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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174화 (174/263)

총력전 (3)

[비수기에 쏟아지는 신인 걸그룹 데뷔 러시! 도대체 무슨 일이?]

전통적으로 가요계에서는 연말, 연초를 비수기라고 생각한다. 연말 시상식과 콘서트, 각종 행사 등이 몰려 있다 보니 신곡에 대한 관심이 다른 시기보다 덜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스트리밍 매출도 이 시기가 가장 적은 편이다.

아이돌 그룹의 컴백이나 데뷔는 대체로 봄이나 가을철에 이루어졌다. 퍼포먼스형 걸그룹의 경우 여름철에 데뷔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나, 이처럼 비수기라고 하는 12월에 굵직한 신인 걸그룹이 동시에 데뷔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첫 포문은 SG였다. 아이돌 명가 SG는 6년간의 신인 공백을 깨고 드디어 12월 1일 글로리(Glory)라는 걸그룹을 선보인다. 관계자에 따르면 비주얼이 출중한 실력파들로 오랜 기간 SG에서 연습한 인재들이라고 한다.

글로리 멤버들은 11월 중순부터 한 명씩 미튜브에 공개될 예정이다. 최고의 기획사답게 벌써부터 대중들의 기대감이 남다르다. 금일 기준 SG의 주식은 장중 5%를 상회하는 상승을 보여주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아무래도 전통적인 비수기에 빈집 털이를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예측을 낳고 있는데, 여기에 도전장을 던진 게 바로 카오스엔터테인먼트다.

카오스는 SG와 맞불 작전이라도 하려는 듯 같은 시기에 자사의 신인 걸그룹을 데뷔시킬 계획이다.

신인 걸그룹의 이름은 ‘타니아(Tania)’로 아이돌 명가와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카오스 엔터의 관계자에 따르면 최고의 환경에서 트레이닝한 인재들이라며 자못 자신감이 대단하다. 지금까지의 투자를 실적으로 보여 주겠다는 포부다.

과연 이 거대한 두 공룡이 아이돌 시장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공룡의 싸움에 끼어든 겁 없는 회사가 있다. 바로 이준형 작가와 배우 나유정이 협업해 만든 J&J 엔터테인먼트다.

J&J는 지금껏 콘텐츠 제작업체로 알려져 있었지만 의외로 설립 초기부터 1년간 연습생들을 키우고 데뷔 준비를 착실히 해 왔다고 알려졌다.

신인 아이돌의 이름은 ‘아우라(Aura)’로 알려졌는데 SG, 카오스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프로모션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아우라’는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프로듀서인 케이가 프로듀싱을 전담했다고 알려졌다. J&J가 슈퍼노바와 같은 기적을 보여 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초대형 넷플릭 드라마 제작을 준비하고 있는 J&J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쓸데없는 사업에 심력을 낭비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반응도 많았다.

이렇듯 두 공룡 사이에 끼어든 J&J의 행보에 관심이···. <중략>

* * *

나는 사무실에서 ‘아우라’의 데뷔 관련 기사를 읽고 있었다.

“뭐야. 다들 우리를 걱정하는 기사뿐이네. 내가 원래 아이돌 매니저 출신인 거 모르나?”

아니면 다른 업체에서 경쟁자가 늘어날까 봐 걱정한다거나···. 뭐 아님 말고···. 아무튼 걱정을 해 주는 건 좋은데 불순한 의도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나는 내친김에 아이돌 커뮤니티의 반응도 살펴보기로 했다.

‘어디 보자.’

[신인 걸그룹 데뷔 러시! 시상식, 행사로 바쁜 사이 빈집을 노리나? SG, 카오스, J&J 동시 출격!]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SG는 다국적 그룹이라던데?

-도대체 몇 년을 묵힌 거냐. SG!

-요즘 분위기면 걸크러시를 넣을 수밖에 없을걸?

-아무래도 Cool 한 스타일로 갈 거 같아.

-카오스에서도 작심한 거 같아. 이건 뭐 싸우자는 거잖아.

-내 친구가 카오스 연습생인데 처우는 좋다고 하더라.

-그런데 갑툭튀 J&J는 뭐니?

-뮤지컬 영화랑 드라마 만드는 데 아냐?

-영화로 번 돈을 거하게 말아먹고 싶은가 보지.

-말아먹긴? 대표가 작가 겸 아이돌 매니저였잖아. 이유가 있겠지.

-너 J&J 다니냐? 보나 마나 꽝이지. 좋은 애들이 거기에 있겠어?

-그런데 왜 케이 프로듀서가 J&J에 있는 거임?

-예전부터 대표량 아는 사이였다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말했잖아.

-대표가 인맥 쩌네.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나유정에 프로듀서 케이라니?

-그래도 인지도가 없어서 망할 확률이 높아. 슈퍼노바가 흥한 것은 거의 기적이라고 봐야 해.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그래. 장을 아주 섬세하게 지져 주마. 맘대로 떠들어라. 다들 나중에 우리 아우라로 갈아탈 녀석들이구만?”

살짝 올라오는 짜증을 참으며 억지로 멘탈 케어를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대표님. 스타일리스트 지원자가 도착했습니다. 혹시 가 보실 건가요?”

“그럴까요?”

나는 조아린을 따라 면접을 하는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하석우 실장과 나유정 이사가 앉아 있었고, 맞은 편에는 예전에 봤던 김규빈 씨의 얼굴이 보였다.

“아···. 그냥 계세요. 잠시 얼굴만 보러 왔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또 뵙겠습니다. 김규빈이라고 합니다.”

“네. 여기서 만나니 반갑네요.”

그녀는 확실히 옷을 입는 센스가 뛰어났다. 아래위로 훑어보니 시중에서 파는 옷 같지도 않았다.

‘흐음···.’

내가 손을 벌리자 조아린 대리가 나에게 지원자의 프로필을 건네주었다.

나는 용지를 쓱쓱 넘기며 이력서를 훑어보았다.

“오···. 뉴욕에 있는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 다니셨네요?”

“잠깐 다니다가 중퇴했습니다. 학비가 너무 비쌌습니다.”

“···하하. 그러시군요. 포트폴리오를 보니 디자인을 상당히 잘하시네요?”

“네. 어렸을 때부터 취미였습니다. 옷을 만드는 게 제일 재미있고 잘하는 일입니다.”

‘옷을 만드는 거라···. 다행이네.’

지금 내가 원하는 인재는 단순한 스타일리스트가 아니다. 적합한 무대 의상을 찾을 수 있다면 모를까, 필요하면 창조해야 할 필요도 있었다. 물론 외주로 해결을 할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러한 컨셉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소통이 가능한 사람이 필요했다.

“혹시 제 설명을 듣고 어울리는 스타일을 빠르게 스케치하실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오···. 이 처자. 눈빛이 살아 있다. 나는 그냥 물어본 건데 바로 단답형으로 대답해 버린다. 어째서 이런 사람이 가게에서 그렇게 쩔쩔매고 있었을까?

“그래요. 그럼 제가 캐릭터에 대해 설명을 해 드리죠.”

나는 귀환소녀의 얼음마법사인 이지령 캐릭터를 설명해 줬다. 그녀는 내 설명을 주의 깊게 듣고 있다가 뭐가 떠올랐는지 스케치북에 쓱쓱 선을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도중에 뭔가 맘에 안 드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며 드로잉에 집중했다.

한 10분쯤 흘렀을까? 그녀는 연필을 내려놓고 스케치북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와우···.”

스케치북에는 동양풍과 서양풍이 적절히 조화된 드레스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으로 검은색에 위에 흰색으로 포인트를 주고, 팔은 마치 한복의 소매처럼 넓은 편으로 마법사의 로브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치마는 주름이 있는 벨벳 느낌이었으며 망사가 살짝 내려와 고급스러운 느낌을 아주 잘 살린 의상이었다.

그리고 과감하게 검은색 군용 스팀펑크 스타일의 롱부츠로 마무리를 했는데 그 스타일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얼음 마법을 쓴다고 했는데 흰색이 아니라 검은색 바탕에 흰색으로 포인트를 준 것도 참신하고, 격렬한 댄스를 출 수 있도록 적당히 여유가 있고 치렁치렁하지도 않아.’

확실히 아우라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왜 그런 숍에서 막내 생활을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의 인재랄까? 아마도 중퇴를 한 후 학벌과 경력이 없으니 그런 곳에서 일한 모양이었다.

나는 스케치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규빈 씨. 사실 저희가 원하는 게 바로 이런 능력입니다. 단순 스타일리스트가 아니에요. 저희는 드라마 제작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하면 아예 의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가능하시겠어요?”

“네. 제가 제일 잘하는 겁니다.”

그녀는 의외의 말을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기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좋습니다. 필요하면 따로 보조 스타일리스트도 채용해 드릴 테니 일이 버거워지면 말씀해 주세요.”

“네? 혹시 저 합격인가요? 그냥 이렇게요?”

그녀의 표정은 황당함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렇습니다. 당장 내일부터 출근하시면 됩니다.”

“······.”

내가 빠르게 결정을 해 버리자 하석우 실장과 나유정 이사가 뻘쭘한 듯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너무 사람들을 들러리로 만들어 버렸나?’

하지만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의상을 만들어야 하니까.

무대 위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고 뭔가 판타지다운 이미지까지 살리려면 의상 제작에도 많은 수정이 발생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일단 제가 대본을 보내 드릴 테니 각 주인공의 개성을 파악하시고 아이디어를 떠올려서 의상 디자인을 해 주셔야 합니다. 물론 기존에 있는 스타일의 옷이라도 상관없구요. 뮤직비디오에 입고 나올 예정이지만 편안하게 춤도 출 수 있어야 합니다.”

“네. 복잡하지만···.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대표님.”

김규빈은 이제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듯 기쁜 얼굴이었다.

“험험···.”

하석우 실장은 뭐가 어색한지 헛기침만 하고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멋대로 저질러 버렸네요.”

“괜찮습니다. 뭐 한두 번도 아니고···. 대표님의 안목을 믿어야죠.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워낙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

“와···. 디자인이 예쁘네.”

나유정은 말을 하면서 김규빈이 스케치한 디자인을 보고 있었다.

“대표님. 진짜 괜찮습니다. 솔직히 추진력 하나는 끝내주십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요.”

하석우 실장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얼굴이었지만, 그런데도 나를 전적으로 믿어 주었다.

“열심히 하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채용을 마무리하고, 의상 제작이 완료되면 곧장 뮤직비디오와 화보 촬영, 멤버별 단독 영상 촬영이 급박하게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 * *

화보 촬영 현장.

김규빈은 내가 탄생시킨 캐릭터들의 의상을 120% 이상 실용적이고 멋지게 표현해 냈다. 이 무대 의상에 열광한 것은 다름 아닌 멤버들이었다.

컨셉에 약간의 부담을 느끼고 있던 장예원과 이지령도 무대 의상을 보고 상당히 기뻐했다.

“언니! 이거 입으니까 진짜 무슨 영화배우가 된 느낌이에요.”

“그, 그래?”

리리가 강렬한 걸크러시 메이크업을 하고 스타일리스트 김규빈에게 찰싹 들러붙었다. 그녀는 어둠의 흑마법사 역할로 위도우가 입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리리는 평소에도 메이크업이나 분장 등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수시로 변장을 하고 다녔으니까 뭐···.’

화보를 찍는 아우라의 모습을 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유정 씨에게 연기를 전수받아서 그런지 카메라를 노려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와···. 눈빛 좀 봐. 다들 프로네 프로.’

전원이 연기력을 겸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화보도 잘 나올 것 같고···. 이제는 뮤직비디오 차례인가? 엄태민 감독님이 실력을 보여 줘야 할 텐데···.’

그렇게 시작된 뮤직비디오 촬영.

엄태민 감독은 후배인 뮤직비디오 감독과 함께 로케이션을 변경해 가며 주의 깊게 영상을 찍었다. 엄태민 감독에게 배정된 인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해서 J&J 스튜디오 제작팀 인원이 모조리 달라붙었다.

엄태민 감독의 뛰어난 영상미와 후배 뮤직비디오 감독의 화려한 연출 콜라보였다. 알고 보니 그 후배는 1티어 그룹의 뮤직비디오도 다수 만든 꽤 유명한 감독으로, 평소 친했던 엄태민의 꼬드김에 빠져 얼떨결에 합류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데뷔곡 ‘Return’의 뮤직비디오 촬영이 끝나고 드디어 마지막으로 CG 작업에 들어갔다.

‘데뷔 때까지는 꼭 완성되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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