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매니저는 스타 작가님-124화 (124/263)

< 나의 뮤지컬 스타 (4)>

다솜이 부른 분위기 있는 곡인 ‘마법의 주문’은 보사노바풍의 곡이었지만 살짝 애절한 감성이 묻어있어서 다솜이의 이미지 변신을 하기 최적인 곡이었다.

‘크···. 역시 원곡 가수보다 훨씬 더 잘한다.’

원래 목소리를 되찾은 그녀의 소울풍의 허스키한 보이스가 아주 잘 어울리는 곡이었다. 다솜은 ‘마법의 주문’을 마치 자기 노래처럼 부르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정신없이 그녀의 노래에 취하고 있었다.

‘후···. 이게 진짜 다솜이의 목소리구나. 이렇게 매력적인 목소리를 7년 동안 감춰두다니.’

곡이 끝난 후 뮤지컬 연기까지 연달아서 보여준 그녀였다. 내 눈은 틀리지 않았다. 분위기 변신에 성공한 그녀는 마치 당당한 솔로 가수 같았다.

투명한 피부, 귀여운 외모에 긴 기럭지 그리고 매력적인 허스키 보이스까지 반전 매력을 듬뿍 보여주고 있었다.

“와우!. 대박입니다. 프렐류드의 전 메인보컬 다솜양입니다.”

와아아···.

사방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고 내 새끼가 될 아이라 그런지 나도 모르게 신나게 물개 박수를 치고 말았다.

“안녕하세요. 다솜입니다. 반갑습니다.”

그녀는 특유의 반달 눈웃음을 지으며 우리와 심사위원들에게 인사를 했다.

“사실 제가 아이돌에 관심이 많이 없어서 그런지 프렐류드라는 이름이 약간 생소하긴 해요. 그런데 얼굴을 보면 누군지 알겠어요. 아까 처음에 나왔던 은하 씨도 프렐류드 출신이죠? 이렇게 보니 인재들이 많은 그룹인 거 같은데···.”

“네. 맞습니다. 잘 몰랐는데 은하 언니도 여기에 나왔네요.”

“조금 부담스럽지 않으세요?”

“부담스럽다기보단 같이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다솜은 MC의 질문에 의례적인 방송용 멘트로 적절히 잘 넘어가고 있었다.

“자···. 다솜 씨의 무대를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군요. 아! 케이 프로듀서님?”

“네. 아주 잘 들었습니다. 음색이 상당히 독특하시군요? 그런데 이상하네요. 제가 프렐류드의 곡을 많이 쓴 작곡가분과 친분이 있어서 노래를 자주 들어봤는데 이런 목소리는 처음 듣는 것 같아요. 혹시 창법을 바꾸셨나요?”

“사실은 제가 데뷔 시절 그룹의 이미지에 맞춰서 창법을 변경했었는데 솔로로 독립을 한 후부터는 원래 제가 가진 톤으로 노래를 부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저는 좋게 들었습니다. 왜 이런 보컬이 이제야 나왔는지 이해가 안 가네요. 노래로 따진다면 초반에 나오셨던 윤지 씨와도 경쟁이 가능한 보컬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희소성 있는 목소리네요. 언제 한번 꼭 작업을 해보고 싶은 매력적인 보컬입니다.”

케이는 확실히 개성 있는 보컬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슈퍼노바도 확실히 다들 보컬이 개성적이었으니까.

다솜은 프로듀서 케이의 칭찬에 어찌할 줄 몰라 눈가가 촉촉해지고 있었다. 이제야 진정으로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생기니 가슴속에 응어리진 감정들이 풀어지는 것이리라.

“저도 좋게 들었습니다. 이제야 본인의 목소리를 찾은 느낌입니다. 확실히 본인에게 딱 맞는 소리라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다솜 씨는 이제 편안하게 노래를 부르시면 될 것 같아요. 정말 잘 들었습니다. 연기력도 나쁘지 않았어요.”

나도 그녀에게 좋은 말을 해줬다.

‘다솜이는 성격도 좋고 외모도 좋아서 노래만 좋다면 얼마든지 솔로로도 성공 가능한 좋은 인재야. 그룹에서 센터급의 외모였지만 노래를 잘해서 메인보컬을 맡았을 뿐···.’

그녀는 싹싹하고 예능감도 좋고 무엇보다도 불가사의한 눈웃음을 지니고 있어 정말 호감 상이었다.

“이 작가님도 좋은 말씀을 해주셨고요. 다음은 유정 씨?”

“노래를 이렇게 잘하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정말 가사처럼 슬픈 기억을 지워줄 것만 같은 애절한 목소리였어요. 노래 후 보여줬던 연기도 수준급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연기 경력이 짧다 보니 약간 미숙한 부분이 보이긴 하지만 그건 트레이닝 하면서 개

선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가, 감사합니다. 언니. 팬이에요.”

“우리 유정 씨는 이제 국민 언니로 등극한 거 같아요. 예전에는 국민 첫사랑이었는데···.”

“국민 언니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어린 친구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거니까요.”

“농담이었는데 역시 안 통하는군요. 오늘 너무 진지하게 방송하시는 거 아닙니까?”

“저라도 가운데서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죠.”

그녀는 나를 힐끔 바라보며 말을 하고 있었다.

‘으음···.’

“언니! 진짜 제 롤모델이세요. 비록 가수는 아니시지만···.”

훈훈한 장면이 이어지고 있었다. 청순, 귀염 걸그룹 이미지에서 완전히 분위기를 바꿔버린 다솜.

그녀는 아마도 한 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 같은 걸그룹 멤버끼리 경쟁을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과연 은하와 다솜! 두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채널 고정하세요. 자! 다음은···.”

그 후로도 꽤 인상적인 참가자가 몇 명 눈에 띄었고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다 11시가 넘어가기 시작하자 살짝 분위가 느슨해지고 있었고 심사위원 중에는 힘이 드는지 잠깐씩 눈을 감고 있는 사람까지 속출하고 있었다.

“벌써 자정이 다 돼가고 있는 가운데 드디어 마지막 참가자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황당하시죠. 오디션 보는데 도착이라니요?”

“누구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무대에 조명이 꺼졌다.

불이 켜지자 무대 위에 한 인영의 실루엣이 보이고 있었다. 그러면서 스피커로 잔잔한 기타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핀포인트 조명이 그 인영의 전신을 비추자 보고 있던 사람들이 다들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와!”

“설마!”

조명에 의해 모습을 드러낸 혜수는 잔잔한 기타 소리에 맞춰 분위기 있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When the Earth was still flat...”

엇···. 이 노래는 영화이자 뮤지컬인 헤지윅에 주제곡인 ‘사랑의 기원’이었다. 그녀는 화려한 무대 의상과 분홍색으로 물들인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콘서트를 하고 방금 도착한 듯했다.

‘주 대표도 콘서트는 어쩔 수 없지.’

다른 스케줄은 조정을 했는데 콘서트는 조정이 불가능해서 부득불 제일 마지막에 출연하게 된 것이었다.

혜수는 그 기타 소리에 맞춰 마치 말하듯 유려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크···. 톤 좋고···. 귀에 팍팍 꽂히는 음성이야.’

그 소리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마법 같았다. 모두의 표정에서 미소가 피어올랐다.

옆의 유정 씨 얼굴을 보니 꽤 놀란 모양인지 손을 들어 입을 막고 있었다. 우리 둘 다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쳐다보고 있다는 걸 알아챈 그녀는 나를 보고 눈을 흘기고 있었다.

‘그렇게 보지 말아요. 난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혜수 씨가···.“

기타의 주법이 스윙으로 바뀌며 노래가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원래 혜수의 목소리는 약간 강한 톤이었기 때문에 이런 록 베이스의 노래와 찰떡궁합이었다.

‘역시 YN의 그 괴물 프로듀서의 작품이겠지?’

그는 자신의 가수에게 맞는 노래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실력도···. 그러니 최고의 프로듀서 아니겠는가? YN을 있게 한 일등 공신.

이 곡에 맞춰 연기까지 선보이고 있는 혜수였다. 그녀는 그간 연습을 꽤 많이 했는지 표정 변화가 아주 다채로웠다. 점차 일렉기타 소리와 드럼 소리가 강해지며 하이라이트 부분으로 치닫고 있었다.

“And then fire shot down...”

‘와···. 진짜 노래 찰떡이다.’

혜수는 윤지와 다솜이 같은 가창력은 없었지만 유니크한 목소리와 메인 보컬에 준하는 가창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른바 믿고 중간을 맡길 수 있는 그런 안정감이 있는 멤버였다.

노래는 하이라이트로 갔다가 다시 속삭이는 듯 끝이 났다.

그야말로 혜수는 비쥬얼적으로 모든 이들을 압도하며 충격을 줬다. 그녀의 능력에 더해서 곡 선택, 의상, 편곡 등 프로듀싱의 승리이기도 했다.

와!!

짝짝짝···.

심사위원석에서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만큼 볼거리가 풍부한 무대였기 때문이다.

“다들 점수는 입력하셨죠? 정말 대단한 무대였습니다. 이게 누군가요. 케이팝의 살아있는 신화인 블랙소울의 혜수 씨입니다. 다시 한번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와···. 저는 지금 말이 안 나오네요. 왜 거기서 혜수 씨가 나오나요? 나뮤스 이 프로그램 뭔가요? 지원자들이 미쳤습니다. 작년 말 월드투어를 마친 전 세계적인 인기그룹의 멤버가 우리 프로그램에 나온다구요?”

“너무 과찬이십니다.”

혜수가 혀를 내밀며 상큼한 미소를 보여주고 있었다.

“주 대표님이 어떻게 허락을 하셨네요? 엄청 바쁘지 않나요?”

“요즘 앨범 준비하는 시기라 제가 나가겠다고 떼 좀 썼어요. 그리고 저기 앉아계시는 이 작가님께서 대표님을 설득해주셨고요.”

“오오!!”

혜수가 팔을 뻗어 나를 가리키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나는 쑥스러운 듯 팔을 들어 별것 아니라는 듯한 제스쳐를 취했다.

“서로 어떻게 아시죠?”

“저보다는 우리 유정 씨랑 친하시죠.”

“우리 유정 씨요?”

“어흠···.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유정 씨와 블랙소울 멤버들이 친합니다.”

나는 박무성에게 말려들지 않으며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그럼 이 모든 것은 작가님의 큰 그림?”

“아, 아니에요.”

“제가 출연하고 싶다고 먼저 요청한 거예요. 유정이 언니 집에 갔을 때 신작 준비를 하신다고 하시길래 살짝 말을 해본 거죠. 그런데 서바이벌로 한다길래 못 나오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다행히 이렇게 나오게 되었네요.”

“어라? 이거 이런 거면 벌써 출연은 결정 난 거 아닌가요 라고 할 수 있지만···. 아닙니다! 멘토들은 말 그대로 멘토 역할을 하실 거고 실제 투표는 전문 심사위원들의 공개된 점수표에 의해 결정될 겁니다. 이 점은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박무성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 같은 것은 딱딱 짚고 넘어갔다.

“이번엔 먼저 유정 씨부터 감상평을 들어볼까요?”

“잠시만요. 저는 그냥 짧게 말하겠습니다. 프로듀싱을 누가 했는지 짐작은 가는데요.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혜수 씨도 보통이 아니시군요. 이상입니다.”

케이가 먼저 치고 들어와서 짧게 언급하고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잘 아는 사이라 말하기 조심스러운데요. 너무 화려하고 멋있었어요. 정말 뮤지컬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초반에 말하는 듯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았고···.”

“지금 유정 씨가 뭔가 복잡한 것 같은 표정이시네요.”

“혜수 너···. 언니한테 말도 안 하고 나 삐졌어.”

“미안해요. 서프라이즈 해주려고···.”

혜수는 마이크를 잡은 손을 얼굴 앞으로 모으고 미안하다는 포즈를 취했다.

“그래도 멋있었으니까 용서해 준다.”

나유정은 주먹을 앞으로 뻗으며 쿨하게 대답했다. 왠지 여자들끼리의 우정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나는 심사평을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내일에 대한 생각이 미치자 머리가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내가 찜한 멤버들은 모두 최고의 무대를 보여줬다.

윤지가 다크호스로 떠올랐지만, 아직 A그룹의 주연은 아직 공석이었다. 혜수도 인상적이고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지만, 가창력에 있어서 윤지나 다솜급의 메인보컬은 아니었기 때문에 아직 주연으로 생각하긴 힘들었다.

내가 믿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 회사의 비밀병기 윤하영이었다. 그녀는 근 한 달간 회사의 집중 케어를 받았다. 춤과 노래는 원래 오랫동안 했기 때문에 금방 감을 되찾았다.

하지만 문제는 외모였다. 불규칙한 생활과 아르바이트,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푸석푸석해진 피부와 불어난 체중으로 자신감이 많이 하락해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최고의 트레이너에게 집중 훈련을 맡겼고 그 결과 그녀에게 놀랄만한 변화를 일어났다.

‘내일이 기대되는군. 하영이가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

*  *  *

우리는 참가자들에 대한 본선 진출을 결정하는 장면을 찍고 제작진들과 인사를 한 뒤 대기실로 돌아왔다.

“형···. 수고하셨어요.”

“그래. 너도 수고했다. 방송 처음인데 잘하더라?”

“그냥 자연스럽게 하는 거죠. 뭐. 어차피 녹화방송이라면서요?”

“그렇지. 온종일 찍었지만 얼마나 나올지 몰라. 여기 나왔던 참가자 중에 인상에 별로 남지 않았던 사람들은 가차 없이 편집될 거고···.”

“무섭네요. 제가 이래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안 봅니다.”

“케이 씨 서바이벌 프로그램 안 좋아하세요? 되게 재미있는데···.”

“전 너무 잔인한 거 같아서 안 봐요.”

“야! 네 댓글이 더 잔인해. 인마. 절필하게 만들어 놓고 뭐가 잔인하다는 거야.”

“내 댓글은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거라니까 그러네.”

“어휴···. 말이라도 못하면···. 얼른 집에 가서 자 인마.”

“안 그래도 그러려고. 진짜 피곤하다. 근데 내일 걱정이다. 인원이 두 배잖아. 진짜 각오하고 와야겠다.”

“그래. 맘 단단히 먹고···.”

우리는 대기실에서 나와 주차장에서 헤어졌다. 나는 유정 씨를 태우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오늘 재밌지 않았어요?”

“전 좀 힘들던데요.”

“아무래도 난 이런 게 체질인 거 같아요. 아까 무성 씨 진행 보니까 내가 더 잘할 거 같던데···.”

“에이···. 제발 그러지 말아요. 이미지 다 깨진단 말이에요.”

“치···. 내가 뭐 어때서···.”

“몰라서 물어요? 저번에 테리우스 블라인드 테스트할 때 아이돌 메이커 흉내 낸 거 그거 생각하면···.”

“뭐래···. 본인이 제일 재밌게 봐놓고서. 잘한다고 했잖아요···.”

“일단 오늘 정도만 해도 좋은 거 같아요. 괜히 갑자기 본색을 드러내 봐야 좋아질 게 없다니까요?”

나는 그녀와 농담을 하면서 근처의 그녀 집에 내려주고 집으로 향했다.

너무 기대가 됐다.

드디어 우리 회사의 1호 연습생의 출격이 몇 시간 앞으로 다가왔다니.

ⓒ 소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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