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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125화 (125/263)

< 나 안 할래요 (1)>

다음날 나유정과 함께 새벽부터 서둘러 샵에 갔다가 뮤직넷 녹화장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유정 씨 안 피곤하세요?”

“괜찮은데요. 아무래도 저는 방송 체질인가 봐요.”

“그게 아니라 유정 씨가 좋아하는 서바이벌 방송이라 그런 거 아닌가요? 하나도 안 빼놓고 다 봤던데요?”

“저 지금 또 디스하는거죠?”

“노노···. 아니에요.”

“아니긴···. 아 참 그나저나 연습생 1호는 어때요? 잘하는 거 같아요?”

“잘해야죠. 회사의 연습생 1호인데···. 짧은 기간에 엄청난 성장을 했어요. 오늘 무대에서 보시면 놀라실걸요?”

나는 윤하영의 능력을 테스트해보고 그녀가 가장 시급한 건 외모 관리라고 판단했다. 그녀는 걸그룹 명가 출신 연습생답게 춤과 노래는 기본적으로 뛰어났고 연기도 곧잘 했다.

“준형 씨나 놀라지 말아요.”

그녀는 나를 보고 빙긋 웃고 있었다.

“네? 제가 놀랄 게 뭐가 있습니까? 어제 제 표정이 그렇게 이상했나요? 그래도 어제 하루 찍었더니 이제 어느 정도 방송에 적응한 것 같습니다.”

“그런 게 아니라···.”

그녀는 어제의 화려함과는 다르게 청순한 차림으로 변신했다. 하늘색 셔츠에 검은색 롱스커트를 매치하고 비단결 같은 긴 머리를 늘어뜨렸다. 몸매가 드러나지 않는 루즈핏 의상으로도 건강한 몸매는 감춰지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느껴

졌다.

“크흠···.”

“왜 그렇게 봐요? 나 오늘 괜찮아요?”

“잘 어울리네요. 유정 씨는 외모가 화려해서 그런 수수한 스타일도 잘 어울려요.”

“피···.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혹시 출연자들한테 맞춰서 스타일링 하신 거예요?”

“딩동댕!”

“어제는 연예인 전형이었으니 화려하게, 오늘은 일반인 전형이니 자연스럽게···. 어때요?”

“꼭 본인이 참가하는 것처럼 행동하시네···.”

“참가하는 건 아니지만 멘토가 쳐지면 되겠어요?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서 안 입으면 말이 많더라고요. 참가자들 기죽인다 어쩐다 해서···.”

“아무렴요.”

나는 리어미러를 보면서 엄지를 척 내밀었다. 나유정은 그 모습을 보고 팔짱을 끼더니 최신곡에 리듬을 맞추고 있었다.

*  *  *

녹화는 아침부터 빠르게 진행되었다. 일반인 전형은 경연 형식처럼 진행됐던 연예인 전형과는 다르게 조별 오디션 형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참가자가 조별로 나오면 영상으로 주인공의 프로필이나 일상생활이 짧게 나오고 가장 자신 있는 분야를 보여주는 그

런 식으로 진행됐다.

아무래도 정해진 짧은 시간에 70명이라는 인원을 다 보려면 연예인 전형보다는 빨리 진행해야 했다.

“자! 나뮤스. 일반 전형을 이제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무대가 살짝 어두워지며 1조가 무대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1조 7명은 다양한 복장으로 멘토들 앞에 섰다.

‘오···. 뭔가 지원자들이 다들 범상치가 않구나. 아무리 일반이라고 해도 관련 있는 사람들이 많구···. 어엇?’

나는 한명 한명 얼굴을 쓱 훑어보다가 마지막 참가번호 7번의 얼굴을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아···. 아니···. 설마.’

7번 참가자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7번 참가자는 다름 아닌 내 친동생인 이주리가 아닌가!!

“잠시만요!! 이, 이건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손을 번쩍 들고 제작진을 쳐다보았다.

“네? 착오가 있다고요? 어떤 착오 말씀이신가요. 작가님?”

“올라와서는 안 될 사람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7번입니다.”

“제작진 여러분. 이 작가님에게 해명이 좀 필요할 듯 보입니다.”

그러자 잠시 후 신임 PD 한 명이 마이크를 들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7번 참가자는 공정한 절차를 거쳐 예선을 통과했습니다.”

“말도 안 돼!!!”

“이준형 작가님 자꾸 녹화 방해하시면 퇴장입니다.”

‘으음···. 이주리 저거 도대체 왜 나온거야?’

“준형 씨 일단 오디션은 하고 이야기하세요. 정식으로 예선 통과를 했다고 하잖아요.”

나는 나유정의 말에 짜증이 올라오는 것을 참고 입을 꾹 다물었다. 왜 아무도 나한테 말을 안 해준 거야?

‘아까 유정 씨의 놀라지 말라는 말이 바로 이거였구만. 젠장!’

“멘토분들과 심사위원님들은 일반 전형이라는 것을 유념하시고 현재의 실력과 더불어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점수를 주시기 바랍니다.”

MC는 일반 지원자들에게 사전에 배포됐던 연기를 선보이게 했다. 그리고 각자 자신 있는 장기를 선보이고 있었다. 상상외로 뛰어난 사람도 있었지만, 확실히 연예인 전형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력이었다.

지원자가 무대에 몰려 있으니 한 번만 스카우터를 사용해서 정신력이 고갈되는 우려가 적었다.

그렇게 아우라를 살펴보니 1, 3번 참가자만 연기력과 가창력이 조금 있을 뿐 다들 그다지 역량이 뛰어난 건 아니었다.

나는 단순히 외모가 뛰어나다고 해서 캐스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여러 가지 능력이나 잠재력을 보고 있었다.

‘이주리는 일단 재능에서 아웃이군.’

주리는 가진 아우라가 1도 없었다. 그야말로 순백의 청정 그 자체!

그래도 뭐라도 해보려고 연기도 하고 노래도 잠깐 불렀지만, 그녀가 부르는 노래가 정말 듣기 싫은지 케이가 손을 들어 노래를 종료시켰다.

“아···. 됐습니다.”

“지금까지 7번 참가자인 이주리 씨의 연기와 노래였습니다.”

주리의 이름이 불리자 카메라가 주리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화면에 비친 주리는 역시 나를 닮아(?) 꽤 예쁜 얼굴을 자랑했다. 주리의 뒤로 스크린에 간단한 약력이 나오고 있었다.

이름 : 이주리

나이 : 21세

별명 : 공대 핵인싸녀 (공대 여신)

특기 : 게임

기타 : 현재 미튜브 채널 운영 중(구독자 9만 명), 참고로 이준형 작가 친동생

“아하. 화면을 보니 이제 알겠네요. 이 작가님이 처음에 녹화를 방해하신 이유가 이거였군요? 이제 보니 친동생이 몰래 나온 거네요?”

“네. 오빠가 알면 무조건 못 나오게 할 것 같아서 말 안 하고 지원했습니다.”

“하하···. 무슨 조선 시대 오라버니도 아니고···. 이 작가님 동생의 연기와 노래 어떻게 보셨는지요?”

“탈락! 탈락입니다!!”

“네? 아직 결정하면 안 되는데요?”

“아닙니다! 무조건 탈락입니다!”

나의 가차 없이 단호한 결단이 내려졌다.

“오빠아!!!”

“하하하···.”

제작진 쪽에게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딱 봐도 재능이 하나도 없는데 내 동생인 걸 알면서 시청률 때문에 일부러 뽑은 게 분명했다. 내가 뭐라고 하면 예뻐서 뽑았다고 하면서 둘러대겠지.

“미튜브는 언제부터 하셨나요?”

“작년부터···요···.”

“컴퓨터 사달라고 한 건 그것 때문이었습니까?”

“으음···.”

“혹시 여기 지원하게 된 동기가 미튜브 구독자 확보 때문인가요?”

“아···. 아닙니다. 절대 그런 거 아니에요.”

“만 명만 더 구독하면 실버 메달인데···. 아무래도 냄새가 나는데···.”

“아닙니다. 저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기 위해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이주리의 가증스러운 표정을 보며 차갑게 대꾸했다.

“가능성이라···. 없습니다!”

“아니!! 왜요!!”

이주리가 거품을 물고 극렬하게 대들었다.

“아우라가 하나도 안 보입니다.”

“거, 거짓말!”

“저기요. 죄송한데요. 아우라고 뭐고 현실 남매 싸움 좀 그만하시고요.”

보다 못한 박무성이 우리를 말리고 있었다.

마지막 사람까지 일단 점수가 매겨졌고 1조가 내려갔다. 나는 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미튜브에서 공대 핵인싸녀 채널을 검색했다.

[공대 핵인싸녀 최고 여배우와 대학 나들이!]

[공대 핵인싸녀 겨울학기 도강하기 feat. 나유정!]

‘컥···.’

말도 안 돼. 이주리 이게 유정 씨 이름을 팔아먹고 다니네.

나는 갑자기 열이 뻗쳐서 미간에 내 천(川)자가 그려졌다.

“대학교 구경하고 싶어서 제가 같이 놀러 가자고 했어요. 주리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

나유정이 내가 미튜브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보더니 주리를 대신해 해명했다.

“진짜예요?”

“정말이에요. 저는 대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어서···.”

‘음. 그런 건가?’

그녀는 20대부터 활발한 연예계 활동으로 대학을 다니지 못했다. 아역 배우일 때도 학교에 거의 다니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안 좋았던 일이 있었는지 잠깐 있었던 학창 시절 이야기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위해서 주리가 대신 놀아줬다고 하니 화가 좀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으려는 순간···.

띠링~

[조아린 : 대표님 쉬는 시간에 전화 좀 주세요. 급합니다.]

“자! 2조 입장하세요.”

나는 메시지에 답신하려다 제작진의 공지를 듣고 방송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일반 전형 2조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2, 3조 오디션은 어떻게 치렀는지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 말은 아우라가 특별히 보이는 인재가 별로 없었다는 뜻이었다.

‘3조까지 꽝이네. 그럭저럭 쓸만한 지원자는 있었지만 아우라를 가지고 있는 인재는 정말 드물구나.’

“잠시 점심 먹고 4조부터 다시 녹화하겠습니다.”

*  *  *

우리는 대기실에서 방송국에서 준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형. 도시락 내 것 먹어도 돼. 난 집에서 싸 왔어.”

“설마···. 네 것만 싸 온 거냐?”

“그, 그럼 내 것만 싸 오지.”

“허···. 치사한 녀석. 자기만 입인가?”

“그럼 한 입 드시던가?”

“됐어. 인마···.”

케이는 어제 도시락이 정말 맛이 없었는지 집에서 음식을 해온 것 같았다. 그가 도시락통을 열자 진수성찬이 따로 없을 정도의 음식들이 튀어 나왔다.

나는 케이의 수제 도시락을 뺏어 먹다가 급하게 연락을 달라고 했던 조아린 대리의 문자를 떠올렸다.

‘아차. 조 대리에게 전화를 해봐야겠군.’

점심시간이 너무 짧아서 얼른 전화를 걸어야 했다.

“여보세요? 어. 조 대리? 무슨 일 생겼어? 녹화 도중에 들어야 할 급한 일이야?”

[네. 대표님. 맞아요. 지금 엄청난 전화가 왔어요.]

“그래? 무슨 전화길래 그렇게 숨이 넘어가?”

[제가 지금 어디서 전화를 받았는지 아세요?]

“서, 설마 국세청은 아니겠지? 난 세금 다 잘 냈는데···.”

[지금 농담하실 때가 아니에요. 지금 어디서 전화가 왔냐면···.]

나는 조 대리의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이름을 잘못들은 줄 알았다.

“뭐? 마블링 스튜디오(MARVELLING STUDIOS)?”

“네. 맞아요. 거기요. 히어로물의 끝판왕! 마블링 코믹스를 시네마틱 영화로 제작한 곳이요!”

“크흠···. 아니 거기서 왜 이제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된 우리 회사에 전화를 했지?”

[별다른 말을 하진 않았는데요. 유정 씨를 캐스팅하고 싶다고 하네요.]

“유, 유정 씨를?”

[일단 전화번호 받았으니 대표님 오시면 약속 날짜 잡고 연락하시면 될 것 같아요.]

“어···. 어···. 그래. 내가 내일 출근해서 일정 조정 좀 해볼게. 그거 말고 별다른 말은 없었고?”

[네. 보스가 없다고 했더니 짧게 연락처만 남기고 끊더라고요.]

“그래 일 봐. 조 대리.”

나는 전화를 끊고 머리카락이 도시락에 빠지지 않게 잘 잡고 먹고 있는 나유정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유정 씨. 마블링 스튜디오에서 캐스팅 때문에 연락이 왔다네요.”

“네?”

나유정은 입에 돈가스 소스를 묻힌 상태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조아린 대리의 전화에 얼이 빠져있다가도 이 허당기 넘치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에이···. 칠칠치 못하게 입에다 소스를 다 묻히고 그래요.”

나는 냅킨을 들고 그녀의 입에 묻은 소스를 닦아주었다.

“어라? 둘이 드라마 찍어요? 총각 앞에 두고 뭐 하는 연애질이지?”

“인마. 연애질은 누가 연애질이야. 콱!”

“맞지. 드라마에 거품 키스 뭐 그런 클리세잖아요.”

“컥···. 이놈이···. 못하는 말이 없네.”

케이가 놀려대자 나와 유정 씨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이제 그만 해요. 근데 마블링이요? 난 마블링 적당한 고기가 좋더라.”

“아, 아니 그 마블링 말고···. 할리우드에서 히어로물 만드는 영화사요. 거기서 캐스팅 때문에 전화가 왔나 봐요.”

“아···. 영화사구나. 난 또···. 그런데 거기 오디션 같은 거 보고 캐스팅하지 않아요?”

“글쎄요. 아마 그러지 않을까요? 예전에 기사보니까 모 연예인이 미국에 가서 오디션을 봤다고 하던데요?”

“흐음···.”

나유정은 고개를 갸웃하며 살짝 생각에 잠기는 것 같았다.

“나 안 할래요.”

“예? 갑자기? 왜요?”

“그냥 하기 싫어서요.”

그녀는 놀랍게도 별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어떤 배역을 줄지는 몰라도 거기 주요 캐릭터로 나오면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확 올라갈걸요?”

“얼마 전에 넷플릭에서도 1위 했잖아요. 그게 뭐 대수라고···.”

“크흠···. 그렇긴 한데···. 마블링 스튜디오는 넷플릭와 급이 다르죠.”

그녀는 더는 듣기 싫다는 듯 도시락 뚜껑을 닫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제가 왜 오디션 같은 귀찮은 걸 봐야 해요? 역을 준다고 해도 할까 말까 한데···. 진짜 어이없네.”

헉···. 이 자신감! 오지고 지리고···. 여윽시 넷플릭 1위 한 드라마 주인공 답구만···. 참고로 그 드라마는 내가 쓴 작품이지만···.

“그, 그래도···.”

“됐어요. 오늘은 오디션이나 집중해요. 곧 우리 연습생 1호 나올 거잖아요.”

“그렇네요.”

나는 알았다고 말을 하면서도 그녀가 하늘을 날며 눈에서 레이저 광선을 쏘는 장면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런 스펙타클한 액션은 내 드라마에서는 못하는 건데···.’

ⓒ 소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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