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141화 (141/263)

화룡점정 (1)

관찰형 예능으로 변경된 방송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멤버들의 개성을 잘 부각했다는 평이 쏟아졌다. 또한 멘토들의 케미와 그들의 인간적인 면도 잘 드러나 서바이벌을 새로운 포맷으로 잘 적용했다는 호평이 줄을 이었다.

그렇게 본선 방송이 시작되고 인기투표도 시작되었다.

연예인 전형에서는 역시나 블랙소울의 혜수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혜수는 외모, 노래, 연기, 화제성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는 평가를 들었고 나유정과 친분까지 화제가 되었다.

비연예인 전형에서는 비율 학살자로 등극한 윤하영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녀는 제2의 설희라는 말까지 들으며 남성 팬을 확보했다. 신인 중에서는 단연 기대감을 품게 하는 원탑으로 등극했으며 외모, 노래, 댄스 등을 종합해 볼 때 솔로 아티스트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본선이 방영되면서 내가 아우라 스카우터로 능력을 체크한 참가자들이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본연의 캐릭터를 형성해 나가기 시작했다.

혜수는 만능 재주꾼으로 윤지는 맏언니로 실력이 떨어지는 참가자들을 보듬는 역할로 윤하영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확 끌었으며 다솜은 합숙 생활의 청량한 비타민 같은 존재가 되었다.

프렐류드의 센터 은하는 가창력은 약간 부족했으나 강한 승부욕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C-Girls의 이선정은 자신의 연기 재능을 조금씩 깨달아 가는 소소한 재미를 선사했다.

그 외 재능있는 여러 참가자도 주목받으며 자신의 팬층을 늘려가고 있었다.

마침내 대망의 최종 캐스팅 발표가 진행되었다.

최종 캐스팅은 심사위원의 평가와 시청자 투표 점수가 합산되어 순위가 결정되었다.

1위 : 혜수 (블랙소울)

2위 : 윤지 (식스엔젤)

3위 : 윤하영 (비연예인)

4위 : 다솜 (전 프렐류드)

5위 : 은하 (전 프렐류드)

6위 : 이선정 (C-Girls)

7위 : 김지혜 (비연예인)

....

극을 이끌어갈 주인공인 A그룹으로 연예인 3명(혜수, 윤지, 다솜)과 비연예인 2명(윤하영, 김지혜)이 선정되었다.

김지혜는 뮤지컬 배우 지망생으로 수려한 외모와 번뜩이는 개그감을 뽐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아무래도 대본에 없던 캐릭터인데 개그 캐릭터로 등장시켜 극의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것 같았다.

‘일단 약간 대본 변경이 필요하겠군.’

애초부터 비연예인 할당제는 초반에 공표된 사항이기 때문에 순위로 1~5위를 한 사람이 A그룹을 채우지 않고 2명의 뉴페이스가 A그룹에 할당되었다.

분량이 꽤 되는 라이벌인 B그룹으로 연예인 2명 (은하, 이선정)과 비연예인 3명이 선정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단역으로 7명(연예인 2명, 비연예인 5명)이 추가로 선발되었다.

최종 캐스팅이 결정되는 순간 혜수와 다솜 그리고 윤하영이 제일 많이 울었고 A그룹을 노리던 은하는 아쉬움의 눈물을 삼켰다. 하지만 B그룹 리더 역할은 거의 메인 역할 이상의 임팩트가 있어서 그리 만만한 자리가 아니었다. 꽤 연기력이 필요한 배역이랄까···.

나는 살짝 무대 뒤로 가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은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며 ‘나만의 세계’에서 1티어 배우로 떡상한 이수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연기를 너무 잘해서 악역을 전전했던 불운의 여배우.

‘그런 배우는 언젠가 크게 뜬다···.’

내 이야기를 들은 은하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렇지. 이런 근성이면 뭐가 되도 된다니까?’

사실 은하의 아우라를 살펴보니 노래보다는 연기에 큰 재능이 있었기에 내 추측은 아마도 틀린 말이 아닐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비록 A그룹에 들지 못했지만, 열심히 한다면 나중에 꼭 보상을 받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는데 나뮤스의 선발 인원, 특히 인기 멤버 10명 정도는 각종 CF와 행사 섭외가 급증하며 개별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부수적인 수입은 방송국이나 영화제작사가 제어할 수 없는 사항이기 때문에 온전히 출연자들의 이익으로 돌아갔다.

그중에서도 많은 CF 제의가 들어온 사람은 혜수와 윤하영이었다. 혜수야 말할 것 없이 세계 최고의 걸그룹이라는 게 컸지만, 윤하영은 각종 의류나 패션 브랜드에서 최고로 선호하는 픽이 되었다.

그녀의 신선한 마스크와 서구적인 피지컬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정말 제2의 설희와 같은 기세로 CF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준 선인세는 CF 출연료로 바로 회수해버린 상황!

그래서 그런지 요즘 윤하영의 표정은 생기가 흘러넘쳤다. 실직한 아버지를 대신해서 동생들의 학비를 뒷바라지하고 있던 그녀는 목돈이 생기며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자 얼굴이 화사하게 살아났다.

A그룹에 캐스팅된 다솜도 우리 회사와 계약을 했다. 윤하영만큼은 아니지만, 그녀도 CF 제의가 잇달았다.

다솜은 활달하고 발랄한 과즙미를 뽐내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이미지 때문에 선호도가 상당히 높았다.

다솜 X 하영을 듀오로 데뷔시키는 계획이 내 머릿속에서 점점 구체화하고 있었다.

둘 다 메인보컬 감에 키도 비슷했다. 하영은 동양적인 무쌍의 미모에 청량한 보컬이었고 다솜은 반달 눈웃음이 매력적인 귀여운 외모에 날카롭고 허스키한 보이스가 일품으로 서로 겹치지 않는 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음···. 매력적이야. 제2의 다빈치로 클 수도 있을 것 같아. 일단 영화부터 찍고 봐야지.’

아쉽지만 듀오 데뷔는 영화 촬영 뒤로 미뤄지게 되었다.

* * *

나뮤스 최종화가 끝나고 뮤지컬 영화[프로듀서님 저 회귀했어요!]에 대한 제작 준비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대표님 지난 두 달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제작팀에서는 촬영할 준비가 전부 완료된 상태입니다. 이제 곧바로 시작해도 될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그동안 준비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영화 촬영 기간은 얼마나 되는 거죠?”

“한 달 반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더 빨리 끝날 수도 있고요.”

김호진 PD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자신 있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렇게 빨리요?”

“네. 원래 찍는 건 오래 안 걸립니다. 이 영화가 여러 군데 로케이션 장소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요. 장소 섭외도 다 끝났습니다.”

“하긴 예전 김 PD님 실력이면 가능하겠네요. 거기다 뮤직넷에서도 촬영하는 데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다고 했으니···.”

김호진 PD는 눈치가 없고, 사내 정치도 못 했지만, 실력 하나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대표님. A그룹인 러브원하고 B그룹인 네미시스 데뷔 무대는 뮤직넷하고 날짜 협의가 완료됐나요?”

“네. 이번에 오디션이 흥행한 것도 있고 해서 스페셜 스테이지로 우리가 원하는 날짜에 시간 할당을 해주기로 약속했습니다.”

“오! 그거 잘됐네요. 그때 진짜 팬들도 부르고 해서 멋지게 찍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PD님.”

우리 홍보팀의 계획은 영화 개봉 전후로 해서 프로젝트 그룹인 러브원과 네미시스의 정식 데뷔를 계획했다. 영화 개봉 시 마케팅 수단도 되고 배우들은 그룹 활동을 하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방법이었다.

이미 준비된 케이의 곡도 좋았는데 외부에서 수급한 곡들의 퀼리티도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특히 쓰리콤보(정이든, DJ Nec, 이준형)의 곡도 타이틀 곡으로 쓰여도 될 정도의 퀄리티였는데 이 곡은 네미시스가 부르기로 했다.

“모든 게 순조롭군요. 아! 유 팀장님? 러브원과 네미시스의 댄스 연습은 어떻게 됐나요?”

유상훈 팀장은 나유정이 블랙소울 커버 댄스 영상을 올릴 때 강습을 받았던 유명한 댄스 트레이너였는데 내가 삼고초려를 해서 영입에 성공했다. 그는 신인개발팀이라는 연습생들의 총괄 관리를 맡게 되었다.

“네. 러브원은 순항 중입니다. 다들 실력이 있어서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마지막 멤버인 김지혜 씨도 예전에 기획사에 2년이나 연습생 생활을 했더군요.”

“네미시스는요?”

“네미시스는···. 걸그룹 멤버 두 명은 괜찮은데 다른 세 명이 문제입니다. 춤은 그럭저럭 추는데 뭔가.”

“뭔가 문제가 있나 보군요.”

“네. 이런 말씀 드리긴 뭐한데요. 러브원의 라이벌 그룹이라고 하기엔 좀···.”

“무게감이 떨어진다 이거군요.”

“네. 제가 보기엔 그렇습니다.”

“흐음···. 이걸 어쩐다.”

솔직히 이건 나도 공감하고 있었다. 러브원의 파괴력이 워낙 강해야지. 신인인 개그캐 김지혜를 빼면 그야말로 어벤져스라고 불러도 무방한 그룹이었으니까.

‘하아···. 이거 고민이네. 은하와 이선정만으로는 뭔가 좀 아쉽단 말이야?’

쓰리콤보가 만든 라이벌 곡의 퀄리티를 생각했을 때 이 그룹도 잘만하면 대박을 노려볼 수도 있었다.

내가 알기론 메인보컬 이선정의 그룹인 C-Girls는 팀원이 9명이고 팀 내 보컬이 많아 이선정을 빼고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으니 임대 형태로 데려와서 활동을 시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스케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촬영은 최대한 빨리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피디님. 부디 멋진 작품 부탁드립니다. 슬기로운 덕질생활 퀄리티 정도만 뽑아주시면 됩니다.”

“대표님 지금 악담하시는 거죠? 전 이걸 최고의 작품으로 만들 겁니다!”

“하하.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 자유롭게 연출해주시면 됩니다.”

“맡겨만 주십시요. 디테일이 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오! 드라마계의 봉테일 김호진 PD님! 정말 기대됩니다.”

난 김호진 PD의 쭉쭉 뻗어 나오는 보라색 아우라를 보고 있었다. 그는 슬기로운 덕질생활 이후 작품을 못 해서 그런지 창작 욕구가 미칠 듯 폭주하고 있는 상태였다.

‘어우···. 눈부셔. 아우라가 그냥 쭉쭉 뻗어 나오는구만?’

제작 회의는 아주 화기애애하게 끝이 났다.

나는 7층 내 사무실로 올라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모든 게 순조롭기 그지없었다. 단 하나만 빼고···.

‘네미시스. 네미시스가 문제야.’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에 와서 멤버를 바꿀 수 없는 노릇···.

“하···. 살짝 아쉽네.”

똑똑···.

“헉! 깜짝이야. 애 떨어질 뻔했네.”

바로 옆문에서 나는 소리였다. 누가 두드리는지 안 봐도 뻔했다.

“유정 씨 들어와도 됩니다. 그런데 굳이 그쪽으로 들어와야 해요?”

“내 맘이에요. 뭐 하고 있어요?”

유정 씨가 본인 사무실로 출근을 했는지 내 사무실과 이어진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방금 영화 제작 회의가 끝났어요. 준비는 다 끝났고 이제 촬영만 하면 될 거 같아요.”

“되게 오래 걸렸네요. 그래도 재밌었다. 헤헤.”

“재미로 일합니까? 그나저나 캐스팅된 배우들은 어때요? 오디션 프로그램 끝나고도 계속 연기 봐줬잖아요.”

“뭐···. 다들 괜찮아요. 좋은 애들이 많더라고요. 젊은 게 정말 벼슬이라고 너무 부럽던데요.”

그녀는 캐스팅된 젊은 배우들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부러워할 것도 많네요. 솔직히 외모로는 참가자들하고 같이 풀샷을 잡아도 아무런 위화감을 못 느끼겠던데요?”

“어라? 웬일이에요? 칭찬을 다 하시고?”

“아니. 뭐 사실이니까···.”

그녀는 기습적인 내 말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표정이 환해졌다.

“다 이게 노력의 산물이라구요. 제가 피부관리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요.”

“으음···. 스물여덟에 그 정도면 확실히···.”

“솔직히 말해서 저 동안이잖아요. 제 팬들은 오디션 방송 보고 아직도 스무 살 첫 영화 데뷔 때랑 똑같다고 하던데···.”

“에이···. 양심에 털 난 사람들 같으니라고···. 무슨 십상시예요? 아부해도 그건 너무 심한 거 같은데···.”

“뭐래? 아부가 아니라 팩트에요. 팩트!”

나는 오랜만에 나유정과 티격태격하며 농담 비슷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 일정이 없는지 간편한 복장으로 출근을 한 상태였다.

상의에 레이스가 달린 흰색 큰 맨투맨에 검은색의 타이트한 청바지 조합이었다. 흰색 맨투맨을 입은 모습이 정말 대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그런 모습이었다.

하얀 피부에 오밀조밀한 얼굴은 또 어떤가. 그녀는 최근 젊은 배우들과 같이 어울리다 보니 그들의 에너지를 받아 더 어려진 것 같았다.

누가 이 사람을 스물여덟이라 생각하겠는가!

“크흠···.”

“왜 그래요? 뭘 그렇게 뚫어지게 보는 거예요?”

그녀가 팔짱을 끼며 새초롬하게 말을 하고 있었지만, 불현듯 내 머릿속에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휙휙 지나가고 있었다.

“아니···. 갑자기···.”

“쉿!”

나는 오른쪽 손을 들어 그녀가 하는 말을 제지했다.

‘라이벌 그룹 네미시스의 비주얼 센터’

‘팀 내 막내로 사실은 음치’

‘배우 지망생이었으나 기획사가 강제로 꽂아 어쩔 수 없이 걸그룹을 하고 있는 소녀.’

‘언니들 눈치를 살살 보는 구박 덩이’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이미지가 내 앞에서 떡하니 말을 하고 있었다.

“준형 씨? 어디 아파요? 이거 몇 개예요?”

그녀는 내 눈앞에서 손가락 두 개를 흔들고 있었다.

“여섯···.”

“어머 어떡해. 이거 두 개잖아요. 저, 저번에 일본에서 나 구하려다가 머리 다친 거 그거 때문···?”

나유정은 내가 헛것을 보는 줄 알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 그게 아니고···. 여섯 번째 멤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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