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145화 (145/263)

대배우의 걸그룹 데뷔? (1)

[영화제작까지 진출하는 J&J. 무모한 도전이 될 것인가?]

이준형 작가와 배우 나유정이 설립한 J&J가 영화까지 자체 제작한다?

뮤직넷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나의 뮤지컬 스타’가 영화로 제작되는 중이다.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신생 J&J 엔터테인먼트이다. 이 회사는···. <중략>

업계 관계자들은 자체 제작을 하는 이들을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나뮤스를 통해 인기를 얻은 다솜, 윤하영 J&J 엔터테인먼트와 계약, 사실상 자사 연예인 띄우기?]

나뮤스를 통해 인기를 얻은 다솜, 윤하영이 나뮤스 영화 제작사인 J&J와 전속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솜은 프렐류드 활동이 종료된 후 차기 기획사로 J&J를 선택했으며 제2의 설희라는 별명과 함께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윤하영은 사실상 J&J가 키워낸 연습생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비록 언제 계약을 체결했는지 알 순 없지만, 방송을 통해 자사의 연예인을 띄운 게 아니냐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어차피 전문 심사위원과 시청자 투표로 뽑힌 멤버에 관해 억지로 꼬투리를 잡는다는 의견도 있지만, 초반부터 이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은 J&J에 책임이···. <중략>

‘젠장 짜증 나는구만! 도대체 누구의 사주를 받은 거지?’

첫 번째 기사야 신생 제작사를 견제하려는 목적의 기사라고 취급하면 되는데 두 번째 기사는 정말 악의적이다. 어차피 일반인 대부분의 참가자는 소속사를 밝히지 않았으며, 강제로 공개하라고 하지도 않았다.

또한, 전문 심사위원과 시청자 투표로 선발이 되기 때문에 조작 같은 건 일절 일어날 수가 없는 상황이며, 순수하게 실력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윤하영은 그 기사가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기레기들 살판났네.”

“화 그만 내요.”

앞에 앉아 있는 나유정이 화를 내는 나를 말리는 중이었다.

“아니···. 우리가 한 게 뭐가 있다고 벌써 이러는지···.”

“아마도 영화가 여름 성수기에 개봉하기 때문일 겁니다.”

내 옆에는 배급사인 CA에서 소개해준 ‘퍼스트’라는 영화 마케팅 회사 임원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이름은 황미영. 숏컷에 안경을 쓴 날카로운 인상의 전문직 여성이었다.

“성수기라 개봉할 영화가 많아서 그렇다는 건가요?”

“아마도요. 요즘 괜찮은 영화들이 한꺼번에 개봉하는지라 스크린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거든요. 제작사인 J&J에서 배급사 CA 미디어를 끼고 스크린을 얼마나 확보할지 관심이 큽니다.”

“CA 이기훈 전무가 다른 회사랑 연계해서 적어도 700개 이상은 확보해 준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사전 편집된 영화 내용을 보니 충분히 그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전무가 약속은 지켰네요.”

나유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솔직히 아이돌 메이커를 다시 시작하기 전에 오디션 흥행에 불씨를 살려줬고 인피니티 드림즈의 테리우스 이창민까지 캐스팅해서 만든 영화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는 운이 좋은 거죠.”

“대표님 말씀이 맞습니다. 신생 제작사가 이렇게 원활하게 개봉까지 가는 일이 드뭅니다. 어떻게 보면 하늘이 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거죠.”

황 이사는 나와 이기훈 전무의 거래 내용을 알 리가 없으므로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우려와 다르게 나는 정작 돌다리도 두들겨 가며 일을 추진했다고 할 수 있었다.

CA와 철저히 이해관계를 따져가며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몇 번이고 체크를 했으며 이기훈 전무도 자신의 입지와 이익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기훈 전무는 서바이벌 오디션인 나의 뮤지컬 스타 제작을 승인했으며 야심 차게 준비 중인 인피니티 드림즈의 안착을 위해서라도 이번 작품은 꼭 크게 성공시켜야 하는 처지였다.

그리고 그는 사전 편집된 영상을 본 몇 사람 안 되는 장본인이기도 했다.

김호진 PD가 편집을 끝낸 영상을 지켜본 후 강하게 성공을 자신하며 스크린 수를 많이 확보해 주기로 한 것이다.

“CA가 알아서 뛰어준다는데 마다할 순 없죠.”

“그렇겠네요. 아무래도 뮤직넷에서 서바이벌 방송까지 했으니 포기할 수 없었겠죠.”

뭐 사실 그런 것도 있는데 그녀에게 자세한 이야기는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유정 씨에 대한 정보는 흘리지 않는 겁니까? 지금 미리 제작된 포스터나 예고편에는 유정 씨가 등장하지 않던데요?”

“영화 개봉 즈음에 핫이슈로 터트릴 예정입니다. 원래 마케팅이라는 게 정확한 타이밍이 생명이거든요.”

“아···. 그런가요? 뭐 영화 마케팅은 벌써 12년이나 하셨다고 하시니 저흰 퍼스트만 믿고 가겠습니다.”

“맡겨주십시오. 저희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평이 아주 좋아요. 편집 영상을 본 직원들이 재밌다고 난리더군요.”

“감사합니다.”

“준형 씨. 러브원과 네미시스 디지털 음원은 개봉일 전에 풀리는 거 맞죠?”

“맞아요. 지금 전부 스케줄 조정 작업이 끝나서 뮤직넷을 통해 프로젝트 그룹의 데뷔 무대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개봉일 삼 일 전에 발표될 거에요.”

“순조롭네요. 이런 이상한 기사 몇몇만 빼면요.”

“이 정도는 약과에요. 그냥 감수하고 가야 합니다. 또 어떤 일이 있을지도 몰라요. 그때까지는 긴장의 끈을 놔서는 안 됩니다. 사소한 리스크까지 관리를 해드릴 테니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사건이나 사고만 안 나게 조심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황 이사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휴···. 어떻게 됐든 속전속결로 해치우게 됐네요.”

“솔직히 이런 페이스는 오랜만입니다. 요즘은 거의 기본 일 년 정도 시간을 잡거든요. 이렇게 몇 개월 만에 뚝딱 개봉까지 하는 작품은 드물죠.”

“예전에는 어땠습니까?”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짧으면 석 달, 길어도 6~7개월 잡고 개봉까지 했었죠.”

“하하···. 저희랑 비슷하네요.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기 전에 빨리 개봉을 해야 해서요. 프리 프로덕션부터 최대한 서둘렀습니다. 거기다 미친 속도로 찍는 김호진 PD님도 한몫하셨고요.”

“원래 짧으면 짧을수록 비용이 절감되니까요. 만약 흥행만 성공하면 수익이 정말로 클 겁니다. 별다른 CG 작업도 필요가 없는 영화다 보니···.”

나는 이번 작업을 통해 영화제작과 개봉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어찌 보면 드라마보다 더 복잡하게 돌아가는 게 영화판이었다. 우리는 황 이사와 영화 개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일정을 차근차근 조율해 나갔다.

* * *

영화 개봉일 일주일 전

예고한 대로 [프로듀서님 저 회귀했어요]의 두 그룹인 러브원과 네미시스의 뮤직비디오가 시차를 두고 동영상 플랫폼에 차례로 공개됐다.

사전 홍보와 CA 미디어의 미튜브 채널의 협조로 뮤직비디오가 대대적으로 공개되었고 반응 또한 열광적이었다.

두 프로젝트 그룹은 지난해 여름 차트 1위를 한 '판쓸이'보다 훨씬 더 임팩트 있는 모습으로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혜수, 윤지, 다솜, 하영, 지혜로 이루어진 주인공 그룹인 러브원은 프로듀서 케이의 곡 'Return to Love'로 시원한 가창력과 청량한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공개된 뮤직비디오가 화제였는데 그냥 대충 만든 영상이 아니라 정식 뮤직비디오처럼 제작된 높은 퀄리티를 자랑했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영화를 찍으며 여러 곳을 돌며 장소를 사전 기획을 했으며 전문적인 스튜디오를 빌려서 예산을 할당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Return to Love'는 급상승 동영상으로 떠오르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12시간 후 라이벌 그룹 네미시스(복수의 여신)의 ‘내 안의 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자 그 뮤직비디오를 본 시청자들은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며 SNS에 게시물을 빠르게 퍼 나르기 시작했다.

[와! 네미시스의 비주얼 센터가 미쳤다.]

[드디어 나뮤스의 라이벌 그룹 공개! 그런데 뭐지? 이 위화감이 없는 자연스러움은?]

[저 지금 머리가 얼얼합니다. 이게 어떻게 된 노릇일까요? 왜 유정 님이 이 뮤직비디오에 보이는 것일까요?]

[미쳤다. 어떻게 멘토를 여기에 영입할 생각을 했을까? 일단 벌어진 일은 차치하고 이 압도적인 센터의 존재감은 무엇이란 말인가?]

[I Love 나유정, 그녀는 일찍이 걸그룹 센터를 해야 했을 인재였다!]

[걸그룹 비주얼 센터로 변신한 나유정의 충격적인 변신! 그러나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왜 그녀의 솔로 파트가 삭제돼 있냐는 것이다! 이것이 불만이다.! 제작진은 각성하라!]

뜬금없는 나유정의 뮤직비디오 등장으로 인터넷에 수많은 게시물이 포스팅되고 있었다. 나뮤스에 대한 화제성이 다시 한번 주목받으며 영화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었다.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이 뮤직비디오에 대한 추측성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뮤스의 뮤지컬 영화 ‘프로듀서님 저 회귀했어요’에 배우 나유정 출연?]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갈긴 J&J, 뮤지컬 영화 흥행 청신호!]

[‘언니 화이팅!’ 블랙소울 멤버, SNS로 나유정을 응원하다.]

[스물 여덟 살의 나유정 걸그룹 센터에 도전하다!]

[현역 걸그룹 게 섰거라! 섹시퀸 나유정 나가신다.!]

각 언론사에서 공식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었다. J&J의 홍보팀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나조차 이 정도로 화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준형 씨. 큰일 났어요. 이거 어떻게 하죠? 저 영화에 얼마 나오지도 않는데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 몰랐네요.”

“그러네요. 화제가 될 줄은 알았지만 설마 이 정도 일 줄이야···.”

솔직히 나도 어안이 벙벙했다. 이 정도로 화제가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게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바로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나유정이 마치 이십 대 초반으로 돌아가 섹시 계열의 정점을 찍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는 데 있었다.

바로 이 모습이 화제가 되어 엄청난 반응을 끌어낸 것이다.

“아무래도 정식으로 홍보팀을 통해서 입장을 밝혀야 할 것 같아요. 이제 한 회사의 이사씩이나 됐으니 해명을 SNS에만 덜렁 올리지 맙시다.”

“그, 그렇게 해요. 저도 이런 반응이라 좀 무섭긴 하네요.”

“어허···. 이거 큰일인네. 러브원보다 주목을 더 받게 생겼네요. 흐음···.”

“아···. 민폐인데···. 적당히 할걸···.”

“적당히요? 웃기지 좀 마세요. 저 유정 씨가 그렇게 미친 듯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건 처음 봤습니다. 무협지에 보면 신검합일(身劍合一)이라는 경지가 있거든요? 몸과 검이 하나가 된다는 검술의 정점을 가리키는 말인데 딱 그런 연기였어요. 연기가 나고 내가 연기인···.”

“으악···.”

“또 나 놀릴 거에요? 지금 심각한 상황에서 그런 농담이 나와요?”

나유정은 내 옆구리를 손으로 꼬집고 있었다.

“사, 살려···. 취, 취소···. 합니다.”

“얼른 공식 입장을 내놓도록 해요.”

“아, 알았어요.”

나는 고통이 느껴지는 옆구리를 부여잡고 조아린 대리를 사무실로 호출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회사 차원의 해명문을 게재할 것을 지시했다.

[배우 나유정은 ‘프로듀서님 저 회귀했어요’에 조연급 연기자로 출연합니다.]

J&J 엔터테인먼트는 오늘 오후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배우 나유정은 [프로듀서님 저 회귀했어요]에 조연급 연기자로 출연할 예정이며 영화에서 그리 많지 않은 분량이라고 밝혔다. 주인공 그룹인 러브원의 라이벌 그룹인 네미시스의 센터 역이지만 주요한 배역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비중은 작지만, 캐릭터에 대한 설정 자체는 임팩트가 강하며 슬기로운 덕질생활을 재미있게 봤던 시청자라면 상당히 반가울 것이라는 공식 발표를 내놓았다.

슬기로운 덕질생활의 나혜리 같은 캐릭터라는데 이 부분에서는 더는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영화에서 확인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한편, 슬기로운 덕질생활 카페에서는 이번 영화에 대해 무조건 예약을 한다는 인증 게시물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는 상황···. <중략>

회사 차원에서 해명 기사를 냈으나 논란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휴···. 난리도 아니네. 이걸 어쩐다?’

러브원을 띄울 생각이던 계획에 약간의 차질이 발생하자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지고 있었다.

부우웅···. 부우웅···.

갑자기 테이블에 놔뒀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자 : 이기훈 전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