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148화 (148/263)

이런 게 대박이다! (2)

‘프로듀서님 저 회귀했어요’의 총관객 수 대략 천백만 명!

인당 평균 티켓 가격이 8,286원이라고 봤을 때 총 매출은 911억이었다.

‘와···. 정말 대단하다.’

이래서 다들 제작사를 하려고 하는 것 같다. 한 방에 911억 매출이라니···.

매출에서 부가세 10%와 영화발전기금 3%를 빼니 796억이 남았다. 여기서 극장이 약 45%(약 358억)를 가져간다. 그럼 나머지 438억이 남는다.

이 금액을 배급사, 투자자, 제작자가 나눠 갖는다. 배급사(CA)는 약 10%인 44억을 먼저 떼어간다.

배급사 몫을 제외하면 394억인데 제작비가 약 60억 정도 들어갔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면 334억의 이익이다. 그럼 이 금액을 6 : 4의 비율로 투자자, 제작사가 나눠 가지게 된다.

334억의 60%인 200억을 투자자가 가져가고 나머지 40%인 134억을 우리 회사인 J&J가 갖게 된다.

911억 매출을 하고 겨우 134억 밖에 못 벌었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제작사 몫 말고 투자자에 내가 떡하니 들어가 있기 때문이었다.

투자자 수익인 200억 중 67%인 134억이 내 몫이었고 유정 씨가 17%인 33억, YN 엔터의 주영진 대표도 33억을 가져갔다.

“으흐흐···.”

똑똑···.

“으악···. 깜짝이야!”

나는 급히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왼쪽 유리문에 나유정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썩을 유리문···. 벽으로 막든지 해야지.’

“노, 놀랬잖아요. 뭐 하고 있어요. 들어오려면 들어오던가?”

내가 그 말을 하자 그녀는 곧바로 문을 열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왜 또 스크루지처럼 실실 웃고 있어요? 뭐 이상한 거 보고 있죠?”

“허 참···. 사람 잡지 말아요. 뭘 이상한 걸 본다고 그래요. 잠시 영화 관련 정산 좀 하고 있었어요.”

“정산 관련? 으음···. 그런데 일하면서 왜 그런 이상한 표정으로 웃는지 모르겠네.”

나유정은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허···. 자꾸 이상한 사람 좀 만들지 마시고요. 이번 영화로 벌어들인 수익을 대략 점검해보고 있었습니다.”

“아···. 수익···.”

어째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다. 할 수 없군. 놀라게 해줄 수밖에···.

“유정 씨 놀라지 마세요. 유정 씨가 투자한 돈이 몇 달 만에 33억이 됐습니다. 와! 미친 수익률이다!”

짝짝짝!

나는 손뼉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그래요? 꽤 되네요?”

막상 금액을 듣고도 말만 그렇게 하지 표정은 덤덤한 유정 씨였다.

“저기요. 그 무미건조한 반응 뭡니까? 아니···. 대체 돈이 얼마나 많길래. 말을 그렇게 해요? 자그마치 33억입니다. 33억!”

“와. 너무. 많다.”

“그만! 억양 없는 발연기 그만하라.”

“흐음···. 준형 씨가 돈 많이 번 건 알겠고요. 일단 축하해요.”

그녀는 진짜 이 엄청난 돈에 별다른 느낌이 없는 모양이었다. 하긴 돈이 좀 많았어야지. 나는 그냥 그녀를 이해하기로 했다.

“죄송한데요. 자꾸 그렇게 옆문으로 불쑥 나타날 거에요? 진짜 깜짝깜짝 놀란다고요.”

“이그···. 사람이 덩치는 무슨 백곰만 하면서 겁이 그렇게 많아요?”

“겁이 아니구요. 그냥 단순히 놀란 거예요.”

“그게 그거죠. 아무튼, 그건 됐고요. 앞으로 뭐할 거에요?”

“.........”

기습적인 나유정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책상 위에 있던 대본을 손으로 슬쩍 가리고 말았다.

“어? Stop! 그거 지금 뭐에요?”

“네? 아, 아무것도 아닌데요?”

말을 하는 그녀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이 사람이 정말···. 귀신은 속여도 나는 못 속이지. 내놔요.”

“뭐, 뭘 말씀입니까?”

“뭐긴 뭐에요. 그거 손으로 가리고 있는 대본이요. 또 뭘 준비하는 거예요?”

“아하! 이건 그냥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연습장이에요.”

“웃기지 말아요. 대본이잖아요.”

그녀는 책상에 있는 내 손을 억지로 치우더니 기어이 대본을 채갔다.

“아, 안돼.”

“안돼 긴 뭐가 안돼요. 응? 이게 뭐야? ‘나만 아는 세계멸망’?”

나유정이 뺏어간 대본은 넷플릭과 계약한 작품의 인쇄된 대본이었다. 원래 제목은 ‘세상의 멸망은 나만 아는’이었는데 뭔가 어색한 것 같아서 변경을 거쳐 최종 대본이 완성되었다.

‘하아···. 들켰네. 이번 작품은 유정 씨 없이 가고 싶었는데···.’

그녀는 대본과 내 얼굴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뭐야? 이거 새 작품이죠? 차기작으로 뭘 하나 싶었는데 나 몰래 이런 걸 준비하고 있었군요?”

차갑게 가라앉은 그녀의 눈빛은 너무나 무서웠다. 이렇게 대본이 나올 때까지 왜 자기한테는 전혀 알리지 않았냐 하는 무언의 질책이었다.

‘윽···. 따가워. 눈빛이 레이저 같다.’

할 수 없군.

“짜지잔! 서프라이즈! 그게 바로 우리 회사의 차기작입니다. 와우! 유정 씨를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대본까지 인쇄해서 가져왔는데 진짜 아쉽게 되었네요. 그냥 들켜버렸네? 헤헤···.”

“.........”

누가 봐도 어색한 발연기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냥 이렇게 말할 수밖에···. 하지만 나유정은 내 말에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도통 풀지 않았다.

“뭔가 부자연스러워···. 과자 훔쳐먹다 걸린 애 같은데···.”

“어허···. 그게 무슨 망발입니까?”

내 얼굴은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으나 눈은 그녀의 눈동자를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흐음···. 이건 압수입니다. 내가 검토를 좀 해보겠어요.”

“거, 검토요? 슈퍼스타 유정 씨가 고작 이런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얼른 캐스팅하고 대충 찍으려고요.”

“대충···. 찍는다?”

끄덕끄덕···.

내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며 대본을 옆구리에 끼더니 문을 쾅 닫고 사라졌다.

으윽···. 그녀의 후광을 벗어나 순수 작품으로만 승부를 걸어보려고 했는데···.

후···. 괜찮아. 유정 씨가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잖아? 안 그래?

‘나만 아는 세계멸망’에 나오는 히로인은 지금까지 나온 캐릭터와 다르게 초반엔 발암 캐릭터였다.

만약 이게 웹소설이었다면 짜증 난다고 빠르게 죽이고 하차시키라고 할 그런 캐릭터! 이른바 히전죽! (히로인이 되기 전에 죽입시다!)

실제로 달동네에서 연재한 1시즌 분량에서 유일한 악성 댓글이 바로 이 캐릭터였으니까···.

하지만 드라마는 다르다. 영상이 있으므로 글에 비해 답답함이 훨씬 덜하다. 더구나 배우가 예쁘면 아무 상관 없이 상쇄되기도 하고···.

나는 불안한 마음을 뒤로하고 퇴근 준비를 서둘렀다. 첫 프로젝트를 거하게 성공시켜서 그런지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회사의 분위기는 아주 좋았으며 보는 직원마다 입가에 미소를 띠고 인사를 해왔다.

“대표님 조심히 퇴근하십시오.”

“네네. 다들 퇴근들 하세요.”

나는 지하 주차장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니 엄마와 여동생이 거실에서 과일을 먹으며 TV를 보고 있었다.

“오빠 왔어?”

“어서 와 아들. 고생 많았지? 밥 차려 줄까?”

“응. 엄마. 나 밥 안 먹었어.”

“알았어. 얼른 씻어. 형 곧 온다고 했으니 같이 먹으면 되겠네.”

“알았어요. 좀 참죠. 뭐.”

나는 방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가려는 찰나였다.

“오빠. 잠시만!”

막내가 나를 불러 세웠다.

“왜 불러?”

“오빠. 영화 천만 관객 넘어서 돈 엄청 벌었다던데 사실이야?”

“씁···. 너 용돈 필요하냐?”

“그게 아니라 내가 오디션에 붙었으면 얼마나 좋아? 오빠가 나 떨어뜨려서 망했잖아. 날 왜 그렇게 결사적으로 반대한 거야?”

“이게 미쳤나? 넌 예선전에 올라온 것만 해도 다행인 줄 알아. 실력만 봤으면 넌 무조건 탈락이었어. PD가 시청률 때문에 뽑은 거야.”

“무슨 시청률 때문에 뽑아? 거짓말 좀 하지 마.”

“웃기시네? 너 지원서 특이사항란에 이준형 작가 친동생이라고 써놨더라?”

“봐, 봤어? 솔직히 사실을 밝히긴 해야지.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나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주리를 바라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솔직? 어이가 없네. 그런 녀석이 내 동생이라고 글자 크기는 왜 그렇게 크게 적어 놓은 거야? 난 무슨 포스터 보는 줄 알았잖아.”

“아무튼, 오빠 때문에 망했어.”

“넌 그냥 미튜브나 해라. 채널명이 뭐였더라? 공대 핵인싸녀였던가? 잠깐 보니 게임은 좀 하더만? 과에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남자애들이랑 게임만 했냐?”

“뭐야? 언제 들어가서 봤대?”

“너 유정 씨 오지게 팔아먹더라? 채널 만든 지 얼마나 됐다고 구독자가 벌써 10만이냐?”

“10만? 지금 30만 명 넘었거든? 이 동생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허···. 이거야 원. 방송 나와서 떡상했구만? 진짜 목적이 불순하다. 불순해. 현실 오빠 등판해서 댓글 테러 한번 해줄까? 엉?”

“에이···. 둘째 오빠야. 왜 그러니. 나 좀 먹고살자. 응?”

“준형아. 우리 예쁜 막내 좀 그만 괴롭혀. 유정 씨랑도 잘 놀아주는데···.”

주리는 자기편이 생겨서 그런지 엄마 옆에 딱 붙어서 혀를 내밀고 있었다.

“혹시 유정 씨가 너한테 먼저 전화하니?”

“당연하지. 내가 무슨 배짱으로 먼저 전화하겠어? 언니 부담가지면 어떡해?”

“흐음···. 그렇구나.”

자기가 먼저 연락한다는 유정 씨의 말은 진짜인 것 같았다.

동생처럼 잘 놀아줘서 고맙긴 한데···.

“아들. 진짜 맞아. 유정 씨가 주리한테 먼저 연락해서 같이 놀자고 하더라. 그러니까 너무 뭐라고 하지 마.”

엄마의 말에 내 표정이 스르륵 풀어지고 말았다.

“주리 너 뭐 갖고 싶은 거 있니?”

“왜? 말하면 사주려고?”

“필요 없으면 말고···.”

“에이. 당연히 있지. 내가 톡으로 리스트 보내줄게.”

“이게 오빠 등골을 빼먹으려고? 리스트는 무슨 리스트야?”

“능력 출중한 동생 앞길 가로막아놓고! 영화로 떼돈까지 벌어놓고 이러기야?”

주리가 악다구니를 쓰고 있었고 원래 이게 평범한 우리 남매의 대화였다. 항상 이런 식으로 티격태격하는 것 말이다.

“야! 미튜브 30만이면 수익도 꽤 나오겠고만···. 뭐 그렇게 손을 벌려? 알아서 사지.”

“잘난 오빠 둬서 덕 좀 보려고 한다. 왜!”

“아···. 그래? 잘난 건 아는구만. 기특하네. 리스트는 됐고 그 리스트에 해당하는 금액만 보내라. 통장에 꽂아줄게. 유정 씨랑 잘 놀아줘서 상으로 주는 거다. 알았냐?”

“하여간 유정이 언니가 무슨 오빠 딸이라도 돼? 맨날 유정 씨. 유정 씨···. 어휴···. 미래가 보인다. 보여!”

“이게···.”

나는 어이가 없어서 손을 휘휘 흔들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아우···. 개운하다.’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푼 나는 젖은 머리를 말리며 거실로 나왔다. 그때 갑자기 집의 초인종이 울리는 게 아닌가?

띠리리리리리···.

“응? 뭐야? 이 시간에 누가 초인종을 누르지?”

가족들이라면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올 텐데?

나는 인터폰으로 가서 모니터 영상을 확인했다.

‘어? 뭐야?’

화면에는 나유정이 초조한 얼굴로 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황당함에 현관으로 걸어가 문을 열어줬다. 그녀는 열린 문으로 불쑥 들어오더니 눈을 흘기며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니. 무슨 일 있어요? 저녁에 갑자기 말도 없이 무슨 일이에요?”

그녀는 검지를 입술에 대고 거실을 한번 힐끗 쳐다보았다.

“쉿”

“뭐에요?”

그녀는 어깨에 걸친 큰 숄더백에서 대본을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이거요. 이거. 왜 나한테 일언반구 말도 없었어요?”

“제가 글 쓰는 것도 유정 씨한테 허락을 맡아야 합니까?”

“그런 건 아니지만···. 적어도 차기작으로 이런 거를 쓰고 있다 정도는 알려줄 수 있잖아요.”

“아들! 누구 왔니?”

“어, 어···. 그게···.”

내가 잠시 당황하자 나유정은 신발을 벗더니 나를 밀치고 거실로 당당히 들어갔다.

“어머니. 유정이 왔어요.”

“에? 유정 씨?”

“언니!”

주리도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오고 엄마도 살짝 놀라서 부엌에서 황급히 걸어 나오셨다.

“안녕히 계셨어요?”

“어머 어머···. 유정 씨가 이 시간에 웬일이에요?”

그녀는 엄마를 보며 꾸벅 인사를 하더니 쑥스러운 듯 머리카락을 베베 꼬았다.

“준형 씨한테 할 말도 있고 어머니 밥도 그립고 해서 겸사겸사 놀러 왔어요.”

“아휴···. 딱 맞춰 왔네. 지금 밥 차리고 있는데 같이 먹어요.”

“감사합니다. 어머니.”

“감사하긴요. 언제든지 놀러 와서 밥 먹고 가요. 매일 혼자 해 먹기도 힘들 텐데···.”

힘들긴? 배달의 만족이 있는데···. 어머니 이분으로 말씀드리자면 배만의 초특급 VVIP 고객입니다.

그렇게 나는 졸지에 유정 씨와 같이 밥을 먹게 되었고 그녀의 따가운 눈초리를 시종일관 묵묵히 견딜 수밖에 없었다.

‘에이. 너무하네. 그렇게 보면 뭐 어, 어떡할 건데요? 그냥 나 혼자 하게 내버려 두면 안 되는 겁니까?’

그녀는 아무래도 내 차기작에 대해 할 말이 많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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