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147화 (147/263)

이런 게 대박이다! (1)

나유정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그만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완벽하게 걸그룹 멤버로 빙의한 상태였다. 춤도 원래 좀 추긴 했지만 석 달간 트레이닝을 받으며 댄스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걸그룹이라 해도 무방한 춤 실력!

가사에 딱 맞는 대가의 표정 연기!

뛰어난 가창력은 없지만 아주 짧고(?) 강렬한 킬링 파트!

가요계 관계자들과 스태프 등 많은 사람이 주목한 무대였지만 그녀는 중압감을 이겨내고 최고의 무대를 선보였다.

무대 위에서 멋지게 군무를 추는 그녀는 마치 별처럼 반짝거리는 것 같았다.

‘하아···. 정식으로 무대에서 보니 정말 대단해다. 대단해.’

네미시스는 비주얼 센터 나유정의 캐리로 러브원 못지않은 무대를 선보였다. 그들은 청량한 러브원과는 다르게 섹시 계열로 성숙한 매력을 뽐냈다.

클라이맥스 부분이 지나고 노래가 끝나자 네미시스 멤버 6명은 엔딩 포즈를 취하며 카메라를 응시했다.

역시나 카메라가 선택한 엔딩 요정은 나유정이었다.

“헉···.”

화면에 떡하니 비친 그녀는 예쁘긴 진짜 예뻤는데 살짝 부담스러웠다. 저 엔딩 표정까지 진짜 걸그룹처럼 천연덕스럽게 하다니! 나유정은 쑥스러움이 전혀 없는지 나른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지긋이 응시하고 있었다.

네미시스는 팬들의 환호 속에 무대를 내려왔다. 멤버들은 무대 아래에서 껴안고 서로를 칭찬하고 있었다.

“잘했어. 잘했어. 우리 진짜 현역 아이돌 같았어.”

“와! 진짜 재밌었다.”

“오랜만에 무대에 서니 역시 가슴이 떨리네요. 더하고 싶다.”

“전 너무 떨렸어요. 가슴이 터지는 줄···.”

이선정, 은하, 신인 배우들이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즐거운 표정으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추억의 생방송 음악방송을 성황리에 마치며 회식을 한 후 귀가하는 중이었다.

“유정 씨. 슈퍼노바 컴백 무대 불발돼서 아쉽지 않아요?”

“바쁜 걸 어떡해요. 그래도 다른 그룹들 봐서 좋았어요. 엔시스도 보고 에이팀도 보고 그리고 또···.”

“남돌만 이야기하시네···. 그게 그렇게 좋습니까?”

나유정은 잠시 하던 말을 멈춘 후 뒤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준형 씨 어이없는 거 알아요? 네미시스를 자기 취향대로 설정해 놓고선 뭐라고요? 제가 남돌 이야기만 한다고요?”

나는 살짝 뜨끔했지만 나름 천연덕스럽게 행동했다.

“어험. 누가 그럽디까? 네미시스를 제 취향대로 만들었다고요?”

“누가 모를 줄 알아요? 저번에 대본 고친다고 사무실에서 텐뮤지스 음악만 엄청 듣지 않았어요? 옆에서 듣고 있기 짜증 나던데···.”

“엑? 옆에서 그걸 들었다고요? 언제?”

“이거 봐. 이거 봐. 딱 나오네. 아니 자기 취향대로 최애 그룹을 만들어서 이렇게 직접 영화에 넣어도 돼요? 우린 그런 것도 모르고 뼈 빠지게 연습만 하고···. 제가 이런 사실을 SNS에 올려도 되는 거죠?”

“노우! 그런 거 절대 아닙니다. 러브원이 청량, 발랄한 컨셉이라 대비되는 이미지로 넣은 것뿐이에요. 저 절대 그런 사람 아닙니다.”

사실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할 순 없었지만 컨셉은 다양한 게 좋은 게 아닌가? 충분히 내 의도를 유정 씨가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사람의 생각은 다들 다른 모양이다.

“우리 서로 양패구상하지 말죠? 자꾸 남돌 어쩌고 물고 늘어지지 말자고요.”

“양패구상(兩敗俱傷)? 그건 또 어디서 주워들었어요?”

“천외딸에 나오던데요? 양측이 서로 피해를 보는 거잖아요. 동귀어진 같은···.”

“쩝···. 아무튼 휴전합시다. 휴전.”

“진즉에 그럴 것이지. 흥!”

우리는 그렇게 말장난을 하며 그녀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신호 대기 중에 갑자기 내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네비게이션 화면을 터치해서 전화를 수신했다.

“응. 조 대리? 퇴근 안 하고 무슨 일이야?”

[대표님! 지금 퇴근할 때가 아니에요.]

“응? 맨날 퇴근 어쩌고 노래 부르던 게 누군데···.”

[대표님 농담하실 때가 아닙니다. 지금 회사로 출연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고요.]

“출연 문의? 어디에서?”

[일단 공중파 음악방송 전부 급하게 출연 제의가 왔구요. 주말 예능 방송하고 각종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어요. 그리고 미튜브 인기 채널인 댄스 스튜디오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공중파 음악방송 걔들은 또 왜 그런데? 연락도 없더니?”

[원래 먼저 연락 잘 안 하잖아요. 아마 뮤직비디오나 오늘 무대를 봤나 보죠.]

“공중파 예능은 사전에 두세 개정도 녹화하지 않았어?”

[그건 러브원이요. 지금 네미시스랑 같이 나와달라는 건입니다. 나 이사님은 무조건 포함해서요.]

“후···. 애매하네. 프로젝트 그룹이라 일정을 다시 다 조정해야 하잖아. 조 대리 가능하겠어요?”

[뭐···. 사실 못 할 건 없죠.]

“정말? 다른 회사 협조도 구해야 하기 쉽지 않을 텐데···.”

나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어차피 지금부터 영화 개봉 후까지 홍보 스케줄은 거의 잡혀 있는 상태였다. 지금 조 대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거기에 추가로 더 섭외가 왔다는 거다. 그렇게 되면 배우들을 더 바쁘게 돌릴 수밖에 없고 일부 스케줄은 조정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내가 고민을 하고 있자 나유정이 내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푹푹 찌르고 있었다.

‘해요. 하라고!’

‘으응?’

하여간 음악방송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구만. 알았다고요. 쩝···.

“조 대리 그러면 최대한 협조해 준다고 해. 그리고 스케줄 조절은 매니지먼트 팀하고 다른 회사랑 조율 잘하고···.”

[넵! 알겠습니다. 맡겨만 주세요. 확실하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아린 대리는 씩씩하게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후···. 알아서 열심히 하네.”

“당연하죠. 준형 씨가 말해놓은 게 있는데···.”

직원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일을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보너스였다. 회사의 순수익 10%를 특별 성과급으로 쏘기로 한 상태였다.

물론 애초부터 이번 작품에 한해서라고 못을 박아 놓았다. 이 첫 번째 프로젝트가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회사가 유기적으로 한 몸이 돼서 돌아가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내린 결정이었다.

남은 기간 동안 음악방송을 비롯한 여러 프로그램을 돌며 바쁘게 홍보 활동을 이어갔고 드디어 우리 회사의 첫 작품이 전국의 극장에 개봉되었다.

* * *

‘프로듀서님 저 회귀했어요’는 전국 스크린 수 1,000개를 확보하며 상영 점유율 40%를 웃돌았고 개봉 첫날 관객 수가 집계되었다.

무려 75만 명! 역대 첫날 관객 기록 4위에 해당하는 숫자였다. 나와 회사 식구들은 첫날 관객 수에 대한 데이터를 전해 들으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CA 미디어는 원래 최소 700여 개 스크린을 확보해준다고 했었는데 반응이 심상치 않아서 그런지 1,000여 개까지 늘리는 초강수를 뒀고 흥행 대박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극장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관객들의 발길이 줄줄이 이어졌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입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시스터 액트, 맘마미아, 라라랜드를 잇는 한국형 뮤지컬 영화가 탄생하다!]

[호불호가 없는 스토리, 배우들의 능숙한 연기, 놀라운 보컬과 댄스, 명곡까지 발표하며 놀라운 한국형 뮤지컬 영화가 탄생했다!]

[신생 제작사 J&J 엔터테인먼트가 일냈다. 첫날 관객 동원 수 75만 명 돌파!]

[‘프로듀서님 저 회귀했어요’ 첫날 만에 모든 제작비를 회수한 것으로 드러나···.]

오디션을 통한 사전 홍보와 팬덤 확보, 나유정의 걸그룹 데뷔라는 듣도 보도 못한 마케팅으로 이루어낸 초대박이었다.

러브원과 네미시스의 미튜브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이미 천만을 돌파했다. 일주일 전 발매된 음원은 출시 직후 2~3일간 1위와 2위를 번갈아 가면서 화제성을 독식했고, 아직까지 스트리밍 차트 10위권에서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었다.

‘음원 수익도 짭짤하겠는데?’

나는 사무실에서 조용히 앉아서 조용히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러브원과 네미시스의 타이틀곡에 대한 가사를 내가 썼기 때문에 용돈 벌이로 충분히 짭짤할 것 같았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도 대박이었다.

[소문만 무성하던 영화를 직접 보고 옴.]

오늘 친구랑 심심해서 극장에 다녀옴. 하도 방송에서 회귀, 회귀하길래 한번 보기로 결정! 별 기대 없이 좌석에 앉아 있다가 진정 신세계를 경험했다. 영화는 맘마미아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퀄리티임. 등장하는 걸그룹의 가창력도 대박이고 처음 듣는 노래조차 귀에 팍팍 꽂힌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노래가 너무 신나서 미치는 줄 알았다. 잠깐 앞, 뒤를 살펴보니 사람들이 다들 어깨춤을 추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더라. 그만큼 뒷부분이 임팩트가 강렬했음.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주연으로 나오는 그룹인 러브원의 연기도 좋았지만, 이 영화를 뭔가 강렬하게 만들어 준 존재는 단연코 나유정이다. 그녀는 화면에 나올 때마다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그녀가 언니들(?)의 눈치를 살살 보는 장면과 스트레스를 먹을 거로 푸는 모습 그리고 음치 연기를 아주 잘 소화해냈다.

영화충인 내가 얼마나 많은 영화를 봤겠는가? 지금까지 내가 본 음치 연기 중 최고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정도로 너무나 음치 연기를 잘했음) 어쩜 노래를 그렇게 웃기게 못 할 수 있는지···.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

그리고 마지막 하이라이트 부분···.

관객들이 다들 이 장면을 보고 뒤로 쓰러지며 극장이 떠나가라 웃었던 장면인데 이건 진짜 스포일러라 말하면 안 될 거 같다. 한번 극장 가서 확인해봐라. 이상.

나는 이 장문의 감상평을 쓴 사람이 말하는 하이라이트 신이 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걸즈온탑의 마지막 경연 무대가 있는 날

리허설 도중 같은 팀 언니들에게 핀잔을 들어 의기소침해진 정유나. 그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항상 먹는 것으로 풀었는데 러브원을 주려고 만든 설사약을 탄 음료수를 몰래 마시고 만다.

네미시스가 러브원을 무너뜨리기 위해 악랄한 계획을 세울 때 비주얼 센터 정유나를 제외했기 때문에 발생한 커뮤니케이션 오류였다.

남의 음료수를 마실 때 주변을 살피는 그녀의 표정 또한 대박! 범행(?)을 저지르고 행복감에 빠진 표정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사람들은 나유정이 등장할 때마다 웃었지만, 특히나 이 하이라이트 부분의 일차원적인 개그에 극장이 떠나가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영화관에서는 대부분이 약간 유치하다고 느낄지라도 일차원적인 개그가 잘 먹히는 것 같았다. 유정 씨는 우리 집에서의 예전 악몽이 살아나는 듯 이 장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중 하나였다.

네미시스는 막판 공연에서 장 트러블을 일으킨 센터 정유나에 의해 무대를 망치는 게 아니라 메인 댄서가 무대에서 실수로 넘어지고 메인보컬이 음 이탈을 시원하게 하며 무대를 전반적으로 말아 먹는다.

관객들을 빵 터트렸던 장 트러블 정유나는 얼굴에 땀을 줄줄 흘리고도 오히려 꿋꿋이 무대를 마치며 박수갈채를 받는다.

반면, 러브원은 보육원 성가대와 함께 레전드 무대를 펼치며 한국 영화 역사상 길이 남을 명장면 중 하나를 탄생시켰다.

‘프로듀서님 저 회귀했어요’는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순조롭게 흥행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 * *

일주일이 지난 현재 누적 관객 수는 3백만 명까지 불어났다. 관객 동원 페이스와 스크린 수가 떨어지는 걸 감안하더라도 앞으로 영화 종료까지는 약 20일 넘게 남았으니 잘하면 천만 관객도 넘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잘나가는 우리 작품과는 다르게 여름 성수기를 노리고 일주일 뒤에 개봉한 대작 두 편(한국 전쟁 블록버스터와 할리우드 대작)은 의외로 호불호가 갈리며 관객 수가 급감했다. 상영관 수도 밀렸지만, 좌석 점유율까지 밀리는 사태가 벌어지며 거의 우리 작품 단독 흥행체제를 굳힌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영화 상영 마지막 주에 마침내 꿈의 숫자인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회사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샴페인을 터트렸으며 지인들에게 축하 안부와 메시지가 도착했다.

[‘프로듀서님 저 회귀했어요’ 흥행 대박. 국내 영화로 28번째 천만 관객 동원!]

나는 사무실에서 홀로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됐어! 이제 영화의 성공으로 회사가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다.’

나는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조용히 기사 페이지를 닫았다. 그리고 마우스를 클릭해 엑셀을 실행시켰다.

‘자···. 이제 간이 정산을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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