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원이 다른 Flex (1)>
[CA 미디어 그룹 XM Entertainment 매각 발표!]
CA가 최근 폭행 사건으로 문제가 됐던 XM Entertainment(이하 XM Ent.)를 매각하기로 했다. 참고로 XM Ent.는 CA 미디어가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유일한 기획사였다.
배우 부문은 푸른숲 액터스에 일괄 매각하기로 결정되었으며 다른 회사를 요구하는 배우에게는 별다른 제한 없이 계약 해지를 해주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폭행 사건을 빠르게 마무리하기 위한 CA의 전략으로 보이지만 푸른숲 액터스가 국내 굴지의 배우 매니지먼트기 때문에 많은 이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가장 주목을 받았던 테리우스의 거취는 CA와 빅샷 엔터가 합작한 인피니티 드림즈로 이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테리우스의 팬클럽은 이 결정에 대해 즉각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입장문에서 빅샷의 체계적인 관리와 좋은 곡 그리고 글로벌 마케팅이 더해져 테리우스의 인기가 더 커질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3대 기획사에서는 테리우스의 이적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편,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배우 나유정과 최근 글로벌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는 작품들을 연달아 집필한 이준형 작가의 거취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중략>
* * *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준형 씨. 우리 언제 발표 언제 해요?”
“네? 무슨 발표를 해요? 우리 뭐···.”
“뭘 그렇게 놀라요? 기사 못 봤어요? 나랑 준형 씨랑 거취에 대해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있잖아요.”
“아···. 난 또···. 그거야 유정 씨 소식은 궁금해하겠죠. 저야 뭐 누가 신경을 쓴다고···.”
“아니 준형 씨는 업계 관계자들이 많이 노리고 있다고 하던데요?”
이건 맞는 소리다. 안 그래도 여기저기서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연락이 오고 있었으니까.
“별말 안 하고 다 안 간다고 했습니다. 전화번호를 바꾸든지 해야겠어요.”
“바꿔봐야 소용없어요. 어떻게 다 알고 온다니까요. 전화 오면 잘 대응해요.”
“말투가 좀 그렇습니다? 무슨 보스처럼 말을 하네?”
“몰랐어요? 제가 쭌&쩡의 실세인 거?”
“얼씨구? 그거 안 쓴다니까 그러네. 로맨스 무협 필명이 쭌쩡이잖아요. 회사까지 그러면 어떡해요.”
“난 그게 제일 나은 거 같던데···. 그럼 뭐로 하게요?”
“이준형 컴퍼니 어때요?”
“하···. 최악이네요.”
“농담이에요. J&J Entertainment 어때요? 준형의 J, 유정의 J 합쳐서 J&J 어때요? 그냥 간단하고 좋은 거 같은데···.”
“와! 좋네요. 그걸로 해요. 빌딩 간판도 JJ 빌딩으로 바꿔야겠다.”
나유정은 신이 났는지 차 안에서 몸을 들썩거리고 있었다.
“아! 뮤직넷에서 준형 씨 영화 출연을 걸고 뮤지컬 서바이벌을 한다면서요? 벌써 모집 요강 나와서 엄청 시끄럽던데요?”
“급했나 보죠. 폭행 사건 덮으려고 XM 매각 발표하고 동시에 터트려버리네. 언질 좀 주지.”
“워낙 여론이 안 좋았잖아요. 본사에서 빠르게 손을 쓴 거 같아요.”
‘쩝. 이기훈 전무 작품이겠지? 가만 보면 머리 잘 돌아가게 생기긴 했어.’
“아직 시간이 좀 있어요. 3월부터 방송한다고 하는데···.”
“우리 작가님 감 떨어지셨네. 사전 녹화도 해야 하고 예선도 해야 하고 할 거 엄청 많아 보이던데 곧 바빠질 거에요.”
“휴···. 할 거 많네요. 아이돌 연습생도 받아야 하는데···.”
“행복한 줄 아세요. 다른 중소기획사는 소속 아이돌 노출 못 시켜서 쩔쩔맨다구요.”
“전 기훈이 형만 믿고 있습니다.”
“언제 또 형이 됐어요? 언제는 구시렁구시렁하더니?”
“파트너사, 즉 업무협약(MOU)을 맺었으니 형이죠.”
“피···. 그런데 이왕이면 남자 아이돌부터 하지 왜 걸그룹이에요? 테리우스 키운 경험도 있으신 분이···.”
나유정은 이상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왜 그렇게 봐요? 우연입니다. 제가 일단 연습생 3명을 구해놨거든요. 이제 숙소 하나 빌려서 합숙시켜야죠.”
“흐음···. 그건 준형 씨가 알아서 하세요.”
“이미 하고 있거든요?”
연습생 숙소는 하석우 실장이 지금 알아보는 중이었다. 하반기 데뷔를 목표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였다. 물론 아직 3명뿐이지만···.
현재 우리는 마포 합정동에 있는 유정 씨 빌딩으로 가고 있었다. 빌딩은 인테리어 공사가 거의 완료된 상태라고 했다.
“와. 위치 좋네요? 근처에 지하철역도 있고···. 어라? 근처에 YN 엔터 건물도 있네요?”
“어때요? 위치 괜찮죠? 자산관리사 아저씨가 이런 거 진짜 잘해요.”
주차장에 도착한 우리는 지상으로 나와서 건물의 전경을 보고 있었다. 지하 2층 지상 7층짜리로 거의 새 건물이었다.
“후···. 이거 얼마나 들었어요? 비쌀 거 같은데···.”
“그래도 싸게 샀어요. 급매라 150억 정도 주고 샀어요. 리모델링은 한 30억 들었고···.”
“컥···. 비싸···.”
“싼 거예요. 올해 번 돈에서 반도 안 썼어요.”
“크흠···.”
하긴 그녀는 올해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였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거의 500억 가까운 돈을 벌었을 것이다. 물론 나도 이제 잔고가 50억을 넘고 숫자가 곧 세 자리를 돌파할 예정이었지만 유정 씨의 자산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제가 리모델링 비용은 좀 낼 걸 그랬네요.”
“아뇨. 뭐 얼마나 된다고요. 안 그래도 준형 씨 돈도 별로 없는데···.”
“컥···. 그, 그래도···.”
“그럼 소유 관계가 좀 복잡해지니까 필요 없어요.”
“아. 그래요? 전 잘 몰라서···.”
“어차피 부동산은 잘 사놓고 가지고 있으면 올라가는 거라 상관없어요. 투자는 과감히! 몰라요?”
하아···. 미치겠다. 이래서 큰 부자는 부동산에서 나온다고 하는 건가?
“일단 회사는 5~7층까지 쓸 예정이에요. 회사 전용 엘리베이터도 있어요. 제가 특별히 보안에도 신경을 좀 썼죠.”
“좋군요.”
우리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올라갔다.
“오오!! 멋집니다. 밖이 보이는 엘리베이터다!”
그녀는 놀라는 나를 보고 피식 웃고 있었다.
5층부터 J&J가 사용할 공간이었다. 모던한 스타일로 깔끔하고 스타일리쉬하게 인테리어가 완공되어 있었다. 사무용 가구도 신경을 썼는지 번쩍번쩍했다.
“우와···.”
“헤헤···. 제가 신경 좀 썼죠. 5층이 기획사 사무실로 쓸 공간이에요. 책상도 다 완비되어 있어서 컴퓨터 하고 사람만 들어오면 됩니다.”
“넓네요. 아직 직원도 별로 없는데···.“
일단 인원은 하석우 실장과 정혜성 씨 매니저 그리고 대성이었고 지원팀은 대성이의 여자친구가 된 순규 씨가 들어오기로 되어 있었다. 그녀는 회계와 경리 업무를 맞을 예정이었고 추후 인원은 더 보강하기로 했다.
그리고 홍보, 마케팅팀은 김정웅 팀장과 조아린 대리를 스카우트했다. 조아린 대리는 테리우스를 따라 인피니티 드림즈에 가려고 했지만, 인원을 뽑지 않아 직급을 높여주며 내가 데려왔다. (물론 테리우스가 우리 회사에 자주 올 거라는 뻥을 쳐놨다.)
시원하게 뻥 뚤려 있는 사무실에 불투명 강화유리로 칸막이가 쳐져 있는 구획이 여럿 있었다. 아마도 고위직 사무실과 회의실이리라.
나는 나유정의 안내를 받으며 6층으로 올라갔다.
“여기는 제작 파트가 들어올 공간이에요. 물론 아직 들어올 사람은 없지만요···.”
제작 파트는 이제 슬슬 구해야 할 것 같다. 이 문제는 넷플릭 이민영 총괄 디렉터에게 협조를 구해야 할 것 같았다. 쓸만한 제작팀이 남아 있으려나?
6층엔 작은 회의실이 하나밖에 없어요. 그래서 필요하면 5층에 있는 회의실을 함께 쓰면 되고 대신에 소규모 촬영 부스를 몇 개 설치했어요. 저번에 말했던 거 반영했어요.”
정말이었다. 있을 건 다 있는 전문적인 소규모 스튜디오였다.
“우와.. 대박! 어떻게 그걸 기억했어요? 그냥 스쳐 지나가는 말로 한 거 같은데···.”
“어때요? 센스 좋죠? 저 이런 여자예요.”
그녀는 손을 허리에 얹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와! 반할 거 같다.”
내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올 거 같았다.
“후후···. 아직 놀라긴 일러요. 7층으로 가면 깜짝 놀랄걸요.”
“어, 어서 갑시다.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나는 나유정을 뒤로하고 계단을 통해 7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에도 그림들과 뭔지 예술적인 사진이 들어있는 액자들이 걸려 있었다.
‘돈을 많이 쓰긴 썼네.’
“7층에는 아이돌 연습실, 레슨실, 녹음실, 웹소설, 웹툰 작가 공간, 그리고 대표실이 있어요.”
“여긴 좀 빽빽하네요?”
나는 눈이 벌게져서 차례차례 공간을 점검했다.
“연습실, 레슨실은 XM이랑 비슷하네요. 여기가 녹음실이에요?”
“열어보세요. 편하게 녹음하고 작업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와! 멋지다. 장비도 다 들어왔군요?”
“XM에서 저렴하게 들여왔어요. 어차피 폐기하는 거라···. 대신 편의 시설을 잘 갖췄죠. 거의 먹고 잘 수 있을 정도로요···. 여기 뷰도 꽤 좋아서···.”
사실 우리 처지에 녹음실은 사치나 다름없지만, 이기훈 전무에게 말을 잘해서 녹음실 장비들을 거의 염가에 업어왔다.
“아! 그리고 미튜브용 영상을 녹화할 수 있게 다 고려해서 스튜디오 겸용 녹음실로 만들었어요. 저기 보면 카메라들 보이죠?”
“오오! 나유정! 나유정! 나유정!”
나도 모르게 주접을 떨며 흥분하고 말았다.
“녹음실하고 연습실을 출입구 근처에 몰았어요. 방음을 철저히 하긴 했는데 대표실하고 작가들 작업공간이랑 최대한 벌려놨죠.”
나는 작가들 작업공간을 살펴보았다. 아주 아늑하게 꾸며놓은 곳이었다. 왠지 글이 팍팍 나올 것 같은 그런 분위기였다.
“사무용 가구도 그렇고 돈 많이 들였네요.”
“콘텐츠에 집중할 건데 당연히 돈을 들여야죠.”
“그리고 여기가 대표실이에요. 따라라라따~ 따라라라!”
나는 내 사무실을 보고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엄청 비싸 보이는 직수입 작가용 책상과 의자 그리고 멋진 책꽂이가 보였다. 그리고 안락한 소파와 테이블, 안마의자까지···. 아예 며칠간 먹고 자고 할 수 있는 공간과 집기도 완비되어 있었다.
완벽한 사무실 겸 작업실이었다. 거기다가 뷰까지 최상이었다.
“어때요? 장난 아니죠?”
나는 입을 손으로 막으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정말 말이 필요 없는 최상의 환경이었다. 그녀는 내 놀란 얼굴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지금 놀라고 있는 내 모습이 단칸방에 살다가 마치 자신의 방이 생긴 어린이와 똑같지 않을까?
“잠깐···. 여기 내 책상 옆에 있는 이 불투명 유리문은 뭐죠?”
“열어보세요.”
나는 그 문을 밀어보았다. 거기에는 아기자기한 사무실이 있었다.
“이, 이거 유정 씨 사무실이에요? 왜 뚫어놨어요?”
“왔다 갔다 하기 불편하잖아요. 복도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게 얼마나 불편해요.”
“허···. 나 집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쳐들어오고 그럼 안 되는데···.”
“흥···. 제가 그렇게 매너 없는 사람인 줄 아세요?”
“아니 그게 아니라 왜 여기에 문이 있냐 이거죠. 매너 문제가 아니라···.”
“안 열면 되잖아요? 그렇게 제 얼굴이 꼴 보기 싫으세요? 계약 파기해요. 그럼.”
아니? 이렇게 강하게 나오다니 우리 회사의 간판 여배우를 놓칠 순 없는 거 아니겠는가?
“하하···. 그럴 리가요. 언제든지 열어도 됩니다. 그럴 게 아니라 문을 아예 없앨까요?”
내가 약간(?) 물러서자 그녀는 만족한 듯 말을 했다.
“어차피 출근은 며칠 안 할 거예요.”
“그러시겠죠. 암요. 이럴 게 아니라 축하 기념으로 우리 아까 그 촬영 부스에서 메리 크리스마스 영상이나 찍을까요?”
내가 당황스러운 마음에 이상한 소리를 하고 말았다.
“그럴까요? 오랜만에 SNS에 영상이나 하나 남기죠. 뭐.”
“내려갈까요?”
우린 6층으로 내려와 화사하게 꾸며진 미니 촬영 부스로 들어갔다.
“어때요? 이쯤에서 찍으면 되겠죠? 거기 촬영 감독님 잘 나오고 있나요?”
나유정은 휴대전화로 영상을 찍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굿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 해보세요. 레디 액숀!”
[안녕하세요. 팬 여러분.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습니다. 애인 있으신 분들은 커플로 따뜻하게 보내실 것 같고 솔로이신 분들도 솔로 나름대로 친구분들하고 파티를 하고 계시겠죠?....]
[....제가 독립을 해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어요. 짐작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회사를 차렸습니다. 앞으로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릴 테니 기대 많이 해주세요.]
[어머? 지금 밖에 눈이 조금씩 내리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기회에 꼭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안녕~]
“컷!”
그녀는 역시 최고의 배우답게 말을 조리 있고 재치있게 잘했다.
“괜찮았어요?”
“역시 대배우답네요. 무슨 아나운서예요?”
“배우 안됐으면 아나운서 했을걸요? 아나운서하고 재벌 집에 딱!”
“그리고 이혼 딱!”
“뭐래?”
“말이 그렇다는 거죠. 유정 씨가 재벌 집하고 어울립니까?”
“안 어울릴 건 뭐예요? 제가 얼마나 싹싹한데요.”
“네네···.”
“그나저나 재벌은 언제 되실 거에요?”
“예? 재벌요?”
나는 그녀의 말에 얼굴이 딱딱하게 경직됐다.
“회사 키워서 상장하는 게 목표라면서요.”
나유정은 지긋이 내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저 반짝거리는 커다란 눈··· 가슴 한편이 간질간질··· 음···. 뭔가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
“크흠···. 그건 좀 시간이···. 필요하죠···.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자리를 좀 잡으면···.”
“왜 그렇게 당황하세요? 제가 잡아먹어요? 무슨 구미호에요?”
“아하하···. 제가 당황을? 여기 참 덥네요.”
“오늘 왜 이래요? 지금 보일러도 안 틀어서 추워죽겠는데···.”
“쉿! 유정 씨 한 가지 부탁할 게 있는데요.”
나는 민망해 죽을 거 같아 말을 돌리기 위해 아무 소리나 지껄였다.
“??”
“호, 혹시 뮤직넷 뮤지컬 서바이벌 심사위원 할래요?”
아이고···. 이게 갑자기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 흐···.
그녀는 내 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입을 삐쭉거렸다. 그녀가 고민할 때 나오는 트레이드 마크였다.
“재미있겠네요. 하죠. 뭐. 그 뮤지컬 서바이벌···.”
“네? 정말요?”
나는 당황했고 나유정은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왕 도와줄 거면 처음에 팍팍 밀어주는 게 낫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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