시 배우로 키우려고 뽑았던 애 아님? 완전 배우 삘인데?]

[얼굴 미쳤잖어. 꿀 떨어진다. 외모만 보면 셋 중 압살 아님?]

[무슨 압살이야? 오버 좀 그만해라. 그런데 좀 예쁘긴 하네.]

[점점 재미있어지는데? 3사의 센터들이 다들 굉장하네.]

커뮤니티는 3사의 비주얼 멤버 공개에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나도 슬쩍 들어가서 내 아이디로 예원이의 찬양 댓글을 마구마구 달아 주었다.

“준형 씨. 그러다 아이디 밝혀져서 망신당해요.”

으응? 헉···. 나도 모르게 그만···.

“크흠···. 예, 예원이 반응도 아주 좋은데요? 첫 번째 공개부터 아주 쾌조의 스타트예요.”

반응을 보니 나쁘지 않았다. 동등 혹은 동등 그 이상!

의외로 하꼬인 J&J에서 선방을 하고 있다는 댓글이 많았다.

“자···.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홍보팀은 오늘 계속 모니터링 좀 해 주시고요.”

그렇게 첫 번째 멤버가 소개되고 한참 동안 아이돌 커뮤니티가 시끄러웠다. 굉장한 잠재력의 그룹이 동시에 데뷔하는 거라 그런지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다른 멤버들의 공개가 이어졌다.

SG는 센터(메인 댄서) - 리드 보컬 - 메인 래퍼 - 메인 보컬 순으로 미튜브에 공개했는데 카오스와 J&J도 똑같은 식이었다.

아우라의 리드 보컬로 담희와 이지령이 공개되었다.

담희가 공개되는 순간 커뮤니티가 뒤집혔는데, 많은 회원들이 SG의 다미라는 것을 순식간에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어? SG 뉴비즈의 다미가 왜? J&J에 있어?]

[아! 맞다. 역변해서 나뮤스에 나왔었지? 그런데 지금 보니까 리즈 시절 미모를 되찾은 것 같은데? 어디 몸이라도 아팠나? 이준형 작가가 눈여겨봤다가 데려갔나 보네.]

[와. 청순 청순하다. 미쳤는데? 예전에도 진짜 예쁘다고 생각했었는데···.]

[난 얘가 무조건 SG 차기 걸그룹 센터라고 생각했었는데···.]

차도녀 이지령의 이야기는 별로 없었지만 담희의 이야기, 특히 외모를 되찾은 이야기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말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다음으로 메인 래퍼 정유리가 소개되었다.

영상에서 유리는 3개 국어 래퍼로 소개되고 있었는데 영어, 일본어, 한국어로 멋지게 랩을 하는 영상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영어 랩의 플로우가 너무 찰지다고 해야 하나? 영어 능통자라 그런지 귀에 쏙쏙 들어왔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어떤 한 남자와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흑백 사진이 천천히 페이드 인, 페이드 아웃으로 사라지며 한 글자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Eden’s Sister···.

[헉···. 진짜가 나타났다. 3개 국어 래퍼다!]

[우와! 테리우스 정이든 동생이다!]

[정이든이 영국에서 살았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인데···. 한국어, 영어 랩은 이해가 가는데 일본어 랩은 뭐지?]

[얼굴을 자세히 보면 닮은 구석이 있다. 와 동생 진짜 귀엽게 생겼다.]

[키도 되게 커 보이는데?]

[이준형 작가가 前 테리우스 매니저라 그런가? 집에 놀러 갔다가 슬쩍 동생을 주워 온 거 같은데?]

[이준형 작가가 무슨 청소부냐? 아이돌을 줍줍하게?]

[다 줍줍한 거 같잖아. 담희, 유리···.]

[미쳤는데? 완전 하꼬로 봤던 J&J가 의외의 복병이 될 거 같다. 지금까지는 말이지.]

정이든의 동생 걸그룹 데뷔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으며 실시간 검색어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조 대리님? 우리 회사 채널에 얼른 배너를 하나 걸도록 합시다.”

“어떤 배너요?”

“J&J는 테리우스를 사랑합니다.”

“풋···.”

조아린 대리가 내 말을 듣고 웃음이 빵 터졌다.

“후후···. 조, 좋은 아이디어네요. 대표님. 얼른 배너를 걸도록 하겠습니다. 테리우스의 팬덤에 귀엽게 어필을 하는 것도 좋아 보이네요.”

그리고 마지막 메인 보컬인 리리의 엄청난 노래 실력이 공개되었고 한동안 꽤 화제가 되었다.

그렇게 3사의 모든 멤버들이 공개되자 커뮤니티에서 투표가 벌어지고 있었다.

[3사의 멤버 공개 후 과연 누가 승자인가?]

1) SG

2) 카오스

3) J&J

-투표 결과 보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