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151화 (151/263)

넷플릭 드라마 준비 (1)

잠도 안 오는 김에 아침 일찍 밥을 먹고 회사로 출근했다. 출근하는데 주리가 자꾸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그래. 맘대로 생각해라. 맘대로.’

유정 씨는 피곤한 모양인지 잠시 우리 집에서 더 자다가 주리랑 놀든지 회사에 나오든지 하겠다고 했다.

나는 회사에 들어서며 마주치는 직원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대표님 나오셨어요.”

“조 대리. 일찍 출근했네요.”

“안녕하세요. 대표님.”

음···. 서른 살에 벌써 대표님 소리를 듣다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긴 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판은 벌어졌고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

“조대리. 잠깐 나 좀 봐요.”

나는 조 대리를 불러서 그간 진행됐던 이야기들과 회사의 분위기를 물어봤다.

“대표님. 일단 분위기는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어느 정도 수익이 나왔는지 기사로도 나오다 보니 회사 직원들이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아···. 기사 다들 봤나 보네요?”

“네. J&J가 얼마나 벌어들였는지 기사가 여러 군데 떴거든요.”

맞다. 나도 그 기사를 봤으니까···. 아주 자극적으로 썼던데···.

[신생 J&J 첫 영화 제작 성공으로 돈방석에 앉아···.]

[‘프로듀서님 저 회귀했어요’의 성공으로 J&J는 얼마나 벌었을까?]

[J&J는 이미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 CA 미디어와 이미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마지막 기사는 우리가 무슨 CA 미디어 그룹의 자회사쯤으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그 기사는 나유정을 조건 없이 풀어준 것을 들먹이며 뭔가 모종의 거래가 있지 않냐는 그런 추측성 보도를 하고 있었다.

물론 사업적인 판단과 거래가 있긴 했지만 뭐 불법적인 거래나 그런 건 전혀 없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걸리는 게 있어야 찔리는 법이지. 무시하자. 무시!’

언제나 이런 기사는 차고 넘친다. 이런 언론사도 돈벌이가 되는지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의 찌라시성 기사가 판을 치는 형국이다.

“직원들에게 특별 상여금을 줄 테니 기대하라고 하세요. 아! 물론 딱 이번 한 번만이라는 걸 빼먹지 말고 언급 좀 해주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다들 만족해할 거에요. 솔직히 이런 경우가 별로 없거든요.”

나는 J&J 스튜디오 직원들에게는 몇 달 치의 월급을 줄 생각이었고 영화 제작과 관련 없는 직원들에게는 한 달 치 보너스를 지급할 생각이었다.

J&J 스튜디오 직원들은 기존에 밀린 월급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그것을 내가 해결해 줄 생각이었다.

‘이번엔 정말 전 직원들이 다 같이 노력해줬어.’

직접 관계없는 직원들도 영화에 대해 SNS로 홍보를 하거나 커뮤니티를 돌며 직접 홍보까지 해줬다.

“조 대리. 연습생들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죠?”

사실상 거의 내 비서 역할을 하는 홍보팀 조아린 대리였다.

“지금 6개월째 꾸준히 트레이닝을 받고 있습니다. 실력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게 느껴질 정도예요. 기본적으로 연기 수업하고 노래는 최고의 멘토가 케어를 해주고 있으므로 걱정할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걸그룹 연습생들의 연기 멘토는 나유정이었고 노래 쪽은 보컬 트레이닝을 받은 멤버들을 케이가 매의 눈으로 체크하고 있었다.

“피부관리도 주기적으로 받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다들 몰라보게 예뻐졌어요.”

이건 내가 아낌없이 투자하라고 지시한 건이었다. 어쨌거나 드라마를 찍을 예정이기 때문에 외모 관리는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그런데···.”

“괜찮아요. 조 대리. 말해보세요. 갑자기 왜 말을 흐려요?”

“전 대표님이 왜 유상준 팀장에게 그런 지시를 내리셨는지 모르겠어요. 애들이 요즘 그거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어떤 거요? 고난이도 춤도 소화할 수 있도록 한 거요?”

“네. 그거 때문에 유 팀장님이 엄청 빡세게 애들을 굴리나 봅니다.”

“그건 제가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겁니다. 혹시 그거에 대해서 불만이 있거나 하면 안 되는데···.”

“그런 불만은 없고 힘들어서 그런 거죠. 나중에 대표님이 언제 데뷔를 시킬 것인지 정확하게 알려주시면 그런 불만은 쏙 사라질 거 같습니다. 원래 연습생들이 그거 때문에 제일 힘들어하거든요.”

“아···. 제가 그걸 놓쳤네요. 걸그룹은 올해 안으로 무조건 데뷔시킬 겁니다. 일단 대략적인 시기를 알려줘야겠군요. 그래야 더 열심히 연습할 테니까요.”

“네. 그러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솔직히 대형 기획사도 이 정도로 투자하진 않거든요. 사실 좀 과하다고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괜찮습니다. 우리 회사에 돈 많아요. 아시죠?”

“호호···. 아무래도 제가 대표님을 따라 나온 게 진짜 잘한 일 같습니다. 요즘 일이 너무 재미있는 거 같아요. 제가 직접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하하···. 그렇게 주체적으로 좀 해주세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알죠?”

그렇게 조아린 대리가 나가고 조만간 연습생 애들에게 데뷔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마음먹었다.

연습생들이 가장 열심히 연습한다는 게 바로 데뷔에 대한 소리를 들었을 때라고 하니까···.

* * *

다음 날 나는 이민영 넷플릭 총괄 매니저를 만나기 위해 넷플릭 사무소 근처 식당에 와 있었다. 이민영은 매우 바쁜 사람으로 그냥 가벼운 식사를 선호하는 편이라 굳이 비싼 곳으로 잡을 필요가 없었다.

“오랜만이네요. 디렉터님.”

“그러게요. 대표님. 자주 뵙지는 못하지만 좋은 소식은 계속 듣고 있습니다.”

“운이 좋았죠.”

“겸손하시네요. 제 눈은 역시 틀리지 않았네요.”

“칭찬 감사합니다.”

“저 이번 영화도 재미있게 잘 봤어요. 진짜 신나더라고요. 노래도 너무 좋고···. 지금도 스트리밍 차트에 올라가 있던데요. 나온 지 거의 한 달이 다 돼가는데 진짜 대단해요.”

“하하 자꾸 그러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아니에요. 정말 신생 회사가 그 정도로 대박을 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저도 설마 천만을 넘길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으니까요.”

“그거야 경쟁작들이 죄다 망하는 바람에···.”

“절대 안 그래요. 정말 재미 하나는 끝내줬어요. 그래서 거기 나온 멤버들 다 잘됐잖아요. CF도 많이 찍고 예능 고정도 들어가고 드라마 캐스팅도 되고···.”

“그거야 배우들이 잘한 거죠.”

“글쎄요. 식스엔젤 윤지하고 프렐류드 은하 빼고는 거의 연기 경험도 없던 초보 배우였잖아요. 그 정도 퀄리티로 만든 건 아무나 못 하는 겁니다. 전문가인 제 눈을 믿으셔도 좋아요.”

오랜만에 만난 이민영은 무슨 할 말이 이리 많은지 처음부터 수다를 엄청나게 떨어댔다.

“그나저나 예쁜 레스토랑이네요. 전 파스타 시킬게요.”

“그럼 저도···.”

우리는 음식을 먹으며 내 차기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제작은 J&J 스튜디오가 직접 담당하실 건가요?”

이민영이 포크로 피클을 찍더니 입에 쏙 넣었다.

“당연하죠. 제가 인수한 목적이 있는데요. 아! 그때 감사했습니다. 디렉터님 때문에 사과 스튜디오를 만나게 된 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말씀대로 저력이 있는 곳이더군요.”

“제가 뭘요. 저희는 좋은 작품만 만들어주시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하하···. 그건 너무 모범답안 아닌가요?”

“그런데 말이죠. 충분하시겠어요? 대표님의 차기작은 대충 만들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사람 좋아 보이던 이민영 총괄 디렉터의 표정이 갑자기 180도 바뀌었다.

“..........”

“김호진 PD 능력 있죠. 깔끔하고 빠르게 찍고 현장 통솔력 좋고요. 하지만 이런 블록버스터급 작품을 다룬 적이 없습니다. 예전부터 그냥 가벼운 드라마만 담당했더군요. 그것도 현대물만요.”

그녀의 지적은 타당했다. 그냥 팩트라고 해도 무방한 말이었다. 물론 김 PD가 이 자리에 있었더라면 화를 냈을지도 몰랐다.

“으음···. 저는 김 PD님의 능력을 믿습니다.”

내가 대답을 하면서 흔들림 없는 눈빛을 보여주자 이민영 총괄 디렉터가 고개를 갸웃했다.

“대표님은 정말 다른 사람들이 못 보는 그런 걸 보는 능력이 있나 보군요.”

“네? 그게 무슨···.”

“서바이벌 오디션에서 나유정 씨가 한 말이잖아요.”

“아···. 그 소리요.”

난 또 뭐라고···. 거기서 들은 내용을 여기에서 인용해서 말한 거였구나.

“대표님은 신뢰를 보내시지만, 솔직히 저는 살짝 걱정됩니다. 제 생각 같아서는 김호진 PD는 가벼운 다른 작품을 시키고 대작 경험이 있는 쪽에 맡기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요? 혹시 당장 아시는 분이 없으시면 저희가 알아봐 드려요?”

“아닙니다. 그럴 생각도 없고 그럴 필요 없습니다. 김호진 PD가 잘 찍을 거예요.”

“음···. 소속 직원에 믿음이 크시군요. 다들 그러다가 나중에 후회하더군요.”

이민영 총괄 디렉터도 한두 푼이 걸린 프로젝트가 아니기 때문에 그냥 대충 넘어갈 수 없을 것이다. 넷플릭이 얼마나 많은 졸작을 양산했는가? 심하게 말하는 사람은 열에 한두 개나 볼만한 게 있을까? 그 정도 비율로 꽝이 많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단지 경험이 부족할 뿐입니다. 언젠가 대작도 만들어봐야죠. ‘나만의 세계’ 찍을 때 자기한테 안 보여줬다고 두고두고 말하더군요.”

“당연히 능력이 있으니 찍어야죠. 하지만 왜 그게 우리 작품이 되어야 할까요?”

아무래도 큰돈이 걸려있나 보니 평소에 말이 잘 통하던 이민영도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래서 사람은 일을 같이 해봐야 안다니까···. 역시 돈이 걸리니 깐깐하구나.’

하지만 나는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김호진 PD가 적임자입니다. 이런 규모로 긴 시리즈를 제작해본 경험은 없지만 그건 제가 옆에서 지켜봐서 잘 압니다. 한국이 낳은 봉 감독에 버금가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명색이 천만 감독 아닙니까? 대한민국에 천만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죠?”

“........”

“그리고 1시즌을 찍어보고 결정해도 되지 않습니까? 총 7시즌입니다. 7시즌!”

“이런 말까지 하긴 좀 그런데요. 책임지실 수 있으신가요?”

“책임집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1시즌이 영 아니다 싶으면 제가 외부에서 할리우드 감독이라도 섭외해 올 테니까요.”

“진정하세요. 대표님. 그냥 걱정돼서 하는 말입니다.”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난 보이는 것만 믿는다. 김호진 PD는 지금 미친 듯 아우라를 뿜어대고 있었다.

뭐 사실 천만 감독 버프 같은 게 있는 것 같았지만 적어도 ‘나만의 세계’를 만든 JTVC 스튜디오의 이준환 PD보다도 더 강렬한 아우라를 가지고 있는 초특급 인재였다.

“일단 한번 믿어보시죠. 제작비가 부담되신다면 제가 사비를 들여 충당할 의향도 있습니다.”

“아, 아닙니다. 대표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일단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그냥 작품을 위해 여러 가지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는 겁니다.”

“네.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좋은 결과가 나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으니까요.”

“당연히 그러시겠지요.”

그 말을 끝으로 우리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찾아왔다. 나는 다소 김이 빠진 콜라를 마시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 혹시 배우 쪽으로는 다른 의견 없으신가요? 저번에 빅데이터 분석을 추가로 더 해보신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제 작품과 어울리고 같이 하면 사람들이 좋아해서 실패할 확률이 적은 배우가 누군지 하는 거요.”

“이 대표님은 그게 궁금하시군요? 제가 그럴 줄 알고 데이터를 뽑아왔습니다.”

“이거 두근거리는데요.”

연출 관련해서 이민영과 논쟁을 벌이던 것은 뒤로하고 누가 내 작품과 가장 맞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일단 대표님과 작품과 가장 상관관계가 높게 나왔던 남자 배우는 역시나 정주빈 씨였습니다. 가장 망할 확률이 낮게 나온 거죠.”

“으음···. 역시 정주빈이군요.”

정주빈은 내가 주연배우 감으로 점찍고 있는 배우 중 한 명이었다. 차가운 이미지와 최강의 외모로 한류 4천왕 중 한 명이었으며 결혼 이후 불행한 교통사고를 겪고 배우자를 잃은 비운의 배우였다.

누구나가 원하는 배우였지만 아직 몇 년간 아무런 작품에도 출연하지 않고 CF에만 가끔 나오고 있을 뿐인 전설적인 배우!

만약 작가님만 오케이 하신다면 저희가 발로 뛰고 바짓가랑이를 붙잡아서라도 자리를 한번 마련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야 좋죠. 대중들이 최고로 궁금해하는 흥행 보증 수표나 마찬가지인 배우 아닙니까?”

“그럼 일단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혹시 여배우도 나왔나요?”

“물론이죠. 제가 누굽니까? 준비성 하나는 끝내주거든요.”

내가 남자 주연배우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하자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진 이민영이었다.

“아무렴요. 넷플릭 아시아를 총괄 담당하실 분 아닙니까?”

“호호호···.”

그녀는 빤히 보이는 내 아부에 기분이 좋은지 크게 웃고 말았다.

“일단 거두절미하고 1위부터 말씀드릴게요. 이 배우와 함께하면 망할 일 없다 1위! 두구두구···.”

그녀는 신이 났는지 입으로 자체 BGM까지 넣어가며 호들갑을 떨었다.

“누구죠?”

나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그녀의 입술만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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